시골교회 담임목사 연봉이 2억원?
[오마이뉴스 2005-01-21 15:21]
[오마이뉴스 조호진 기자]
▲ 전북 J교회 '2005년도 일반회계 세입세출예산서'
ⓒ2005 오마이뉴스 조호진
오마이뉴스는 최근 한 지방 소도시 교회의 올해 세입세출 예산서를 입수했습니다. 여기에 나타난 담임 목사의 지출내역을 공개합니다.
▲생활비 = 5400만원▲자녀학비보조 = 4920만원(특별 3000만원 / 원목 1920만원) ▲목회비 = 600만원 ▲교역자 연구비 = 600만원 ▲교역자 도서비 = 480만원 ▲여비 = 360만원 ▲교역자 수양비 = 60만원
담임목사의 연봉은 모두 합쳐 1억2420만원입니다.
비단 이것 뿐만이 아닙니다. 이 교회 관계자는 "접대비 1000만원, 축·조위비 700만원, 도서 및 정보통신비 500만원을 비롯해 교회가 제공한 차량인 그랜저XG와 기름값, 30평 아파트와 각종 공과금 등을 모두 합치면 담임목사에게 쓰이는 비용은 2억원 가량 된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이 교회 교육목사는 1320만원, 교육전도사는 840만원, 운전사는 1780만원, 청소원 1천만원 정도의 연봉을 받습니다. 어림잡아 담임목사와 20배 가량 차이가 납니다.
굳이 이같은 비교를 하지 않더라도 1200명 정도의 교인이 출석하는 이 교회의 올해 총예산 10억원5천만원 중 20%를 담임목사가 가져간다면 너무하는 게 아니냐는 비난을 받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전북 J교회의 담임목사 김아무개(55)씨는 고액연봉 논란과 관련해 "교회가 부임할 때 결정한 것이다", "교회가 일괄적으로 주기 때문에 (고액연봉인지) 잘 모른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주장을 어떻게 해석해야 합니까.
교회 예산 20% 담임목사가 차지... 청소원 연봉은 1천만원대 20배 차이
▲ 전북 J교회 홍보책자 표지 사진.
ⓒ2005 제보자
이 교회의 예산은 출석 교인들이 내는 십일조, 주일헌금, 추수헌금 등으로 충당된다고 합니다. 이 교회의 교인 대부분은 농업 관계자, 공무원, 소규모 자영업자 등 서민이며 노년층도 상당수라고 합니다. 교인들이 생활비를 줄이고 용돈을 아껴가며 헌금으로 내놓는 실정을 감안하면 담임목사의 생활비는 적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이 교회는 버스 운전사 4명 중 2명을 내보내는 등 긴축재정으로 들어섰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난해 1억2천만원이었던 담임목사의 연봉은 올해 1억2800만원으로 800만원이 인상됐다고 합니다. 목사들은 봉급생활자들과 달리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억대 연봉이 고스란히 수입으로 잡힌답니다.
김 담임목사는 또 미국 유학 중인 자녀가 졸업했는데도 불구하고 수 천 만원의 학비를 교회로부터 계속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교회의 한 관계자는 20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교회가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던 김 목사의 아들과 딸의 학비 4920만원을 지원하면서 두 자녀가 졸업하면 학비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며 "아들은 2002년 졸업한 뒤 취업했고 딸은 2004년 졸업한 것으로 아는데 김 목사는 학비지원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김 목사는 이날 "특별예산 3천만원은 자녀가 졸업하든 졸업하지 않든 교육비로 지원하기로 한 것"이라면서 "항목만 그렇게('교역자자녀학비보조') 돼 있을 뿐 실제로는 내 교육비(원목 1920만원)이기 때문에 교회가 계속 지원하는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일부 교인들은 김 목사가 교회에 부임하면서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기로 약속했는 데 이를 어기고 시민권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 교회 관계자는 "김 목사가 5년 전 부임할 때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로 한 약속을 어긴 채 미국 시민권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김 목사는 한국에서 목회를 하고 있지만 미국 국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김 목사는 "공식적으로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며 "서약이나 각서를 썼다면 도의적으로 책임지겠다"고 반박했고, 이 교회 관계자는 "김 목사가 '부임하면 시민권을 포기하겠다'고 면접할 때 발언했다"며 "그러나 문서로 작성하지는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자녀 학비 지원 중단해야" - "계속 줘야"... 미 시민권 포기 논란도
결국 지난해 10월 26일 이 교회 장로 13명은 김 목사가 ▲ 미국 시민권 포기 약속 위반 ▲ 부서 임원에 독단으로 측근 임명 ▲ 교회 재정 마음대로 사용 ▲ 당회를 독단으로 운영 ▲ 부목사 청빙시 장로 도장 임의 사용 ▲ 치리권(징계권) 남용 등의 이유로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지역노회에 고소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김 목사는 "부서 임원을 측근으로 임명했다고 하는 것은 그들의 주장일 뿐이다", "치리권(징계권)을 남용했다고 하는데 그런 적이 없으며 면직된 장로를 복귀시켰다", "장로들이 교회에 도장을 맡긴 것 자체가 위임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담임목사의 억대 연봉과 도덕성 시비로 한 교회가 들썩이고 있는 것입니다. 당신은 어느 쪽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목사 연봉, 어느 정도가 적정할까
'높은뜻숭의교회' 김동호 목사, 35단계 호봉제 도입 ... 목사간 빈부격차 심각
▲김동호 목사
ⓒ높은뚯숭의교회
사례비 혹은 생활비로 불리는 목사들의 연봉은 교회 규모에 따라 차이가 매우 크다.
대형교회 담임목사는 최고급 승용차에 일반인이 상상하기 힘든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교인이 손가락 꼽을 정도의 개척교회나 농촌교회의 목사나 전도사는 연봉이라고 부르기 곤란할 정도의 비용을 받으며 생활고에 시달리기도 한다.
목사의 연봉은 어느 정도가 적절할까?
지난 2003년 서울 '높은뜻숭의교회' 담임목사인 김동호(베스트 셀러 '깨끗한 부자'의 저자) 목사의 연봉을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졌다. 이 교회 신도가 교회 인터넷을 통해 "목사들의 급여를 절반으로 줄일 아량과 용기가 없는지 묻고 싶다"고 제기하면서 목사연봉이 공론화 됐다.
김 목사와 교인들은 목사 연봉에 대한 토론을 전개했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김 목사가 자신의 연봉을 합리적으로 도출해달라고 제안하면서 세법(稅法) 전문가 등 9명으로 '목회자 사례(謝禮) 연구회'가 구성됐다.
3개월간 목사 연봉을 연구한 '목회자 사례연구회(이하 연구회)'는 사례비(연봉)의 정의를 "바르고 건전한 목회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회가 목회자에게 지급하는 생활비"로 정의했다. 또한 "목회자도 가정을 이루고 있는 생활인이므로 부족하지 않게 정하되 교회 안팎의 공동체와 조화로운 수준이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구회는 목회자의 연봉을 이 교회가 예배장소로 사용 중인 숭의대학 교수 연봉을 기준으로 삼았다. 다만 사택이 제공되는 점을 감안해 이 대학 교수 연봉의 85% 수준으로 정하고 35단계의 호봉제를 도입했다.
1호봉(31세·목회경력 1년)의 연봉은 2520만원으로 정하고 매년 1호봉(10만원)씩 늘도록 했다. 특히 목회자도 교인과 봉급생활자처럼 근로소득세를 납부하도록 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에 따라 김 목사의 연봉은 5700만원(23호봉)으로 결정됐다. 이는 애초 연봉 7372만원에서 1672만원(23%) 삭감된 액수이다.
이러한 목사 연봉 논란을 계기로 CBS 시사프로그램 'CBS저널'이 교인 289명과 목사 217명 등 506명을 대상으로 전화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목사들에게 '연봉을 얼마 받느냐'고 물은 결과 1천만원 이하 41명(19%), 1천만원 이상 80명(37%), 2천만원대 53명(24%), 3천만원대 27명(12%), 4천만원대 7명(3%), 5천만원대 2명(1%)으로 조사됐다.
목사들은 또한 '목사 연봉의 빈부격차'에 대해 '다소 심각하다' 100명(46%), '아주 심각하다' 93명(43%) 등 90% 가량이 심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교인 90% 가량도 심각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관계자는 19일 "하나님 대신 목사를 섬기는 교회들이 많다. 대형교회의 경우 담임목사에게 과도하게 재정을 지출하면서도 연봉 내용이 은폐되고 있다"며 "교회재정을 투명하게 하면서 목사의 연봉을 총액 연봉제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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