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한번이라도 '기가 세다' 라는 말을 들어본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는 보통 성격의 의미로 많이 쓰이지만, 때로는 영적인 의미로도 쓰이죠.
저는 '기가 세다'라는 말을 많이 들은 편입니다. 물론, 영적인 의미로 말이죠.
심지어 꽤 많이.. 아니, 엄청나게 많이 들었습니다.
그냥 이러한 설명으로는 지루할 듯 하니, 우선 기억나는 몇가지 일들을 써보겠습니다.
의외로, 저는 어릴적부터 잔병치레가 많고, 자면서 가위도 자주 눌리는 허약체질... 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XX동으로 이사가면서 부터 상황이 바뀌었죠.
사실, 저희가족이 살던 XX동의 집은 예전부터 터가 안좋은 집으로 유명했다고 합니다.
뭐 원래부터 잘 살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살만했다가, 아버지가 하시던 가게가 잘 안되면서
가세가 기울어 이곳 저곳을 전전하다가 겨우 발견한 집이었기 때문에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고 하네요.
괜찮은 위치에, 깔끔하고 좋은 집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시세의 반도 안돼는 가격으로 들어갔었다고
아버지가 말씀하시는 걸 들은적이 있습니다.
그 집이 얼마나 유명했냐하면, 이웃들이 처음엔 별로 아는척도 안하고 뚱한 반응이었죠.
아마도 그전에 거쳐간 많은 가족들처럼 한달을 못버티고 짐싸서 나갈거라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그러나, 저희 가족은 살면서 전혀 이상한 것들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아무일도 없으니 불안할 정도였으니까요.
한달이 지나고, 일년이 지나자 이웃들도 점차 저희 가족과 친하게 지내며 역시 소문은 소문일 뿐이라며
농담식으로 이야기 할 정도까지 되었습니다.
그렇게 몇년동안 아무 탈없이 지내다가, 제가 중학교때 첫 사건이 터졌습니다.
중학교 3학년, 수학여행을 다녀왔을 때였습니다..
저는 처음으로 2박3일 여행을 간다는 것에 매우 들떠있었고, 수학여행은 그런 나를 만족시켜주었습니다.
친구들과 짖궃은 장난도 치고.. 아무튼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었던걸로 기억합니다.
모두 불태우고 파김치가 되어 집에 돌아왔을때,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여동생이 울먹이며
저에게 뛰어오더군요.
그때는 휴대폰도 몇몇 어른들이나 가지고 다닐때였기 때문에 소식을 알리 없는 저는 어리둥절하여
여동생에게 무슨일이냐며 물었습니다.
여동생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같은 눈으로 제방에서 자꾸만 무슨 소리가 들려온다고 했습니다.
저는 성큼성큼 걸어가 제 방문을 확 열었지만, 별 이상한 점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거봐, 착각이겠지. 라고 여동생에게 말하자 여동생은 억울한듯이 속사포로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안도감이 생겨서 더 했던 것 같았습니다.
여동생이 하교후에 집으로 들어오는데, 잠긴 문을 따는 순간부터 뭔가 오한이 들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부모님이 일하러 나가셔서 당연히 아무도 없을 집에 뭔가 인기척이 느껴지더랍니다.
혹시나 도둑이 들었나 싶어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한참을 밖에서 서성거리다가 살짝 문을 열고
들어갔다고 합니다.
집안에 들어가자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안심하려는 찰나,
제 방에서 무언가를 긁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제가 들어오자, 소리는 거짓말 처럼 멈추었고, 그래서 저에게 달려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솔직히 100퍼센트 믿기는 힘들었습니다. 아마도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라 헛소리를 들었겠지.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길게 집을 비울때마다 여동생은 물론 부모님 마저도 이상한 소리를 듣거나
집에서 오한을 느끼거나 하는 일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여동생은 예전에 이 집이 터가 안좋았다는 말이 생각났는지 오빠가 기가 세서 집안의 귀신들이
오빠가 집에 있으면 힘을 못쓰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보통 부모님들은 이런말을 들으면 콧방귀를 뀌며 공부나 하라고 하겠지만, 저희집은 사건이 사건인지라
묘하게 수긍하는 분위기였고, 저 또한 이야기를 하도 자주들으니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습니다.
그후도 저희 가족은 제가 오래 집을 비울때마다 집에 있는 것을 꺼리며 몇년을 더 살았습니다.
물론, 저는 이상한일이 생긴적은 한번도 없었구요.
부모님은 그동안 열심히 일하셔서 가게를 다시 일으켜 세워 이미 이사갈 집도 구해놓았었지만,
제가 그당시 고3이라 이사를 어쩔수없이 미루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가족들의 성화에 못이겨 공부도 매일 집안에서 해야만 했습니다.
열심히 하기도 했지만, 운좋게 수능점수를 좋게 받아 저는 이름만 대면 아는 꽤 유명한 대학에 합격했죠.
동시에 이사를 가면서 저희 가족은 그후로는 별다른 일을 겪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대학을 다니며 또 다른 일을 맞이하게 됩니다.
대학에 입학한 이후, 저는 따로 자취를 하지는 않았지만 집에 들어오는 날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제가 한창 재미를 붙였던 동아리 활동 때문이었습니다.
산악 동아리였는데, 사실 의미는 퇴색된지 오래였고 흔히 술동아리라고 불리는 곳이었습니다.
거기서 저는 지금까지도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과 선배들을 만나 매일매일을 너무도 신나게 보냈습니다.
동아리방, 흔히 동방이라고 줄여 말하는 곳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밤새 술을 먹는 일도 꽤 자주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단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동방이 너무 작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이 많이 모이면 좁아서 불편할 뿐아니라 퀘퀘한 냄새가 도통 빠질 생각을 하질 않았습니다.
하지만 딱히 방법이 없었기에, 어쩔수없이 좁은 방에서 부대끼며 놀며 지냈습니다.
어느날, 납량특집으로 방의 불을 다 끄고는 무서운 이야기를 할 때였습니다.
우연히 학교 구석의 구건물에 있는 어느 빈방에서 나온다는 귀신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뭔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동아리 아이들을 부추겨 담력체험이나 해보자며 구건물로
향했습니다.
구건물은 예전에 공대가 쓰던 건물로 최근 공대건물이 신축되면서 일부 학과의 실험실을 제외하고는
거의 쓰이지 않는 건물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조용한게 한여름인데도 불구하고 건물에 들어서자 서늘함이 느껴졌습니다.
곧 일행은 문제가 되는 방 앞으로 다가섰습니다.
사실 신입생때부터 단골 레파토리로 들었던 이야기지만, 예전 공대건물이 활발하게 사용될때부터
이 방은 줄곧 빈방이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공사할때 누가 죽어서 그후로 귀신이 나온다니,
누가 자살을 해서 그 뒤로 귀신이 나온다니 하는 흔히 들어볼 법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단, 공통점은 하나같이 이 방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었죠.
들어가려고 보니 커다란 자물쇠가 굳게 잠겨있었습니다.
저의 기대감이 순식간에 식어버리려던 찰나, 옆에 있던 아이가 말을 하였습니다.
이 방은 창고로 쓰이기 때문에 아마 과 사무실로 가면 열쇠를 빌릴수 있을거라더군요.
저는 바로 열쇠를 빌리러 가 마침내 열쇠를 빌릴수 있었습니다.
친구들은 무슨 담력 체험을 하는데 목숨을 걸고 하냐고 놀렸지만, 저의 속셈을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이 방을 동방으로 사용하려던 것이었죠.
제 생각대로 방은 저희가 쓰던 동방보다 훨씬 넓었습니다.
오랫동안 쌓인 먼지냄새가 가득하긴 했지만, 그것은 청소만 열심히 하면 되는 문제였으니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저는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꺼냈고, 친구들은 각각 다른 반응을 보였습니다.
정말 좋은생각이다, 청소는 언제 다하냐, 귀신이 나온다는 방인데 꺼림찍하다 등등..
하지만 젊은 혈기에 괴담때문에 이 넓은 방을 포기한다는 건 힘든 일이었죠.
사람이 없다고 해도, 이미 동방으로 쓸만한 다른 방들은 이미 다른 동아리에서 사용중이었기 때문에
아마 교내에서 쓸만한 방은 그 방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건의도 하고, 설득도 하며 우여곡절 끝에 문제의 그 방으로 동아리 방을 이사했습니다.
비록 전에 쓰던 방보다 좀 더 걸어가야 하긴 했지만, 훨씬 넓고 쾌적했기에 불만이었던 아이들도
곧 마음을 바꾸어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소문과 달리 그 방에서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별다른 일없이 저는 졸업할때까지 동아리 활동을
즐겼습니다. 아마 무슨일이 있었기를 바라는 분들은 실망하셨을 수도 있겠네요.
졸업후, 어느날 이었습니다.
저는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하여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바쁘게 오후 일과를 마친 후 한숨을 돌릴때였습니다.
휴대폰 벨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낯선 이름이 액정에 출력되고 있었습니다.
전화기를 들고 잠깐 쳐다보는 그 몇초의 시간동안, 저는 머리속을 뒤져 그 이름을 찾아냈습니다.
제가 4학년때 막 1학년으로 동아리에 들어왔었던 여학생이었습니다.
아마도.. 얼굴이 하얗고 귀여웠던 걸로 기억이 나는데.. 라고 생각하며 전화를 받았습니다.
가물가물한 사람끼리의 통화가 의레 그렇듯 사소한 안부인사부터 시작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다가 여학생은 한참을 침묵하더니, 힘들게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혹시나 하던 내용대로 동방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제가 동아리 활동을 하던 시절에 이상한 일은 없었는지.. 뭐 대충 그런 이야기였죠.
하지만 그리고나서 들은 이야기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어느날 부턴가 동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나갔다 들어오면 물건의 위치가 미묘하게 바뀌어
있는 등 이상한 일들이 점점 벌어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혈기넘치는 남학생들은 콧방귀를 뀌며 별로 신경쓰지는 않았다고 하네요.
그러다 마침내 사건이 일어납니다.
동방에서 밤새 공부하던 아이들이 무언가에 홀린듯이 동방을 밀실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저희가 동방으로 쓰기 전, 창고로 사용했기 때문에 이런저런 잡다한 물건이 여기저기에 많이
있었는데 캐비닛, 테이프, 접착제 등등 사용할수 있는 건 모두 사용하여 개미새끼하나 나갈틈도 없이
막아놨다고 합니다. 문은 물론.. 창문까지도.. 심지어 동방안에서 말이죠.
나중에 경찰까지 출동하여 겨우 막아놓은 문을 뚫고 들어갔을때는 안에 있던 학생들은 거의
질식사 직전이었다고 합니다.
그후로 이런저런 일로 동아리는 없어지고 당연히 동방도 폐쇄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더 문제는, 그때 동방안에 있던 학생들중에 한명은 아직도 원인불명으로 의식을 잃고 누워있다고
하더군요.
그러다가 우연히 제 이야기를 들었나 봅니다.
저도 사실 자세히는 몰랐던 내용이지만, 나름대로 제가 꽤 유명했던 모양이더군요.
기가 세서 방에 있던 귀신도 몰아낸 사람으로요.
전 어릴적 이야기도 웬만해선 다른사람에게 잘 해준적은 없지만, 역시 소문이 퍼지는 건
막을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어쨌든, 그래서 그 여학생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저에게 전화를 한 것입니다.
(이 여학생은 의식을 잃은 친구의 여자친구였습니다.)
저는 뭐 프로 무당도 아니고, 사실 살면서 귀신한번 본적이 없는 사람인데 가서 무엇을 하겠냐
이런식으로 이야기 했지만 제발 한번만 오기라도 해달라는 말에 어쩔수 없이 병원에 들리기로 했습니다.
제가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는지 동아리 친구 및 선배들이 병실밖에 옹기종기 모여있었습니다.
저는 간단히 인사를 한뒤, 병실로 들어가 통화를 했던 여학생및 동아리 후배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눈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정말 별다른건 하지 않고 병문안을 갔다온 것이죠.
그런데 다음날 그 여학생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의식을 잃고 있던 학생이 아침에 기적적으로
의식을 차렸다는 것이었습니다. 여학생은 울며 고맙다는 말을 연신 했지만, 사실 저는 얼떨떨한
기분이었습니다.
제가 특별히 뭔가를 한것은 아니었으니, 그냥 우연히 일치였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마냥 그렇게 있자니 매우 찝찝한 기분이었습니다.
사실 짜잘한 일까지 합쳐보면 이런 일이 꽤 많이 일어났었기 때문이죠.
저는 그래서 친한 친구와 함께 유명한 무당을 찾아가보기로 하였습니다.
워낙 유명한 사람이라 그런지, 만나려면 예약을 하고도 한참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수개월이 지난뒤, 저와 친구는 무당이 있는 집앞에 찾아가 들어가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집안에서 덩치큰 장정들이 나와 저와 친구를 다짜고짜 밀어내는 것이었습니다.
저와 친구는 당황해서 이게 무슨일이냐며 항변하니 그들은 그냥 다음주에 다시 찾아오라는
말 뿐이었습니다.
저는 기분이 좀 나빴지만 친구는 오히려 기대감이 더 증폭된 모양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 찾아갈 생각이 별로 없었지만, 친구에게 끌려가다시피 다시 찾아갔습니다.
무당이 있는 집안으로 들어가니 온 집안 가득 부적이 빼곡히 붙어있어 좀 섬뜩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마침내 무당이 있는 방안으로 들어서자, 무당은 정좌자세로 저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별 영양가 없는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친구가 먼저 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무당은 저의 이야기를 한참을 고개를 끄덕이며 귀기울여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무당은 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사실은 저 때문에 집에 빼곡히 부적을 붙여놓은 것이라 했습니다.
저와 친구가 처음 집앞에 들어섰을때, 너무도 큰 기운이 몰려와 다시 보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와 친구는 당연히 제가 기가 너무 세서.. 따위의 말을 들을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무당의 이야기는 참으로 의외였습니다.
저는 선천적으로 기가 센것이 아니라, 정말 유례가 없을정도로 기가 약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제가 찾아왔을때도, 무언가 강한영이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잡귀가 수없이 많이 붙어있어
기운이 엄청났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지금까지 큰일없이 잘 살아온것도 매우 운이 좋은 것이라 하더군요.
저는 기가 너무 약해 영들이 쉽게 빙의되기 쉽고, 영들이 살기도 쾌적한 환경이라고 합니다.
이런 체질은 영에 씌워 쉽게 큰일을 당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운좋게도, 저는 기가 너무 약하고, 영들이 많은 곳을 드나들며 살았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수백, 수천명의 영을 달고다니며 살았다는 셈이지요.
때문에 특정한 영이 주도권을 가질수 없이, 계속 주도권을 가지려 싸우고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순간 소름이 돋아 할말을 잃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XX동에 처음 이사갔을때, 동방에 처음들어갔을때..
수많은 영들이 저를 보자마자 미친듯이 달려드는 장면을 상상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무당은 저에게 앞으로도 자주 영이 많은 곳을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습니다.
영들이 떨어져 나가는 만큼, 보충을 해줘야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사실 100% 신뢰가 가는 말은 아니었기에, 반신반의 하며 무당의 집을 나왔습니다.
하지만 찜찜한 마음은 모두 숨길수 없더군요.
솔직히 말하자면, 그 이후로는 취미 활동겸 부업으로 심령스팟 체험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직 건강히 잘 살고 있습니다...
긴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