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프랑스인인데
저희는 둘다 사회에 부정적이고 삐딱하고 비관적인 성격이라ㅋ 서로 자기 나라가 더 엉망이라고 까대는 통에 뉴스 보거나 하면 아주 가관입니다.
상대국에 대한 환상 깨주기가 취미예요.
프랑스에 대한 남편(공산당에 투표하는 사람임)의 불만을 들어보면 주로 느린 일처리, 극우 정당의 난민이나 무슬림 반대 정책, 부패한 정치인이 정계 은퇴 선언했다가도 다시 나오고, 그걸 또 뽑아주는 한심한 사람들에 대한것들인데.. 저는 맞장구를 쳐 주면서도 '그 정도야 뭐. 역시 기준부터가 다르군...' 싶더라고요.
어쨌거나 남편은 한국과 한국사람들은 굉장히 좋아하는데,
일단 사람들이 엄청 똑똑하다는 이미지랑 모던&첨단이라는 나라 이미지, 한국 올때마다 사람들의 친절함에 감동하고요.
새로 짓는 아파트 올라가는 속도에 감탄하고, 오늘 주문하면 내일 오는 택배에도 깜놀, 등등.
저는 남편이 이런것에 감탄할 때마다,
삼풍백화점이랑 성수대교 붕괴 사진 보여주고, 니가 백인이라서 친절한거야 하고, 택배 그렇게 배달하면 개당 몇백원 남는다 등등 바로바로 깨주죠ㅎ
제가 이렇게 우리나라의 실상을 알려주면서 까대면,
지하 주차장에 전등 나간지 2주가 넘었는데 아직도 그대로다, 시청에 서류 떼러 갔는데 대기가 세시간이다, 사르코지가 경선 탈락하고 정계 은퇴 선언했는데 분명 다시 나올거라 화난다, 저놈의 도로는 3년째 보수하고 있다 등등 불평해요.
암튼 이렇게 자국 까내리기 배틀을 해왔는데
이번 일로 제가 순식간에 KO승 해버렸어요.
그간, 아무리 우리나라가 헬이어도 프랑스에도 극우들이 득세하는걸로 놀려대기도 했었는데 샤먼 포춘텔러 등장 순간 입닫았어요.
우리나라 험담을 하면서도 최저 선이 있었나봐요. 이지경까지 보이고 싶진 않았나봐요. 기분이 안 좋아요. 전국민 만성 우울증 걸리겠어요 정말.
세월호때 저렇게 오랫동안 배가 떠 있는데도 왜 그렇게 큰 희생이 있었는지 설명을 해줄 수가 없어 엄청 힘들었는데. 하...
남편은 비아그라 뉴스 자체엔 별 반응 없고요.. 뭐 대통령이 지 할 일 잘하면서 개인 성생활 위해 비아그라 먹은거라면요.
그보단... 애초에 어떻게 저런 사람이 대통령으로 선출될 수 있었는지가 한국사람들의 똑똑한 이미지와 매치가 안 돼 가장 의아해 하고요.. 게이트 터지자마자 바로 "이 정도 일이면 그냥 탄핵하면 되는 거잖아"하면서.. 바로 탄핵에 들어가지 않고 여러가지 따지며 신중(?)한 걸 이해 못하더라고요.
용기 내 글 쓴 김에 에피소드 몇가지^^
나 : 냉장고 고장나서 서비스 아저씨 와서 고치고 있어.
그 : 뭐라고?!! 냉장고가 오늘 고장났는데 오늘 고치고 있다고?!!!!
촛불집회 유투브 중계로 보면서
그 : (폭소) 시위라며!!!!! 콘서트잖아!!!!!!! That's my Koreans!!!!!!
우와~~~ 나도 저 안에 있는 것 같아!!
박근혜 일당이 땅속까지 자빠뜨린 국격, 백만 촛불집회로 그나마 살려내고 있다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