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99명 'X-파일' 파문 확산
국내 유수의 C광고기획사에서 톱스타 및 신인모델에 대해 자기관리와 소문까지 체계적으로 수집해 CF모델 계약에 참고해온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이같은 자료작성에 현직 통신사기자와 스포츠지, 유명 TV연예프로그램 리포터 등이 협조한 것으로 되어있어 언론계에도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각종 당나귀를 비롯한 P2P서비스를 통해 급속도로 네티즌들 사이에 퍼지고 있는 이 보고서는 '광고 모델 DB 구축을 위한 사외전문가 Depth Interview 결과보고서'로 스타급을 비롯한 99명의 연기자에 대한 모델별 세부 평가를 담고 있는 113페이지(표지포함)짜리 파워포인트 자료로 조사기관은 R리서치이며 발행은 C광고기획사로 되어 있다.
이름과 사진을 비롯해 현재위치와 비전 그리고 매력/재능, 자기관리, 소문 등 총 7개 항목으로 분류, 현재위치와 비전, 매력/재능과 자기관리 항목에 대해선 별점 형태로 점수를 매겼다.
5공'정치인 사찰카드' 연상 연예인에 관한 비인간적인 소문 집적
이 자료 이전에도 다른 광고기획사나 모델 에이전시들도 연예인 및 모델들에 대한 프로필과 연락처 정도가 담긴 신상카드를 작성해왔으나 이 자료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자기관리'와 '소문' 부분이다.
매우 사적인 내용이 담겨 있으며 확인되지 않은 소문과 풍문 등을 담고 있어 마치 80년대 큰 문제가 됐던 '정치인 사찰카드'를 연상케 할 정도다.
C광고기획사에서 발행한 이 자료의 2페이지에는 조사목적과 조사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조사목적에 대해 "광고모델에 관한 자료 수집을 통해 모델로서의 가치를 파악하고, 모델계약 이후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미연에 관리하여 광고주의 Risk를 최소화하려는 목적으로 기획되었음"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자료 수집 방법은 In-Depth Interview(심층 인터뷰)이며 총 10명이며 C광고기획사의 브랜드마케팅연구소에서 리쿠르팅한 응답대상자 10명에 대해 실명과 소속은 물론 인터뷰 일시까지 담고 있다. 응답자 중에는 방송사 리포터 2명, 통신사 기자 1명, 연예언론사 기자 7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료 신뢰도 높이기 위해 연예 관계자 실명까지 동원
이 보고서에 언급된 응답자 중 한 명은 노컷뉴스 취재진에게 "인터뷰를 한 것은 사실. 그리나 자료에서 밝히고 있는 심층인터뷰는 아니었다"면서 "먼저 C광고기획사에서 연락을 했고 만난 사람은 리서치 회사의 팀장급이었으며 그쪽에서 '이러한 소문이 있느냐?'는 질문을 하는 자리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리서치회사는 이미 내가 알고 있지 못한 온갖 소문까지 모아놓은 상태였으며 소문의 진실성을 확인하는 인터뷰는 결코 해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우리들의 이름이 자료에 밝혀질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자료 유출 후 C광고기획사에 항의와 함께 자료가 더 이상 유출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전혀 받아들여지 않았다"고 말했다.
"내가 하지 않은 말에 대해서도 마치 내가 자료 작성에 참가한 것처럼 표현한만큼 법적인 소송도 불사할 생각이다"라며 분개했다.
이에 자료에 대해 연예관계자들도 분개하고 있는 상황. "아무리 상업적인 목적으로 CF모델 계약을 맺지만 사실이 아닌 소문까지 수집해놓고 CF계약에 참고하는 비인간적인 행태에 비애감을 느낀다"면서 "마음같아서는 명예훼손으로 C광고기획사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하고 싶으나 CF계약을 진행하며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라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연예기획사 및 매니저 상대로도 연예인에 관한 소문 무차별 수집
이 자료에 비교적 긍정적인 점수(?)를 받은 남자 연기자의 매니저는 "그런 자료를 만들고 있다는 것은 지난 해부터 알고 있었다"고 전제한 뒤 "그쪽에서 모델DB에 넣어주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미팅을 가졌으나 경쟁 매니지먼트사와 소속 연예인의 경쟁 관계에 있는 연예인에 관한 소문을 이야기해달라고 부탁을 해 '상도덕이 있는데 그럴 수는 없다'고 거부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에 소속 연예인에 관한 불쾌한 내용이 담겨 있는 한 매니저는 "광고기획사에서 작성한 것이라고 해서 어렵게 입수해 보았더니 우리 소속 연예인에 관한 내용은 물론 다른 내용들까지 증권가에 나돌고 있는 찌라시(정보지)의 '연예정보' 1년치를 한꺼번에 모은 수준"이라며 이 보고서에 담긴 내용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증권가 정보지 수준 확인되지 않은 소문 집대성한 '소문집'에 불과"
이 보고서에 담긴 내용에 대해 연예 관계자와 연예기자들은 "소문의 진실성을 담은 보고서라기보다는 시중의 소문을 체계적으로 분류한 '소문집'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8일 밤 이 보고서를 만든 R리서치의 관계자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책임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했으며 C광고기획사 관계자는 노컷뉴스의 제휴사인 국민일보 쿠키뉴스와 가진 전화인터뷰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체계적인 데이터를 토대로 광고모델의 이미지 평가 작업을 하던 중 회사 의도와 무관하게 로데이터가 유출된 것"이라며 "이번 보고서는 사실 유무를 가릴 수 없는 중간 결과물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료의 신뢰도를 떠나 아무리 공인인 연예인이라하나 사생활 보호를 받을 권리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확인되지 않은 시중의 풍문을 CF계약 진행에 참고하기 위해 보고서를 제작한 점, 자료의 신뢰도를 내보이기 위해 연예 관계자들을 동원하고 이들에 대한 실명을 공개한 점, 특히 '회사의 의도와는 무관'하더라도 해당 연예인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는 근거없는 소문이 담긴 보고서를 유출시켰다는 점에서 사후 책임과 비난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김대오 기자 MrVertigo @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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