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한 지명은 밝힐 수 없지만 저희 동네(서울)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현재 대학생인 저는 20년 가까이 동네에서 살아 왔는데, 어렸을 때부터 동네에는 뭔가 나온다는 소문이 있던 길목이 있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가로등이 적은 곳이었는데, 소문의 길목은 가로등이 하나도 없어서 한밤중에는 어른들도 지나가길 꺼려하는 곳이었습니다.
길목에는 지하 건물 하나가 있었습니다. 확실하게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아마 양말 공장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처음 길목을 알았을 때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기에 폐가인가 싶었지만, 어느 날부터 기계소리와 판소리가 작게 새어 나오고 있었고, 밤에는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왔던 걸로 보아, 밤 늦게까지 공장이 가동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제가 고등학교로 진학하여 옆 동네로 이사 간 후, 소문의 길목에 있던 공장에 화재가 났었다고 합니다. 재빨리 불을 진압하여 불이 번지는 건 막을 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지하였던 지라 열댓 명의 직원들과 직원들의 아이들이 유독 가스에 질식하여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조용한 동네다 보니 그런 큰 사건으로 며칠 동안을 화재 이야기로 옆 동네까지 들썩였습니다.
그리고 온 동네를 떠들썩했던 화제 이야기가 서서히 누그러 들 때쯤 지하 공장 건물 옆에서 공사 중이었던 단독 주택이 완성되었습니다. 주택의 주인은 형의 절친한 친구 가족이었는데, 당시 친구 가족들은 외국에 있었던 지라 화재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몰랐다고 합니다. 형은 새 집에 살게 된 친구의 기분이 상할까 봐 화재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은 채, 잠자코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오랜만에 집에 놀러온 형 친구로부터 이상한 이야기를 들게 되었습니다. 새 집이라서 좋았는데, 밤마다 이상한 울음 소리가 들려서 잠을 설친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고양이 울음소리인 줄 알았는데, 하루하루가 지날 때마다 그 울음소리는 점점 통곡 소리로 변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워낙 종교에 대한 믿음이 굳건했던 형이어서 귀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 채, 고양이 울음소리가 심하다고만 생각했답니다. 하지만 집 밖에 나가 소리의 정체를 알아내려고 하면 소리가 멈추고, 집 안에 들어오기만 하면 금세 소리가 이어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들은 형과 저는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결국 집이 공사 중이었을 때 옆에 있던 공장에 화재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형 친구의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기겁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친구 할머니께서 귀신을 보셨다는 것이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형 친구에게만 이야기했다는데, 할머니께서 주무시다가 톡. 톡. 창문을 치는 소리에 눈을 떠 보니 창 밖에 여자가 둥둥 떠다니면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마당에 나무가 있었기에 연로하신 할머니께서 잘 못 보셨을 거라고 생각한 형 친구.
얼마 지나지 않아 안방에서 주무시던 부모님께서도 비슷한 일을 겪어 되셨다고 합니다. 한, 두 번이면 잠자코 있겠는데, 매일매일 잠이 든다 싶으면 창 밖에서 사람들이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려온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께서 몇 번이나 도둑인 줄 알고 마당으로 뛰쳐나가 보셨지만, 역시 아무 것도 볼 수 없었고... 화재 이야기에 부모님 이야기까지 듣게 된 형 친구는 정말 귀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밤마다 들리는 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며칠 뒤.
형 친구로부터 다시 한번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아무도 입주하지 않았던 공장 건물에서 화재가 또 다시 발생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번에도 화재는 지하에서 시작되었다고 했는데, 감식하던 사람들은 이미 화재가 발생했던 곳에서 수습이 되기 전에 다시 발생했기 때문에 정확한 화재의 원인은 찾아내지 못 하고 방화일지도 모른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이 일은 뉴스에 등장하였습니다.
뉴스에서는 **동 괴담이라는 타이틀로 방송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뉴스는 위에서 언급했던 소문으로 시작하여 화재로 인한 참사를 소개했는데, 놀라운 부분은 다음부터였습니다.
화재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건물 보수 정리를 하는 도중 시멘트 벽을 허물던 인부가 비명을 지르면서 지하에서 뛰쳐 나왔다고 합니다. 어두컴컴한 지하 시멘트 벽 속에서 여자 시체가 발견된 것입니다. 이윽고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건물주의 인터뷰도 볼 수 있었는데, 건물을 짓고 나서 입주한 사람마다 전부 사고사를 당했다고 합니다.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행방불명된 사례도 있고, 교통사고서부터 피살까지... 여담이지만 시멘트 속 여인의 신분은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후 건물주는 무속인을 불러 원혼들을 위한 굿을 했다고 합니다. 다행히도 굿이 효과가 있었던지 건물 옆 단독 주택의 주인인 형 친구의 가족들도 서서히 밤새 가족들을 괴롭혔던 소리를 듣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몇 달 뒤에는 동네 주민들의 민원으로 지하 건물 길목에 가로등이 설치되었는데, 이상하게도 켜 놓으면 얼마 안 가 꺼져 있고, 켜 놓으면 얼마 안 가 또 꺼져 있고를 반복하여 무용지물의 상태로 골목을 지키고 있습니다. 저는 다시 그 길목을 다니기 꺼려하게 되었고, 대부분의 사람들도 밤에는 지나가길 꺼려하고 있습니다.
현재 길목에는 여러 주택이 들어섰지만, 화재가 있었던 건물에는 문 앞에 부적이 붙여 있는 상태로 아무도 입주하지 않고 방치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출처 : 잠밤기 - Whiteday 님의 투고괴담(http://www.thering.co.kr/980?category=20)
해당 기사 : http://jampuri.egloos.com/4168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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