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이었습니다.
어린이날이라고 평소 하던 운동을 쉴 수가 없어
저녁에 짬을 내어 집을 나섰습니다.
가볍게 몸만 풀기 위해서 평소 다니던
10km코스가 아니라 다른 길을 택했는데요.
날씨가 쌀쌀했던 건지 바람이 불어서인지
바람막이 점퍼를 목까지 채우고 달렸습니다.
함참을 달리고 있는데 어린이날 행사로 사람이
무리지어 모여 있기에 방향을 돌리는 순간,
뒤로 돌다가 그만 어떤 분과 부딪힐뻔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인사를하며 지나가려던 찰나 눈빛이 마주쳤죠.
20대 중후반 되는 여성분인데 묘한 분위기와
하얀 얼굴이 아름다우신 분이었습니다.
그리고서 한 20분 정도 달리는데 어딘가 이상하게 찝찝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오랜만의 연휴라고 전날 마신 술 때문에 몸이 찌뿌둥한 것이라 여기고 계속 달리더 순간.
갑자기 목이 조여오더군요.
숨 쉬기가 힘들 정도로 답답했습니다.
무리했나 라는 생각에 걷기 시작했지만 목에 압박이 오는 것을 여전하더군요.
천식이 조금 있어서 평상시에도 그런 느낌이 잦은데 어제는 좀 달랐습니다. 불안하더군요.
결국 발길을 돌려 집을 향했습니다.
한참을 걸어가고 있는데도 여전했습니다.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목을 만져보다가 아차 싶었습니다. 바람막이 지퍼가 올라가 있네요.
지퍼를 내리니 확실히 숨 쉬기가 편해졌습니다.
어이가 없어 고개를 돌리며 혼자 피식 웃고는
고개를 앞으로 돌리는 순간,
다시 한 번 그 여자분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또 눈치 마주쳤죠.
지나칠 때까지 서로 눈을 보고 있었습니다.
왜인지 모르게 심장이 두근거리더니 다시 목이 조여오기 시작했습니다. 답답함에 헛기침을 하고 침을 삼켜도 똑같더군요.
섬칫한 마음에 뒤를 돌아 그 여자를 찾아봤지만 이미 눈에서 사라진 뒤였습니다. 갑자기 공기가 서늘해지며 온 몸에 한기가 들었습니다. 날은 이미 어둑해지고 제가 있던 곳에서 집까지 이어진 러닝 코스는 자전거 라이딩하시는 분들이 지나갈 때 말고는 사람이 별로 많지 않은 곳입니다.
그 때부터 정신없이 집을 향해 뛰었습니다. 목이 아플 정도로 조여왔지만 그게 오히려 더 불안하게 만들어 무조건 뛰었습니다. 천식처럼 숨을 못쉬는 건 아니고 목 부분만 조여왔기에 달릴 수는 있었습니다.
겨우 집에 도착해 화장실에 들어가 거울 앞에 서는 순간 저는 쓰러졌습니다. 아니 쓰러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거울 속의 제 모습을 보니 바람막이 안에 입는 쫄쫄이 티셔츠를 거꾸로 입었네요. 자꾸 움직일 수록 뒤로 넘어가서 조여왔던 것입니다.
쓰러져 한참 웃다가 씻고 꿀잠 잤습니다.
저는 이제 운동하러 갑니다.
여러분도 건강을 위해 운동하세요!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