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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data_788218
    작성자 : 생생톤
    추천 : 1
    조회수 : 706
    IP : 115.136.***.137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1/05/15 13:25:12
    http://todayhumor.com/?humordata_788218 모바일
    아 진짜 저 어떻게 하죠 큰일입니당 ㅠㅠ
    금요일 날 일 끝나고 퇴근하고..

    작은아버지네 집에 놀러가게 되었습니다

    그쪽 지리도 잘 모르고 해서 

    네비 찍고 한참을 해매서 도착했지요..

    작은아버지와 고기에 소주한잔 하고..좀 많이 취했었나봐요...

    건넛방에서 헤롱헤롱 거리면서 뒹굴거리다가

    담배가 떨어져서

    담배나 사러 갈까 하고 나갈려는데..

    작은어머니가 불편하게 정장입고 잘꺼냐고.. 하시면서

    대뜸 작은아버지가 입으시는 츄리닝 주시네요,,그 농사일 나가실 때 입는

    막 입는..그런 츄리닝...색깔은 그 녹색이요..

    발목과 팔소매 부분에 흙이랑 풀때가 안 빠졌는지

    발목하고 팔소매 부분이 흙 묻은 것처럼 그런 색상 나는거여.

    아 어차피 타지고..담배만 잠깐 사러 나갈껀데 뭐 어떨까 싶어서..

    그 옷을 갈아입고 지갑을 챙겨서. 나갈려고 하는데.. 이 낡은 녹색츄리닝에

    검은색 구두를 신자니..그것처럼 언밸런스한 것도 없는 것 같아..

    마치 츄리닝과 한셋트로 보이는.. 현관 신발장 한켠에서 지나간 세월을 뿜어내고 있는 

    연륜이 느껴지는.. 슬레진져..운동화...라 쓰고 작업화라 읽는다..

    군데 군데 진흙이 말라 붙은.. 마치.. 제가 입고 있는 녹색 츄리닝과 한 셋트가 분명한 듯 싶은..

    그 슬레진져..작업화를 착용하고 작은아버지 집을 나섰죠.. 

    작은아버지와 얼큰하게 마셔서 술은 올라올 때로 올라오고..담배는 땡기고..

    막상 나와서 담배가게 갈려고 하니.. 지리를 잘 모르네요..

    작은어머니한테 묻고나 나올껄..후회도 잠시..
     
    술도 얼큰하게 취했겠다.. 밤공기도 선선하고.. 괜스레 기분이 좋아져서

    벌건 얼굴로.. 츄리닝 앞주머니에 두 손 집어넣고  요즘 한창 인기있는

    임재범씨의 너를 위해를 콧노래로 흥얼흥얼 거리면서 

    담배가게를 찾기위해 골목을 배회했죠..

    사람상대하는게 직업인지라.. 맨날 깔끔하게 정장만 입고.. 단정하게 지내오다가

    옷을 걸친건지 안 걸친 건지조차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편한 착용감을 자랑하는 츄리닝을 입고 있으니.. 더군다나 술도 한잔 들어갔고..

    마치 정년퇴임하고 귀농하러 온 기분이 드는게 아니겠습니까...

    담배를 살려고 이리저리 배회하고 있는데

    저기서 아가씨 두분이 걸어오는 겁니다..

    두분이 걸어오는데 저를 보더니 막 불쾌한 표정을 짓고

    막 자기들끼리 수군수군.. 그때는 술도 들어가고 그래서 몰랐는데

    이글 쓰는 지금 생각하니.. 동네 양아치,,백수 쯤으로 인식했겠네요..

    저기요 길 좀 물어도 될까요...라고 정중히 말했는데

    무슨 더러운 짐승 보는 듯한 시선으로.. 

    아니요 사양할게요..하면서 쌩- 하고 가버리는 그 아가씨들

    기분도 급 울적해지면서 담배를 사기위해 막 해맵니다..

    다행히..패밀리마트를 찾고 들어갔습니다..

    패밀리마트가 형광등이 천장에 주렁주렁 달려있어서 무지 밝지 않습니까..

    하여튼 밝은데 오니 술 도 좀 깨데요..

    지나가는 사람도 좀 있고..편의점 앞에 노상에 

    간이 테이블에 캔맥주에 오징어 씹으시는 분들도 드문드문 계시고..

    저를 쳐다보는 수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면서

    다급히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가..

    인사도 생략하고 

    말보로 라이트 두갑만 주세요!! 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카운터 쪽 쳐다도 안보고 

    뒷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서 지폐를 꺼낼 준비를 하는데

    카운터에서..어어? xx 아니야??? 라는 여자분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고개를 듬과 동시에..나오는 경악...어어억...

    중고등학교 때 제가 그렇게 짝사랑을 하던 그 여자애였던 거죠..

    변한게 하나도 없더라구요.. 하얀 피부.. 긴 생머리..웨이브까지..

    술이고 나발이고 확 깨는게 아닙니까..

    지금도 가끔씩 생각나는 제 첫사랑이었는데 말이죠..

    이런 곳에서 이렇게 이런 꼴로 이런시간에 이런 옷차림새로..이런 취한 모습으로..

    만날 줄은... 진짜 기가 막혔죠..

    반갑다며..이것저것 캐 묻는데... 제 차림새를 보고..

    다 옛날얘기만 하는 겁니다.. 지금 뭐하냐.. 어디 다니냐..이런 건 안 물어보더라구요..

    작은아버지 츄리닝과 슬레진져 작업화의 위력은 정말..엄청난 위력이 있는 걸 확실히 깨달았죠..

    하긴 저 같아도.. 그 야심한 시각에

    술에 취해서 벌건 얼굴로.. 옛날 90년대나 입었을 녹색 츄리닝.. 소매와 발목부분 흙으로 찌들어..

    빨아도 흙물이 안 빠지는 그 옷과..진흙이 떡이 된 슬레진져 작업화...

    아...하여튼... 그 제 첫사랑은 지금도 혼자고..저도 혼자...

    그 패밀리마트는 집에서 아버지가 차리셔서

    주말이면 가끔씩 도와준다는 얘기.....

    그런 추레한 모습으로 결혼했냐고,, 남자친구는 있냐고 물어봤는데

    왜 이렇게 자신이 비참해 보이던지... 나 진짜 떳떳하게 살았는데..

    그 차림새 하나로 제 첫사랑한테 뭐가 잘못한 모습을 보여준 느낌..죄를 짓는 느낌이 들기는..

    처음... 아 하여튼 번호 따고..담배 두갑..봉지에 집어넣고 덜렁덜렁 거리면서 

    편의점 문을 나서는데.. 진짜 오만감정 다들더군요..

    하여튼 담주 토요일날 다시 만나기로 했는데

    잘 되겠죠??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1/05/15 18:45:52  115.21.***.128  파도군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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