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한국야구위원회)가 2013년 신입사원 면접 점수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신입사원 선발 과정에서 '윗선의 지시'로 여성 지원자만 고의로 탈락시킨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마포 을) 의원은 8월 21일 제353회 국회(임시회) 제1차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보고 및 결산에서 "KBO 신입 직원 입사 과정에서 조직적인 면접 점수 조작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로 인해 특정 성별, 특정 지원자가 면접에서 떨어졌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공개했다.
손 의원은 “KBO는 소속 직원 명단과 입사 경로와 고용형태 등에 대한 자료 요청을 ‘개인 정보’라는 이유로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며 “KBO 직원 입사 과정이 얼마나 불투명한지를 증명하는 여러 자료와 정(政)‧관(官)‧언(言) 인사들의 자제들이 오랫동안 '낙하산'으로 KBO에 입사했다는 제보가 (의원실로) 쇄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3년 ‘480대 1’의 높은 경쟁율로 큰 화제가 된 KBO 신입사원 공채. 하지만, 그 이면은 밤보다 어두웠다.
의혹이 제기된 때는 2013년 10월이다. KBO는 당시 신입사원 공개 채용을 진행했다. 2012년까지 KBO는 대부분 '어떤 루트를 통해 입사했는지 확인할 수 없는' 특채 사원만을 뽑았다. 손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KBO는 1982년 출범 이후 36년 동안 극소수의 공채밖에 진행하지 않았다.
기획, 마케팅 부서에 각각 1명씩 총 2명을 선발하기로 한 2013년 10월 KBO 공채는 그래서 높은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다. 아주 오랜만에 진행된 KBO 신입사원 공채 선발엔 '구름 지원자'가 몰렸다.
KBO 전직 직원은 “당시 기획과 마케팅을 합쳐 960명 정도 입사 지원서를 냈다. 경쟁률이 무려 480대 1에 달했다. KBO 신입사원 연봉이 3천 500만 원이고,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정년이 보장된다는 점이 주목받으면서 많은 지원자가 몰렸다”며 "‘고스펙’을 자랑하는 지원자가 상당수라, 누굴 뽑아야할지 고민될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KBO 공채는 시작부터 '공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떨어질 지원자’가 이미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KBO 수뇌부, “여성 제외해라” 지시에 면접 점수 조작
“2013년 10월인가로 기억한다. 그때 KBO에서 신입사원을 공개 채용했다. 그 이전까진 대부분 낙하산이었다.”
KBO 공익 제보자는 "2013년 이전엔 대부분 특채로 신입 및 경력사원이 충원됐다"며 "이 과정에서힘 있는 사람들의 자제가 대거 '낙하산 투하'됐다"고 털어놨다. 특히 2013년 공채에선 아예 ‘면접 점수 조작까지 이뤄졌다’고 증언했다.
“서류 심사에서 통과한 여성 지원자 000 씨는 면접 점수로만 보면 당연히 1차 팀장급 면접을 거쳐 2차 부장-임원급 면접까지 가야 할 사람이었다. 실제로 1차 팀장급 면접 때 좋은 점수를 받았다. 그런데 1차 면접 다음날 위에서 ‘000를 떨어트려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여자는 골치 아프다. 야근도 잘 못 하고, 술도 못 마신다’는 게 이유였다.” 공익 제보자의 증언이다.
당시 팀장급들이 진행한 1차 면접엔 KBO 김 모 전 기획팀장, 최 모 마케팅팀장, 장 모 관리팀장, 박 모 KBO 홍보팀장(현 운영팀장) 등이 면접관으로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2차 면접 다음 날 오전 KBO 수뇌부의 노골적인 지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시는 ‘여자 (지원자)를 떨어트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1차 면접을 마치고 점수까지 모두 매긴 상황. 그럼에도 면접에 참석한 팀장들은 합격이 유력했던 여성 면접자 000 씨의 면접 점수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상부의 지시를 따른 것으로 밝혀졌다.
면접 점수 조작에 가담했던 KBO 한 팀장은 “000 씨의 면접 점수가 좋았을 거다. 나도 좋은 점수를 줬다. 하지만, 1차 면접 다음 날 팀장 전부가 상부 지시를 받고 000 씨의 면접 점수를 고쳤다”며 “결국 000 씨는 1차 면접에서 떨어졌다”고 털어놨다.
더 충격적인 건 2차 면접 때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팀장들이 처음부터 면접 점수 조작을 염두에 둔 듯한 ‘준비’를 했다는 것이다.
KBO 한 팀장은 “처음엔 면접지에 점수를 연필로 표기했다. 언제든 면접 점수를 고치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다음날 면접 점수 수정 때 지우개로 기존 점수를 지우고, 연필로 다시 (점수를) 썼다”며 “2차 면접자가 확정되면 최종적으로 볼펜으로 점수를 적었다”고 밝혔다.
손혜원 의원의 분개 "KBO 면접 점수 조작, 청년들의 꿈을 짓밟는 행위"
이에 대해 당시 1차 면접 때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KBO 박 모 운영팀장은 “각 실무팀장은 당연히 면접에 참여한다. 하지만, 면접 점수를 조작한 적이 없다”며 “이와 관련해 양해영 KBO 사무총장의 지시를 받은 사실도 없다”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KBO 전직 직원은 “당시 면접점수가 조작됐다”고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솔직히 말하면 면접 점수 조작을 그때만 한 게 아니다. 서너 번 됐다”며 “면접 점수 조작으로 떨어진 지원자는 전부 여성이었다”고 폭로했다.
해당 면접에서 면접 점수 조작으로 떨어진 000 씨는 대학에서 스포츠 마케팅을 전공한 재원으로, 면접장에서 뛰어난 어학 능력을 과시해 실무 팀장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다음날 면접관들이 ‘조직적인 면접 점수 조작’을 하면서 탈락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면접 점수 조작 의혹을 제기한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KBO는 야구를 좋아하는 젊은 청년들에겐 꿈의 직장이다. 게다가 KBO리그 여성 팬 비율이 40% 이상”이라며 “면접 점수 조작으로 여성 지원자를 떨어뜨린 KBO의 행태는 여성은 안중에도 없는, 청년들의 꿈을 짓밟은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