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에게 이 나라 현대사에서 자랑스러운 유물을 하나 꼽으라면 그것은 단연코 헌법이다.
헌법을 꼼꼼히 읽어보고 살펴보면 조문조문 하나하나에서 이 조문들이 민중,시민,서민,취약자의 입장에서 시선에서 고려되어 작성되었음이 느껴지고,
헌법을 꼼꼼히 읽어보고 살펴보면 국가권력이 국민의 기본적인 인권이나 기본적인 자유, 평등권을 침해하지 못하게끔 하면서 정치참여를 유도하게 하려는수많은 고민이 느껴진다.
비록 지금의 나라상태는 이모양이지만 적어도 이 나라의 헌법만은 더이상 바랄것도 크게 손볼것이 없을 만큼 완벽해 보인다.
이런 훌륭한 헌법인데, 공무원은 집회 같은 것에 참석하면 않된다는 내용의 조항이 있다는 말이 이해가 않되서 그 내용에 대해 찾아보았다.
헌법에 공무원의 정치중립성을 언급한 조항은 다음과 같다.
제 7조 2항: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조항을 살펴보면 예상했던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성의 의무를 준수하여야 한다" 라는 형태가 아닌,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은 "보장된다" 가 나온다.
"보장된다"라는 말은 "보호된다"라는 말과 같은 것으로, 이는 정치적 중립성을 공무원의 의무가 아닌 권리로 명시한 것에 가깝다.
혹시나 해서 헌법에서의 정치적 중립성을 언급한 다른 조항을 찾아 보면 마찬가지다.
제 5조 2항: 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
제31조 2항: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여기서도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 하여야 한다" 가 아닌 "준수된다"와 같이 수동형의 권리형태이다.
또다시 혹시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의무형 조항을 권리형 조항으로 헷갈리게 표현한 것은 아닌가 해서 조항을 좀더 찾아보면 그것도 아니다.
제112조 2항 :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에 관여할 수 없다.
제114조 4항 :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은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에 관여할 수 없다.
이 조항에서는 분명히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선관위 위원장은 정치관여를 금한다는 의무를 따로 명확히 표현하여 명시 하고 있다.
즉, 헌법 제 7조 2항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은 보장된다"라는 말은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라는 공무원의 의무조항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은 억압되어서는 안된다"는 공무원의 권리 조항 의미에 가깝다.
그럼 이건 또 무슨 말인가? 공무원은 정치적인 중립을 지키고 싶은데 정치적 중립을 못지키게 하는 외부의 압력 같은 것이라도 있다는 것인가?
이런 해석은 헌법에서 사용되는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용어가 일상에서는 왜곡되어 사용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킨다는 용어를 사회 공적인 사안에 대한 개인적인 의사표현를 포함해서, 언론, 출판, 집회, 결사, 정당 가입, 정치 관여, 정치 참여를 모두 포함하는 광범위한 행동을 금한다는 의미로 사용한다.
그러나 적어도 헌법에서는 정치적 중립성이 이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듯 하다.
헌법에서 사용되는 정치적 중립성의 의미를 설명하기 전에 "정치"라는 단어의 의미부터 이해해야 할듯 하다.
사전적 의미로 정치는 "통치자나 정치가가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거나 통제하고 국가의 정책과 목적을 실현시키는 일"이다.
즉, 정치는 위정자를 통해서 진행되는 공적인 일체의 행동쯤 될 것이다.
그리고 위정자는 1명이 아니다.
여기서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말을 다시 해석해 보면, 이는 1인 또는 소수의 정치적 의사가 아닌, 다수의 공식적인 정치적 의사를 관철함을 뜻한다.
사실 국민전체의 심복인 공무원과 (제7조 1항: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국가의 안보를 수행하는 국군이 하는 행위 자체가 넓은의미에서 모두 위정자를 통해서 진행되는 공적인 일체의 행동, 즉 정치이다.
문제는 공무원, 군인의 그들이 따라야 하는 직접적인 수장은 대통령이나 직속 상관 같은 1인 또는 소수의 위정자 라는 것이다.
제66조 4항: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
제74조 1항: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군을 통수한다.
제78조 "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원을 임면한다.
직속상관에 기본적으로 상명하복하여야 하는데 하는 일이 정치와 관여된 일인지라, 직속상관이 정치적으로 독단 편향된 명령을 내릴 경우 공무원이나 군인은 그런것에서 정치적인 중립을 유지하기에 곤란하고 취약한 상태에 놓이기 쉽다.
그러니까 "공무원, 군인의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준수)된다"라는 말은, 기본적으로 정치적 행위를 해야 하는 그들은 수장의 독단적인 명령(예컨대 박정희의 계엄령)일 경우 이에 상명하복 하지 않고, 정치적 다수의 공식적인 입장을 고려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어야 한다.
공무원에게의 정치적 중립성은 의무가 아니라 반대로 권리인 것이다.
물론 제 7조 1항에 따라 공무원은 국민전체를 위한 행동을 해야하기 때문에, 그들신분에만 특별히 지어지는 제한사항이 있을수 있으며 그 사항에 대해서는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지만( 제33조 공무원인 근로자는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하여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이는 정치적 중립성과는 무관하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정치적 중립성과 가장 가까운 의미의 헌법적 표현은 제 112조 2항, 제 114조 4항의 "정당 가입 및 정치 관여 금지"이다.
사실 이조차도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정치적 중립성이나, 공인이 억압받고 있는 정치적 중립성 의무의 의미에 비한다면 제법 관대하다 할수 있다.
말했듯이 우리에게 정치적 중립성 의무는 사회공적인 사안에 대한 의사표시조차도 금하고 침묵해야만 하는 수준으로 아주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제19조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 에 위배되는 상황이다. 제21조 1항: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에서 처럼 헌법에서의 사회 공적인 사안에 대해 집회에 참여하는 것은 정치관여 행위가 아니라 인간의 기본인권적 행위로 봐야 한다.
정리하면 우리가 흔히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에 대한 내용으로 인용하는 헌법 조항인 제 7조 2항: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는공무원은 사회공적인 사안에 대해 침묵해야 하는 의무를 말하는 조항이 아니라,
자신의 수장, 직속상관이 공식적이고 정당한 다수의 보편적 의사를 무시하고 독단적인 행동이나 지시를 할때, 이에 대한 상명하복을 거부하고 다수의 의사결정에 따라 수행할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조항이다.
다시 정리하면, 제 7조 2항은 공무원은 국정농단 집회 참여를 금하게 하는 공무원의 의무 조항이 아닌, 반대로그런 상관의 금지명령을 거부하고 자신의 양심에 따라 행동할수 있게끔 하는 공무원의 권리조항이다.
의도하였건 착각하였건 기득권 정치 세력들은 이 7조 2항에서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용어를 완전히 왜곡하여 사용하고 있으며, 공무원, 군인, 선생님 같은 직접적인 당사자 및 국민들은 거기에 완전히 휘말려 당하고 있는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