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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부모님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데 자꾸만 강제적으로 교회를 나오라고 해서 고민이라는 여성 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저희 부모님은 굉장히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십니다. 그래서 부모님 따라서 교회도 가고, 목사님 말씀도 들었지만, 전혀 믿음이 안 생기고, 알고 싶은 마음도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 부모님께서 너무 독실하시다 보니까 저더러 꼭 교회에 나와야 된다며 강제로 교회를 나오게 하십니다. 그런데 저는 교회 가서 예배를 드리고 있으면 그 시간이 너무 괴롭고, ‘내가 여기서 뭐하는 거지?’ 이런 생각이 정말 많이 들어요. 그래서 어머니께 ‘저는 정말 교회에 가고 싶지 않다, 저도 신앙의 자유가 있는데 존중해 달라’ 라고 부탁드려도 무조건 교회에 와야 된다고 말씀하십니다. 이것 때문에 너무 힘들어요. 부모님을 어떻게 설득해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설득이 불가능합니다.(모두 웃음) 지금 질문하는 내용을 들어보면 부모도 자식을 설득 못하는 상황이잖아요. 질문자의 부모님도 지금 자식을 설득 못하는데, 자식이 무슨 재주로 부모님을 설득하겠어요? 질문자는 지금 부모님한테 설득 안 당했지요? 본인도 어머님한테 설득 안 당하는데 무슨 재주로 어머님을 설득해요? 꿈도 야무지네요. 그건 불가능해요. 설득할 길은 없어요.”
“그러면 마음이 괴롭더라도 계속 교회에 나가야 되나요?”
“아니죠. 질문자가 부모의 노예도 아닌데 왜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해요? 질문자는 자유인이니까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요.”
“그런데 교회에 안 가면 부모님이 강제적으로 연락을 하시고...”
“연락이 와도 괜찮아요. 머리에 총을 대고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손에 수갑을 채우는 것도 아닌데, 그냥 ‘네’ 하고 안 가면 되지 그게 무슨 큰 문제에요?”
“안 가면 경제적인 지원이 끊길수가 있어서요.”
“아, 그렇다면 그것은 부모이기 때문에 가는 게 아니라 스폰서의 말을 들으러 가는 것이지요. 교회 한 번 가주고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그건 이익이 되잖아요. 커피숍에 가서 일하는 것보다 그게 더 수입이 많지 않나요?”
“많습니다.”
“그렇다면 부모님 말씀을 듣는 게 아니고 나를 지원해주는 스폰서의 말을 듣는다고 생각하세요. 질문자는 지금 스무 살이 넘었으니까 자립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으니까 스폰서가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기는 어려우니까 그래도 옛날에 인연 있던 부모 자식 관계인 그 분에게 이야기 하니 스폰서가 되어 주시잖아요? 스폰서의 지원을 받는 대신에 스폰서가 요구하는 걸 조금 들어줘야 해요? 안 들어도 돼요?”
“들어줘야 해요.”
“교회만 갔다 오면 학비도 나오고 생활비도 나오는데 그것보다 더 효율적인 경제활동이 어디 있어요? 그게 뭐 어렵다고 그래요.(모두 웃음)
여기서 하나 더 유념해야 할 것이 있어요. 우리나라 기독교는 대체적으로 교회를 확장시키는 게 중심활동이잖아요. 그래서 교회가 커야 하나님의 은총을 입은 교회이고, 교회가 크지 않으면 은총이 없는 교회라고 하는 식의 자본주의적 문화가 깃들어 있어요. 그래서 교회에서 전도는 아주 중요합니다. 그러다보니 ‘네 가족도 전도 못하고, 네 자식 하나 전도를 못하나’ 이런 분위기가 있는 것입니다. 거기다가 교회를 다니면 권사가 되고 집사가 돼야 되는데, 가족도 전도 못하는 실적으로는 권사나 집사 되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그러니 어머니에게 교회는 삶의 터전이고 명예이며 바탕인 것입니다. 질문자가 믿음이 있든 없든 어머니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아마 말씀은 안 하시지만 ‘아무개 딸은 교회 안 다닌단다’ 이런 소리를 들으면 당신 체면이 손상된다고 느끼면서 힘들어하실 거예요.
그러니 교회 가는 정도는 서비스로 해도 될 것 같은데 어떠세요? 그냥 귀에 음악 꽂고 다른 짓해도 되고. 아니면 법륜 스님 팟캐스트 법문 갖고 가서 듣고 앉아 있으면 되잖아요.” (대중웃음)
“네, 감사합니다.”
“제 말을 잘 알아들었어요? 어머니가 원하시는 대로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누구의 이익을 위해서 한다고요?”
“내 이익이요.”
“그래요. 내 이익을 위해서요. 이걸 교회에서는 안 배웠나 봐요. 그러니까 이왕 교회 간 김에 목사님 말씀을 잘 들어보세요. 성경에서 이미 다 가르친 거예요. 질문자가 교회 다니기 싫어서 목사님 말을 제대로 안 들어서 그런 거예요.(모두 웃음)
성경에 ‘5리를 가자면 10리를 가줘라.’ 이런 말이 있어요. 누가 5리를 가자고 해서 끌려가면 그가 주인이 되고 내가 종이 되잖아요. 그런데 5리를 가자고 할 때 ‘그래, 10리 가 줄게!’ 하면 내가 갑이 되고 그 사람이 을이 된다 이 말이에요.
그러니까 엄마가 교회 가라 해서 교회를 가게 되면 내가 을이 되어 속박을 받는 것이 되지만, ‘엄마로부터 이만큼 지원을 받고 있으니 일주일에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가야지’ 이렇게 마음을 내면 질문자가 갑이 된다 이 말이에요. 경제적으로도 아르바이트 하는 것보다 낫지 않아요? 어머니가 한 번 가자고 하면 두 번 가버리세요. 그게 5리를 가자면 10리를 가주는 거예요.
‘겉옷을 달라고 하면 속옷까지 벗어주라’, ‘왼뺨을 때리면 오른뺨을 대줘라’ 이런 구절도 있어요. 그러니 이왕 갈 바에는 눈치보지 말라는 것입니다. 교회에서도 제대로 배우면 질문자가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믿음이 있느냐 없느냐, 목사님이 말씀을 잘하느냐 못하느냐, 이런 것은 따지지 마세요. 믿음이 생기면 믿으면 되고, 목사님 말씀을 들을 게 있으면 듣고요. 목사님 말씀이 하나도 귀에 안 들어와도 상관없습니다. 갔는데 믿음이 안 생겨도 아무 상관없어요. 일단 질문자가 지혜로우면 이건 경제적으로도 이익이고, 질문자 스스로 주인으로 살 수 있다는 거예요. 이걸 불교적으로 말하면 ‘수처작주(隨處作主)’라고 해요. 어디서든 자기가 처한 곳에서 주인이 되라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스님이 성경 구절을 인용해서 답변을 해주니 질문자도 마침내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하면서 강연을 마쳤습니다. 앞서 질문에서 믿음을 강요하는 부모님 때문에 고민이라는 청년들의 질문이 있었는데, 스님은 이 질문을 다시 언급하면서 내가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믿음에 해당하는 것은 섣불리 ‘옳다’, ‘그르다’ 라고 결론을 낼 수 없습니다. 믿음, 신앙, 종교, 사상, 이념은 개인의 자유라고 헌법에 딱 나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 그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그는 그렇게 믿고 있구나’ 이렇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내가 그렇게 믿어지면 믿으면 되고, 안 믿어지면 안 믿으면 되지, 그걸 옳으니 그르니 따질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럴 때는 ‘아, 저 사람은 저렇게 믿고 있구나. 저 사람은 저렇게 생각하고 있구나’ 이렇게 그냥 받아들이면 됩니다. 그 사람이 나에게 강요한다고 해서 따라갈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앞에서 얘기했다시피, 어머니가 그렇게 믿으면 ‘어머니는 저렇게 믿으시는구나’ 하고 받아들이고, 내가 안 믿어지면 ‘나는 그래도 안 믿어집니다’ 하고 말씀드리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 이해관계가 걸렸다는 겁니다. 그럴 때는 별개로 생각하지 말고, 어머니 말을 조금 들어주는 게 나에게 이익이라면 들어주면 됩니다. 그런데 아무리 이익이라도 나는 못 들어주겠다 한다면 이익을 포기해야 합니다. 이익을 포기할 생각이 없을 때는 동조를 해주고 이익을 얻으면 됩니다. 그러니 크게 문제가 안돼요. 스폰서가 요구하는 걸 조금 들어 주는 게 좋아요. 자꾸 엄마 아빠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스무 살이 넘으면 엄마 아빠가 아니에요. 알았죠?”
“예.”
“스무 살 이전에는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하기보다는 보호자 의견을 존중해야 됩니다. 법적으로도 그렇게 보장되어 있어요. 그러나 스무 살이 넘으면 첫째, 재정적으로 자립해야 되고, 둘째, 의사결정권이 나에게 주어지게 됩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재정적으로는 의지하려고 하고, 의사결정은 스스로 하려고 합니다. 책임은 안 지고 권리 행사만 하려고 하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부모는 재정적으로 지원해 주면서 계속 간섭하고 싶어 합니다. 20년을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그 습관에서 못 벗어나서 아직도 ‘너는 미성년자이고 나는 보호자이니까’ 하면서 도와주려고 하고 권리를 행사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니 이런 부모님을 이해해야 합니다.
여기에서 자유롭고 싶으면 독립을 해야 합니다. 우선 재정적으로 독립해야 의사결정권을 스스로 가질 수 있습니다. 만약 재정적으로 조금이라도 의존이 되어 있으면 의사결정에 대해서도 조금 유보를 해야 합니다. 이해 득실을 따져보니 ‘커피 집에서 봉사하는 것보다 교회 갔다 오는 게 낫구나’, ‘하루 종일 아르바이트 하는 것보다 교회 한 번 갔다 오는 게 이익이구나’ 라고 생각이 된다면 그냥 교회에 갔다 오면 됩니다.
이렇게 주어진 상황에서 늘 주인으로 살아야 합니다. 젊은이들이 너무 부모님께 의지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부모님께 의지하면서 하고 싶은 건 자기 마음대로 한다든지, 부모님의 돈으로 해외여행을 가는 이런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그래서 여러분들은 먼저 재정적으로 독립함과 동시에 의사 결정의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책임과 권리를 함께 갖는 것입니다. 그런데 권리는 행사하고 책임을 안 지겠다고 하면 안 돼요. 만약 책임을 못 지고 당분간 도움이 필요하면 권리도 잠시 유보해야 합니다. 권리의 유보를 누가 결정한다구요? 여러분이 하는 겁니다. ‘이런 이익이 있으니 이 정도는 내가 그냥 맞출 수밖에 없겠다’ 이렇게 자기 스스로 결정을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니까요. 이렇게 해서 늘 행복하게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출처 | http://www.jungto.org/buddhist/budd8.html?sm=v&b_no=737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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