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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79061
    작성자 : 쿠카쿠카
    추천 : 68
    조회수 : 1713
    IP : 219.251.***.24
    댓글 : 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5/01/14 20:34:39
    원글작성시간 : 2005/01/14 14:07:05
    http://todayhumor.com/?humorbest_79061 모바일
    한분의 비구스님이 죽어갑니다...
    지금 한분의 비구스님이 죽어가고 계십니다..
    그스님이 생명을 내놓고 단식으로 염원하시는건 종교적 이유도 아니고 깨달음도 아닙니다..
    다만 ....무분별한 인재로 인해서 죽어갈 하나의 산에 사는 많은 생명을 위해서 입니다...

    언제부터 이나라의 환경단체가 정치단체로 둔갑한겁니까? 죽어가는 한사람의 수도자 앞에서 정부가 앞장서서 그리고 국회의원이 ,언론이, 그리고 마지막보루인  시민단체마저도  거짓말과 배신, 음모와 회유로 칼을 들이 댑니다..



    아래엔 오늘 프레시안의 기사를 발췌한겁니다..
    ----------------------------------------------------------------------------------------------------
    의사 "지율스님의 몸은 이미 죽었다"  
      
    1.5ℓ 생수 6개, 부탄가스 3개.
      
      지율스님이 외부와 일절 연락을 끊기로 작정하고 청와대 인근 독방으로 사들고 들어간 물품 목록이다.
      
      14일로 단식 80일째를 맞은 지율스님은 모든 주변 정리를 끝내고, 지난 4년여간의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관통터널 반대 운동을 개인적으로 마무리하는 고독한 수행에 들어갔다.
      
      "몸은 이미 죽은 거나 다름없다는데…"
      
      13일 저녁 청와대 인근 찻집에서 기자를 만난 지율스님은 여전히 얼굴이 밝았다. 이날 자리는 지율스님이 갑작스럽게 전화를 걸어서 마련됐다. 지율스님은 이미 13일 오후에 종로서 출입기자들과 갑작스런 기자 간담회를 가진 뒤였다.
      
      "내 평생 그렇게 기자를 많이 본 건 처음이야. 그러고 보면 사람들이 참 잔인하지. 지금까지 내내 관심 없다가 진짜로 오늘내일하는 것 같으니까 이렇게 몰려오고. 비구니 하나 죽으라는 얘기지 뭐."
      
      지율스님은 자기 뜻과는 무관하게 소란스레 치러진 기자 간담회도 마뜩치 않아 보였다. 하지만 방송과 신문들은 오랜만에 지율스님께 관심을 보였다. 물론 관심의 초점은 단식을 계속할지 여부였다.
      
      "기자들에게 개인적으로 단식을 풀 생각이 전혀 없다고 얘기했어. 내가 여러 번 얘기했지만 이번 단식은 문이 안팎으로 이중으로 잠긴 문과 같아. 내가 단식을 푼다고 해서 풀 수 있는 게 아니야. 내가 말라가는 것보다 천성산이 또 우리 환경과 생명이 말라가고 있는 걸 봐야지. 그것에 대해서 눈을 안 돌리면서 나한테 단식만 중단하라고 하면 이번 상황을 한참 잘못 보고 있는 것이지."
      
      지율스님은 여전히 단식에 관한 한 강고했다. 이제 단식 80일째. 얼마 전 지율스님을 진단한 의사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몸은 망신창이가 된지 오래였다.
      
      "의사가 그러더라고. 사람들이 대개 굶어 죽는 게 아니래. 굶어 죽는 것에 대한 공포가 육신과 정신을 서서히 갉아먹는 거지. 그러면서 '스님은 몸은 이미 죽은 거나 다름없는데 정신 때문에 버티고 있는 것 같다'고 그러더라. 나도 그렇게 생각해. 몸은 힘든데도 정신은 갈수록 맑아지니."
      
      "청와대-정부-시민단체 유착, 너무 분통터져"
      
      지율스님은 얼마 전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수석에게, 또 일하는 과정에서 지율스님을 실망시킨 시민ㆍ사회단체들에 대한 '용서'를 말했었다. 하지만 이날 지율스님은 다시 한번 최근 느꼈던 배신감을 씁쓸히 토로했다.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의 담당 비서관이 여러 차례 나를 찾아왔었어. 나한테 웃으면서 그러더라고. '스님이 정말로 원하는 게 뭡니까.' 그 때는 천성산 얘기도 하고 내 소박한 꿈도 얘기하고 그랬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게 나를 회유하려는 거였어. 그래도 그 때까지만 해도 꼴 보기는 싫지만 정치인이니 저러나보다 싶었지. 불쌍하기도 했고."
      
      지율스님은 말을 계속 이었다. 말을 할수록 목소리는 격앙됐다.
      
      "그런데 최근에 정부가 부산지역 환경단체 두 곳에 '민간합동 특별점검팀'을 꾸리자는 제안을 한 것을 알게 됐어. 한 쪽에서는 나를 회유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천성산 활동과 전혀 관계없는 부산지역 환경단체와 같이 일을 도모하려 한 거지. 그래 혹시 내가 죽기라도 하면 저렇게 일을 엉터리로 만들려고 준비하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이러니 내가 배신감을 안 느낄 수가 있겠어."
      
      실제로 정부는 천성산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이행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부산환경운동연합 등에 '민간합동 특별점검팀'을 제안했다. 이 논의 과정에서 정작 지율스님이나 천성산 관련 활동을 한 단체는 철저히 배제됐다. 지율스님은 부산의 환경단체와 청와대 및 정부와의 '부적절한 관계' 의혹도 제기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이름이 거론된 환경단체 인사는 현재 선거가 진행중인 환경운동연합 차기 사무총장 후보로 출마했다.
      
      "사실 그 환경단체는 노무현 대통령이나 문재인 수석과 너무 관계가 긴밀해서 지난 4년 동안 끊임없이 내 마음을 상하게 한 곳이었어. 가장 순수하게 원칙을 견지해야 할 환경단체가 정부와 물밑에서 작업하는 데만 능하다면 환경운동은 왜 해? 그런 활동의 순수성을 믿고 따라준 시민들은 도대체 뭐가 되는 거야. 이런 꼴 저런 꼴 다 보라고 내가 빨리 못 떠나나 봐."
      
      "생수 6개면 충분하겠지……."
      
      지율스님은 이제 외부와의 연락을 일절 끊기로 했다. 14일로 인터넷, 휴대전화도 중단한다. 휴대전화 충전기도 이미 없애버린 상태다. 지율스님을 보호하고 있는 종로경찰서에도 모든 사람의 접근을 차단해달라고 요청했다.
      
      "모든 것은 내 동생한테 전달해놓았어. 주변에 정치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내 동생이 제일 세상의 때가 안 묻은 것 같더라고. 혹시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동생이 모든 것을 알아서 잘 할 거야. 나랑 같이 해온 많은 분들이 이 싸움도 계속 끌고 갈 테고."
      
      "혼자서 뭐 할 거냐고. 몰라서 그래. 우리같이 수행하는 사람들은 혼자 있는 시간이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어. 요즘에도 하루에 두세 시간씩 명상하는 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몰라. 조용히 수를 놓고 바느질 하면서 보낼 거야."
      
      지율스님은 기자와 함께 생수 6개, 부탄가스 3개를 사들고 기거하는 독방으로 향했다. 독방에는 인터넷이 설치된 컴퓨터, 물을 끓일 수 있는 버너, 스님이 좋아하는 둥글레차가 전부였다.
      
      "생수 6개면 충분하겠지. 하루에 한두 개를 마시니까. 더 필요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문재인 수석, 곽결호 장관 찾아와도 안 만나"
      
      한편 사태가 심각한 양상으로 발전하자, 청와대나 환경부는 문재인 수석이나 곽결호 환경장관이 지율스님을 직접 방문해 단식을 풀 것을 설득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율스님은 단호했다.
      
      "안 만날 거야. 문재인 수석이나 곽결호 장관이 비구니 독방 앞에서 두세 시간 떨면서 기다리면 좋은 구경거리겠네. (웃음) 그 양반들이 나를 찾아온다고 해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지금이라도 당장 약속했던대로 공사 중단하고 몇 개월 동안 지질, 지하수를 포함한 환경영향평가를 양쪽에서 추천하는 전문가들이 함께 실시한다면 모를까. 부실하게 이뤄진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해보자는 요구가 그렇게 들어주기 힘든 건지……."
      
      지율스님은 '조만간 다시 꼭 만나 뵙고 좋은 말씀을 해주라'는 기자에게 '그러마' 하고 미소만 지었다. 지율스님은 농담을 섞어 사주에 '명이 긴 것'으로 나왔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하지만 대화 사이사이에 여러 차례 '마지막'을 암시했다.
      
      "어제, 오늘은 그 동안 고마운 분들한테 다 전화했어. 만나볼 수 있는 사람은 만나기도 했고. 강 기자와 헤어지면 고마운 변호사님과도 통화할 예정이고. 이제 그 사람들을 또 볼 수 있을까? 또 봐야지. 뭐."
      
      "아침, 저녁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습니다"
      
      "지율스님이 서울에 올라온 지난해 11월말부터 스님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녔습니다. 벌써 두 달 가까이 돼가니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지요. 그런데 더 힘든 건 곡기를 끊은 지율스님을 보는 일입니다. 아침, 저녁마다 지율스님이 괜찮은지 확인하는데 그때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습니다. 요즘에는 대답도 안 하셔서 더 그렇습니다."
      
      지난 11월말부터 지율스님을 보호하는 임무를 맡아온 담당 형사의 안타까운 말이다. 지율스님에게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경찰도 지율스님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는 한결같았다.
      
      지율스님이 기거하는 방에서 차를 얻어 마신 기자는 마지막으로 지율스님께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고 방을 나섰다. 지율스님은 역시 미소로만 답했다.
      
      "이제 지율스님 걱정 안 하겠습니다. 지율스님 걱정 하는 것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더 잘하는 게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지율스님이 지금 '최후'를 준비하고 있다. 청와대나 정부가 강건너 불구경 하듯 할 때가 아니다.

    강양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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