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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원래 루리웹 괴담 게시판에만 올렸다가, 오유도 많은 분이 이용하시는것 같아 올립니다. 미스터리 게시판 보다는 공포게시판이 맞아 여기 올려봅니다.
* 본 글은 Ted the Caver 페이지를 그대로 번역한 것입니다. Creepypasta 위키에서도 화제가 되었던 것이고, 미국에서 꽤나 유명한 도시(?)괴담 입니다. 저작권은 원작자에게 있습니다. 영어 읽는 것이 불편하지 않으시다면 원 사이트에서 직접 보시는게 더 몰입감 있을 것 같습니다.
테드의 홈페이지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2001. 5. 19 업데이트
2001. 3. 23
여러분의 엄청난 요청들을 받아들여 이 웹페이지를 통해 제가 저희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발견한 것들과 겪었던 기이한 일들을 적어보기로 했습니다. 이곳에서 저는 지난 몇 달간 발생한 사건들에 대해 서술할 것입니다. 2000년 12월 익숙한 동굴로 떠났던 여행으로 시작된 것의 끝까지… 사실 아직 끝나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작성한 동굴탐사 일지를 텍스트로 삼아 그간의 경험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제가 겪은 그대로, 시간 순으로 말입니다.
수 차례의 동굴 탐사 도중 제가 찍은 사진들 역시 포함시켰습니다. 동굴 안이 어떻게 생겼는지 독자 분들께서 더 잘 이해하시도록 그림도 그렸습니다. 여기의 모든 사진은 저 또는 저와 동행한 몇 명이 찍은 것입니다.
제가 사건에 대해서 말씀 드리기 전에 당부 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1- 대부분의 사진은 코닥 일회용 사진기로 찍은 것입니다. 한두번 정도는 더 좋은 카메라를 가져갔었습니다. 모든 사진은 특별히 제가 명시한 경우를 제외하고 원래 그대로이며 조작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항상 사진을 인화할 때 디스크에 동시에 기록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따로 스캔할 필요도 없고 화질도 최상이기 때문입니다.
2- 이 일에 관련된 누구의 실명도 거론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를 잘 아시는 분이라면 아마도 알만한 사람들입니다.
3- 저는 절대로 그 동굴의 위치를 누구에게도어떤 이유에라도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묻지 말아주세요! 저는 다른 사람의 목숨은 절대 책임지기 싫습니다. 여기서는 그 동굴을 ‘미스터리 동굴’ 이라고 칭하겠습니다. 이건 진짜 이름이 아닙니다.
이 사건들이 설득력 없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저도 직접 겪지 않았다면 같은 결론에 도달했을 것입니다.
저는 이 사이트를 최대한 빨리 완성하려고 합니다. 대문 페이지의 업데이트 날짜를 확인해주세요.
이 사이트가 복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다음을 명시합니다. 여기 및 앞으로의 모든 페이지의 텍스트는 제 것이며 2001년 저작권이 있습니다.
테드
발견
텍스트를 알아보기 쉽게 하기 위해 두 가지 색깔로 나누었습니다. 검정색 텍스트는 제 일지에서 바로 옮긴 것이고, 파란색 기울임꼴 글씨는 제가 나중에 돌이켜 생각하면서 적은 코멘트입니다. 모든 사건에서 느꼈던 제가 했던 생각과 느낌들을 최대한 전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관련된 사람들은 모두 가명 처리했습니다. 일지에서 중요한 부분들은 모두 옮겼으며, 몇몇 사소한 부분은 건너뛸 것입니다. 여기엔 동굴에서 돌아온 후의 저녁식사, 차에 기름을 넣거나 간식을 산 것 같이 동굴탐사와 직접 관련되지 않은 것 (저는 일지를 매우 자세히 적습니다) 들이 해당됩니다. 실제 일지에 적혀 있는 내용을 요약만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제 경험을 최대한 간결하고 정확히 적기 위해 문법 체크도 했습니다. 실수가 있다면 넘어가 주세요. 제가 추가한 코멘트들은 일지의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하려는 것입니다.
동굴탐사 일지 2000.12.30
B와 나는 새해가 밝기 전 동굴탐사를 한번 더 가기로 했는데, 이번엔 미스터리 동굴에 가보기로 했다. 그렇게 대단한 동굴은 아니지만, 한동안 동굴에 간 적이 없었기에 아무 곳이라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이번 여행은 약간 흥분되는 요소가 있었는데, 동굴의 낮은 부분에 있는 그 좁은 통로가 통과 가능한 것인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 통로의 입구는 작지만, 바람이 꽤 많이 나온다. 직접 기어 들어가기는 너무 좁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한번도 확인해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장비를 챙겨 오후 3시경에 출발했다. B가 차를 빨리 몰아서 상당히 빨리 도착했다. 항상 사용하던 나무에 밧줄을 묶고 동굴 안으로 레펠하여 진입했다. 내가 장비를 가지고 먼저 하강했고 B가 따라 내려왔다.
앞으로 B를 많이 언급할 것입니다. 우리는 수 개월간 같이 동굴탐사를 해왔습니다. B는 몇 년 전에 동굴에서 사고를 당해 그 부상으로 앞으로는 동굴 탐사를 할 수 없다고 판정 받았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노력과 인내심을 가지고 재활한 끝에 이제 걷기는 물론 동굴탐사도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동굴 내의 까다로운 부분들에서는 좀 움직임이 느릴지 몰라도 결국 해냅니다. B는 장애물을 만났을 때 인내심으로 넘어서는 사람입니다.
동굴 내의 그 작은 입구에 대해서, 동굴탐사가들 사이에서 내려오는 속담이 있습니다. “바람이 불면 가라 (If it blows, it goes)” 무슨 뜻이냐 하면, 통로 내부의 공기흐름이 좋다면 충분히 탐사해볼 가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항상 가던 통로들을 모두 들러본 후 그 구멍을 확인하러 내려갔다. 그 구멍은 동굴 깊숙이 있는데, 거의 최저점 근처이다. 동굴 측면 벽에 있는 구멍은 바닥에서 90cm 정도 떨어져 있다. 구멍 안을 들여다보려면 무릎을 굽혀서 위쪽 바위의 돌출된 부위 밑으로 숙여 들어가야 한다.
구멍의 사진을 보려면 클릭하세요. 크기를 짐작할 수 있도록 장갑을 집어넣었습니다.
보조 미니후레쉬(mini-mag)를 구멍 안으로 비춰 무엇이 보이는지 확인했다. 흥분되는 광경이었다. 구멍을 둘러싼 벽의 두께는 대략 9~15cm 정도였다. 구멍 안쪽으로 타이트한 통로가 이어졌다. 입구 바로 안에서 통로가 넓게 열리는 형태였다. 그리고 3~4미터 정도의 기어갈 수 있는 좁은 공간이 있었다. 그 곳만 지나면 상당히 넓어지는 것으로 보였다! 정확히 얼마 정도 인지는 짐작하기 어려웠지만. 이곳은 아무도 가본적 없는 통로인 것 같았다. (당연히 아무도 이 구멍을 통과해서 가진 않았겠지만, 반대편으로 들어오는 통로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안으로 들어가려면 지금은 내 주먹만한 크기의 입구를 넓혀야 했다. 입구로 들어가고 나면 안쪽의 넓어지는 곳까지 타이트한 통로를 기어가야 할 것이다. 꽤 어렵겠지만, 가능해 보였다. 우리는 몇 분간 앉아 쉬면서 어떻게 저 구멍을 공략할지 생각했다. 어둠 속에 앉아있는데 통로 반대편에서 바람이 웅웅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낮고 으스스한 소리였다. 때때로 낮은 우르릉거리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대수롭지 않은 것이었지만. 이 동굴 인근에 대형 트럭들이 다니는 고속도로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 소리가 트럭에 의한 진동이 바위를 통해 공명되어 울리는 것이라고 짐작했다.
우리가 내놓은 최선책은 배터리로 동작하는 드릴을 동굴 안으로 가져와서 바위에 구멍을 뚫는 것이었다. 그런 다음 그 구멍에 망치로 쐐기를 박아 바위를 깨는 것이다. 간단해 보였다. 우선 입구를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넓힌 다음 반대편에 무엇이 있는지 볼 계획이었다. 장비들을 전부 그곳까지 가져가는 것은 만만치 않은 작업일 텐데, 그 수고의 보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그 통로의 이름을 플로이드 콜린스 (Floyd Collins) 를 따서 ‘플로이드의 무덤’이라고 지었다. 그곳은 플로이드가 그의 마지막 고통스러운 나날들을 보냈을 법한 좁은 공간이었다.
그 통로의 원래 모습을 대강 그린 그림을 보려면 클릭하세요
플로이드 콜린스는 1900년대 초반의 동굴탐사가였습니다. 그는 좁은 통로에 갇혀 탈출하지 못했습니다. 이 굉장한 이야기는 “Trapped: The Story of Floyd Collins” (제목이 이거였던 것 같습니다. 저자는 생각이 안나네요) 라는 책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이 통로를 플로이드의 무덤이라고 부른 것은 플로이드를 추모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그 통로의 크기를 표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하하! 제가 그 일을 얼마나 간단하게 생각했는지 돌이켜보면 웃음이 나옵니다. 몇 시간 정도 작업하면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것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 알았더라면 다시 한번 생각했을 겁니다. 그 동굴에서 무슨 일을 겪을지 알았더라면 저는 아예 가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는 장비를 챙겨 동굴 밖으로 향했다. 평상시였다면 거기에 돌아올 생각은 전혀 없었을 것이다. 별 특별할 것도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음 번에 그 통로를 들어가볼 생각에 들떠있었다. 우리는 동굴을 나가기도 전에 돌아올 계획을 짜고 있었으니 말이다.
(일지의 나머지 부분은 동굴을 나오고,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용입니다.)
작업 시작
2001년 1월 27~28일
B와 나는 동굴로 돌아가 작업을 시작할 생각에 들떠있었다. 네시간정도 작업하면 통로 반대편을 탐사할 수 있을 거라 예측했다. 우리는 DeWalt 브랜드의 배터리식 드릴을 빌렸고, 구멍을 뚫기 위한 드릴 비트, 바위를 부수기 위한 망치 두 개, 드릴 구멍에 넣을 쐐기못, 그리고 결국 사용하지 않은 몇몇 장비들까지 준비했다. 작업 장소까지 장비들을 옮기는 것은 어려웠다. 한 명이 줄을 타고 먼저 내려가 선반 모양의 튀어나온 바위 위에서 휴식하는 동안 다른 사람이 장비들을 내렸다. 동굴 바닥에 도달할 때까지 이것을 계속 반복했다. 그리고 장비들을 구멍까지 끌고 갔다. 작업을 시작할 때까지 한 시간 정도가 걸렸다.
B가 구멍 확장 작업을 먼저 시작했다. 한 시간의 진빠지는 작업 후 그제서야 우리는 하루 만에 작업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땀범벅이 될 때까지 작업하고 교대했다. 한 명이 작업하는 동안 나머지 한 명은 음식과 물을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작업 루틴은 다음과 같았다.
작업을 시작하려면 무릎을 꿇고 천장에 머리를 박지 않기 위해 최대한 주의해야 한다. 이런 어설픈 자세로 구멍 근처에 드릴을 박아야 했다. 어려운 작업이었다. 드릴을 힘으로 박아 넣어야 했기 때문에 작업 속도는 매우 느렸다. 그런 다음 구멍에 쐐기를 넣고 바위가 부서질 때까지 망치질을 했다. 그리고 처음부터 다시 반복. 이게 얼마나 느린 작업이었냐 하면, 한번에 떨어져 나오는 돌멩이는 기껏해야 손톱만한 사이즈였다. 좀 큰 덩어리가 떨어지면 (내 손바닥의 1/3정도) 환호할 정도였다.
때때로 다양성을 주기 위해 바위에 정을 바로 갖다대고 5파운드짜리 (약 2kg) 망치로 깎아내기도 했다. 이것도 매우 느린 일이었다. 문제점은 공간이 좁아서 제대로 휘두를 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구멍을 넓히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여러 번 작업 했지만, 더 나은 방법을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드릴/쐐기/망치 조합이 그나마 제일 나았습니다. 바위를 부수기 위해 별 미친 아이디어를 내보았습니다. 다이너마이트 (진지하게 고려하진 않았지만) 부터 시작해서 동굴 입구에 발전기를 설치한 다음 전선을 동굴 안으로 내려 공압식 착암기를 사용할 생각도 해봤습니다. 심지어는 바위에 액체질소를 부어서 더 잘 깨지게 만들어볼 생각도 했죠!
두 시간 정도 열심히 작업하고 나서 우리의 한계점을 깨달았다. 첫 번째 배터리가 갑자기 죽어버렸을 때였다. 배터리가 하나 더 있었으므로 갈아 꼈다. 두 번째 배터리는 우리가 드릴 대신 망치와 정을 더 많이 썼기 때문에 좀 더 오래갔다. 결국 세시간의 단순무식한 노동 후 두 번째 배터리도 방전됐고 그날 일과는 끝났다. 휴! 어느 정도 작업을 했다고 할 순 있었지만, 결코 많이 한 것은 아니었다. 동굴에 들어간 후 처음으로 우리는 같이 앉아 휴식을 취했다. 힘든 노동의 결과를 확인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바람이 웅웅대는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저번에 왔을 때 보다 약간 더 커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바깥에 바람이 더 세게 부는 모양이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것은 우르릉거리는 소리였다. 그것도 저번보다 더 커지고 더 잦아진 것 같았다. 이번에는 그 소리를 트럭과 연관 짓기 어려웠다. 그 고속도로에는 트럭이 그렇게 많이 다니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은 밤시간이라 소리가 나지 않아야 했다. 그러나 우르릉거리는 소리는 계속됐다. 아마도 통로의 깊은 안쪽에서 나는 것 같았다. B는 그 소리의 원인을 베테랑 동굴탐사가들에게 물어보겠다고 했다.
작업 결과를 보면서 감탄하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하진 않았다. 장비를 챙겨서 동굴 밖으로 나가야 했다. 사실 장비의 일부를 동굴 안에 남겨두었다. 그래도 힘든 일이었다. 지친 상태라서 더욱 힘들었다. 당초의 계획은 오늘 여기 탐사를 끝내고 내일은 근처의 다른 동굴을 가보려고 했었는데, 근처의 모텔방을 잡아 드릴 배터리를 충전하고, 내일 미스터리 동굴로 돌아오는 것으로 바꾸었다.
제 일지는 동굴을 나오고 나서의 일들로 길게 계속됩니다. 방을 잡았고, 저녁식사는 훌륭했고, 지쳐있었지만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등등.
저희는 다음날 둘 다 늦잠을 자서 좀 늦게 동굴로 출발했습니다. 이틀째 동굴 작업은 첫날과 비슷했습니다. 배터리가 방전될 때까지 작업했습니다. 그래도 들어가려면 아직 한참 멀었습니다.
첫날과 마찬가지로 바람소리와 우르릉거림은 계속됐습니다.
동굴탐사에 대해
다음 일지로 넘어가기 전에, 저는 여러분께 동굴탐사와 동굴 안의 분위기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하는 것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지를 다시 읽어보니 일지 자체와 저의 설명에서 사용한 용어들, 그리고 생략된 부분들이 독자가 동굴탐사와 동굴 내부에 대한 지식이 있다는 가정 아래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즉, 전 저를 위해서 일지를 썼던거죠! 이번을 빌어 저는 이 동굴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동굴 내 작업장소가 어땠는지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이 시점 저희의 감정상태를 요약할 것입니다.
이 동굴은 수십 년 전에 건설 현장에서 입구를 파내게 되면서 “발견”되었습니다. 그때 이후로 이곳은 근처 주민들 또는 열성적인 동굴탐사가들이 주로 방문하는 곳입니다. 동굴 내부, 특히 위쪽 절반에서는 맥주캔을 종종 발견할 수 있습니다. 동굴이 처음 발견되었을 때는 아마도 아름다웠을 것입니다. 먼지, 그래피티, 반달리즘, 비둘기 등등 사람 손을 타서 이제 그 아름다움은 사라졌습니다. 그래도 아직도 동굴 곳곳에 원래 상태로 보존되고 있는 곳들이 있고, 그로부터 나머지 부분들이 원래는 어땠을지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동굴에 들어가려면 바위 속으로 레펠하여 내려가기 위해 충분히 긴 밧줄을 챙겨야 합니다. 근처의 나무는 줄을 묶을 수 있는 좋은 지주가 됩니다. 줄을 작은 벼랑에서 약 6미터 떨어진 나무에 묶은 후 벼랑 아래로 던져 약4.5미터 아래의 작은 돌출된 바위까지 내릴 수 있습니다. 동굴 내부에서는 인공조명을 사용해야 합니다. 제가 사용하는 조명은 배터리식으로 헬멧에 부착할 수 있는T.A.G. 후레쉬로 알려진 것입니다. 최소한 두 가지 종류의 보조 조명이 있어야 안전하게 동굴탐사를 할 수 있습니다. 제 보조 조명은 헬멧에 부착된 미니후레쉬와 가방에 들어있는 스페어 헬멧에 (항상 가지고 다닙니다) 붙어있는 조명입니다. 조명봉 역시 가지고 다닙니다. 어떤 사람들은 조명봉이 좋은 보조 조명이 아니라고 합니다만, 저는 점심 먹을 때 요긴하게 사용합니다. 그리고 다른 조명들이 전부 고장났을 시 탈출에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잠시 큰 바위들을 기어오르고 나면 큰 구덩이가 하나 나옵니다. 그 바닥으로 내려가면서 똑같은 로프를 사용합니다. 깊이는 약 15미터 정도밖에 안되지만, 쭉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편하게 줄을 타고 수직으로 쭉 내려갈 수는 없다는 것이죠. 날카로운 바위들을 피해 요리조리 내려가야 합니다. 그것 때문에 올라갈 때는 더 어렵습니다. 구덩이의 지름은 약 3미터에서 몇몇 곳에선 1미터 까지 좁아집니다. 벽에는 날카롭고 하얀 팝콘이라고 불리우는 돌멩이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정정하자면, 원래는 하얬지만 이제는 수년간 사람들이 드나들면서 먼지와 흙을 뒤집어쓰고 있습니다. 구덩이 측면에 스치게 되면 이 팝콘 때문에 아픕니다. 저는 리바이스 청바지, 티셔츠, 장갑, 무릎보호대 만을 착용합니다. 그래서 동굴을 나올 때는 으레 상처가 몇 개 생깁니다만, 최소한 내부에서 등반할 때는 편안합니다. 동굴 안의 온도는 일년 내내 일정합니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합니다. 아주 추운 날에도 가본 적이 있었는데, 약 3미터만 내려가도 따뜻해서 코트를 입지 않아도 됩니다. 작업을 해보니 노동에 알맞은 온도라는 걸 알게 되었죠.
이 정도의 깊이를 내려갈 때는 저는 8자 모양의 완강기를 사용합니다. 올라갈 때는 Petzl 어센더로 줄에 저를 고정시키지만, 그것을 사용하지는 않고 제 힘으로 올라갑니다. 그저 미끄러질 때를 대비해서 고정시켜놓는 것입니다. 사람마다 나름의 올라가는 방식이 있습니다. 구덩이 바닥에 도달하면 어느 정도 기어가야 합니다. 그러면 대략 가로세로 2미터 정도의 공간이 나오는데, 그곳에서 하네스, 완강기, 어센더를 벗을 수 있습니다. 거기서부터는 가파른 내리막이 없기 때문에 하네스는 불편하기만 하고 필요 없습니다.
아까 말한 공간까지 내려가면 다른 일행들이 내려올 때까지 돌출된 바위 밑에서 쉴 수 있습니다. 그리고 3미터 정도 통로를 지나야 하는데 높이가 몇 피트밖에 안되기 때문에 기어가야 합니다. 이때 무릎 보호대가 요긴합니다. 바닥에는 부드러운 흙이 위에서 떨어진 바위 부스러기와 섞여있습니다. 흙 층이 얇기 때문에 기어가는 도중 손이나 무릎이 땅에 닿을 때 충격이 완화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통로 끝까지 기어가면 고맙게도 완전히 배를 땅에 대고 엎드려 좁은 틈 사이를 비집고 나가야 합니다. “엄청” 좁은 건 아니고, 딱 흙 속에서 엎드려 기어가야 할 정도입니다.
그 좁은 틈을 통과하고 나면 몇 미터 정도 기어갈 공간이 나오고, 거길 지나면 이제 넓어져서 일어설 수 있을 정도가 됩니다. 동굴의 나머지 부분은 대부분 서있을 수 있거나, 최소한 웅크리기만 하면 될 정도입니다. 이제 길이 여러 갈래로 나뉩니다. 두 경로는 바위와 낭떠러지를 끼고 돌아가다가 갑자기 막힙니다. 다른 두 경로는 물웅덩이로 통합니다. 모든 경로가 탐사하기 재미있죠. 모두 길이는 30미터 정도이고 완만한 내리막길입니다. 대부분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높은 길, 커다란 밋밋한 바위 기어올라가기, 엎드려 기어가는 통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동굴에서 물은 흔히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제가 듣기로, 이 동네 원주민 중 하나가 여기를 최초로 탐사한 사람들 중 하나인데, 그 사람의 사촌이 이 물웅덩이를 스쿠버 장비를 차고 들어갔다고 합니다. 웅덩이의 깊이는 대략 100미터 정도라고 하더군요. 그들이 기대했던 것은 물을 통과했더니 새로운 탐사되지 않은 통로가 나오는 것이었는데, 동굴에서 이런 것은 꽤 자주 있는 일입니다.
안타깝게도 저는 동굴 내부의 암석 종류에 대해 자세히 설명드릴 수 있는 지식은 없습니다. 저희가 구멍 확장 작업을 할 때 어떤 부분은 다른 부분보다 더 잘 부서졌습니다. 그리고 서로 다른 색의 돌이 있었습니다 (동굴 내부에서 찍은 사진을 참고하세요). 이게 제가 동굴의 암석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최대입니다.
네 갈래의 경로로 갈라지는 지점으로 돌아가 통로들을 바라보고 서있다고 합시다. 저의 왼편에는 막다른 길로 통하는 두 개의 경로가 있습니다. 바로 앞에 있는 통로와 오른쪽에 있는 통로는 물웅덩이로 이어집니다. 오른쪽 통로의 입구가 제일 큽니다. 아치형 입구의 아래위 길이는 3미터에 달하며, 메인 동굴 천장보다 30cm 밖에 낮지 않습니다. 입구로 들어서면 천장은 점점 낮아져서 약 2미터까지 낮아집니다. 그 높이로 12미터 정도 계속 되며 통로의 방향도 일정합니다. 이 부분은 마치 광산처럼 생겼는데, 천장은 거의 완벽한 아치형이고 바닥은 평평해서 걷기 쉽습니다. 철로 위의 녹슨 광물을 실어 나르는 차, 먼지를 뒤집어쓴 채 물집 잡힌 손으로 닳아빠진 곡괭이를 들고 있는 광부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이 광산 같은 곳을 지나면 천장은 낮아져서 다시 친근한 땅에 엎드려야 합니다. 이번에는 6미터 정도 기어갑니다. 처음 절반 정도는 완만한 내리막길이다가 꽤 가파르고 미끄러운 내리막이 나타납니다. 능숙한 탐사가라면 이정도 미끄러운 내리막은 조심스럽게 기어 내려갈 수 있습니다. 제가 B와 함께 갈 때는 지금까지 사용하고 남은 줄을 사용합니다. 보통 짧은 줄 하나를 더 꺼내 여기에 연결하여 B가 확실히 바닥까지 내려가는데 사용하곤 합니다. 내리막이 끝나면 몇 미터를 더 기어가서, 3~4미터 정도 가면 천장이 서서히 높아져서 일어설 수 있습니다.
몇 미터를 걸어가고 얕은 낭떠러지를 기어 내려가면 작은 공간이 나오고 바로 왼쪽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있습니다. 그 통로는 20미터 정도 이어져 작은 물웅덩이 중 첫 번째 것에 도달합니다. 오른쪽에는 바위 벽이 있습니다. 정면에는 벽이 1미터 정도 안으로 파여있습니다. 파여있는 안쪽의 벽에는 소프트볼 크기의 작은 구멍이 있습니다. 구멍으로 다가가려면 상체를 숙이고 바닥에서 몇 인치 올라와 있는 바위 위에 무릎을 꿇어야 합니다. 여기에 도착할 즈음이면 탐사자는 덥거나 땀을 흘리고 있을 것이고, 그 구멍에서 나오는 시원한 바람을 맨 처음 느끼게 되죠. 이 구멍을 바로 탐사되지 않은 부분으로 이어지는 잠재적인 관문인 것 같았고, 지금 저의 경험을 여러분께 이야기해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수년간 동굴 탐사를 한 이래 저희 일행은 일종의 전통으로, 동굴 내 빛이 전혀 들지 않는 지점까지 갔습니다. 그 부분은 대개 동굴의 가장 깊은 부분입니다. 완벽한 암흑이 눈을 채웁니다. 각 일행은 잠시 동안 눈에 힘을 주고 초점을 바꿔보면서 이 가짜 밤 속에서 아주 작은 한줄기 빛이라도 잡아보려 애를 씁니다. 여러 번의 헛된 노력 후 어떤 소리에 고개를 돌리게 됩니다. 아마도 다른 사람이겠죠. 그 소리에 다른 감각들이 돌아오면서 더욱 민감해집니다. 지금까지 무시해왔던 소리, 냄새, 그리고 촉각들이 완벽한 디테일로써 탐사자를 덮칩니다. 바닥에 앉았을 때 등 뒤에서 느껴지는 통각. 그리고 먼지, 땀, 배설물의 냄새. 이 단단한 기반 위에서 탐사자들이 안락을 찾고자 현대의 물질이 고대의 바위와 마찰하는 소리. 이 시점 모든 이의 머리 한구석에는 “만약?”하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만약 누군가 이 동굴을 조명 없이 빠져나가야만 한다면, 과연 할 수 있을까? 그는 모든 꺾이고 휘어진 길들을 찾아서 왔던 그대로 나갈 수 있을까? 그렇지 못한다면, 구조팀이 제시간 안에 그를 찾을 수 있을까?
이때 느껴지는 깊은 어둠은 동굴 안이 아니면 거의 경험하기 힘든 것입니다. 동굴을 처음 탐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손을 보기 위해서 얼굴의 10cm 앞까지 갖다 댔다고 말합니다. 사실은 사람 눈은 빛이 없는 상태에서는 볼 수 없다는 것이죠. 만약 무언가 자기를 향해 다가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면, 그것을 눈으로 보기 전에 피부로 먼저 느낄 것입니다. 완전한 어둠! 이것은 보조 조명의 필요성을 일깨워주는 좋은 훈련입니다.
동굴 안에서 작업은 계속 되었고, 저희는 작업 체계를 일찍이 잡아놓고 거의 바꾸지 않았습니다. 첫날에는 B가 구멍을 넓히는 작업을 먼저 시작했습니다. 한 시간 정도 후 저와 교대하고 휴식합니다. 그가 터득한 최적의 방법을 이용했습니다. 간간히 다른 근육을 사용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지만, 대개 원래의 방법을 고수했습니다. 비트를 드릴에 끼우고 벽에 최대 힘으로 박아 넣어 구멍을 뚫었습니다. 작업 도중에는 보안경과 방진마스크를 착용했습니다. 쐐기를 바위에 망치로 박아 동굴의 조그만 조각들을 부셔냈습니다. 그리고는 드릴로 다른 구멍을 뚫고 똑같은 작업을 반복했습니다. 가끔씩 드릴이 바위의 무른 부분을 뚫게 되면 작업은 빨라졌습니다. 제가 지치면 다시 B와 교대했습니다.
둘 중 한 명이 작업할 때 나머지는 어둠 속에 남아 식량이나 물을 먹거나, 아니면 그냥 동굴 바닥에 밧줄 가방을 베고 누워있었습니다. 몇 번 교대를 돌고 나면 둘 다 피곤해져서 잠깐 눈을 붙였습니다. 저희는 작업하는 사람의 헬멧에 붙은 조명만을 사용했습니다. 조명이 구멍 속을 향해서 비춰져 있다 보니, 쉬고 있는 사람은 거의 어둠 속에 남겨져 있었습니다. 이것은 꽤 좋은 점이었는데, 왜냐하면 휴식하는 사람은, 음, 휴식 중이었으니까요. 휴식시간은 몸을 식힐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동굴 내의 시원한 온도는 몸을 금방 식혀주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동굴의 온도 덕에 노동 강도를 상당히 강하게 유지하면서도 무리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구멍을 들여다보다가, “어, 이제 꽤 큰데? 들어갈 수 있겠다” 싶어서 시도했다가 결국 여러 차례 실망만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첫 번째 시도 후 저는 들어갈 수 있을 때까지 작업을 계속 할 의지가 생겼습니다. 긴 시간 동안 고강도의 노동을 해야 함에도 말이죠. 사실 이것은 제게 일종의 집착이 되었습니다. 최대한 자주 동굴에 가서 작업을 계속했습니다. 저의 바램은 그 구멍이 더 큰 동굴의 미발견 구역으로 통하고 저희가 첫 발견자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제 마음 속의 탐험 본능이 새로운 경계를 발견하길 원했던 것 같습니다. B 역시 아주 열성적인 동굴탐사가라서 저와 똑같이 미발견 동굴을 탐사하는 것에 매우 고무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발견한 것은 예상한 것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작업은 계속된다
2001년 2월 10일
겨우 2주일이 지났지만 우리는 이미 동굴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 통로를 정복할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 생활이 지금 얼마나 흥미진진한가 하는 신호일 것이다. 우리가 그 통로 너머 무언가 대단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그 동굴의 미지의 영역에 발자국을 남기는 지구상 최초의 인간이 된다는 생각이 좋았다. 그곳에 숨겨진 보물이 있다면 그것도 좋겠지만!
우리는 늦게 출발해서 절반쯤 갔을 때 하늘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사람들한테 밤에 동굴탐사를 간다고 하면 왜냐고 물어본다. 일반인들은 동굴 안으로 들어가면 항상 밤이라는 생각을 절대 하지 못한다. 미스터리 동굴로 향하는 내내 우리는 작업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냈다. B는 다른 동굴탐사가 친구들에게 동굴 속 우르릉거리는 소리의 원인에 대해서 물어봤다고 했다. 그들은 동굴 깊숙한 곳에 물이 흐르는 소리일 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를테면 폭포라던지. 그 소리가 나다 안나다 하는 이유는 별로 설명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것은 그곳을 통과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일 뿐이었다. 그래야 미스터리를 풀 수 있으니까.
이번 여행에는 B가 키우는 강아지를 데려갔다. 강아지 이름은 휩(Whip)으로 잭러셀테리어 종이었다. 휩을 동굴로 데려가는데 걱정될만한 것은 없었다. 전에도 데려간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전 여행에서 휩은 우리가 동굴로 들어가기 전 영역 표시를 하더니 우리가 다시 나올 때까지 잘 기다려 주었다. 동굴 안으로 데려가도 잘 다닌다. 우리는 휩을 위해 커스텀 하네스를 만들어서 메인 입구의 바닥까지 내려주었다. 그 이후는 알아서 잘 다닌다. 휩은 탐험을 좋아하지만, 우리의 시야 밖으로 나가진 않는다. 어차피 조명을 붙여주지도 않았기 때문에, 우리를 기다려야 하니까. 휩을 데려가는 것을 반대하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사실 휩을 그 작은 구멍에 넣어서 걔가 얼마나 안쪽으로 들어가는지 시험해 보려는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어느 정도 정보를 얻을 지도 모른다. 만약 거기에 미처 보지 못했던 낭떠러지가 있다면, 휩은 돌아나올 것이다. 어쩌면 강아지가 들어가려 해도 구멍을 꽤 넓혀야 될 지도 모르겠다.
동굴 입구 근처의 B의 애완견 “휩”의 사진을 보려면 클릭하세요
밤이라 어두웠지만 꽤나 빨리 장비를 챙겨서 내려갈 수 있었다. 저번처럼 장비가 많지도 않았고, 저번에 구멍 안에다 장비를 좀 두고 나왔기 때문에 밖으로 옮겼다가 다시 가져가는 수고를 덜었기 때문이다. 드릴 배터리를 두 개 더 구해서 배터리는 총 네 개가 되었다. 드릴 비트도 좀 더 챙겼다. 강아지를 데리고도 신속히 내려갔다. 그 이후 내가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우리가 밧줄에서 풀어주자마자 강아지는 활기차게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휩은 완전 천국을 만난 듯 사방을 뛰어다니며 냄새를 맡고 다녔다. 작업 장소까지 도달하면서 휩은 우리 사이를 왔다갔다 했다. 동굴이 네 갈래로 갈라지는 지점에 도달하니 강아지는 갑자기 기운이 빠진 듯 했다. 그저 B 또는 내 옆에 찰싹 붙어있을 뿐이었다. 이건 좀 이상했다. 동굴의 안쪽으로 갈 수록 휩은 B 옆에 붙어있으려고만 했다. 휩은 초조해 보였다. 뭔가 좋아하지 않는 것을 본 마냥. 구멍 직전의 얕은 구덩이 근처에서, 휩은 멈춰서는 우리가 달래야만 앞으로 나갔다. 등의 털은 빳빳이 서있었다. 구멍에서부터 6미터 정도 지점부터는 끙끙대면서 B의 뒤에 숨기 시작했다. 바닥에 웅크려있는 휩의 꼬리는 다리 사이에 쏙 들어가 있었다. 이상한 일이다! 나는 그 아이가 자기 두 배 크기의 개와도 용감하게 맞서 싸우는 것을 봤는데, 지금은 마치 사탄이 어둠 속에 도사리고 있는 듯 행동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 장소를 과거에 야생동물들이 집으로 사용하고 있었고, 휩이 그것들의 냄새를 느낀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휩이 언짢아 통로 안으로 들여보낼 수 없게 된 것은 참 아쉬운 일이었다.
이 새로운 발견 (초조한 강아지) 때문에 우리는 작업하지 않는 사람은 원래 쉬던 자리에서 좀 물러나 강아지와 함께 있기로 결정했다. 드릴, 망치질 등의 작업 루틴을 바로 개시했다. 배터리를 추가로 가져갔기 때문에 이번에는 배터리 걱정 없이 드릴을 실컷 사용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작업이 쉬워지지는 않았지만, 속도는 약간 빨라졌다. 여전히 진도는 느렸다. 신경 쓰지는 않았지만.
제 일지는 한동안 일의 진척에 대해 설명합니다. 작업하는 내내 휩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휩은 그저 밧줄 가방 위에 엎드려서 벌벌 떨고 있었습니다. 때때로 낑낑거리면서요. 그때 인지하지 못했던 하나는 휩이 그 구멍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직관적인 동물을 좀더 관찰했어야 했습니다.
두 번째 이상현상이 일어났을 때 우리는 마지막 네 번째 배터리를 쓰고 있었다. B가 작업 중이었는데, 구멍 하나를 방금 막 뚫고 쐐기를 박으려고 준비하는 찰나였다. 그는 잠시 일을 멈추고 구멍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나는 누워서 거의 잠들어 있었고, B에게 거의 주의를 기울이고 있지 않았다. 그는 작업 구역을 비추기 위해 옆에 조명을 두었다. 으스스한 불빛이 그의 의문에 빠진 강렬한 표정을 비추었다. 그가 나를 쳐다보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나는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가 말하길 맹새컨데 방금 구멍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는 것이다. 바위가 다른 바위 위에서 미끄러지는 소리 같다고 했다. 나는 그의 귀가 드릴 때문에 이명현상을 일으킨 것이라고 여겼다 (그는 이번에 이어플러그를 전혀 끼지 않았다). 그는 방금 진짜로 무슨 소리를 들었다고 장담했다. 납득하지 못한 나는 다시 졸기 시작했다. B는 작업을 재개하기 전 동굴의 적막 속에 한참 동안 앉아있었다. 작업을 다시 하면서도, 가끔씩 멈추어 귀를 기울였다. B는 아주 현실적인 사람이라 상상 속의 어떤 소리에 빠져들리 없었다. 나는 그가 무엇을 듣긴 했다고 믿었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 통로를 통과하기만 하면 원인을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라 짐작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배터리는 그 후 한 시간 정도 지속됐다. 우리는 같이 앉아 일의 진척에 대해 얘기했고 나는 구멍에 머리가 들어가는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머리는 쉽게 들어갔지만, 어깨는 전혀 들어갈 수가 없었다. 내가 그곳에 꿇어앉아 일이 얼마나 남았는지 생각하는데, 순간 B가 알아차리지 못한 것을 감지했다. 바람이 멈춘 것이다! 여태까지 동굴에 계속 있으면서 바람이 불어나오는 것을 느끼고 있었는데. 저번에 작업했을 때는 그 어느 때보다도 바람이 세게 불고 있었다. 방금 전만 해도 시원한 바람이 불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것도 없다! B는 언제 바람이 멈췄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우르릉거림도 멈췄다. 이상한 일이다!
이 평범한 동굴이 별안간 점점 미스터리해지고 있었다. 동굴의 어둠 속에서 한참을 이야기했다. 과연 이 이상한 일들의 원인이 무엇일까 토론했다. 움직이기엔 너무 피곤한 상태라 어둠 속에 그냥 앉아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결국 합리적인 이유는 하나도 찾지 못했다. 최소 30분 정도 앉아있다가, 천천히 장비를 챙겨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휩은 나가게 되니 더할 나위 없이 기뻐했다. 이번에도 우리는 동굴에 장비 일부를 남겨두었다. 그냥 구멍 안에다 넣어두었다. 어차피 사람들이 많이 찾지도 않을뿐더러, 너무 귀찮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꽤 많은 진전을 이루었다. 추가 배터리가 정말 도움이 되었다.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얼마나 진척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은 확실히 즐거운 일이다.
일지의 나머지 부분은 동굴 밖으로 나온 것, 모텔 방 잡은 것, 그리고 탈진! 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엄청 혹사했거든요!
돌이켜보면 그 때 동굴 안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들에 대해 왜 그렇게 무심했는지 믿을 수가 없습니다. 당시 저희의 유일한 관심사는 그 구멍으로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나머지는 그저 사소한 방해요소에 불과했죠. 그곳에 들어가서 동굴이 기계적으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바람은 어디서 불어오는지, 소리는 어디서 나는 건지, 등등) 알아보면 좋겠다고 생각한걸 기억합니다. 몇 주일이 지난 지금, 저의 무지와 순진함을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집니다.
소리
2001년 3월 3~4일
미스터리 동굴로 다시 돌아가기 전 3주의 시간이 흘렀다. 우리의 태도는 이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했을 때와는 약간 달라져 있었다. 처음에는 어디까지나 재미를 위한 모험이었다. 하지만 저번 여행 이후 좀 더 진지하게 접근하게 되었다. 이번에 동굴로 향하는 가는 동안 우리의 대화는 약간 가라앉아 있었다. 저번 여행 이후 우리는 별로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 보다는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았다). 그 통로로 들어갈 방법에 대한 논의 대신에, 저번에 일어난 사건들에 대한 이성적인 설명을 찾으려 하고 있었다. 저번 여행에서 벌어진 특이한 현상을 우리는 전혀 설명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에게 저번 여행에 대해 별로 얘기하지 않은 것에 대해 우리는 서로 기뻐했다. 다른 여행들과는 완전 반대의 태도였다. 우리의 진척에 대해 친구와 가족들에게 자랑하는 것은 원래 항상 즐거운 일이었는데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주 좁은 장소에 스스로 들어가려 하지는 않는다. 사실 나도 그런데, 어디까지나 그곳을 지나서 반대편으로 가기 위할 뿐이다. 좋은 동기부여다.
교통체증을 피하기 위해 오후 일찍 마을을 떠났다. 동굴에 도착했던 시각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말했듯이,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장비를 챙겨 내려가기 시작했다. 당연히 B의 강아지는 집에 두고 왔다. 핵심적인 장비는 저번과 똑같았다. 무거운 짐을 등에 지고 가는 수고를 덜기 위해 장비의 일부를 저번에 구멍 속에 두고 왔었다. 장비를 지고서도 꽤 빨리 내려갔다. 동굴 안팎을 드나드는 데 있어 우리는 정말 좋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다만 작은 사고가 하나 있었다. B가 내려오면서 팔을 긁힌 것이다. 다행히도 심하게 긁히진 않았다. 작업할 구멍에 도달해서야 상처를 치료했다. 그저 찰과상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상처를 씻어내는 동안 나는 작업을 시작했다. 바람이 다시 불고 우르릉거림도 돌아왔음에 주목했다. 우리에게는 네 개의 완충된 배터리와 팔팔한 네 개의 (또는 3 1/2개) 팔이 있었다. 오늘이야말로 일을 마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생겼다. 처음 작업 속도는 꽤 느렸다. 작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구멍 주위 벽 두께는 대략 10cm였다. 구멍을 넓혀가면서 두께 역시 두꺼워졌다. 그 결과 작업 속도도 느려졌다. 그러나, 우리는 쏟아 부을 수 있는 최대의 에너지로 일을 계속했다. 구멍은 이제 꽤 커져서 망치를 집어넣을 수 있었다. 카메라를 구멍 안으로 집어넣어 플로이드의 무덤의 사진을 찍었다.
플로이드의 무덤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사진에 보이는 뒤쪽 가장 낮은 부분은 대략 높이가 20cm 정도입니다. 너비는 60~70cm 정도이고, 망치는 작은 5파운드짜리 슬레지해머 입니다. 통로 바닥에 돌멩이가 많이 깔려있는 것에 주목하세요.
바닥의 돌 부스러기들이 점점 커져 기분이 좋았다. 구멍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아직 어느 정도 작업을 더 해야 함을 알고 있었으므로, 작업은 멈추지 않았다. 작업 도중에는 드릴이나 망치의 소음이 심해서 별로 대화를 하지 못했다. 쉬는 시간에는 머리에 떠오르는 아무 주제로 잠깐씩 담소를 나누었다. 쉬는 시간은 작업중인 사람이 교대하고 싶을 때마다 가졌다. 둘 다 한번에 꽤 오랫동안 작업했다. 나는 B보다 지구력이 좋지만, B는 상체 힘이 좋아서 같은 양의 일을 더 짧은 시간에 해냈다. 도중에 종종 맞닥뜨리는 소기의 성과들을 자축했다. 작업하던 부분이 부서질 때마다 우리는 환호했다. 아주 가끔씩 주먹만한 돌멩이가 떨어져 나올 때면 소리를 지르며 좋아했다. 그 돌멩이는 이제 우리와 저 너머 사이 그 무엇이 있건 간에… 그 사이를 더 이상 가로막지 않는 작은 흙덩어리일 뿐이었다. 나는 아직도 저 반대 편에 그 옛날 스페인 정복자들이 동굴 속에 감추고 봉인한 보물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환상을 품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발견할 때까지 아무도 손대지 않았던 것이지! B의 가설은 더 현실적이지만, 재미없다. 그는 건너편에 동굴이 더 이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누가 맞는지는 나중에 알게 되겠지.
난 더 큰 드릴 비트를 쓰면 작업이 빨라지는지 이번 여행에서 시험해보고 싶었다. 공구 가게에서 적당한 크기의 비트를 (적당한 가격에) 구입했다. 하나는 직경이 다른 것보다 더 굵었다. 다른 하나는 가늘지만 긴 것이었다. 큰 것은 아마도 너무 크지 않을까 싶었는데,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 바위에 그것을 박아보려 했지만 너무 오래 걸렸다. 둘이서 최대 힘으로 밀어 넣어 보았지만 힘만 빠질 뿐이었다. 굵은 비트를 쓰면 우리 힘에 비해서 힘을 받는 면적이 너무 넓었다. 해머드릴을 써볼걸 그랬지만, 구할 수 없었다. 길쭉한 비트는 우리 드릴로 사용하기 알맞았다. 이번 여행의 작업 대부분은 이것에 의존했다. 드릴을 손에 쥐고 작업하며 좀만 더하면 끝나겠지 하는 찰나, 비트의 끄트머리가 부러졌다. 그때 나는 벽에서 불과 몇 센치 떨어져 드릴을 최대로 밀어붙이고 있었기 때문에, 거의 드릴을 벽에다가 들이받아버릴 뻔 했다. 비트는 몇 센치가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다시 껴서 사용할 수 있었다. 작업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망치와 정은 아주 가끔씩만 사용해도 되었다. 네 번째 배터리로 갈아 낄 즈음까지 작업은 평소와 같이 진행되고 있었다.
무릎을 꿇은 상태로 벽에다 드릴을 천천히 박고 있었다. 나는 이어플러그와 보안경을 낀 채 잡생각에 빠져있었다. 갑자기 드릴이 바위를 뚫는 끼익거리는 소리 너머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꽤 큰 소리였다. 이어플러그를 꼈는데도 드릴 소리를 뚫고 들릴 정도였다. 처음에는 단지 드릴이 벽을 뚫는 소리인 줄 알았다. 드릴을 벽에 억지로 박아넣다보니 때때로 드릴이 꽥꽥 반항하는 소리를 낼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달랐다. 이 소리가 드릴 비트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 구멍 안쪽에서 나는 소리라는 것을 이해하는데 수 초가 걸렸다. 드릴을 멈추고 이어플러그를 재빨리 뽑았다. 그 순간, 내 인생 가장 끔찍한 비명 소리가 동굴의 어둠 속에서 메아리 치고 있었다. 나는 눈이 동그래져 구멍을 응시했다. 나는 상당한 시간 동안 가만히 서서 숨도 쉬지 못했다. 그리고 B를 돌아보았다. 방금 전 그는 바닥에 밧줄 가방을 베고 누워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입을 벌린 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서있었다! 나는 다시 구멍으로 고개를 돌리며 악마의 얼굴이 나를 쳐다보고 있을 거라 반쯤 예상했다. 플로이드의 무덤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 좁은 통로의 뒤쪽 조명이 닿는 가장 안쪽을 응시했다. 빛이 닿지 않는 그곳에는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고, 그저 어둠만이 있었다. 완벽한 정적 속 내 심장이 고동치는 소리만이 귀에 울렸다. 동굴에는 그 어떤 다른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갑자기 뒤에서 무언가가 긁히는 소리가 났고 나는 벌떡 일어섰다. 하마터면 천장에 머리를 박을 뻔 했다. B가 후레쉬를 키기 위해 움직인 것뿐이었는데 너무나도 긴장해 있어서 깜짝 놀랐던 것이다. B가 말을 걸자 또 깜짝 놀랐다. 그는 돌멩이를 구멍 안쪽에 던져보자고 했다. 구멍 안에 있던 어떤 동물이 방금 그 소리를 낸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나는 바로 돌멩이 몇 개를 집어 구멍 입구에 올려놓았다. 망치의 손잡이를 이용해서 터널의 안쪽으로 최대한 돌멩이들을 날려 벽을 쌓았다. 통로가 워낙 좁았으므로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 짓을 하면서도 이 소리는 절대로 동물의 소리일 순 없다고 생각했다! B가 정말 그렇게 생각했던 건지, 아니면 스스로 그렇게 믿고 싶었던 건지는 모른다. B에게 이것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이 사건 이후 지금 일지를 쓰는 지금까지 (이틀 후) 그런 소리가 날만한 원인을 생각해보려 했다. 그 소리를 설명하자면 남자의 공포에 질린 비명소리와 퓨마가 고통 속에 지르는 비명의 중간쯤이었다. 구멍 속 대략 30미터쯤에서 나온 것 같았다. 그 무서운 소리는 동굴 속에 울려 퍼지며 내 귀를 파고들었다. B는 비명소리가 8~10초 정도 지속되었다고 추정했다. 내 생각에는 5초 정도였던 것 같다. (내가 드릴 작업을 하던 도중에 3초, 드릴을 멈추고 이어플러그를 빼는데 1.5초, 그리고 공포에 떨었던 0.5초) 만약 누군가 하데스의 지옥에서 울려 퍼지는 솔로를 듣고 있다면 시간의 감각 따위는 무뎌질 것이다.
구멍 속 통로의 뒤쪽을 돌멩이를 쌓아 막아버린 후 우리는 바닥에 앉아 고요함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내 호흡은 평소보다 훨씬 빨랐다. 한동안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결국 B가 다시 작업을 재개하되, 구멍 속의 움직임을 주시하자고 제안했다. 플로이드의 무덤 뒤쪽을 비추는 조명을 통로 안에 설치했다. 이때서야 우리는 바람이 멈추었고 우르릉거림도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단지 초조해서였기 때문이 아니다. 나는 B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B도 나에게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B가 드릴을 잡았고, 나는 반대하지 않았다. 정확히 지친 것은 아니었지만, 그 구멍에서 그저 멀리 떨어지고 싶었다. B는 때때로 드릴을 멈추고 가만히 듣고 있었다. 나는 가만히 앉아서 조명을 킨 채 그를 바라보았다. 구멍과 가까이 앉아있지는 않았지만, 통로 속의 정지된 어둠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내 후레쉬가 이상한 그림자를 만들 때면 심장이 깜짝 놀랐다. 상상은 미쳐 날뛰었다. 이상하게도, B는 그 소리에 대해서 나에 비해 별로 괘념치 않는 것처럼 보였다. 난 여전히 드릴의 소음 위로 무언가 들어보려 노력하고 있었다. 그저 카바이드가 돌과 마찰하는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통로 저편에서 과연 어떤 작용이 일어난 것일까에 대해 가능한 시나리오를 생각해보고 있자니, 어느새 이상하게도 저 통로를 통과할 생각에 더욱 들뜨고 있었다. 어쩌면 피로 때문에 정상적인 사고가 안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또는 저 건너편에 뭔가 보물 같은 것이 있을 거라 믿었기 때문일지도.
상념은 B가 갑자기 고함을 지르면서 깨졌다. 아마도 욕이었던 것 같다. 그는 꽤 넓은 부분을 작업하고 있었는데 드릴 배터리가 죽어간다는 것이었다. 그는 쓸모 없어진 드릴을 옆으로 치워버리고 망치와 쐐기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드릴로 뚫어놓은 구멍에 망치질을 하기 시작했다. 거의 10분간의 망치질 후 그는 땀범벅이 되어 숨을 헐떡이며 바위에서 물러섰다. 쐐기는 아직 동굴 벽에 박혀 튀어나와 있었다. 그는 나에게 망치를 건네 한번 해보길 권했다. 나는 손을 들고 고개를 저었다. 나는 이미 철수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는 더 이상 강권하지 않았고, 우리는 말없이 가지고 돌아갈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장비의 일부를 통로에 보관했다. 내가 먼저 동굴 밖으로 출발했다. 수 차례 B를 기다리기 위해 멈추어야 했다. 그가 느리게 움직여서가 아니라, 내가 어서 나가고 싶어 빨리 움직였을 뿐이었다. 바깥의 차가운 밤공기를 맞는 기분이 그때만큼 좋았던 적은 거의 없었다.
제 일지에는 그날 밤의 나머지 부분에 대해 적혀있습니다. 저녁식사, 모텔방을 잡고 다음날 돌아가기로 결정한 것, 아까 들었던 이상한 소리들에 대한 긴 토론, 또 다른 그저 그런 수면. 그 비명소리를 듣고 나서도 우리가 그 동굴로 매우 돌아가고 싶어했던 것을 지금 저는 도대체 믿을 수가 없습니다. 저도 그러했던 이유 중 하나는 B의 위험요소들에 대한 무관심이었습니다. 그것이 동물이었다고 하더라도 (믿기지는 않지만, 더 나은 설명도 존재하지 않고), 저희는 이미 충분히 위험한 짓을 하고 있지 않았던가요? 지금 되돌아보면 아직도 그 당시 우리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저희는 그저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을 너무나도 정복하고 싶었던 겁니다. 아마도 이 한 단어로 설명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테스토스테론!
2월 13일
단지 몇 번의 괜찮은 식사와 숙면이 사람의 태도에 끼칠 수 있는 영향이란 참 대단한 것 같다. 아직도 저번의 이상한 소리가 머릿속에 남아있었지만, 우리의 열정은 다시 불붙었다. 통로의 건너편은 정말 가깝게 느껴졌다. 오늘이야말로바로 그 날임이 확실했다. 동굴에 도착해 구멍이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어둠 속으로 들어가자 어젯밤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후레쉬가 바위에 만들어내는 동그란 빛, 공기 중에 느껴지는 흙냄새, 바위 아래로 기어가면서 나는 소리들. 그러나 플로이드의 무덤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동굴의 미발견 지역으로 넘어갈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구멍에서 불어나오는 바람과 우르릉거리는 소리가 곧바로 느껴졌다.
오늘의 작업을 시작할 위치는 당연히 바위에 박혀 튀어나와있는 쐐기였다. B는 어제 작업을 멈추었던 곳부터 시작했다. 나는 이미 충분히 쉬어서 먼저 작업하고 싶었지만, 어젯밤 앉아있었던 자리에 앉았다. B가 망치를 휘두를 때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났다. 고작 2, 3분이 지났을까, 그는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가 돌아서서 동굴에 붙어있던 돌멩이 한줌을 보여주었다. 거칠게 숨을 내쉬고 있었지만, 만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나 역시도 그랬다. 그 순간 이상한 소리의 기억 따위는 잊혀졌고, 성공이 눈앞에 보이는 듯 했다.
구멍의 왼쪽 하단 부분은 슬프게도 벽이 너무 두꺼웠다. 그 부분만 어떻게 제거하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지금 B가 그 부분이 박살난 조각들을 손에 들고 있었다. 구멍을 관찰하면서 우리는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있었다. 나는 해머를 집어 구멍 가장자리를 망치질했다. 삐죽삐죽 나와있는 모서리를 제거해서 들어갈 때 살이 긁히지 않게 하려는 것이었다. 크기는 적당해 보였다! 고대하던 순간이 이제 온 것이었다.
나는 플로이드의 무덤 입구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이 작은 구멍으로 들어가는 최적의 방법으로, 한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머리를 옆으로 돌린 채 천천히 들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이것이 소용 없다는 것을 금세 깨달았다. 구멍이 작았다. 구멍을 더 넓히지 않고 들어가려면 다이빙 하듯이 양팔을 머리 위로 올리고, 머리를 옆으로 돌려 무덤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야 했다. 입구의 너비가 병목이었다. 높이는 충분했다. 양팔을 머리위로 올린 자세에서는 어깨가 양쪽으로 튀어나오지만, 그래도 공간은 충분했다. 그나마 이 자세가 가장 너비를 줄일 수 있는 자세였기도 했다.
구멍에 들어가기 위해 양발로 일어서서 상체를 굽혀 높이를 맞추었다. 무릎을 굽힌 일종의 스쿼트 같은 자세에 허리를 굽히고 팔은 머리위로 피려니 불편했다. 게다가 입구의 각도 때문에 상체를 약간 왼쪽으로 반시계방향으로 틀어야 했다.
이전 사진을 보시면 입구가 오른쪽으로 올라가 있는 형태입니다.
입구로 팔을 집어 넣으면서 약간 긁혔다. 그 다음 머리를 넣었다. 머리를 옆으로 돌린 상태를 유지하여 어깨까지 거의 다 집어넣을 수 있었다. 어깨를 집어넣으면서 어깨와 가슴이 사방으로 바위에 닿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나를 막지는 못했지만 확실히 여러 군데가 긁히고 있었다. 나중에 다시 나와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서, 일단 몸을 밀어넣어 보기로 했다. 엄청 아프지는 않았고, 결국 들어갔다! 사실, 상체만 들어가 있었다. 최소한 무덤 속의 느낌이 어떤지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제가 아주 돋보이는 사진입니다. 저희가 작업해야 했던 공간의 크기를 보세요. 위쪽에 튀어나와 있는 바위가 장애물이었습니다.
무덤에 들어가고 나니 사방으로 몇 센치 여유가 있어 몸의 자세를 조정할 수 있었다. 이곳이 통로의 가장 넓은 부분이었고, 편리하게도 입구부분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 공간 덕분에 앞으로 기어나갈 자세를 조정할 수 있었다. 무덤 안에서 나는 앞으로 어떻게 기어갈지 완전 새롭게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여기가 가장 넓은 부분이었지만 여전히 좁긴 했다. 머리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고개를 어디로 돌려도 눈에 보이는 것은 바위벽 밖에는 없었다. 내가 B에게 말하는 소리는 마치 작은 상자 속에서 말하는 것처럼 먹먹했다. 가슴을 바닥에 대고 쉴 수 있었지만 바닥의 돌멩이들이 배겨서 불편했다. 고개를 들어 앞쪽을 봐보려 했지만, 어제 쌓아놓은 돌멩이 벽 때문에 그 너머가 보이지 않았다. 끝으로 향할수록 통로는 좁아졌는데, 지금 보니 더 좁아 보였다. 거기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아슬아슬해 보였다. 더 기어가보고 싶었다. 그러나 먼저 통로 바닥에 널려있는 돌무더기를 좀 치워야 했다. 실망스럽게도 굴러다니는 것처럼 보이던 돌멩이들은 대부분 바닥에 붙어있었다. 그냥 긁어낼 수 있기를 바랬는데. 나는 망치를 앞쪽으로 밀어서 통로 안쪽에 쌓았던 돌멩이 “벽”을 밀어냈다. 그런 다음 망치를 앞뒤로 끌어서 굴러다니는 돌멩이를 전부 치우고 붙어있는 것은 부수었다. 망치의 머리부분을 밀어넣어보니, 통로의 가장 좁은 부분의 높이는 대략 20센치 정도 같았다. 내가 지나가려면 작업을 좀 해야 할 것 같았다. 통로에 머리를 집어넣고 있는 동안, B는 내 설명과 진행상황을 들으면서 그냥 누워 있었다. 그 동안 위에 링크한 사진을 찍은 것입니다. B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이 시점 통로의 크기는 나에게 큰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엄청나게 좁은 통로에 상체만 집어넣고 있었지만, 그 부분이 통로에서 가장 넓은 부분이라 팔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기 때문에 상당히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밀어붙일 타이밍이었다.
나는 내가 닿을 수 있는 최대한 망치를 밀어넣었다. (내 몸이 입구를 막고 있었으므로 망치를 밖으로 끄집어 내는 것 보다는 앞으로 밀어넣는게 더 쉬웠다.) 엉덩이를 구멍의 각도에 맞추기 위해 상체를 팔 힘에 의존해서 기대야 했고, 발로 구멍 밖의 벽을 기어오르면서 천천히 구멍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엉덩이가 간신히 들어갔다. 엉덩이가 들어가자 나는 잠시 휴식할 수 있었고 안으로 전진할 자세를 잡을 수 있었다. 나는 한 팔을 앞으로 하는 테크닉을 사용하기로 했다. 통로가 매우 좁아서 어떤 자세를 취하더라도 끝까지 그 자세를 유지해야 했다. 몸을 틀거나 자세를 바꿀 수 있는 공간 따위는 없었다. 머리 역시 한쪽으로 돌린 다음 그대로 유지해야 했다. 이 통로는 정말 좁았다!
통로의 앞부분에서 움직이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웠다. 앞으로 뻗은 팔로(왼팔) 끌어 당기고, 다른 쪽 팔로 밀었다. 동시에 몸을 꿈틀거리면서 가슴이 바닥에서 최대한 떨어지도록 아치형을 만들었다. 고개는 양쪽 다 해봤는데 오른쪽으로 돌리는 것이 제일 편했다. 앞으로 나아가다 보니 요령이 생겼다. 한 손에 작은 후레쉬를 들고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그러면 앞쪽을 비추어서 어떤 부분을 기어가야 하는지 미리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머리가 옆으로 돌려져 있는 상태에서 앞을 봐야 하기 때문에, 꽤 어려운 동작이었다. 곧 통로에서 돌멩이를 제거해야 함이 확실해졌다. 앞으로 나아가면서 내 가슴은 계속 돌멩이에 긁혔다. 돌멩이들이 날카로워서 아팠다. 때때로 가슴 밑에 돌멩이가 있는 상태로 몸이 천장과 그 돌부리 사이에 꼈다. 그럴 때면 뒤로 물러나서 얼굴로 돌을 쓸어 옆으로 치우거나, 아예 뒤로 가서 앞으로 뻗은 손으로 치워야 했다.
그 통로 안에서 보낸 짧은 시간은 내 동굴탐사 “경력”을 통틀어 큰 이정표를 세웠다. 동굴탐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좁은 공간에 들어가는 것이 그다지 편하지 않았다. 이 동굴 초반부에 있는 약간 좁은 굴마저도 나에게는 극복해야 할 산이었다. 이 좁은 통로를 비집고 들어가는 경험을 통해 좁은 공간에 대해서 훨씬 더 침착해졌다. 그리고 이 통로는 좁은 장소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되었다. 나는 이렇게 좁은 공간에 들어가본 적이 없었다. 최소한 헬멧을 벗어야 한 적은 없었는데 여기서는 꼭 벗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 헬멧을 벗어야 함은 물론이고 고개를 돌려야 들어갈 수 있을 정도다.
플로이드의 무덤으로 향하는 여정은 다음과 같았다.
엉덩이를 틀어 통로 안으로 들어가고 난 후 몇 분간 멈추어 전략을 짠다. 대부분의 지점에서는 아직 다리가 입구 밖으로 나와 있는 상태이다. 그냥 공중에 매달려있는 상태이다. 아직 무덤은 머리를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넓고, 팔의 자세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이곳은 통로의 나머지 부분보다는 넓지만, 아주 넓지는 않다. 이것은 마치 상자 안에 머리를 집어넣는 것과 같다. 어디를 쳐다보던 바위뿐이었다. 소리를 내보아도 먹먹하고 “죽어”있었다. 3미터 안으로 들어가면 가장 좁은 부분이 나온다. 이 시점에서 나는 1미터 정도 구멍 속으로 들어와 있다. 1.2미터 지점 즈음 편안한 자세 하나를 골라 고정해야 하고, 동굴이 다시 넓어지는 3.6미터 지점까지 유지해야 한다.
나는 왼팔을 앞으로 뻗고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린 자세였다. B가 건네준 후레쉬를 왼손에 들었다.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며 왼팔을 이용해 바닥의 돌멩이들을 쓸어냈다. 이 작업은 꽤 성공적이었지만, 손이 닿지 않거나 바닥에 박혀 움직이지 않는 것들도 꽤 있었다. 위에서 적었듯 굴의 앞부분은 공간이 조금 있어서 꽤 빨리 기어갈 수 있지만, 그 이후 벽은 점점 나를 조여온다. 사방으로 몇 센치 공간이 있었지만, 특히 통로의 아래위 높이가 매우 낮아지고 있었다. 약 2미터 지점에 도달하자 몸을 아치형으로 만들 때 마다 천장이 내 등에 닿는게 느껴졌다. 15cm 더 전진하자 아예 몸을 굽힐 수도 없었다. 발가락을 밀면서 앞쪽 팔은 끌어당기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이 때가 내가 되돌아 나올 수 있을 지 가늠할 수 있는 좋은 타이밍이었다. 꽤 쉽게 후진할 수 있어 자신감이 붙었다. 그렇지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B가 나를 끌어당길 수 있도록 발에 줄을 묶어두었다.
제 발이 완전히 구멍 속으로 사라지기 전의 마지막 모습입니다. 저의 부탁으로 B가 제 발에 묶어놓은 줄을 보세요.
고개를 옆으로 계속 돌리고 있다보니 점점 아파오기 시작했다. 머리가 점점 무거워져 왔지만, 목근육을 쉬려면 뾰족한 돌부리 위에 머리를 올려놓는 수 밖에 없었다. 아파도 여러 차례 그렇게 했다. 나는 내 얼굴에서 10~12cm 밖에 떨어져있지 않은 오른쪽 벽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 속에 있는 대부분 동안은 벽을 보지 않고, 눈을 감고 있거나 (나는 좁은 통로를 지나갈 때 종종 이렇게 한다) 부질없는 방향으로 비추어진 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플로이드의 무덤 내부는 내 숨소리밖에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다. 움직이려 안간힘을 쓰느라 숨은 거칠었다. 고맙게도 바람이 불어 나를 식혀주었다. 고개를 들어 조심스럽게 천장을 건드려 보면서 내 몸이 곧 통과해야 할 부분의 사이즈를 가늠했다. 마치 고양이가 수염으로 울타리의 틈 사이를 재는 것처럼. 2.5 미터 지점부터는 동굴이 정말로 좁아짐을 알 수 있었다.
동굴 깊은 곳의 통로 속 어둠에 누워 있다 보면, 그 독특한 장소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말 그대로 산 하나가 내 몸 위에 있고, 그 모든 흙더미가 내 몸을 짓누르고 있다. 그 흙더미의 미동 만으로도 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더 나쁜 경우를 생각하면, 이 흙더미의 감옥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수일간 대지(大地)의 심장 깊은 곳에 갇혀 플로이드 콜린스가 느꼈던 그 공포를 나도 느끼게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내가 있었던 곳에 당신이 있다고 상상해보라. 엎드린 상태에서 왼팔은 앞으로 뻗어있다. 오른팔은 몸통 옆에 있고, 몇 센치밖에 움직일 수 없다. 당신의 팔과 손은 부서진 돌무더기 사이를 기어가느라 피가 나고 쓰라려온다. 몸 전체가 돌부리들 위에 있다. 목은 뺨이 돌에 살살 닿게 유지하느라 머리를 들고 있어 피로해져온다. 앞으로 나아가려면 발가락을 밀어 돌멩이들을 비집고 앞으로 미끄러져 나가야 한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서 쉬어야 한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등이 천장에 압박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다시 움직이려면 몇 분을 쉬어야 한다. 그곳에 누워있는 내내 어떻게 밖으로 다시 나올지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만약…?
이것이 통로의 그 지점에서 내게 벌어지고 있던 것들의 대략적 설명이다.
지금이 그 “좁아지는 부분”의 사진을 올리기 적절한 때인 것 같습니다. 이 사진은 사실 다른 여행에서 찍은 것이지만, 통로의 그 부분이 얼마나 좁은지 잘 나타납니다. 제 고개가 옆으로 돌려져 있다는 것을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닙니다) 염두에 두시면 제 뺨이 바닥의 돌부리에 어떻게 닿는지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앞쪽을 보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도 알 수 있습니다. 제 팔은 양쪽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나중에 이 자세가 최적인 것을 알았습니다). 천장과 제 등 사이에는 공간이 전혀 없습니다. 좁아요! 폐쇄공포증이 있으신 분은 보지 마세요!
등이 천장에 닿으며 머리로는 통로가 당최 넓어지지 않는 것이 느껴질 무렵, 이곳을 어지간해선 통과할 수 없을 거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밀어보기로 했다. 만약 작년에 내가 이런 자세로 있었다면 패닉에 빠졌겠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의기충천한 상태였다. 몇 분 정도 휴식을 취한 후 시도했다. 폐에서 완전히 숨을 내보냈다. 그래서 가슴이 줄어들어 몇 센치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었다. 전진하는데 워낙 힘이 들었기 때문에, 나는 한번에 고작 몇 센치만 움직일 수 있었고 더러 멈추어 숨을 골라야 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가슴과 등이 통로에 끼어 강하게 압박되었다. 숨을 회복하는데 시간이 좀 더 걸렸다. 나는 놀랍게도 한번 더 시도했다! 내쉬고, 밀고, 쉬고. 다시 몇 센치 더. 반복. 나는 이 자세를 “즐기기” 위해 몇 분간 가만히 있었다. 작은 공간에 끼어있는 자세. 우와. 이렇게 편안할 줄이야. 내쉬고 미는 동작을 한번 더 반복했다. 앞으로 나가기엔 등이 너무 꼈다. 실패했지만, 나는 들떠있었다. 몇 분간 휴식했다. 이 과정 내내 B는 나를 응원하고 있었다. 내 신발이 구멍 속으로 점점 들어가는 것을 보며 그가 환호하는 것을 듣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뒤로 나오는 것은 아주 어렵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 노력이 필요했다. 들어갔을 때와 마찬가지로 장애물이 있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구멍 밖으로 엉덩이를 꿈틀거리며 빼내고 나니, 어깨를 빼기가 어려웠다. 양 손은 머리 위에 있었다. 옷이 돌에 걸려 어깨는 날카로운 돌에 마찰되고 있었다. 좋은 자세를 찾으려 노력하다가 결국 나는 포기했고 그냥 상체를 빼냈다. 제대로 긁혔다! 티셔츠는 머리 위로 벗겨지고, 어깨에는 멋진 상처가 났지만 난 개의치 않았다. 개인적으로 이번 여행은 성공적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나의 한계 이상으로 밀어붙였다. 나는 그 구멍의 입구에 무릎을 꿇고 앉아 방금 내가 들어가 있었던 좁은 통로를 들여다보았다. 돌멩이 벽은 이제 3.3미터 안쪽에 있었다 (내가 팔로 밀어냈다). 가장 좁은 곳은 2.7미터 지점이었다. 거의 다 갔었다. 작업과 흥분감 사이로 피로감이 몰려왔다. 나는 밧줄 가방을 깔고 앉아 그저 활짝 웃었다. 휴! 굉장한 여행이었어!
일지의 나머지 부분은 별다를 것 없는 일들입니다. 동굴 밖으로 나오기, 저녁식사, 귀가, 등등. 집으로 돌아오면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그곳을 통과할 수 있을지 궁리했습니다. 우리는 같이 통로 깊숙이 있는 돌들을 제거할 수 있는 도구를 발명했습니다. 이번 여행으로 우리는 매우 흥분상태였습니다. 저는 동굴 안에서 제 한계를 뛰어넘었고, B는 동굴을 나오면서 얻은 수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등반 장비나 저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동굴 밖으로 빠져 나오는데 성공했습니다. 이것은 그가 당했던 사고 이후 얼마나 회복했는지를 보여주는 개인적 성공이며, 매우 멋진 일입니다.
바로 어제 겪었던 그 공포의 순간을 어떻게 그렇게 쉽게 잊었는지 아직도 놀랍습니다. 모든 것은 잊혀졌고, 이상한 소리의 원인은 기분 탓, 또는 다른 이성적이고 별 위험 없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성공
2001년 4월 7일
미스터리 동굴로 다시 돌아가기 전 저희는 준비에 많은 시간을 쏟았습니다. 스퀴즈 박스라는 것을 만들었는데, 입구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나무 상자입니다. 그 입구로 제가 몸을 넣어서 들어갈 수 있는 최소 크기를 측정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활용하여 제가 플로이드의 무덤의 가장 좁은 부분을 통과하려면 약 8인치의 높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따라서 통로의 바닥을 약 1인치 정도 긁어내야 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통로를 지나가기 위한 최적의 자세는 배를 깔고 엎드려 양팔을 옆에 붙이는 것임을 알아냈습니다. 당연히 고개는 옆으로 돌리고 있어야 합니다. 이 자세를 하면 어깨를 최대한 낮출 수 있었습니다. 앞뒤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발가락을 사용해야 합니다. 어려워 보이지만,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나중에 해보니 잘 되었습니다.
두 번째로 준비했던 것은 동굴 안에서 사용할 작업 도구를 발명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통로 안으로 직접 들어가지 않고도 내부를 깎아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생각해 냈습니다. 이웃에게 부탁드려 여러 가지 길이의 쇠파이프를 용접하여 해체된 상태로 동굴 속으로 가져갈 수 있고, 조립하면 밖에서 망치질을 할 수 있도록 길어지도록 만들었습니다. 또한 팁을 제작해서 파이프에 끼운 다음 깎아내고자 하는 위치에 닿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B는 L자형 빔을 사용해서 돌을 긁어낼 수 있는 멋진 디자인을 고안해냈습니다. 그의 이웃에게 용접을 부탁했습니다. 나중에 이것은 돌을 긁어 제거하는데 너무나도 요긴했습니다. 저희는 각자의 발명품에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저는 파이프에 드릴을 부착할 수 있는 장치도 만들었습니다. 이건 B가 만든 긁개가 워낙 좋아서 결국 사용하지는 않았습니다.
B의 사진입니다.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편집되었습니다. 무덤을 등지고서 제가 찍었습니다. 그는 저희가 침대로 사용했던 밧줄 가방 위에 앉아있습니다. 그의 왼쪽 뒤편으로는 물웅덩이로 향하는 통로가 있습니다. 오른쪽 뒤편에는 그 통로에 도달하기 직전의 절벽이 있습니다. 동굴을 출입할 때 사용했던 주황색 밧줄의 일부도 보실 수 있습니다.
나는 맹세했다. 서약을 했다. 이 통로를 통과하여 플로이드의 무덤을 정복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이 동굴을 떠나지 않겠다고. 굉장한 여행이 될 것이다. 미스터리 동굴에 처음 오고 많은 시간이 지났다.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말이다. 우리가 고안했던 도구들도 만들었다. 도구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재미있었다. 또한, 스퀴즈 박스도 만들어서 좁은 곳을 통과하기 위한 최고의 테크닉도 찾아냈다. 게다가 통과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돌을 제거해야 하는지도 알아냈다.
우리는 동굴로 돌아가 이 프로젝트를 끝낼 생각에 들떠있었다. 평소보다 더 많은 장비를 가져갔기 때문에 그곳까지 내려가는 데는 시간이 좀 더 많이 걸렸다. 통로에 도착하자 마자 B의 긁개와 내가 만든 파이프를 사용해서 곧바로 작업을 시작했다. 정말 잘 작동했다! 파이프의 한쪽 끝을 망치로 때리면 반대쪽 끝의 긁개가 바위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부서진 조각들을 건너편으로 쭉 밀어내 제거했다. 작업 상황을 체크하려면 긁개를 옆으로 돌리고 넓어진 공간을 보면 되었다.
2시간쯤 작업한 후 무덤 안으로 들어가보고 싶어졌다. 나는 확실히 한번에 성공했으면 했다. B가 통로 바닥을 한번 더 쓸어냈고, 내가 기어갈 자리에 굴러다니는 돌을 모두 제거하고 전에 만들었던 돌멩이의 벽을 밀어냈다. 난 기어갈 준비를 하며 간지나게 테이프를 옷에다 붙여 바위에 스쳐도 옷이 말려 올라가지 않도록 했다. 양 손을 몸 옆에 붙이겠지만 그래도 후레쉬를 하나 들고갔다. 통로를 통과하고 나서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믿음의 표시로 나는 발에 줄도 묶지 않았다. 통과할 자신이 있었다. 결국, 시도했다.
일지에 적지는 않았지만, 바람과 우르릉거리는 소리는 돌아와 있었습니다.
구멍 자체를 넓히는 작업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저번같이 이상한 율동을 해야 했다. 상체를 우선 집어넣은 후 앞으로 후레쉬를 비추어 어떻게 통로를 공략할지 궁리했다. 저번에 들어갔을 때보다 넓어진 느낌은 전혀 없었는데, 대부분의 작업은 통로 안쪽에 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몇 분간 멈춰 있다가, 엉덩이를 비틀어 하체를 집어넣었다. 전신이 통로를 천천히 채우며 나는 앞으로 조금씩 천천히 나아가고 있었다. 몸이 채 완전히 들어가기도 전 벌써 몸을 밀어야 하는 부분에 도달했다. 손을 양 옆으로 내리고 머리를 오른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앞으로 조금씩 나가기 시작했다. 발가락이 굴 안으로 들어온 후에는 그것을 이용했다. 몸이 벽에 긁히지 않기 위해 어깨, 무릎, 발가락을 사용해서 “걸어”갔다. 느리긴 했지만 안정적이었고 꽤 괜찮았다. 가장 좁은 부분에서 50cm 가량 떨어진 지점부터 이미 공간이 많이 생겼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등이 천장에 닿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앞으로 계속 갈 수 있었다. 통로의 가장 낮은 부분에 도달하고 보니 여전히 까다롭긴 하였다. 굴러다니는 돌멩이들을 열심히 치웠지만 여전히 날카로운 자갈이 가슴 아래서 배겼다.
등짝의 여러 부분이 천장에 스치는 것이 느껴지자 나는 다시 숨을 내쉬는 전법으로 바꾸었다. 그러나 그것을 시작하기 전 잠시 가만히 시간을 보냈다. B의 후레쉬 불빛이 내 몸과 벽 틈사이를 통해 내 앞을 비추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시원한 바람이 이마의 더러운 땀방울들을 증발시키는 것이 느껴졌다. 수만 개의 날카로운 모서리가 내 살을 파고드는 것이 느껴졌다. 수 주일간 노력해온 목표가 곧 이루어지려 한다는 것을 깨닫자 짜릿한 흥분이 느껴졌다. 이 생각들은 내 앞의 통로가 아무리 좁더라도 계속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불러일으켰다. 몇 번의 빠른 호흡 후 나는 시작했다.
내쉬기.
전진.
멈추어 숨고르기.
반복.
고작 몇 센치만 나아갔을 뿐인데 고개를 바닥에서 들어올릴 수 있었고 벌써 통로가 넓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나는 이 소식을 B에게 전했고 우리는 몇 초간 자축의 시간을 가졌다! 통로의 나머지 부분을 미끄러져 가는 동안 B는 나를 계속 응원했다. 그는 계속 “미발견 통로야!”, “닐 암스트롱 지역이야” 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내 입은 귀에 걸려 있었다.
통로가 점점 넓어지고 있었지만, 내 속도는 여전히 더디었다. 손을 밑으로 빼서 기어가는데 쓸 수 있을 때까지 50센치 정도 더 발가락만 쓰며 나아갔다. 그 지점에 도달했을 때 내 여정은 거의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살짝 걸터앉아 전에 세웠던 돌멩이의 “벽”을 치워낼 수 있었다. 이 돌멩이들은 약간의 조심성은 현명한 것임을 우울하게 일깨워 주는 것이었다.
나는 B에게 통과했다고 소리쳤다! 우리는 성공을 자축했다. B는 내가 방금 지나온 곳을 통과해서 이 광경을 볼 수 없을 것이었기 때문에, 동굴의 이쪽 부분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에게 설명해 주었다. 이 시점에 나는 미니 후레쉬 밖에 없어서 멀리는 볼 수 없었다. 통로의 끝부분은 부드럽게 오른쪽으로 꺾인 후 꽤 지속되는 것 같이 보였다. 여기는 통로가 좁아서 앉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우리가 플로이드의 무덤 너머로 밀어놓았던 돌멩이들은 전부 여기에 널려있었다. 이것 외 사람의 흔적은 없었다. 나는 동굴을 더 잘 관찰하기 위해선 B가 내 헬멧 라이트를 건네줄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B가 우리가 만들었던 파이프에 밧줄의 한쪽 끝을 걸어서 보내주었다. 그것을 이용해 내 모든 장비를 이쪽으로 끌어 당길 수 있었다. 첫 번째로 도착한 것은 내 헬멧과 조명이었다. 조명을 켜니 우리의 새로운 동굴을 볼 수 있었다. 우리의! 수 주간 여러 시간에 걸친 고된 노동이 결실을 맺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분되는 경험이었다. 이 시점 우리는 동굴이 앞으로 어떻게 나타날 지 전혀 알지 못했다. 내가 유일하게 볼 수 있었던 것은 여기서 바로 이어지는 통로였다. 천장이 낮은 좁은 길이었다. 기어가야 하지만 쉽게 지나갈 수 있을 것이다. B에게 보여주기 위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새로운 통로의 처음 부분입니다. 그곳이 워낙 좁았기 때문에 저는 거의 누워 있었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듯 제 발은 앞으로 뻗어있습니다. 굴 바닥에 부서진 돌들을 보세요. 마치 막다른 길처럼 보이지만, 거의 끝부분에서 오른쪽으로 부드럽게 꺾인 형태입니다.
나는 전에 일어났던 이상한 사건들을 고려하여, B에게 얼마나 멀리 가보는게 좋겠냐고 물었다. 그도 그 소리들을 기억하자 처음으로 약간 들뜸이 가라앉은 듯 했다. 그는 무덤을 통해 끝부분이 느슨하게 되어 있는 파이프를 건네주었다. 혹시나 짐승 또는 무언가…?를 만나면 무기로 사용하라며. 또한 내가 동굴 속으로 가는 동안 계속 서로 목소리가 들리는 것을 확인하자고 했다.
저희는 그 안에서 곤경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는 두고 있었지만, 설령 곤경에 빠지더라도 B는 저를 절대로 구하러 올 수 없다는 사실은 그다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수 시간 동안은 아무도 저를 구하러 올 수 없을 것이었습니다. 제가 부상을 당하거나 하는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면, 제 시간에 저를 구조할 방도는 전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기록 전체에서 드러나듯 저희는 저희의 목표에만 집중한 채 위험요소는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여태까지는 총알들을 잘 피해 왔습니다. 여태까지는…
나는 장갑과 무릎보호대를 끼고, 카메라를 들고 모험을 시작했다. 위 사진에 나와있는 6미터 정도 되는 통로를 기어갔다. 그 곳을 지나가니 통로는 살짝 오른쪽으로 꺾여있었다. 완만한 오르막길만 올라가면 일어설 수 있을 것이었다. 이 오르막길은 12미터 정도 계속되었다. 방금 지나온 부분에 비하면 여기는 천장이 더 높고 양 옆으로도 더 넓었다. 방금 통과한 곳과 이 곳은 상대적으로 일자로 돼있었다. 바닥의 자갈들은 내가 그 위로 지나갈 때마다 우드득거리는 소리를 냈다. 벽면은 미스터리 동굴의 다른 부분과 거의 똑같았지만, 완전 새 것같이 깨끗했다. 아무도 이곳에 와보지 않았음은 확실했다. 벽을 자세히 관찰해보니 두 종류의 섬세한 형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 것은 마치 여러 개의 치즈 덩어리가 서로 끄트머리가 묶여있고 나머지 “치즈”들이 풀썩 내려앉은 모양이었다. 두 번째 형상은 사람 머리카락보다도 얇은 가는 돌 가닥들이었다. 꽤 멋있었다. 이 두 종류 형상의 예를 여러 개 발견할 수 있었다.
아직 동굴의 두 번째 부분도 통과하지 못했지만 이미 B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보통 동굴 통로는 소리가 잘 통하지 않는다. 나는 30분 정도 더 갔다가 돌아오겠다고 소리쳤다. 그는 알겠으니 조심하라고 했다. 탐사를 계속했다. 이 때 나는 거의 똑바로 서서 걸을 수 있었다. 나는 세 번째 일자 구간에 있었는데 오른편에 결정 구조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벽 위에 여러 겹으로 생성되어 있었는데, 투명한 밀납이 녹아서 벽 위로 흐른 듯한 모양이었다. 이 결정들에 의해 생성된 여러 개의 작은 종유석 같은 것들이 있었다. 가장 긴 것은 10센치에 달했다. 뿌리부분을 보면 훨씬 더 길었을 것 같은데 부러진 것 같았다. 그것이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지 찾아보려 했으나 찾을 수 없었다.
결정 구조는 사진의 우측상단 구석에 보이는 바위 바로 뒤에 있습니다. 저는 똑바로 설 수 있었지만 몇몇 군데에서는 숙여야 했습니다. 이를테면 그 바위 밑으로 숙여 지나가는 것입니다.
30미터를 더 가자 동굴은 조금 더 넓어졌다. 그곳은 이곳의 짧은 직선구간의 마지막 부분이었다. 그 구간의 끝에서 통로는 왼쪽으로 꺾어지며 방 같은 공간이 나타났다. 그 방으로 넘어가는 부분 벽에 기대어 있는 둥그런 바위가 하나 있었다. 이상한 일이었지만, 동굴 안에서 저런 일정한 모양은 흔히 발견되기 때문에 독특한 현상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나는 천장에서 떨어진 여러 개의 커다란 바위들을 기어오르거나 걸어서 넘어갔지만, 이 바위는 다른 것보다 더 둥글었다. 이 바위를 지나치면 나오는 방의 높이는 약 4.5미터 였다. 폭도 4.5미터 정도였으며 길이는 9미터에 달했다. 방의 반대편 끝에는 또 다른 통로가 곧바로 이어졌다.
방에 들어서니 으스스한 기운이 느껴졌다. 마치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것처럼 나는 누군가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새로운 발견의 흥분은 또 다시 흐려졌고, 이 동굴에서 겪었던 기이한 일들의 기억들이 밀려왔다. 갑자기 매우 혼자 남겨진 기분이 들었다. 다행히도 나는 30분의 시간이 거의 바닥나 B에게 돌아가야만 했다. 방의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건너편에 이어지는 통로의 길이가 얼마쯤 될지 알아보려 하는 찰나 무언가가 내 주의를 끌었다. 왼쪽 벽의 대략 눈높이쯤 무슨 상형문자 같은 것이 있었다! 그것은 마치 바위 색의 일부처럼 보이는 하나의 그림이었다. 사람들이 어떤 상징 밑에 서있는 형상을 아주 단순한 형태로 표현한 것이었다. 난 매우 흥분했다! 이것은 어딘가 여기로 들어오는 다른 입구가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 입구가 닫혀있건 막혀있건 간에 그것을 열면 B가 들어올 수도 있음을 의미했다. 돌아가서 B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그 그림을 재차 관찰했다. 그런 후 사진을 좀 더 찍고 B에게 돌아갔다.
나는 무덤으로 돌아오자마자 B에게 내가 발견한 것들을 속사포처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 역시 새롭게 발견한 보물들에 대해 들으며 아주 흥분했다. 무덤을 통해 B에게 장비들을 건네면서 앞으로의 움직임에 대해 토론했다. 나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다른 사람과 함께 들어갈 수 있으면 제일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동의했다. 장비를 모두 건넨 후 나는 플로이드의 무덤을 헤쳐나가는 굉장한 임무를 맞이했다.
이론적으로 어떤 통로를 통과할 수 있다면 그 반대로 거꾸로 기어나올 수도 있습니다. 들어가기 위해 어떤 식으로 몸을 뒤틀었다면, 똑 같은 동작으로 나올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게 불가능하거나 현실적으로 잘 안될 수도 있습니다. 플로이드의 무덤이 그런 경우였습니다.
나는 통로에 다시 들어갈 때 머리를 앞으로 해서 들어가기로 미리 결정했었다. 발 먼저 들어가면 당연히 통과할 수 있겠지만, 그러면 오는 내내 뒤로 가야 한다. 그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엄청 힘들 것이었다. 머리 먼저 들어갈 경우의 가장 걱정되었던 점은 마지막에 빠져나올 때였다. 구멍 밖으로 나올 때 몸을 비틀 수 없는 단점이 있다. 그래도 우선 머리 먼저 들어간 다음에 나오는 것은 그때 가서 대처해 보기로 했다.
통로로 들어가자 가장 좁은 부분이 매우 가까이 있었다. 최소한 그 부분을 빨리 지나칠 수 있는 것은 나름 장점이었다. 그곳을 통과하는 것은 까다로웠다. 엉덩이를 약간 오른쪽으로 움직여야 통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저 꾸준히 전진할 뿐이었다. 양손은 다시 옆으로 붙였다. 머리는 오른쪽으로 돌린 채 발가락으로 몸을 밀어냈다. 그리고 다시 머리를 이용하여 여기가 가장 좁은 지점인지, 아니면 통과했는지를 가늠했다. 돌아 나오는 길에 나는 좀 더 빨리 지치는 듯 했다. 지금까지의 모험에 따른 피로 때문임이 확실했다.
절반을 약간 지났을 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통로 안에 엎드려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동굴 깊숙한 곳에서 어떤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희미하지만, 바위와 바위가 서로 마찰하는 특유의 소리였다. 내 피는 얼어붙었다. 움직일 수 없었다. 나는 그저 그곳에 엎드려 소리를 다시 들어보려 할 뿐이었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밖으로 나오기 위해 얼른 발길질을 시작했다. B에게 이 소리에 대해 말하지는 않았지만, 이전에 그가 똑 같은 소리를 들었다고 한 적이 있었음이 기억났다.
구멍 밖으로 나오는 일은 예상보다 더 고통스러웠다. 나는 양 팔을 머리 위로 뻗어 어깨를 구멍 밖으로 억지로 빼내야 했다. 구멍을 빠져나오면서 확실히 내 살의 일부가 안에 남겨졌을 것이다. B는 내가 상체를 꿈틀대며 구멍에서 빠져 나오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리고 나는 바닥에 손을 짚고 하체를 무덤에서 빼낼 수 있었다. 빠져 나왔다!! B와 나는 악수를 하고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 나는 구멍에서 어떤 소리가 나는지 유심히 들었으나, 우리가 장비를 챙기는 소음이 너무 컸다. 내가 통로에 들어가고 싶어했던 만큼, 돌아온 것에 대한 안도감도 컸다. 그것은 내가 동굴에 대해 일반적으로 느끼는 감정이다. 동굴에 들어가는 걸 좋아하지만, 다시 나오는 것도 역시 기분 좋다.
동굴의 새로운 부분에서 찍었던 사진들에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넓은 방으로 통하는 길에서 찍었던 사진들은 전부 멀쩡했습니다. 기이하게도, 방 안에서 찍은 사진들은 전부 안 찍혀 있었습니다! 둥그런 바위, 그리고 더 중요한 “상형문자” 마저도 말입니다. 방에 들어가기 전후 찍었던 사진은 아주 잘 나왔지만, 방 안에서 찍었던 사진들의 네거티브는 완전히 깨끗했습니다! 아무것도 없었죠. 저는 그 상형문자의 모양을 기억하기 때문에 여러분께 보여드리려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것은 제가 보았던 것을 개략적으로 그린 것이지만, 정확합니다. 제가 그것을 보고 처음 떠올렸던 것은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였습니다. 그런 종류의 느낌이 납니다. 이 상징이 중앙에 있었고 사람처럼 보이는 형상이 이 상징 밑에 여러 개 그려져 있었습니다.
넓은 방에 진입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이 통로의 끝 부분 그림자에 부분적으로 가리워진 것이 제가 보았던 둥근 바위입니다.
이 사진은 위 사진의 둥근 바위를 제가 표시한 것입니다. 이것만 보아서는 무엇인지 식별하기 어려우시겠지만, 이것이 그 바위가 담긴 유일한 사진입니다.
2001년 4월 14일
B가 그 통로를 함께 탐사할 사람을 구하는 데는 며칠밖에 걸리지 않았다. B는 다른 사람들과도 얘기해 보았지만 스케줄이 맞지 않았다고 했다. 그들은 그 동굴과 통로에 대한 정보를 얻어내려 그를 닦달했다고 한다. 그는 그 동굴에 대한 것을 공개하기 전 우리가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충분히 탐사하기 위해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심지어 우리와 같이 가기로 한 사람에게도 동굴에 거의 다 도착할 때까지 거의 정보를 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이 동굴의 위치를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않기로 맹세했다. 저는 그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죠”라고 부르겠습니다. 죠, B, 그리고 나는 새로운 통로를 탐사할 시간이 충분하도록 아침 일찍 출발했다. 동굴에 도착하고 우리는 꽤 빠르게 장비를 챙겨 내려갈 수 있었다. 공구 가게의 절반을 짊어지고 내려가는 수고를 덜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죠는 우리의 작업에 감명받았다. B와 나 마저도 우리가 들인 수고에 대해서 서로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그리고 그곳을 통과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죠는 상당히 날씬한 동굴탐사가로 많은 동굴 경험이 있었다. 그는 이 통로가 여태까지 가본 곳 중 가장 좁다고 했으나, 그에게는 아무런 지장이 되지 않았다. 나는 그가 물리적으로 그곳을 통과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는데, 내가 그보다 덩치가 큼에도 그곳을 통과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곳을 너머 새로운 지역을 탐사할 생각에 우리만큼이나 흥분해 있었다. 어쩌면 우리보다도 더. 그는 재빨리 준비하고 공격 계획을 들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 계획은 그를 먼저 들여보낸 후, 그가 준비되면 내가 따라가는 것이었다. B는 우리에게 장비를 건네주고 밖에서 기다린다. B는 우리에게 돌아올 때까지 2시간을 주기로 했다. B는 참 좋은 사람이라 이 동굴까지 내려와서 우리의 뒤치다꺼리를 해주고 있었다. 동굴 속에서 가만히 앉아있는 것은 지루한 일이다. 계획이 확정된 후, 우리는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었다.
어쩌면 죠에게 우리가 여기서 이전에 겪었던 모든 설명불가한 사건들을 미리 알려주지 않은 것은 무책임한 일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과연 무엇을 알려준단 말인가요? 그에게 이상한 일들을 얼마나 알려줘야 했을까요? 우리는 그것이 전혀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랬다면 아예 가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가 플로이드의 무덤에 들어가기 전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은 것입니다. 물론 나중에 말해주었지만, 그때는 너무 늦었었습니다.
죠가 그렇게 쉽게 통로를 통과하다니 믿을 수 없었다. 그는 좁다고 말은 하면서도 전혀 그래 보이지 않았다. 그가 통과한 후 우리는 장비를 건네주었고, 내가 출발했다. 나는 통과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무덤을 지나는 것은 느렸다. 발가락으로 밀면서는 도저히 빨리 갈 수가 없었다. 가장 끼는 부분에 도달했을 때 죠에게 부탁해 내 사진을 찍었다. 멋진 사진이 될 것이었다. 내가 통과하고 난 후 B가 내 물건들을 건네주었다. 나는 무릎을 꿇고 여전히 낮게 웅크리고 있어야 했다. 내가 헬멧과 조명을 건네 받고 (아이러니하게도) B에게 밧줄을 돌려주기 위해 돌아서는 순간 통로의 천장에 머리를 부딪히고 말았다. 사람의 두개골 vs. 단단한 바위였다. 바위가 이겼다. 나는 B에게 상황을 알렸고 B가 응급처치 도구를 보내주었다. 출혈이 있는 데다가, 컨디션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나는 상처에 붕대를 감고, 죠에게 나는 더 이상 안가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마치 크리스마스가 취소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어린아이 같은 표정이었다. 그가 나 없이 혼자 동굴을 탐사하는 것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물론 이기적인 이유에서), 그에게 최소한 동굴의 일부분은 구경하고 오라고 했다.
그에게 얼마나 멀리 가고 시간을 얼마나 사용할 지 일러주고 난 후, 그를 보냈다. 그곳에 누운 채 그가 어둠 속으로 기어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첫 번째 꺾인 부분을 지나쳐 그의 불빛은 사라졌다. 나는 1, 2분 정도 휴식한 후 좁은 통로를 되돌아왔다. 기껏 열심히 통로를 지나와서는 제대로 탐사해보지도 못하고 돌아가려니 실망스러웠다. 사실 매우 고통스러웠다! 플로이드의 무덤을 (고통스럽게) 통과한 후 나는 주저앉아 에너지 바를 우적우적 씹으며 B와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그가 만약 머무르기 원한다면 오늘 밤 모텔비를 내겠다고 했다. 그리고 내일 내 상태를 보아서 동굴을 재시도할지 결정하자고 했다. 동굴 천장에 머리를 박은 것에 대해서 내 자신이 참 바보같았다. B는 내일 재시도할 의사가 있었다. 그 역시 이 동굴을 어느 정도 종결 짓기를 간절히 원했던 것이다. 죠 역시 오늘 밤 머무른다면, 내일 모든 것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여기까지 결정한 후 우리는 그저 누워서 어둠을 즐기고 있었다. 통로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 고요함은 저번에 내가 들었던 그 마찰음을 상기시켰다. 나는 B에게 그 이야기를 꺼냈다. 아직 동굴을 완전히 탐사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그에게 그 소리의 원인에 대해 설명할 수는 없었다. 바람 세기나 우르릉거림의 변화에 대해서도. 또는 우리가 들었던 그 끔찍한 비명소리도. 갑자기 우리는 죠를 동굴 속에 혼자 보낸 것이 후회되기 시작했다.
B는 구멍으로 다가가서 소리쳤다. “죠.” 응답은 없었다. 당연했다. 동굴 안에서 서로 멀리 떨어져 있으면 육성으로 대화는 불가능하다. 우리는 초조하게 아무 소리라도 (좋은 소리. 즉 죠가 내는 소리.) 들리길 기다렸다. 20분의 제한시간이 지나갔다. 25분이 지나갔다. 나는 그 통로를 다시 기어갈 의지는 전혀 없었다. 머리는 여전히 욱신거렸고 통로는 그렇게 좁아 보일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나는 죠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통로로 다시 들어가려고 준비하려는 와중 통로 깊은 곳에서 빛이 보였다. “죠?”하고 불렀다. 답이 없었다. “죠!” 여전히 답은 없었다. 불빛은 점점 밝아졌고 굴 속의 돌 부스러기들 위로 사람이 기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죠, 괜찮아요?”. 그의 미약한 대답은 “아니요”였다. 우리와 무덤을 사이에 두고서 그는 몸이 좋지 않다고 했다. 그는 재빨리 그의 장비를 벗어 우리가 끌어당길 수 있도록 가방에 담았다. 우리가 가방을 끌어당기자마자 그는 무덤을 건너오기 시작했다. 그가 건너오는 동안 무슨 일을 겪었는지 물어볼 기회조차 없었다. 그는 재빠르게 통로와 입구를 미끄러져 나왔고 그제서야 우리는 그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그의 모습은 처참했다. 얼굴은 창백했고 숨이 넘어가려 하고 있었다. 통로 바닥의 먼지가 그의 얼굴과 옷에 자국을 남겼다. 수많은 자상과 찰과상이 그의 얼굴과 팔을 덮고 있었다. 아마도 통로를 급하게 빠져 나오느라 그랬을 것이다. 그의 눈은 휘둥그래진 상태였다.
그는 말 한마디 없이 곧 동굴 밖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그에게 일어난 변화에 대해서 물어볼 시간이 없었다. 죠와 B가 밖으로 향하는 도중 나는 잠시 장비를 챙기고 있었다. 그때 나는 통로에 귀기울였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바람이 멈춘 것이다! 내 마음 일부분은 동굴을 최대한 빠르게 탈출하고 싶었다. 한편으로는 당장 저 통로를 건너가서 무엇이 이 동굴을 변화시키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아직도 부상 때문에 머리가 약간 띵했다. 그 순간 나는 B와 죠가 이미 신속하게 동굴을 빠져나가고 있었고 나 혼자 뒤쳐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온몸에 소름이 돋아 나는 그들을 허둥대며 따라갔다.
동굴을 빠져 나와 나는 죠에게 더 많은 것을 알아내려 했다. 그러나 그는 마지막 벼랑을 지나 밖으로 나오자마자 줄에서 클립을 풀고 곧바로 트럭에 타버렸다. 대낮의 햇빛 아래서 그의 모습은 동굴 안에서보다 더 심각했다. B와 나는 밧줄과 장비를 챙겨 트럭으로 향했다. 죠는 컨디션이 너무나도 좋지 않아 (우리는 그 말을 믿었다) 내일은 가고 싶지 않다 해서,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죠에게서 아무런 정보도 더 얻을 수 없었다. 그는 그저 정면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는 마치 나뭇잎처럼 흔들리고 있었고, 춥지는 않다고 했다. 우리가 질문을 하면 그는 짧게 대답했다. 나는 그 상형문자를 보았냐고 물었다. “아니요.” 우리가 소리치는걸 들었어요? “아니요.” 결정구조는 보았어요? “아니요.” 그는 그저 좀 가다가 갑자기 몸이 안좋아졌다고 했다. 그의 대답들은 뭔가 수상했다. 우리가 소리치는걸 못들을 정도로 멀리 갔다면 결정구조를 봤어야만 했다. 근데 왜 말해주지 않았던 걸까?
돌아오는 길의 나머지는 으스스한 침묵 속이었습니다. 죠는 별로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에게 동굴에서 일어났던 기이한 사건들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습니다. 그는 대꾸하지 않았습니다. 그를 집에 내려주면서 동굴에 돌아가지 않겠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고개를 젓더니 집으로 뛰어들어갔습니다. 그날 늦게, 그리고 다음날 그에게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자동응답 메시지밖에는 들을 수 없었습니다.
2001년 4월 28일
이번 일지에서는 지금까지 저와 B가 느낀 것에 대해 간략히 서술했습니다. 그 느낌들을 설명하고 이번 일지에 대한 분위기를 잡고자 합니다. 저희가 다음 움직임에 대해 고민하며 생각했던 것들 것 느꼈던 것들을 정확히, 성공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렇지 못한다면 일반 독자에게는 우리가 무식하고, 순진하고, 또는 완전히 멍청한 것처럼 보일 것입니다.
저희에게 있어 이 동굴은 여러 주에 걸친, 수많은 감정들이 얽혀있는 노력의 결정체였습니다. 피로에서부터 공포까지. 기대감으로부터 고통까지. 당황스러움으로부터 영광까지. 저희는 일어날지도 모르는 파괴의 직전에 서있다기 보다는, 말로 하지 않은 약속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 있었습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공포 때문에 우리의 “자식”을 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좋든 싫든 이 동굴은 이제 저희의 일부분이었습니다. 이제는 이 모험의 결실을 꼭 봐야 했습니다. 장황한 설명은 집어치우자면, 저희는 호기심에 잡아 먹히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설명불가한 사건들을 겪었지만, 그 동굴에 반드시 돌아가야만 했습니다. 우르릉거리는 소리의 원인은 무엇일까? 바람 세기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죠에 대한 것까지. 죠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무엇을 본 것일까? 무슨 일을 겪은 것일까? 저희는 다음 행동을 취하기 전 오랫동안 논의했습니다. 그때마다 똑같이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우리는 동굴에 돌아가야만 한다. 그 동굴의 심장부에 숨겨진 수수께끼들의 정답이 될만한 그 어떤 시나리오도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그 퍼즐을 풀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동굴을 정복하는 것 밖에 없었습니다. 저희는 미스터리 동굴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죠와의 여정 후 2주가 지나 우리는 동굴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준비과정으로 우리는 지역의 동굴 구조팀에 연락하여 저전압 양방향 전화기를 빌릴 수 있었다. 그 전화기는 두 개의 수화기와 긴 전화선 뭉치로 구성되어 있다. 그것을 이용하면 내가 통로 안으로 들어가는 내내 전화선을 풀어서 B와 통화할 수 있었다. 또한 새로운 통로에 비디오 카메라를 가져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비디오 카메라를 먼지와 날카로운 바위에서 보호할 수 있는 케이스를 샀다. B가 통로의 전체를 볼 수 있다면 나는 얼마라도 지불할 의사가 있었다.
내 머리 상태는 괜찮았다. 내가 머리로 바위를 깨려 했던 부위에는 아직 빨간 자국이 남아있었다. 병원에 가지는 않았지만 굉장히 아팠다. 만약 내가 죠와 함께 새로운 동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해보았다. 그는 그곳에서 돌아온 후 완전히 바뀐 사람이었다. 그의 집에 거의 매일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B는 그의 직장에 같이 다니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죠가 2주전 병가를 낸 후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는 죠가 직장상사에게 한동안 못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고 했다. 나는 심지어 그의 집에 두 번 찾아갔었다. 첫 번째는 집에 누군가 있는 것 같았지만, 아무도 응답이 없었다. 두 번째 갔을 때는 그의 차가 없어진 채 집에 불이 꺼져있었다. 나는 이번 여행 전 그와 얘기해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밧줄을 설치하면서 나는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동굴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 무슨 예감을 느낀 것은 아니었다. 무언가를 직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미스터리 동굴의 지하세계로 들어가고자 하는 욕구 자체가 없었던 것이었다. 이 느낌을 그때는 B에게 말하지 않았다. 동굴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반드시 들어가야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장비를 재차 체크했고, 벼랑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들어가자마자 이 동굴은 우리를 들여보내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수월하게 되는 일이 없었다. 카라비너를 밧줄에 끼거나 매듭을 묶거나 줄에 뭔가 붙이려 하는 족족 한번에 되지 않고 두세 번 시도해야 했다. 다행히도 우리는 이것을 알아채고 모든 것이 안전하고 확실히 되도록 했다.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면서 우리는 계속 동굴의 양 옆으로 부딪히거나, 걸어가다 발을 헛디디거나, 물건을 떨어트렸다. 결국 우리는 한 지점에 멈추어 재정비했다. 짐이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구멍에 도달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드디어 도착했다.
카메라와 전화기가 여정 내내 살아남을 수 있을지 확인했다. 모든 것을 테스트해보고 나서 통로 안으로 들여갈 장비들을 모았다. 때가 왔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통로를 향해 돌아섰다. 무덤으로 들어가기 위해 몸을 비틀면서 나는 이번이 이 폐쇄공포적 악몽으로 내 몸을 구겨 넣는 마지막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플로이드의 무덤을 지나가는 과정은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스무스했다. 무덤을 통과하고 우리는 모든 물건을 나에게 넘기기 위해 수 분을 소비했다. 장비를 착용하고 모든 것을 테스트했다. 전화기는 아주 잘 작동했다. 좁은 통로와 새로운 통로의 첫 부분을 비디오 카메라로 촬영했다. 기어가는 상태에서는 촬영을 할 수 없었으므로 내 계획은 다음 부분에 도달하면 멈춰서 좀 촬영하고 하는 식이었다. 나는 방금 지나온 부분과 앞으로 지나가야 하는 부분을 찍을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각 부분의 양쪽 끝을 찍을 수 있었다. 나는 점점 좋은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B에게 그의 노동의 결실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적인 만족을 느꼈다. 카메라를 질질 끄는 동시에 전화기 선을 풀면서 앞으로 기어가는 것은 불편했다. 하지만 분명 그럴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작은 형상들은 비디오로 찍기에는 너무 작았다. 바깥의 일반적인 조명 아래에서라면 상관없었겠지만 내 헤드라이트가 유일한 조명이었으므로 도저히 어려웠다. 결정 구조들은 꽤 잘 찍혔다. 그것들은 충분히 컸으므로 좋은 장면들을 건질 수 있었다. 촬영을 위해 멈출 때 마다 전화기를 체크했다. 동굴 깊숙한 곳에서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짧은 대화를 나눈 후 나는 수화기 선을 뽑고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전화기는 엄청 큰 일반 전화기처럼 생겼다. 전쟁 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것이었다. B와 얘기하고 싶으면 줄 뭉치에 달려있는 특수 잭을 그저 수화기에 꼽기만 하면 되었다. 전원은 B가 가지고 있는 수화기 쪽에 달려있어 항상 켜져있는 상태였다. 음질은 일반 전화기와 똑같이 선명했다. 나는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진도는 느렸지만 안정적이었다. 둥근 바위에 도달할 때까지 모든 것은 순조로웠다. 저번과 마찬가지로 나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주변을 조심스럽게 살폈지만 주의할만한 것은 없었다. 방 전체를 촬영하기 시작했다. 둥근 바위를 모든 각도에서 상세히 촬영했다. 벽, 천장, 그리고 바닥까지 최선을 다해 찍었다. 벽에 있는 그림 역시 잘 찍어두었다. 영상에서 무엇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보기는 어려웠지만, 그래도 그곳에 무언가 있다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만족할 때까지 촬영한 후 새로운 지역을 탐사하기 위해 방의 반대편 끝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큰 방의 반대쪽 끝에는 어둠 속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있었다. 입구는 내 머리보다 30cm 낮았고 내게 보이는 한 그 높이로 쭉 이어지는 듯 했다. 나는 천장 밑으로 몸을 숙여 새로운 광경을 볼 준비를 했다. 새로운 통로의 벽은 여태까지의 동굴에 비해서 더 어두운 색이었다. 바닥은 같은 종류의 자갈로 되어 있었다. 천장 역시 미스터리 동굴의 다른 부분과 같은 종류의 거의 완벽한 아치형을 이루고 있었다. 이곳은 일반 동굴의 들쭉날쭉한 분위기와 완전 상반되어, 마치 엉뚱한 곳에 놓여있는 것 같았다. 통로가 오른쪽으로 꺾이는 듯한 지점까지 9미터 정도만 볼 수 있었다. 나는 여기서 B와 한번 교신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몇 번의 비프음 후 그가 전화를 받았지만, 그가 전화를 받자 목소리가 아주 또렷하게 들렸다. 그의 목소리를 들으니 졸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시간이 그렇게 오래 지났나?) 그쪽은 문제 없으니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감사를 표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 프로젝트 내내 그의 인내심은 정말 놀라웠다. 내가 통로를 탐사하는 동안 그는 그저 나를 기다리며 긴 시간을 보냈다. 그가 아직도 앉아서 기다릴 의사가 있다는 것에 기뻤다. 나는 전화를 끊고 새로운 통로를 촬영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시작되었다…
내 뒤쪽에서 그 마찰음이 들려왔다. 아주 크고, 가까이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그 소리는 내가 방금 지나친 큰 방에서 들리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홱 돌려 그 소리의 진원지인 무언가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나는 무심결에 벌떡 일어섰다. 파직! 헬멧과 천장이 세게 부딪혔다. 조명이 망가져 나는 짙은 어둠 속에 묻혔다. 고통이 목과 등을 타고 내려왔다. 헬멧이 머리를 보호해주었지만 그 충격에 의해 목이 얼얼했다. 공포가 나를 감싸고 무릎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내 의사와 관계없이 천천히 무릎이 굽혀지고 결국 털썩 엎드렸다. 등 윗부분의 통증 때문에 눈앞에 별이 보이는 와중 천천히 카메라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 마찰음은 고작 1초밖에 지속되지 않았고, 지금은 패닉에 빠진 내 숨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공포가 내 가슴을 조여오며 어둠 때문에 움직일 수 없었다. 내 몸의 사방이 취약하게 느껴졌다. 나는 고개를 돌려 뒤, 양 옆, 그리고 앞을 보고 싶었지만, 사방에는 암흑뿐이었다. 결국 한참이 지난 후 나는 공포의 충격을 이겨내고 헬멧에 붙어있는 보조조명인 미니 후레쉬를 향해 손을 뻗었다. 후레쉬를 비틀어 켰을 때, 눈물이 나올 뻔 했다! 새 배터리를 넣는 것을 깜박해서 거의 1미터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없는 것 보다는 나았다. 나는 당장 모든 힘을 다해 넓은 방으로 빛을 비추었다. 방 안의 어떤 움직임이라도 포착하려 애를 썼다.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그곳에 벌벌 떨며 앉아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제대로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나는 거기서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순간 나는 B가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영영 알 수나 있을까 생각했다. 그러다 별안간 생각났다. 전화기! 그 때 발광봉도 같이 생각난 것을 보면 그때쯤 내가 제정신으로 돌아왔던 것 같다. 전화기와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오느라고 저는 가방에서 물건을 최대한 많이 버렸는데 B에게 맡겨둔 물건들 중 하나가 보조 헤드라이트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발광봉 밖에 없었던 것이죠. 발광봉 하나를 꺼내 포장을 벗겼다. 뭔가 잘못된 듯한 소리가 났다. 그것은 본의 아니게 부서져 있어 쓸모가 없었다. 그것을 바닥에 내던지고 가방을 뒤져 하나를 더 꺼냈다. 뒤를 가끔씩 확인할 때를 빼고는 내 시선은 넓은 방에 고정되어 있었다. 다른 발광봉을 꺼내 켰다. 은은한 초록색 불빛이 동굴 벽에 으스스한 색을 만들어냈다. 발광봉은 바로 그 주변만 볼 수 있을 정도의 빛 밖에 나오지 않았고, 그 앞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방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가방 속을 더듬었다. 세 번째 발광봉이 손에 들어왔을 때 포장을 깠다. 확실히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잠시 주저하다가, 방 안으로 세 번째 발광봉을 던졌다.
발광봉은 완벽히 던져져 방 끝까지 굴러갔다. 발광봉이 바닥을 굴러가는 짧은 시간 동안 나에게는 동굴 벽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특이한 점이 아무것도 없었음에도 패닉은 가라앉지 않았다. 방의 반대편 끝에서 발광봉이 둥근 바위에 부딪히며 그것의 모습이 언뜻 보였다. 그리고 발광봉은 바위 뒤쪽으로 굴러가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아직도 떨고 있었지만, 최소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건 아니었다. 아직도, 그 소리가 들렸다…
나는 손에 쥔 발광봉으로 전화기를 비추어 손가락을 더듬거리며 수화기를 잭에 간신히 꼽았다. 수화기를 귀에 갖다 대었는데…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건너편 수화기와 연결되었다는 표시의 흔한 비프음이 들리지 않았다. 공포에 질려 나는 잭을 뽑았다가 다시 꼽았다. 여전히 침묵뿐이었다. 연결선이 죽은 것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방금 B와 통화했었는데! 나는 공포에 질려 흐느끼고 있었다. 내게 남은 유일한 길은 왔던 길을 되돌아 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곳에 무언가가 있었다! B와 교신하려는 세 번째 시도도 같은 결과로 끝났다. 다른 계획을 짜내 보았지만, 아까 전 들었던 갈리는 듯한 마찰음의 기억만이 선명했다. 쇠약해진 상태로 나는 옆의 벽에 기대어 쓰러져, 방금 달리기 시합을 마친 사람처럼 거친 숨을 쉬며 방에 드리워진 그림자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어깨가 벽에 닿는 순간 강력한 고통의 충격이 아까 전 천장과의 충돌을 상기시켜주었다. 절망, 고통, 공포.
그곳에 얼마나 앉아있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발바닥이 따끔거리고 무릎은 쑤셨다. 등허리의 통증은 점점 아래로 내려갔는데, 목의 통증 역시 그대로였다. 나는 이 악마의 통로를 탈출하려 시도해보기로 결정했다. 시간을 너무 지체하면 이 약한 불빛마저 꺼질 것이었다. 일어서보려 했지만, 그럴 힘이 없었다. 가방을 옆으로 질질 끌며 넓은 방의 입구로 천천히 기어갔다. 동굴 벽에 기대어 천천히 일어날 수 있었지만, 등이 아파 똑바로 설수는 없었다. 여전히 거친 숨을 몰아 쉬며 나는 방을 느리게 통과했다. 걸어가면서 전화 선을 감았다. 시선은 정면으로 고정한 채, 어떤 움직임도 잡아내기 위해 집중했다. 매 발걸음마다 불빛은 변화무쌍한 그림자를 벽에 드리우고, 그 모든 그림자를 좇느라 눈은 바삐 움직였다. 눈이 타는 듯 하여 생각해보니 수 분간 눈을 깜빡이지 않았었다. 몇 분이나 그랬을까? 도대체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걸까? 귀에 들리는 유일한 소리는 무덤으로 점점 가까이 다가가며 내가 자갈을 짓밟는 소리뿐이었다. B를 향해서. 안전함을 향해서.
방의 짧은 거리를 통과하는 동안 영겁의 세월이 흐른 것 같았다. 그 상형문자 같은 그림을 지나칠 때, 그것은 나에게 경고하듯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 그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 동굴의 모든 것은 공포를 주입시키는 것 같았다. 방의 반대쪽 끝으로 다가가자 조명에 둥근 바위가 흐릿하게 드러나는 것이 보였다. 뭔가 달라진 것 같은데,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조금 더 다가가니 무엇이 바뀌었는지 알 수 있었다. 움직인 것이었다! 그 소리였다. 내가 얼마나 그것…에 가까이 다가갔는지 깨달음과 동시에 공포가 온몸을 휘감았다. 계속 나아가는 수 밖에 없었다. 여전히 쉽지 않았다. 나는 바위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며, 떨리는 손으로 발광봉을 앞에 쥐고 어둠을 찔러댔다. 바위 바로 옆에 멈추어 느슨해진 전화 선을 감았다. 그때 왜 B와의 교신이 끊어졌는지 깨달았다. 전화선이 바위에 깔려 있었던 것이다! 얇은 선을 잡아당기니 끊어졌다. 바깥 세상으로 통하는 유일한 나의 희망은 이 줄이 끊어짐과 동시에 사라졌다. 살아오면서 그렇게 외로웠던 적은 없었다. 땅 속 깊은 곳에 묻혀, 나는 단단한 돌로 장식된 내 무덤 속으로 스스로 들어가고 있던 것이다.
나는 쓸모 없게 된 전화기를 통로 안에 내려놓았다. 둥근 바위에 시선을 고정한 채 앞으로 나아갔다. 내 숨은 매우 거칠었고, 목구멍이 말라 따갑고 입안은 먼지로 가득했다. 발 밑에서 돌이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매번 심장이 멈추는 듯 했다. 발광봉이 만들어내는 초록 빛 안에서는 그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바위로 다가가 바위의 뒤쪽을 관찰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나는 종종걸음으로 바위를 돌아 뒤쪽으로 갔다. 뒤편에 도달했을 때 나는 그 광경에 깜짝 놀라 움찔했다. 통로 입구 옆 바닥에 구멍이 하나 있어, 또 다른 통로가 나있었다. 그것은 바위에 가려져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드러나 있었다! 바위가 스스로 움직였을 리는 없었다.
나는 구멍에서 물러나다가 반대편 벽에 부딪혔다. 등의 통증을 거의 잊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고통이 맹렬한 기세로 돌아왔다. 새롭게 드러난 통로를 내려다 보았다. 내게 보이는 한 그 통로는 45도 경사로 일직선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수 미터 아래 내가 던졌던 발광봉이 보였다. 그 불빛은 벽이 꽤 매끈한 것을 확인하기 충분했다. 이 동굴의 나머지 부분과 달리 바닥 역시 매끈해보였다. 통로의 너비는 내가 보이는 곳까지는 1미터 정도였다. 내가 최소한의 의지만 있었다면 쉽게 탐사할 수 있는 통로였다. 그러나 지금 나는 그저 햇빛이 비치는 바깥으로 나가고 싶을 뿐이었다. 난 천천히 뒤쪽으로 B를 향해 물러났다. 그 심연에서 절대 눈을 떼지 않았다. 이 악마의 둥지에서 떠나기 위해 몸을 돌렸을 때 전화선에 발이 걸려 거의 넘어질 뻔 했다. 내 미니 후레쉬가 거의 방전된 것을 깨달았고, 이제 발광봉 밖에는 없었다. 나는 플로이드의 무덤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만 들을 수 있어도 무서움이 좀 덜할 것 같았다.
그 커다란 바위와 구멍을 등지고 섰을 때, 나는 압도적인 패닉이 영혼을 잠식하는 것을 느꼈다. 마치 악마의 군단이 내 뒤를 덮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내 구원은 앞에 펼쳐진 어둠 속에 있고, 뒤에는 루시퍼가 서서 나를 도망치지 못하게 하려는 것 같았다. 나는 지나치게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머릿속에는 최대한 빨리 탈출하려는 생각뿐이었다. 결정 형상을 지나치면서 초록빛 조명에 드러나는 자연의 아름다움 따위는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바위 아래로 몸을 숙일 때마다 등은 부상을 상기시키려는 듯 비명을 질렀다. 기어가야 하는 부분에 도달했을 때 나는 속도를 거의 죽이지 않고 온몸을 땅에 내던지며 엎드렸다. 손이 동굴 바닥에 닿으며 등 아래와 팔로 동시에 전기 충격과도 같은 고통이 퍼졌다. 이 악몽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비명을 질렀다. 나는 바위에 엎드려 몸이 구겨진 채 숨을 들이쉴 때마다 새로운 단계의 고통을 체험했다. 공포와 통증에 신음소리를 내며 동굴 속의 다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정적만이 내 머리를 때리고 있었다. 저번 여행을 통해 아직 B에게 목소리가 닿을 거리는 아님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가까이 있었다.
억지로 사지를 전부 이용해 몸을 앞으로 밀어내며 고통에 움찔거렸다. 손에 발광봉을 들고 있었지만, 뒤쪽은 확인하지도 않고 있었다. 난 오로지 앞에 집중했다. B에게 소리칠 수 있는 위치에 도달했지만, 난 소리내지 않았다. 대화하느라 멈추고 싶지 않았다. 결국 좁은 통로 직전 일직선 구간에 도착했다. 무덤의 초입으로 기어들어가며 B를 불렀다. 그가 대답했다. 나는 모든 짐을 싸놓으라고 소리질렀다. 그는 내가 괜찮나 물었다 (왜냐하면 전화통화를 못해서 걱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니라고 대답하고, 짐을 싸라고 했다. 밧줄에 도달하고 헬멧을 벗어 가방에 쑤셔 넣었다. 그때서야 처음으로 깨달았다. 비디오 카메라를 놓고 온 것이다! 찰나의 생각이었다. 마치 타이타닉의 승객이 모자나 코트 따위 신경 쓰지 않았듯 나도 카메라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가방을 밧줄에 묶어 그에게 당기라고 말했다. 그리고 가방을 다 끌어 당기면 바로 동굴 밖으로 철수하라고 했다. 그는 왜냐며 물었고 나는 동굴 안에 누군가가 있다고 소리질렀다.
모든 움직임에 등의 고통이 느껴졌다. 개의치 않았지만. 나는 무덤을 최대한 빨리 통과하려 했다. 부상 따위는 상관없었다. 좁은 통로로 들어감과 동시에 통로 내의 바람이 증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평생 맡아보지 못한 최악의 메스꺼운 악취가 몰려왔다. 그것은 축축하고, 썩어가고, 고약하고, 부패한, 죽음과도 같은 냄새였다. 난 이미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티셔츠를 끌어올려 코를 덮어 그 강력한 냄새를 막았다. 이 때쯤 B도 그 냄새를 맡았다. 그가 소리쳤다. “이게 뭔 냄새야?” 그리고 내게 어서 서둘러 건너오라고 했다. 나는 가고 있다고 대답하며, 티셔츠를 통해 깊게 숨을 들여 마시고 출발했다. B가 소리치는 바람에 마치 나는 도움이 필요한 것처럼 느껴져 패닉과 공포가 더 심해졌다. 그도 이 동굴에서 빨리 나가야겠다는 것을 느낀 것 같았다. 계속 통로를 나아가면서 그에게 먼저 출발하면 따라잡겠다고 외쳤다. 그는 알겠다고 하고서, 내 발광봉을 통로 안에 놓아두고 동굴 밖으로 향했다.
무덤을 통과하며 이번에는 통로의 협소함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얼굴, 귀, 팔, 어깨 모든 곳을 갈아붙이고 있었다. 매 센티미터 전진할 때마다 수많은 찰과상이 생겼지만, 거의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등은 고통으로 거의 마비 상태였다. 바람을 타고 코로 스며드는 악취 때문에 다시 구토가 올라왔다. 플로이드의 무덤의 중간쯤 숨을 고르기 위해 잠시 멈추었다. 탈진 상태에 가까워오고 있었으며 심장 박동수는 하늘을 찔렀다. 통로의 천장이 뺨에 닿는 듯 했고, 반대편 뺨이 닿는 바닥은 깨진 유리 조각들이 널려있는 듯 했다. 잠시 멈춰 회복하는 사이 동굴 안쪽에서 또다시 마찰음이 들려왔다! 그것은 수 초간 지속되다가, 다시 정적이 흘렀다. 나는 울음을 터뜨렸고 그 울음에 깜짝 놀랐다. 나는 더 이상 소리에 이성적으로 반응하고 있지 않았다. 그 울음은 내 몸을 관통하고 있는 공포에 의한 무의식적 반응이었다. 패닉 속에서 나는 발가락으로 몸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무덤의 가장 넓은 부분에 도착하자 팔을 재빨리 몸 아래로 빼서 구멍 밖으로 나갈 자세를 취했다. 밧줄을 붙잡고 전력을 다해 당겼다. 구멍에 도달했을 때 어깨가 걸렸다! 발가락을 돌멩이들 사이로 박아 넣어 몸을 꿈틀대며 약간 뒤로 뺐다. 그리고 몸을 돌려 다시 시도했다. 이번에는 상체를 빼내는데 성공했다. 평상시라면 구멍 밑으로 땅과 1미터의 높이가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나왔겠지만, 이번에는 다리로 차면서 팔로 끌어당겨 툭 하고 무덤에서 떨어져 나와 어깨로 떨어졌다. 몸을 굴려 충격을 흡수하려 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땅에 부딪혔다. 이상하게도 아픔은 어깨에만 느껴지고 이미 아픈 등에는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온몸을 굴려 엎드린 다음, 서서히 일어섰다. 구멍 밖에서는 냄새가 훨씬 덜했다. 발광봉을 손에 쥐고 그것으로 헬멧을 찾았다. 헬멧의 턱끈을 조이며 등반할 때 쓸 밧줄을 찾았다. 밧줄에 도달하여 그것을 잡았을 때 나는 경악했다. 발광봉의 불빛 속에서 내 팔의 상처들을 처음 보았다. 내 앞팔은 깊은 자상과 찰과상들로 덮여있었다. 팔의 대부분이 피로 덮여있었다. 상처가 깊지 앞아 피가 줄줄 흐르기 보다는 스며 나오고 있었다. 그 짧은 순간 나는 멈칫하며 동굴이 조용함을 느꼈다. 뒤의 통로 그리고 앞에서도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혼자라는 느낌이 다시 엄습했고, 그것이 나를 다시 움직이게 했다. 내 몸 상태로는 작은 벼랑도 올라가기 힘들었다. 조명이라고는 발광봉 밖에 없던 것은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작은 벼랑을 올라서 나는 B를 따라잡기 위해 재빨리 움직였다. 그가 이렇게 빨리 올라간 것에 대해 놀라고 있었다.
제가 당시의 몸 상태에 대해 더 적지는 않았지만, 부상이 매우 심각했었습니다! 매 걸음마다 등허리와 목에 날카로운 고통이 밀려왔습니다. 팔은 만신창이었고 어깨엔 깊이 파인 상처가 있었습니다. 솔직히 그때 공포가 아니었다면 동굴을 탈출할 에너지뿐만 아니라 의지마저 없었을 것입니다. 저는 완전히 아드레날린 분출 상태였습니다. 불행히도 그 아드레날린 분출은 곧 끝나기 직전이었습니다.
벼랑 밑 작은 공간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B를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었다. 그는 밧줄에 매달려 최대 속도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가 빨리 움직이며 내뱉는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그를 불렀더니 깜짝 놀랐고 그도 거의 나만큼 긴장해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어서 줄을 타고 올라오라고 했다. 우리는 밧줄에 두 명이 동시에 매달리는 행위는 평소에는 절대 하지 않을 위험한 일인 걸 알고 있었지만, 이번은 경우가 달랐다. 나는 내 위의 어둠 속으로 밧줄이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며 서있었다. B가 안전한 곳을 향해 움직일 때마다 줄은 춤을 추었다. 비록 시야에 없었지만 그가 가까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 밧줄이 바깥으로 통하는 내 유일한 생명줄임도 알고 있었다. 빛으로, 안전한 곳으로. 내 뒤에는 어둠, 공포, 그리고 미지의 세계만이 펼쳐져 있었다. 주인공이 괴물을 따돌리고 저주받은 집의 대문까지 도착한 영화의 한 장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문고리를 잡고 돌리려는 순간 뒤에서 무슨 소리가 나고, 돌아보았을 때 눈 앞에는…
나는 발광봉을 헬멧 턱끈에 끼워 넣고 하네스를 집어 들었다. 그때 나는 B를 좀 더 올라가게 두고 그 동안 동굴 속으로 늘어져 있는 줄을 끌어당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하면 동굴 밖으로 나갔을 때 줄을 챙기기 더 쉬울 것이었다. 팔이 쓰리고 출혈이 있었으므로 줄을 팔에 감지는 않기로 했다. 그래서 그냥 끌어당겨 바닥에 무더기를 만들었다. 위에서 B가 경고하는 소리가 들렸다. “돌.” 나는 튀어나온 바위 밑으로 엎드려 여러 개의 작은 돌멩이들을 간발의 차이로 피했다. 재빨리 돌아와 줄을 다시 당겼다. 대략 반쯤 감아 15미터쯤 감았을 때, 줄이 어딘가에 걸렸다. 으어! 단단히 걸렸다. 줄이 어디에 걸렸는지 확인하러 들어가는 것은 말도 안되었기 때문에, 그냥 줄을 버리고 하네스를 입기 시작했다. 하네스를 빠르게 걸치고 버클을 채웠다. 줄을 내려다 봤을 때 나는 아연실색했다. 줄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무언가가 동굴 안쪽으로 밧줄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난 하네스를 벗어버리고 줄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버클을 채우지 않은 하네스는 바닥에 떨어졌다. 다행히 나는 어센더에 매달려 있었다. 그때 나는 제정신이 아니라 줄에 몸을 고정하지도 않은 채 올라가고 있었다. 저는 어센더를 사용하지 않고 올라간 적이 많이 있지만, 만일을 위해 항상 어센더를 줄에 연결해 둡니다.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최대한 빠르게 올라갔다. 나는 또다시 패닉에 빠져 팔과 다리를 사방에 긁고, 부딪히고, 찔리고 있었다. 올라가면서 나는 B에게 무언가가 줄을 아래로 잡아당기고 있다고 외쳤다. 그는 서두르라고 소리쳤다. 운이 좋게도 나는 미끄러져 떨어지지 않았다. 만약 떨어졌다면 바닥에 닿기 전 동굴 벽에 여러 번 부딪혔을 것이고, 치명상을 입었을 것이다. 어센더를 밀어 올리기 위해 멈추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에 굉장히 빠르게 올라갔다. 동굴 입구를 통해 들어오는 빛 줄기들이 보였다. 그것으로 내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우리가 항상 밧줄을 고쳐 매던 선반모양의 바위 “렛지” 바로 밑에서 B를 따라잡았다. 나는 그에게 계속 가라고 했다. 고작 몇 분 밖에 걸리지 않겠지만, 나에게는 매초가 고문이었다. 그가 올라가길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땅속 깊은 곳에서 나타난 괴물이 줄을 타고 올라와 나를 점심식사로 잡아먹을 것만 같았다. B가 움직이는 리듬에 따라 밧줄이 조금씩 움직였지만, 줄에 장력이 느껴지진 않았다. 그곳에 서서 B를 기다리며 나는 줄의 움직임에 이상한 점이 없는지를 계속 관찰했다. 내 심장이 더 많은 압박을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렇게 초조할 수가 없었다. 이성을 유지하기 위해 릴랙스 해보려 했지만, 내 불쌍한 뇌는 이미 과부하 상태였다. B가 마지막 등반을 마치자 나는 어센더를 줄에 연결해 어서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때 줄이 밑에서부터 점점 팽팽해짐을 느꼈다. 줄의 장력은 안정적인 장력이었고, 누군가가 타고 오르는 느낌은 아니었다. 어쨌든 나는 최대한 빨리 나가고 싶었다. 줄을 타고 서둘러 올라갔다. 나는 몰랐지만 B는 계속 입구로 향하고 있었다. 마지막 몇 미터를 급히 오르고 나서, 밧줄을 내버려둔 채 어센더를 떼고 계속 움직였다.
내가 동굴의 입구, 그리고 햇빛에 도달했을 때, B는 이미 밧줄이 매져 있는 나무까지 가 있었다. 나는 너무나도 일어나고 싶어 줄에 연결하지도 않은 채 맨몸으로 올라가려 했다. B가 거의 나무에 도착한 것을 발견하고, 나는 줄에 연결해 몸을 일으켰다. 나는 거의 몸을 가누지도 못했다. 극심한 탈진 상태에 거의 쓰러질 뻔 하며 간신히 일어났다. 마지막 몇 미터를 올라가기 위해 잠시 휴식을 취했다. 올라가면서 줄의 장력이 심해져 줄이 늘어나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줄이 제발 나를 붙인 상태로 끊어지지 않기를 기도했다. 밖으로 나가자마자 어센더를 뗐다. B는 나무 아래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고, 나는 절뚝거리며 그에게 다가가 쓰러졌다. 내가 플로이드의 무덤으로 들어간 이후 처음 재회하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그저 서로를 바라보았다. 내가 만신창이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B가 그렇게 상태가 안좋을 줄은 몰랐다. 모든 드러난 살갗에 상처가 있었다. 얼굴은 백지장같이 창백했다. 입과 눈은 휘둥그래져 있었다. 거칠게 숨을 쉬고 있었다.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다. 서로의 모습에 받았던 충격은 나무 뿌리와 B가 만든 매듭 사이의 밧줄이 팽팽해지는 소리에 산산조각 났다. 온몸이 얼어붙었다. 두려움에 압도당한 채, B는 매듭에 온 신경이 집중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한동작으로 손칼을 꺼내서는 밧줄을 자르기 시작했다.
사람의 심리 상태가 시간을 인지하는데 끼치는 영향은 대단한 것이다. 나무에서 줄을 잘라내는 데 4, 5초 밖에 걸리지 않았을 거라 확신하지만, 마치 한 시간 같이 느껴졌다. 밧줄이 끊어졌을 때, 매듭은 땅에 떨어졌고, 잘린 끝은 돌멩이들 사이를 날아가 벼랑 밑으로 떨어졌다. 속도가 워낙 빨라서 소리가 날 정도였다. 줄이 끊어졌을 때, B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칼을 떨어트린 채 뒤로 넘어졌다. 밧줄이 벼랑 밑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니 통로 속에서의 느낌이 되돌아왔다. 나는 일어나 트럭으로 향했다. B는 아직 그대로 앉아, 커진 눈으로 밧줄이 사라진 지점을 응시하고 있었다. 내가 그를 부르자 그는 멍한 상태에서 돌아온 듯 했다. 그는 일어나 그 나무, 동굴, 그 악몽에서 돌아섰다. 집으로 오면서 우리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동굴에서 돌아온 지 나흘이 지났습니다. 이 모든 경험을 일지에 적기 위해 수십 번의 시도를 했고 나흘이 걸렸습니다. 적으려 할 때마다 공포감이 돌아와 아무것도 적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디테일이 머리 속에 온전히 남아있을 때 꼭 기록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습니다. 아직도 통증이 있습니다. 그 악취도 느껴집니다. 그 공포를 느낍니다. 이 일지를 타이핑 하는 데만 수 시간이 걸렸습니다. 더 적고 싶지만, 좀 더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 그 사건 후 수 일이 지난 지금도 저는 편히 휴식할 수가 없습니다. 집중할 수가 없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2001.5.19.
동굴에서 마지막으로 돌아온 지도 3주가 흘렀습니다. 여러분께 저의 상태와 동굴에 대한 계획, 그리고 지난 몇 주간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 업데이트 해드리려 합니다. 전화를 받지 못한 것 죄송합니다. 여러분의 메시지는 모두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그저 다시 전화드릴 기분이 아니었습니다. 스티브와 마크, 자동응답기에 남겨준 응원 고마워.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것 알고 있어. 너희는 정말 좋은 친구야. 마크, 우리집에 몇 번 들렀던 것 알고 있어. 그리고 응답하지 않아서 미안해. 네가 들러준 것 만으로도 큰 힘이 되었어. 그리고 누나. 목소리에서 걱정이 느껴지네. 난 괜찮아. 내 걱정은 하지 마. 조카들이나 잘 돌봐줘.
이 사이트를 업데이트 함으로써 모두에게 제가 어떻게 지내는지 알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3주간 많은 일이 일어났고, 모든 것을 최대한 적어보겠습니다. 지난 일지가 끝난 곳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군요. 지난 일지를 적는데 수 일이 걸렸습니다. 그 경험은 워낙 충격적이어서 그저 앉아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곰곰이 생각하는 것 이외에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지금 저는 장기 병가를 낸 상태입니다. 사건 후 수 일이 지나 출근 했지만, 집에 가라고 하더군요. 집중이 안되고 안색도 너무 안좋았습니다. 병원도 가보았지만 그 일에 대해 말할 수는 없었고, 그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었습니다. 의사선생님은 쉬어야 한다고 했고, 안정에 도움이 되는 약을 처방해줬습니다. 으음! 약 좋지!
동굴을 탈출했을 때 저는 거의 쇼크 상태였습니다. 명확하게 생각이 안되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별로 먹지도 못하고 잠도 못 잤습니다. 아직 기억이 생생할 때 기록할 수 있는 정신상태로 돌아와서 기뻤습니다. 다시 읽어보면 그 날 실제로 일어났던 일들을 정확히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제가 적은 것은 절대 바꾸지 않을 것입니다. 일지를 다 적는데 사흘이나 걸렸지만 저는 훨씬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제 생각에 나름 치유 효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불행하게도 오래 가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그 후 상황이 매우 나빠졌습니다.
B와 저는 그 후 헤어져 어제까지 서로 만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연락하지 않았고, 그 역시 저와 연락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저희 중 누구도 죠와 연락을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B가 그날 돌아오는 길에 저를 집에 내려주었고 그 후 수 일간 저는 집에 혼자 있었습니다. 뭘 먹어보려 했지만 식욕이 없었습니다.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지만, 그렇다고 기분전환을 할 무언가를 찾을 수도 없었습니다. 그 때 저는 이것을 기록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앞서 말했듯, 그것은 정신을 어느 정도 또렷하고 침착하게 해주었지만, 그것은 지속되지 못했습니다. 다음날 출근했지만 조퇴했습니다. 그날 이후 압도적인 불안감이 제 영혼을 잠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우울하고 혼란스러운 상태 속 의지할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었습니다. 사람들에게 모든 종류의 전화를 받았지만 그냥 자동 응답기가 받도록 내버려두었습니다. 심지어 자동응답 메시지를 바꿔서 사람들에게 제가 괜찮음을 알렸습니다. 이 비참한 상태는 돌아온 후 일주일간 지속되었고, 그 동안 먹고 자보려 안간힘을 썼습니다. 그러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집 안에서 이유 없이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발걸음소리. 발을 질질 끄는 소리. 문이 삐걱이는 소리. 공포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것들 말이지요. 다만 소리가 명확하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방금 소리를 들은 건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은 정도였습니다. 뭔가를 먹고 있거나, 샤워를 하고 나올 때, 갑자기 멈추어서, 방금 무슨 소리를 듣지 않았나?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소리는 반복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그 소리가 자주 들리지 않았다면 애초에 소리가 난다고 확신할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어쨌든 저는 무서웠습니다. 마치 지난주의 사건으로 거미줄에 걸린 기분이었습니다. 불안감, 나쁜 예감, 긴장의 나날이었습니다. 그러다 헛것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헛것이 보이는 증상은 소리가 들리는 것과 비슷한 패턴이었습니다. 시야 한구석에 무언가가 슬쩍 보이는 것이죠. 고개를 돌리면 아무것도 없는 것입니다. 저는 방에 불을 켜두고 잤었지만, 이제 일몰 후 다음날 해가 뜰 때까지 온 집안의 불을 켜둡니다. 정기적으로 헛것을 보기 시작했을 때 저는 총을 구입했습니다. 허가증을 받지 않아도 되도록 신문 광고를 보고 샀습니다. 병원에 갔지만 자세한 얘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휴식할 수가 없다고, 그리고 처방전을 받아 나왔습니다. 다행히도 이때 즈음 몸의 부상은 꽤 회복되었었습니다. 등은 아직 좀 아팠지만, 약을 먹으니 괜찮았습니다. 약 기운이 있을 때는 말짱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돌아다니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자기 전에 약을 먹었습니다. 불행히도 환영은 점점 심각해져서 약이 필요했습니다.
시야 구석의 번쩍임은 계속되었고, 이제 형상들과 그림자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들은 주로 밤에 창문 밖에 있었습니다. 그 어떤 것도 뚜렷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무엇을 보고 있는 건지 확실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곧 저는 모든 커튼과 블라인드를 닫아 헛것이 안보이도록 했습니다. 그리하여 헛것은 보이지 않았지만 여전히 제 삶은 엉망진창이었습니다. 일상은 기계적이고 공허했습니다. 피로함 때문에 대개 최대한 늦잠을 잤습니다. 일어나서 씻고 무언가 먹습니다. 살이 많이 빠져서 최대한 많이 먹어두려 했습니다. 장을 보고, 병원에 가고, 총을 삽니다. 집중을 할 수 없어 TV도 오래 볼 수 없었습니다. 인터넷을 하며 시간을 많이 보냈습니다. 동굴과 동굴 괴담에 대해 조사했습니다. 유일하게 찾아낸 것은 동굴탐사가 사이에 전해지는 호닥(Hodag)이라는 민담이었습니다. 호닥은 동굴 속을 배회하는 괴물이라는군요.
동굴에 갔다 온지 2주 후, 헛것이 들린 지 1주일 후, 악몽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극도로 생생한 악몽이었습니다. 특정한 주제라거나 반복되는 테마는 없습니다. 그저 무서운 꿈입니다. 어떨 때는 제가 집에 있는데 누군가 저를 잡으러 옵니다. 저는 다리가 없어서 도망가지 못합니다. 다른 때는 제가 드럼통 같은데 들어가 있는데 누군가 시럽 같은 액체를 제게 부어서 통을 채웁니다. 저는 패닉에 걸려 화들짝 깹니다. 한참을 깨어있다 지쳐 다시 잠이 듭니다. 잔혹한 반복입니다. 악몽은 수 일간 계속되었고, 6일 째 (어제) 정점을 찍었습니다. 꿈은 너무 생생해서 꿈인지 현실인지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저는 완전히 지쳐서 에너지와 정신력이 바닥난 상태였습니다. 초저녁에 거실에서 침실로 가는데 홀을 내려다보니 저 끝에 어두운 형상이 보였습니다. 저는 도둑인 줄 알고 천천히 그것의 뒤로 다가갔습니다. 그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제가 다가가는 도중 불이 깜박거리고 있었습니다. 모든 근육이 긴장되었습니다. 저는 그 형상을 응시하며 멈춰 섰습니다. 그 순간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저는 깜짝 놀라 의자에 걸려 넘어졌습니다. 일어나서 홀을 내려다보려 고개를 돌렸는데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저는 열쇠를 챙겨 집을 나섰습니다. 차를 타고 나가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자놀이로 심장 박동을 느끼며 차에 타 시동을 켰습니다. 전망대로 가서 야경을 보고 싶었습니다. 왜 거기로 가려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꼭 가야만 했습니다. 도착해 갈수록 마음은 더 다급해졌습니다. 전망대에 도착했을 때 무언가에 깜짝 놀랐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깨닫자 마음이 그렇게 편해질 수가 없었습니다. 그곳엔 죠가 있었습니다! 죠는 차 밖에 서서, 야경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았습니다. 그의 초췌한 얼굴에서 그도 저와 똑같이 비참한 일들을 겪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역시 제 얼굴에서 끔찍한 경험을 공유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대화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간단했습니다. “돌아왔네요?” 답을 알면서도 그가 물었습니다. “네.” “돌아가야 해요.” “내일 어때요?” 제가 묻자, “네. 정오에 봅시다.” 그와 나는 각자의 차에 탔습니다. 그가 겪은 일에 대해선 묻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그도 분명히 그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저는 B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가 문을 열고 나왔을 때 B는 멀쩡하고, 꽤 즐거워 보였습니다. 저를 한번 보더니 그 모습은 바뀌었습니다. 저희의 대화 역시 간단했습니다. “죠를 우연히 만났어요. 내일 정오에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B는 엄청 심각해 보였다. 그는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습니다. 그의 집에서 오늘 밤을 지내도 되겠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저를 들여보내 주었습니다. 나중에야 깨달았지만, 집의 모든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그는 저를 남는 방으로 안내했습니다. “푹 쉬세요.” “감사합니다.” 화장실에서 씻고, 약을 먹고, 오랜만에 처음으로 푹 잤습니다.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 집으로 돌아와서 짐을 쌌습니다. 저는 이 업데이트를 올려서 모두가 저의 근황을 알 수 있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마도 이것을 읽으실 때쯤 저는 대단한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집에 돌아왔을 것입니다. 저에게서 연락이 없더라도, 곧 받으실 겁니다. 지금은 19일 토요일 오전 10시 입니다. 두 시간 후 저희는 그 동굴로 향할 것입니다.
이번 여행의 준비는 다른 여행과는 다를 것입니다. 난생 처음 동굴에 총을 가져갑니다. 칼도 하나 가져갈 것입니다. 응급 처치 도구도 철저히 가져가고, 음식과 물도 충분히 챙기고, 그리고 카메라를 가져갈 것입니다. 여러 가지 종류의 조명, 그리고 필기도구를 가져갈 것입니다. 저번에 B가 밧줄을 놓고 왔기 때문에 제 등산용 밧줄을 전부 가져갈 것입니다. 플로이드의 무덤 건너편으로 충분한 길이의 밧줄을 가져가려 합니다. (3주만에 처음으로 플로이드의 무덤을 처음 언급하네요. 그 단어를 타이핑 하는 것 만으로도 등에 소름이 돋습니다.)
오늘 저는 많은 일을 이루려 합니다. 가려져 있던 그 작은 통로에서 많은 해답을 얻기를 희망합니다. 지금까지 일어났던 일을 떠올려 보면 현기증이 납니다. 이 모든 것들은 그저 나쁜 꿈이었을까요? 불행히도 저는 완전한 각성 상태지만, 몇 시간 후 악몽을 마주할 것입니다. 누군가와 함께 들어간다고 해서 공포심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습니다. 그곳에서 고민해야 할 유치한 것들을 생각하니 거의 웃음이 나옵니다. 누가 무덤으로 먼저 들어갈 건지? 미지의 어둠으로 누가 앞장 설 것인지? 언제 돌아올지는 누가 결정할 것인지?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은 제가 놓고 온 비디오 카메라는 어떻게 되었을까? 입니다. 그것은 완전히 어두운 곳에서도 촬영이 가능한 것입니다. 그것은 계속 돌아가고 있었는데, 그러면 테이프엔 무엇이 녹화되어 있을까요. 더 어두운 질문들이 이어집니다. 카메라가 없어졌다면? 부숴져 있다면?
제가 돌아가려는 이유를 정확히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종결”이 적절할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동굴에서 몇 가지를 알아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믿지 않으실 수도 있지만, 이 동굴의 끝을 찾는 겁니다. 지난 몇 주간 제가 목격한 이 기이한 현상들을 고려하면, 이 모든 것의 끝을 보는 것이, 비록 진부하지만 제가 원하는 주목적 입니다. 확실히 하기 위해, 가는 길에 다른 정보들을 얻어낼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주 통로의 끝을 발견하게 된다면, 바위에 가려져있던 통로의 끝을 찾는다면, 이 동굴이나 그 통로로 다시는, 절대로! 돌아오지 않아도 될 테니 기쁠 것입니다.
어둠 속으로 좁은 통로를 머리부터 기어간다는 것은 제가 생각해도 부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마치 레저로 절벽을 기어올라가는 것 같이. 또는 아주 좋은 비행기에서 굳이 뛰어내려 땅으로 둥둥 떠서 내려오는 행위라거나. 우리가 이런 것을 하는 이유는 모험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만의 작은 에베레스트를 정복하고자 하는 무의식적 욕구. B가 즐겨 말하듯, “동굴탐사는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마지막 남은 모험이다.” 맞습니다. 이 나라 어디서든 조금만 운전해서 가면 동굴이 나를 탐사해주세요 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중에게 알려진 유명한 동굴조차도, 처음 가보는 사람에게는 모험으로, 무언가 새로운 것으로, 극복할 무언가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건 거기 있거든요.
많은 분들께서 저의 이 동굴에 대한 집착에 동의하지 않으십니다. 제가 받은 메시지들로부터 알 수 있었지요. 하지만 저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다시 편하게 발 뻗고 잘 수 있으려면, 돌아가야만 합니다. 저희집의 복도를 평화롭게 걸어가기 위해서라도, 저는 돌아가야만 합니다. 앞으로 다른 동굴의 지하세계를 지상을 떠나 탐사하기 위해서라도, 저는 지금 돌아가야만 합니다. 더 이상 선택의 여지는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반드시 돌아가야 합니다.
이것을 읽고 있는 우리 가족과 친구들에게 전합니다. 평안하세요. 돌아오는 즉시 이 웹사이트를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오늘 동굴에서 찍을 사진들도 올릴 것이고, 저희 집에 오시면 비디오 찍은 것도 보여드리겠습니다. 오늘 저녁, 늦어도 내일은 돌아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좀 이따 뵙겠습니다. 많은 해답들과 함께요! 테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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