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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military_78866
    작성자 : ansi5120
    추천 : 12
    조회수 : 458
    IP : 23.252.***.73
    댓글 : 20개
    등록시간 : 2017/08/03 11:15:33
    http://todayhumor.com/?military_78866 모바일
    허위 무고가 왜 문제냐면

    개인이 단기적으로 얻는 이득에 비하여 단체적으로 얻는 피해가 너무 크단 거지요.

    몸도 마음도 넉넉하기 그지없는 시대가 아니라면 사회적 공감은 기본적으로 소모재에 가깝습니다.
    사회적으로 어떤 운동을 하는 데 있어 이것만큼 잘 먹히는 것도 없지만 많이 쓸 수록 점점 효과가 떨어지니까요.
    충격적인 메세지일수록 오히려 효과가 더 떨어지기에 더 자극적인 재료를 찾아가고, 그럴 수록 점점 더 일반적인 공감대와 멀어지다가, 결국 잊혀집니다.

    가령 유니세프 따위에서 벌이는 아프리카 지원 기금 캠페인이 좋은 예시입니다. 영양실조에 배가 튀어나오고, 앙상한 팔다리에 다 죽을 듯한 얼굴로 카메라를 올려다보는 그런 이미지 요즘 많이 안 보이죠?
    너무 많이 써대기에 이젠 심드렁해지거든요. 가난 포르노 Poverty porn라고 이름까지 붙은 현상입니다.[1]

    그런 의미에서 강간은 고대로부터 이어져온 최종병기입니다. 고대로부터 독점적으로 여성에게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고요.
    역사적으로 '침략자에 대한 방어'를 독려할 때 항상 나오는 레토릭이 "저 야만인들에게 우리의 애들과 여자들을 지키자"죠. 항상 통하거든요. 자극적이고, 본능적인 분노를 일으키잖습니까?
    굳이 멀리까지 갈 필요 없이 2015년 유럽의 난민 사태를 보면 극우파들이 저 레토릭을 들고 왔죠. 잘 먹히거든요.

    이렇게 보고 보면 왜 강간범이라 신고하는 게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알 겁니다. 그만큼 본능적인 문제기 때문에 이성이 끼어들 일이 없어요.
    무죄추정의 원칙 이전에 감정부터 일어나거든요. 저 죽일 놈이 감히?
    특히나 SNS 따위로 좁은 사회에선 사회적으로 말살 당하는 건 일도 아닙니다. 특히 구글에 이름으로 검색해보면 향후 몇년간은 (사실이건 아니건) 강간범이라 나온다면 인생 끝인거죠. 어떤 채용자가 미쳤다고 리스크를 껴안겠습니까?
    특히 인터넷 따위로 시끄러워지면 사회적으로 분노를 받는 거죠.

    문제는 뜨겁게 끓어오를수록, 사안의 경중이 클 수록, 아니라고 깨달았을 때 허탈감이 그만큼 더 크단 사실입니다.
    허탈감 이전에 '다음번엔 안 속는다'가 더 심각하고요.

    2007년에 듀크 대학에서 라크로스부 운동부가 학생 하나를 집단으로 강간했다는 이야기가 있었죠. 발칵 뒤집어졌어요. 퇴학도 당하고... 그거 허위로 판명났습니다.
    매트리스 걸이라고 강간당하고 그걸 광고하며 사람 하나 인생 끝장내버린 페미니스트가 있었죠. 그거도 허위로 판명났어요.
    레나 던햄 사건도 있죠.
    캐나다에선 지안 고메시라는 유명한 라디오 호스트가 있는데 2014-2015년 동부 캐나다를 뜨겁게 달궜던 사건이었죠. 그거도 허위로 판명났어요. 오히려, 고발자 셋이 함께 모여 작당했던 이메일이 공개됐던 게 물의를 일으켰던 게 더 컸죠.[2]

    공통점이 뭐냐면 강간당했다고 경찰에 신고를 안 하고 공개적으로 사람 하나를 절딴내는 데 집중한다는 데 있습니다.

    캐나다 뉴스만 말하지만, 저 지안 고메시 일을 기점으로 저런 스케일의 하이 프로필 강간 스캔들은 더 없습니다. 일년에 심심하면 한두번은 터져나오던데 말입니다.
    그냥 아주 조용해요. 2016년부터 남쪽 이웃이 너무 시끄러웠던 거도 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2015년에 스캔들을 접하며 분노했던 입장에서, 이제는 누가 페이스북이나 인터넷 따위로 "강간당했다"고 하면 동정도 관심도 안 갑니다.
    안 속는다가 아니라 그냥 관심이 없어요. 이 건으로 소모할 감정은 이미 다 소모했다. 문제가 있으면 경찰한테 가라.

    강간 스캔들이야 일어나긴 하는데, 프라임 타임에 나올 정도로 스캔들이 키워지지가 않아요, 정말 놀랍게도.
    관심이 없어진건지, 아니면 강간 스토리는 워낙에 흔해서 자극이 없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개인적으로(스스로 또는 관찰한 걸) 보면 둘 다인거로 보입니다.


    처음 말했죠. 개인이 단기적으로 얻는 이득에 비하여 단체적으로 얻는 피해가 너무 크다고요. 꽤 클래식한 공유지의 비극입니다.
    애초에 이런 생판 남의 이야기에 사람들이 화를 내는 이유는 믿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큰 일로 설마 거짓말을 하겠느냐. 모두 모여서 이 불쌍한 사람을 도우자.
    그 믿음이 없고 이젠 낼 분노도 다 소모됐으면, 가장 큰 희생자는 진짜 강간 희생자들입니다.

    말은 이렇게 해도, 강간당했다고 하는 말이 거짓말로 들리진 않을 겁니다. 본능적이거든요. 근데 그 정도 일은 이제 자극이 없어요.
    스크롤 한번, 손가락 한번 튕기면 없어질 이야기니까요. 남의 일이니까요. 그 남의 일에 굳이 공감을 해야 할 이유가 점점 사라집니다.

    심각한 일로 거짓말을 하다 결국 물려죽은 양치기 소년의 우화를 들어야 정신을 차릴까요?

    무고죄를 폐지하건 안 하건, 그건 법입니다. 미운 사람에게 내리치는 칼이죠.
    하지만 심적으로 피폐한 피해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건 결국 다른 사람들입니다. 사회적으로 믿어주는 신뢰가 있으니까요.

    법 이전에 무고하게 타인을 고발한 사람에겐 사회적으로 비슷하게 피해를 줘야 합니다. 본인의 평판 이전에 사회적으로 책임을 지어야 해요.
    겨우 개인의 장난? 악감정? 따위로 망치기엔 너무 아깝지 않습니까?
    다시 말하지만 이런 무고 고발이 자주 여론거리가 될 수록 제일 큰 피해는 진짜 해를 당한 피해자가 받습니다.
    여자 남자 할 거리가 없는 일이지만 강간은 통념상 여자가 대부분 당하는 일이기 때문에(최소한 사회적 이미지가 그렇죠), 허위 강간이 자주 거론될수록 피해는 여성들이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미필에 이민자가 끼어들 데가 아니란 건 알지만 이 허위 고발 문제는 지난 몇년간 캐나다/미국에서 쭉 보아온 일이라서 한 마디 거듭니다.

    [1]

    이건 가디언 지가 2014년에 괜찮은 아티클을 썼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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