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 알바 밤늦게 끝나면 몰래 기다리고 있다가 지나가다 들른 척 하면서

퇴근 같이 해주기

같이 손 잡고 동네 공원 산책하면서 벤치에 붙어 앉아 라디오 같이 듣기

달밤에 한강 공원 가서 같이 운동하기

첫차 뽑아서 노래 크게 틀어놓고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왕복하기

밤늦게까지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마중나온 여친 어깨에 내 얼굴 받치면서 잠깐만 이렇게 있자고 하기

영화 예약 기다리면서 오락실 동전노래방에서 노래 같이 부르기

콘 아이스크림 같이 먹으며 한입 주는 척 하면서 안 주기

여친 자취방 이불 밖에 가지고 나와서 같이 먼지 털기

여친 수업 끝나는 시간 맞춰서 기다리고 있다가 끝날 때 교실 몰래 들어가서 맘에 드는데 전번 좀 달라고 하면서 놀래키기

찜질방 가서 곱돌방에서 땀 빼고 휴게실 나와서 같이 식혜먹기

같이 감상한 영화나 음악 감상평 주고받기

여친 잘 때 지그시 쳐다보다가 이불 덮어주고 밖에 나와 담배 피기

내가 해준 카레덮밥이나 김치 볶음밥 내지는 계란말이 같이 먹으면서 결혼하면 맨날 해준다고 하기

여친 엎고 공원 걷기

뽀뽀 하는 척 하면서 안해주다가 여친한테 키스받기

새벽 공기 맡으면서 첫차 같이 타기

각자 생일에 가라오케 가서 양주랑 과일안주 먹으면서 룸 통유리로 보이는 한강 야경 감상하기

여친 모기물린 곳에 버물리 발라주다가 내 침 발라주면서 내꺼 찜이라고 하기

겨울에 귀 시려울까봐 귀마개 씌워주기

초겨울에 포장마차 들어가서 같이 소주에 오뎅 먹으면서 이야기하기

겨울에 알바 끝난 여친 끝날 때 맞춰서 갓 구운 붕어빵 사왔다고 같이 먹자고 하기

여친 귀지 파주면서 왕건 나왔을 때 먹은 척 하면서 호주머니에 넣고 맛있다고 하기

여친 알바 끝나고 힘들다고 투정하면 다리 주물러 주기

같이 뷔페 가서 나는 샐러드랑 초밥만 먹고 여친은 맘껏 먹으라 하기

여친 운전 연습 시켜주기

여친이랑 학교 근처 데이트 하다가 대학 동기 만나면 형수님이니까 인사하라고 넉살부리기

친척형이 여친 없냐고 물으면 여친은 없고 마누라는 있다고 장난치기

오빠는 나 왜 만나냐고 물으면 너랑 결혼하고 싶으니까 만난다고 말하기...

등등 같이 하고싶은 것들, 보고 싶은 것들 나열하자면

한도 그리고 끝도 없는게 사실이지만

이 모든 것들이 꿈 속에서 내지는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것들임을 모르는 바 아니기에...

키 165.4의 불량품에겐 결코 닿을 수 없고 이루어질 수 없는 허황된 꿈임을 모르는 바 아니기에...

오늘도 긴긴밤 어둑해진 밤하늘에 홀연히 떠 있는 달을 보며 애상에 젖는 것 외엔 할 수 있는게 없음을 알기에

참 애석하고 서글플 따름 아니겠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