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15층에 사는 이 부부는 엘리베이터 폐쇄회로(CC)TV에 각자 귀가하는 모습은 찍혔지만 밖으로 나가는 장면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부산 수영구의 한 아파트 15층에 살던 남편 전모씨(35)와 아내 최모씨(35)는 지난 5월 28일 이후로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이 부부는 지난 해 11월 말 결혼을 했고 자녀는 없다.
경찰이 아파트 엘리베이터 내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아내 최씨는 5월 27일 오후 11시께 귀가하고, 남편 전씨는 다음 날인 28일 오전 3시 30분께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일을 마치고 마트에서 장을 본 뒤 비닐봉투를 손에 들고 엘리베이터를 탄 것으로 확인됐다.
전씨의 부친은 평소 아들에게 챙겨주던 건강 보조식품을 보내려 전화를 수 차례 걸었는데도 연락이 되지 않자 5월 31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과 119에 신고한 부부의 가족들은 아파트 문을 개방하고 들어갔으나 전씨 부부는 없었다.
이 부부의 휴대전화는 같은 날 다른 장소에서 마지막으로 꺼졌다. 남편 전씨의 휴대전화는 6월 2일 오전 부산 기장군 청량리 인근에서 전원이 꺼졌고, 아내 최씨는 같은 날 오후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서 마지막으로 위치가 파악됐다.
경찰은 휴대전화 신호가 마지막으로 잡힌 부산 기장군 청량리 일대와 서울 강동구 일대를 수색했지만 전씨 부부의 행적을 찾지 못했다.
경찰은 전씨 부부의 가족들이 참여한 상태에서 아파트 엘리베이터 내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분석했으나 부부가 집으로 귀가하는 장면만 남아있고 밖으로 나간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부부가 15층 비상계단을 이용해 지하주차장까지 내려가 아파트 내부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로 빠져나갔을 가능성도 있지만 아파트 입구와 후문 폐쇄회로(CC)TV에도 모습이 찍히지 않았다.
부부가 소유한 차량도 주차장에 그대로 남아있다.
15층에 사는 전씨 부부가 정상적인 이동경로를 놔두고 홀연히 사라진 이유에 대한 의문이 가시지 않자 경찰은 아파트 옥상 물탱크와 정화조, 지하실 등을 수색했으나 아무런 단서도 발견하지 못했다.
또 집안 내부에 과학 수사요원을 동원해 현장 감식을 벌였으나 외부 침입이나 다툼의 흔적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전씨는 실종되기 전 동업자에게 "잠시 자리를 비워야 겠다. 한 달이 될지 두 달이 될지 알 수 없다"는 전화를 건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굳이 정상적인 엘리베이터 이동경로를 놔둔채 15층에 살던 전씨 부부가 사라졌는지 의문이 가시지 않고 있다"며 "범죄와 연루됐을 가능성을 감안해 강력사건에 준해서 형사계와 공조하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전씨 부부의 금융계좌 거래내역을 조회한 결과 채무관계에 얽혔을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보고있다.
경찰은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전씨 부부의 실종사건과 관련된 참고인들의 진술을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