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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79233
    작성자 : 존덴버
    추천 : 18
    조회수 : 4354
    IP : 175.205.***.216
    댓글 : 19개
    등록시간 : 2015/04/26 19:20:25
    http://todayhumor.com/?panic_79233 모바일
    연휴에 겪었던 소름끼치는일
    아직도 그생각을 하면 몸에 털이 곤두서곤 합니다...
     
    때는 12년도 추석이었습니다 당시 친척집까지 경부를 타고 내려가야 했는데
     
    막힐거 같아서 일부러 밤 열시에 출발했습니다
     
    당시 멤버가 운전석 아버지, 조수석에는 엄마가 앉으시고
     
    그리고 저희 형제는 뒷좌석에 앉았습니다.
     
    근데도 경부가 너무 막히는겁니다. 밤 12시쯤 되는데 차들은 거북이걸음이고
     
    해서 아버지가 국도로 빠지자고 제안하셔서 국도로 빠졌습니다.
     
    그런데 한밤에 국도 타보신 분들은 아실지 모르겠지만 진짜 섬뜩할때가 있습니다.
     
    달밤과 가로등불에 어스름히 젖은 건물들이며 밭들은 낮에 보던 것보다 훨씬 더 무섭고
     
    그것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당시 중학생이던 제가 봐도 조금 괴기스러웠던 것입니다.
     
    다행히도 차는 얼마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얼마 보이지 않던 차들은 얼마 가지 않아 한 대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신나셨는지 속도를 더욱 높였습니다 부아앙 하는 배기음이 났고
     
    에어컨에서 나오는 쾌쾌한 냄새도 같이 공기 중에 퍼졌습니다
     
    그때 엄마가 갑자기 아버지를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여보."
     
    엄마의 목소리는 이상하리만큼 호기심에 잠겨 있었습니다. 아버지도 그것을 눈치채셨는지
     
    엄마에게 "왜?" 라고 물으셨고 엄마는 저기 저게 뭐지? 하면서 차창 한쪽을 가리키셨습니다.
     
    똑똑히 볼 수 있었습니다 엄마가 가리킨 곳에는 웬 사람 하나가 희끄무레한 무언가를 멀리서 흔들고 있었습니다.
     
    그게 무언진 몰라도 무서울 정도로 새하얬습니다. 하지만 더 무서운 것은 그 동작이 기계적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는 마치, 공사중임을 알리는 인형이 형광봉을 흔들듯 저 멀리서 새하얀 것을 연신 흔들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저사람 구조 요청 하는 건가?" 라고 혼잣말을 하셨고 
     
    우리 차는 그 사람과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가슴이 떨렸습니다
     
    하얀 것이 움직이는 것을 보니 그 무렵 인터넷에서 본 쿠네쿠네라는 괴생명체가 생각났습니다
     
    아버지는 일단 그 사람에게 가 보자며 차의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엄마는 기겁하며 하지 말라고 했지만
     
    차는 그 사람 앞에서 섰습니다. 그러자 그 사람의 모습이 헤드라이트에 비쳐 드러났습니다.
     
    헝클어진 머리칼에 후줄근한 남방셔츠를 입은 남자였습니다. 나이는 스물 중반쯤 되었을까요?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마치 저희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운전석 차창으로 다가와서는 차창을 톡톡 노크했습니다.
     
    아버지는 차창을 열었습니다. 그는, 우리에게 아까 마구 흔들던 하얀 물체를 내밀며 말했습니다.
     
     
     
     
     
     
    "뻥튀기 이천원이요"
     
     
     
     
     
    온몸의 근육이 이완되는 듯하였습니다. 그가 흔들던 그 하얀 것은 뻥튀기였던 것입니다.
     
    우리는 그에게 뻥튀기를 샀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출발해 뻥튀기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뻥튀기는 꽤나 맛있었습니다. 그렇게 그를 잊어갈 무렵, 엄마가 아버지에게 갑자기 말을 꺼냈습니다.
     
    "아까 그 사람 이상해"
     
    "뭐가?"
     
    "아니, 당신은 새벽 한 시에 뻥튀기 파는 사람 본 적 있어?"
     
    그도 그랬습니다. 새벽 한 시까지 장사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터였습니다. 아버지는 "미처 집에 못 갔나 보지" 라면서 웃어넘기려 했지만
     
    엄마는 더 심각한 얼굴로 말을 꺼냈습니다.
     
    그리고 뻥튀기 파는 사람은 거의 피부가 안 타게 모자를 쓰잖아?
     
    그런데 저 사람은 그런 것도 없었어.
     
    모자도, 토시도, 아무것도 없었다고.
     
     
    생각해 보니 그랬습니다. 다른 뻥튀기 파는 분들이 모자를 쓰고 수건까지 목에 두르고 있는 반면
     
    아까 그 남자는 마치 동네 슈퍼에 라면 사러 가는 것마냥 편한 복장으로 뻥튀기를 팔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제게도 이상한 점이 문득 하나 떠올랐습니다.
     
    뻥튀기를 판다면 보통 많은 양을 가방에 담던지 아니면 다른 어딘가에 담아서 팔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남자는 그냥 손에 든 뻥튀기를 우리에게 팔고(가방 같은 것도 없었습니다)
     
    빈손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저는 얼른 남자가 서 있던 자리를 뒷창으로 바라보았습니다. 하지만 남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날 이후로 우리 가족은 밤에 국도를 타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남자의 무서울 정도로 무표정했던 얼굴은 아직도 생생히 머릿속을 맴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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