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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3939
티아라 소동, 학교만큼 무능한 기획사
올림픽은 이슈의 블랙홀이다. 정치부터 연예까지, 모든 사안이 올림픽과 관련되지 않으면 묻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블랙홀에 빨려들지 않고 굳건히 관심을 흡수한 블랙홀이 또 하나 있었다. 티아라다. 인터넷에서 ‘티아라 화영 트위터 사건’이라 불리고 있는 이 사안의 전말은 대략 이렇다. 지난 7월25일 트위터에 지연, 은정 등 티아라 멤버들이 돌아가며 화영을 비난하는 듯한 트윗을 올렸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처럼 의지가 사람을 만들 수 있는 건데 안타깝다. 자신의 옆 사람들을 돌볼 줄 알아야지”로 시작된 트윗을 서로 리트윗하며 살을 덧붙인 것이다. 이에 화영은 “때로는 의지만으로 무리일 때가 있다. 이럴 때면 속상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좋은 의미가 담긴 하늘의 뜻이라 믿는다”라며 독백조로 반응했다. 당연히 그들을 팔로하는 팬들이 이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
자연스럽게 티아라 멤버 중 가장 늦게 합류한 화영을 다른 멤버들이 왕따시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인터넷은 삽시간에 끓어올랐다. 누리꾼들은 티아라의 각종 영상과 언행을 뒤져 화영 왕따설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찾아냈다. 관계자, 혹은 관계자를 자처하는 이들이 티아라의 평소 행실을 폭로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불길에 기름을 끼얹은 건, 소속사인 코어콘텐츠미디어였다. 이 회사의 대표인 김광수는 논란이 커질 대로 커지자 긴급히 보도자료를 냈다. “현재 불거지고 있는 티아라 그룹 내의 왕따설이나 불화설은 사실과 무관하다”라는 게 요지였지만 결론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화영을 탈퇴 처리한 것이다. 이유도 이상했다. “티아라를 보좌하는 19명 스태프의 볼멘소리에 의견 수렴하여 멤버 화영을 자유계약 가수 신분으로 조건 없이 계약 해지한다.” 문제가 불거진 건 멤버들에 의해서였는데, 탈퇴 사유는 스태프 때문이다? 누가 봐도 차라리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게 나을 내용이었다. 티아라 팬클럽은 삽시간에 티아라 안티 클럽이 되거나 화영 팬클럽으로 전환했다. 광고 계약을 맺고 있는 업체들은 더 이상 계약 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견해를 밝혔고, 그들의 사진이 걸린 홍보물을 철수했다. 3년간 조금씩 자신의 자리를 쌓아온 티아라는 그렇게 약 3일 만에 나락으로 주저앉았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아이돌 그룹의 내분이나 갈등은 종종 있었던 일이다. 그러나 이번 티아라 사건은 이전의 일들과는 그 근본을 달리한다. 우선 갈등의 주체와 그것이 알려지고 확산되는 방식이다. H.O.T 노예계약 파문부터 동방신기 분열, 카라 분열 사건까지 아이돌 그룹의 갈등은 ‘갑’과 ‘을’의 문제였다. 즉, 지나치게 긴 계약기간이나 수익 분배 등 비즈니스 문제를 둘러싼 소속사와 개인 간 분쟁이었다.
판타지 시스템의 어두운 이면
비즈니스의 세계에는 명확한 선악이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밥그릇 싸움일 때가 많다. 대놓고 ‘갑’, 즉 소속사를 편들지는 않더라도 이런 관점에서 방관하거나 냉소적으로 보는 시선이 존재했던 것도 사실이다. 또한 문제가 불거지는 계기도 기자회견이나 보도자료 등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시작되곤 했다.
하지만 화영 왕따 사태의 주체는 그런 갑과 을이 아니다. 멤버들 사이에서 벌어졌던 일이고, 멤버들이 스스로 트위터라고 하는 사적인 공간을 통해 이를 세상에 알렸다. 이를 발견한 건 누리꾼이었고, 관련 자료를 찾아 ‘스토리’를 만들어낸 것도 누리꾼들이었다. 언론은 급속도로 만들어진 스토리를 따라갔을 뿐이다. 회사 역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사태에 뒤나 닦고 말았다. 언론도, 소속사도 결국 이 사적인 공간에서 일어난 사건을 공적인 영역으로 담아내는 데 실패한 것이다. 그간의 아이돌 관련 사태들과 티아라 사태가 다른 점이다.
그리고 또 하나, 엄밀히 말해서, 아이돌의 세계에 사적인 영역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대중문화의 시대는 20세기, 즉 기술 복제의 보편화와 함께 시작됐다. 음악은 공연장에 찾아가서 직접 보고 듣는 예술에서 리코딩된 음원을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예술이 됐다. 이 과정에서 대중적 스타가 등장했다. 스타는 대중과 직접 만나지 않는다. 음반·잡지·방송 같은 미디어를 통해 가공되고 복제된 모습으로 만날 뿐이다. 이 과정에서 스타는 곧 판타지와 유의어가 된다. 개인이라는 실체와 상관없이 대중이 원하는, 매니지먼트사가 가공하는, 미디어가 확산시키는 허상의 판타지가 되어 세상에 흩뿌려지는 것이다.
이런 판타지 시스템의 정점이 아이돌이다. 대중음악은 예술이자 산업이다. 아이돌은 철저히 산업지향적인 형태다. 시장을 정하고 그에 맞는 멤버들을 뽑아 캐릭터를 부여하고 훈련시킨다. 개인의 재능과 특성이 반영될 수는 있어도 이를 결정하는 것은 철저히 자본, 즉 소속사다. 음악은 물론이고 인터뷰조차 사전 트레이닝을 거쳐 개인의 자의식 대신 그들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한 방향으로 진행된다. 아이돌 시스템이 발전할수록 그들을 둘러싼 판타지는 더욱 정밀하게 가공된다. 지금 한국 아이돌 시장에서 그들의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데 핵심적인 구실을 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대중에게 그들의 사생활을 하나의 상품으로 가공하는 공장과 다름없다. 하지만 대중 역시 그게 전부가 아님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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