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안녕하세요.
맨날 눈팅만 하다가 정말 속이 상해서 글을 남겨봅니다..
저는 목회자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아빠가 목사예요.
때문에 어릴 때부터 자주 이사한 기억들이 납니다.
한 지역에 3년 넘게 살았던 적이 없네요..
책을 좋아하고 시를 좋아하고 클레식과 재즈를 좋아하는... 내성적인 저는
새로운 학교, 새로운 아이들, 새로운 수업내용... 에 적응하기가 정말 힘들어서 쩔쩔 매었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전학간 곳은 시골이어서, 학년당 반이 1개씩이었습니다.
소규모 학교가 으레 그렇듯 텃새가 엄청 심했고.. 괴롭힘도 당했죠.
과학의 날이 되면 행글라이더나 물로켓을 만들어가잖아요..
그런 날에는 등교해서 온종일 제 행글라이더만 신경썼습니다.
눈에서 떼면 누군가 날개를 부서뜨리곤 했으니까요...
이 외에도 잦은 도둑질 당하기.. 책에 낙서하기.. 이런 것들이 기억나네요.
그럴수록 책에 더 빠져들었습니다.
카뮈, 도스토예프스키, 카프카, 톨스토이, 릴케, 에밀리 디킨슨 이런 작가들이 제 친구였어요.
부모님에게는 자랑스러운 장남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말도 못하고 그냥 웃으며 당했던 기억이네요.
격주에 천원도 안되는 적은 용돈을.. 두달 치 모은 것을 빼앗긴 기억도 있고요..
그저 열심히 공부해서 모범적인 학생이 되어야지, 생각을 했습니다.
전교 1등이니까, 1년에 10개가 넘는 상장을 받으니까, 학교 반주자로 섬기고 있으니까.. 위안을 삼았습니다.
하지만 점차 머리가 크면서 그런 위안도 한계가 오더라고요.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는게 정말이지 끔찍했습니다.
특히 주일날, 일요일이죠... 교회가는 날이 저는 너무나 증오스러웠습니다.
의무적으로 믿는 하나님입니다. 저에게는 종교에 대한 선택권이 없어요.
제가 교회가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는 뻔하니까요..
신도들과 장로들과 집사들과 부목사들과 모든 사람들이 그러겠죠.
"저 목사는 자기 아들도 전도 못하면서 무슨 설교래? 쯧쯧"
제가 교회가지 않으면 가정이 무너지니까... 저는 어쩔 수 없이 믿는 척 했습니다.
물론 부모님을 포함한 다른 모든 교인들은 제가 독실한 신자인줄 알지만요.. 다 연기입니다.
억지로 일찍 일어나 먼저 예배당 앞자리에 앉습니다.. 조용히 기도하는 척하며 예배가 시작되기를 기다립니다..
찬양도 열정적으로 하고, 말씀들을 때는 아멘 소리를 첨가하며 메모합니다.
예배가 마치면 누구보다도 은혜받은 표정으로 일어납니다..
저는 병신이었습니다. 그런 연기를 무려 10년 넘게 해왔습니다.
겉은 모범적인 교회 오빠지만, 속은.... 속은 세상의 누구보다도 하나님을 증오하는.. 사람입니다.
목회자 가정은 경제적으로 모자람이 많습니다.
저희 가정은 그중에서도 많이 어려운 편인데요..
한번도 자동차를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집도 마찬가지고요.
대학 다니는 지금의 학비는, 대출로 충당하는데 생활비는 알바해서 벌고 있습니다.
네... 웃으면서 하고 있지만, 날마다 원망과 분노의 마음이 솓구칩니다.
물론 저보다 어려운 분들도 많겠지요.. 힘드시겠습니다.
너보다 더 힘든 사람도 성공했는데 너는 못하느냐, 식으로 말씀하시면 할말이 없어요.
하지만 저도 많이.. 많이 힘듭니다.
남들 먹는 맛있는 음식, 남들 입는 멋진 옷, 남들 가지는 신형 핸드폰...
저에게는 꿈같은 이야깁니다. 어릴 때야 그러려니 했지만,
20대의 나이가 되니 참... 부럽더라고요.
카페에서 커피한잔 정도는 부담없이 사먹을 수 있는 친구들이요,
비가 오거나 무더운 날씨에는 부모님이 태워다 주시기도 하는 가정이요,
그리고 무엇보다.. 믿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억지로 믿는 척하지 않아도 되는 .. 종교의 선택권이 있는 사람들이요.
눈물나도록 부럽네요..
제가 원망하는 대상은 처음엔 하나님이었고 다음은 부모였습니다.
하나님은 제가 그분을 믿을 수 밖에 없는 환경에 태어나게 하셨습니다.
부모는 그들이 좋아서 택한 길을 저도 데리고 걸었습니다. 저는 그 힘겨운 길을 안힘든 척하며 걸어야 했습니다.
차라리 나를 낳지 말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부모를 죽이고 나도 죽어버릴까... 한창 사춘기 때는 그런 생각도 했었고요.
너무나도 죽고싶은 마음에 한강 다리위에, 마포대교 위에서 한참을 고민했던 적도 있습니다.
지금은 대학생이고요.. 현역으로 군복무도 마쳤어요.
며칠전에 참 울컥할만한 일이 있었는데, 그것까지 쓰기엔 너무 길어져버리네요.
계속 살아야되나 .. 고민이 많이 됩니다.
가스를 준비하긴 했습니다. 얼굴을 덮을 수 있는 비닐도 준비했어요.
고통없이 확실하게 죽을 수 있는 방법은 가스가 유일하더라고요.
아직 실행을 못하는 이유는...
글을 써서 저와 같은 고통으로 힘겨워하는 목회자 자녀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기 때문이고,
제가 자살해버리면 교회에서 제 부모의 입장이 난처해질 것이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살아보려던 제게 세상은 참... 어려운 곳이더라고요.
학기중에도 알바하기 바빠서 성적은 갈수록 떨어지네요..
특히 시험기간에도 뺄 수 없는 알바라서 더더욱 힘들어요.
하지만 알바라도 하지 않으면 생활비는 커녕 기숙사비도 없으니 후..
부모가 참 원망스럽...습니다. 제가 패륜아겠죠?
그래도 죽지 않고 살아주고는 있어요.. 저는 그것도 효도라고 생각해요.
차라리 절 낳지 않았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제가 세상에 아예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정말 좋을텐데요..
미쳐버리겠네요. 이런 생각만하면 정말 눈물이 나요.
여튼 부모의 목회활동을 위해 저는 제 전부를 희생하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거 뭐 어떻게든 알바하면서 버틸 수 있어요.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하는데요.. 빚도 차차 갚으면 되겠지요...
근데 정말 참기 어려운건, 종교가 강제되는거... 정말 너무 화가나요.
교회에 갈 때마다 가슴 속에서는 거대한 분노가 일어납니다..
이젠 일요일만 다가오면 노이로제가 걸릴 거 같아요..
표정이 굳고 말도 잘 안나오고.. 너무 힘듭니다..
정말 너무 지쳐서... 익명으로나마 투정부려보고 싶었어요.
이걸 다 읽으신 분이 있을까 ㅎㅎ
아무튼.. 마무리하면 !
억지로 신실한 척 연기하는 내자신이 너무 역겨워서..
그럼에도 그럴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원망스러워서..
잠깐 투정 좀 부려봤어요..
postscript
혹시 목회자 자녀분들... 있나요?
궁금한게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