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민이 있어 가입하자마자 글 올려요. 공개 커뮤니티에 글 올리는 건 처음이라 조심스럽기도 하네요.
결혼 2년 차, 육아 휴직하고 넉 달 된 딸 키우고 있어요.
제목과 달리 남편과 사이는 좋아요^^;;;
연애 때도 결혼해서도 임신해서도 싸운 적 거의 없을 정도로 달달했구요.
그런데 아기가 태어나니 이게 생각보다 훨~~~~~씬 큰 변화더라구요. 저희 부부도 적응하며 과도기를 지나는 것 같네요.
위에 쓴 대로 연애 때부터 참 사이가 좋았어요. 서로 보자마자 반했던 건지 두 번째 만날 때 결혼 전제로 사귀기로 했고요.
남편을 처음 소개했을 때 저희 부모님이 무척 마음에 들어하셨어요. 연애 때 둘이 찍은 사진 보내드렸는데 인상 너무 좋다면서 엄마가 동네방네 자랑하셨더라구요-_-;;;; 아빠는 처음 인사 드린 날 저녁에 통화하면서 그런 남자 없으니까 꽉 잡으라고;;;;;
양가 분위기가 좀 차이가 있지만 시부모님도 좋으세요. 시누이도 쿨하고ㅎㅎ뭐 강요하시는 것도 없고요.
저희 집이 딸 둘에 제가 특히 말이 많아서 시끌벅적하다면 시댁은 남편과 시누이 남매 둘에 시부모님 넷이 조용히 살았더라구요. 처음 인사 드리고 두 번째에 식사 초대받고 갔는데 제가 말 젤 많이 했어요. 그때 남편이 제가 처음 온 건게 꼭 같이 살던 사람 같다고 고마웠다고 하더라구요. 어머니가 집 한 채 못해 줘서 미안하다고 하셨는데 제가, 이런 멋진 남자랑 결혼하는데 집이 대수인가요 괜찮아요ㅋㅋㅋ 이랬던-_-;;; 예 제가 좀 푼수끼가 있어요.
분위기는 좀 달랐지만 다행히 문제는 없었어요. 예를 들면.. 친정은 교회 다녀서 제사가 없고 예배를 드리고, 시댁은 무교에 제사가 있어요. 저는 초등학교 이후로 교회 발 끊었는데 엄마 다니시는 교회 목사님이 제가 온오프 통틀어 본 목회자 중에 정말 괜찮은 분이어서 가끔 따라간 정도. 근데 목사님 댁 아이들이 나이로 치면 조카뻘인데 친해져서 따로 만나 놀고 그랬네요ㅋㅋ
아무튼 엄마는 독실한 기독교신자인데 제가 제사 지내는 집으로 시집가도 괜찮냐고 하니까, 너 어차피 교회 안 다니는데 어떠냐구 하시더라구요. 제사 지낸 적 없어서 암것도 모를 테니까 미리 공부하라고 하고;; 근데 엄마가 목사님 주례를 바라시는 것 같아서 제가 예배식은 안 된다고 못 박고, 목사님 주례는 남편과 시댁 식구들 의견 듣고 괜찮다고 하면 진행하겠다고 했지요. 그래서 남편 통해 시부모님께 조심스럽게 여쭤봤는데, 주례 볼 사람 없어서 걱정했는데 잘됐다고 한번에 오케이 하셨어요ㅎㅎ 목사님도 상식적이고 재치있는 분이라, 예배식은 곤란하다는 말 수용하시고 그날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게 결혼식을 치렀네요. 양가 식구들 다들 만족해하셨어요. 그리고 결혼하고 1년 안 되어서 임신하고 참 좋았는데!
제가 몸이 엄청 튼튼한데 어쩐 일인지 조산기가 있던 거예요. 병원에 거의 두 달 입원하고 그나마도 36주에 응급수술로 딸이 태어났지요. 지금 생각하면 출퇴근 길이 무리였떤 것 같아요. 산후 검진 받았는데 몸 상태가 완전 좋아서 의사쌤이 놀랄 정도였거든요;;
아무튼 그렇게 입원하고 아기를 급작스럽게 낳고 모유수유하다가 또 이런 저런 일 겪고 단유하고 하면서 정신적으로 많이 지쳤던 것 같아요. 근데 하필이면 남편은 그 시점에 역대 최고로 바빠서 거의 12시에 퇴근하고 그랬지요... 조리원 나오고 저 돌봐주러 온 친정엄마가 신랑 걱정할 정도로요. 저는 저대로 지치고 남편도 남편대로 힘들고 하니 정말 너무너무 힘들었네요. 결국 친정에서 아기 백일 전까지 있다가 돌아왔어요.
그런데 남편이 야근이 계속 이어지니 저도 너무 힘들더라구요. 엄마도 곁에 없고 혼자 아침부터 밤까지 아기 본다는 게 진짜... 그래서 많이 울고 그랬죠. 남편은 회사에 당분간 야근 못한다고 못박고 정시 퇴근하기 시작하니 그나마 좀 살 것 같더라구요. 헌데 또 이사로 한주 동안 좀 고생을 했어요. 그런데 주말에 시어머니께 전화가 왔어요. 마침 남편은 갑자기 일 터져서 주말 근무ㅠㅜㅠㅜㅠㅜ 평소 같으면 예 하고 넘길 일이었는데 그날은 너무 서러워서 갑자기 눈물이 나는 거예요. ㄱ래서 전화 받은 채로 평펑 울었더니 어머니 당황하셨어요. 여태껏 그런 적이 없어서.. 끊고 나서 생각하니 내가 요즘 넘 힘들어서 이러나 싶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전화드려서는, 요즘 이사 때문에 또 남편이 바빠서 좀 무리했더니 그런 것 같다고 죄송하다고 했어요. 어머니도 아기 보느라 힘들 텐데 미안하다고 하시고 잘 풀었어요. 남편도 이 일을 알고요.
친정과 시댁은 모두 거리가 있고 각각 농사와 가게 일로 바쁘셔서 아기 봐줄 형편이 안 되어요. 친정 가까우신 분들이 요즘 젤 부럽네요 으아ㅠㅜㅠ
제가 아기 낳기 전까지 안 그랬는데 요즘 보면 많이 울고 짜증이 늘어서요. 남편은 저 힘든 거 아니까 괜찮다고 하지만 그래도 상처받지 않을까 걱정이 되네요. 그때그때 푼다고 하지만 착한 남자라 내색 않다가 혼자 속병 날까봐서요. 그러니까 나도 울거나 짜증내지 말아야지 하는데, 또 울컥 할 때가 있네요ㅠㅜ 어쩌면 좋을까요ㅜㅜ 이 시간이 지나가긴 할까요. 요즘 저도 힘들지만 남편이 힘들 것 같아서 너무 걱정이 돼요.. 자기 전에 서로 꼭 안아 주고 하는데도요. 참,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아기한테는 짜증을 안 내요;;
남편은 말수가 많이 적고 성격은 신중한 사람이에요. 말 안 하고 일주일 보낸 적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저 만나고 많이 밝아졌다고 시부모님이 좋아하셨을 정도로.. 저와 반대되는 성격이다 보니 제가 놓치는 게 있을까 봐 걱정이 되고 그러네요. 사람은 다 다르니까 일반화하기 힘들다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 글 써 봐요. 이런 성격의 분들이 있다면, 제가 남편에게 어떻게 해주는 게 좋을지 말씀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