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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78550
    작성자 : neptunuse
    추천 : 14
    조회수 : 3528
    IP : 175.223.***.21
    댓글 : 12개
    등록시간 : 2015/03/23 14:57:34
    http://todayhumor.com/?panic_78550 모바일
    우렁각시
    퇴근후 집으로 돌아오면 언제나 현관문이 열려있다.
     
    깜빡하고 잠그지 않았나 하면 그건 아니다.
     
    난 언제나 확실하게 현관문을 잠그고 확인까지 한 후에 집을 나선다.
     
    하지만 두번씩이나 확인한 내 수고가 무색하게 집에 돌아와 보면 언제나 현관문은 잠겨있지 않은 상태이다.
     
    처음엔 도둑인가 싶어 서둘러 집에 들어가서 둘러봤지만 없어진 물건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집안은 깨끗하게 청소가 된 상태였고,
     
    식탁위에는 생전 처음보는 식재료로 정성것 요리한듯한 저녘식사까지 준비되어있었다.
     
    심지어 입이 짧은 나조차 순식간에 다 먹어치워버릴 정도로 맛이있었다.
     
     
     
     
    너무나 만족스러운 식사를 한덕에 경찰을 부를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사실 없어진 물건도 없고 오히려 집청소에 요리까지 되어있으니 딱히 부를 이유도 없었다.
     
    게다가 음식앞에 있는 쪽지를 보고 무언가 기대를 한 이유도 있었다.
     
    - 맛있게 드세요. 언제나 지켜보고 있어요 -
     
    남들이 보면 스토커니 뭐니 하면서 치를 떨겠지만,
     
    아무렴 어떤가 나좋다는 사람이 이렇게 훌륭한 음식을 차려주는데.
     
    못생겼든 문제가있든 그건 그때가서 잘라버리면 그만이다.
     
    당장은 맛있는 음식을 먹었으니 만족이다.
     
     
     
     
    그 다음 며칠간은 별다른 일 없이 문은 잘 잠겨있었다.
     
    문제는 그때 먹은 음식 맛이 잊혀지지 않는다는 거였다.
     
    언제나 인스턴트 음식이나 배달음식만 먹었던 탓에
     
    직접만든 따끈한 저녘식사가 더 맛있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일주일후 또다시 현관문이 열려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을 확인하니 이번에도 역시 집은 깨끗하게 청소되어있었고
     
    식탁엔 저번과 같이 저녘식사가 차려져있었다.
     
    쪽지에는
     
    - 맛있게 드세요, 당신을 응원합니다. -
     
    라고 적혀있었다.
     
    기쁜마음으로 말끔히 먹어치운후 만족스럽게 잠자리에 들었다.
     
    마치 우렁각시처럼 집안일과 식사준비를 해놓는 사람의 정체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다니 솜씨가 보통은 아니었다.
     
     
     
     
    그다음은 3일뒤, 그다음은 하루건너서, 그이후부터는 매일같이 현관문이 열려있었다.
     
    매일 집으로 돌아오면 집은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었고,
     
    식탁엔 매일 메뉴가 바뀌는 맛있는 저녘이 준비 되어있었다.
     
    쪽지에는 언제나
     
    힘내요, 음식은 입에 맞으신가요?, 응원할게요
     
    등의 글이 써 있었다. 
     
    음식들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점심식사는 나무토막을 씹는듯 했다. 
     
    언제나 퇴근후 집으로 돌아가 끝내주는 저녘식사를 기대하며 하루를 버티곤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음식은 더 맛있어졌고 이제는 다른 음식은 입에 대지도 못할정도가 되었다.
     
     
     
    변화가 생긴것은 한달정도가 지났을때였다.
     
    그날역시 문이 열려있었고 기쁜마음으로 집으로 들어왔다.
     
    식탁에는 여지없이 음식이 차려져있었다.
     
    옷도 갈아입지않고 식탁에 앉아 크게 한숟가락 퍼서 입에 넣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분명 똑같은 음식인데 전혀 그맛이 나질 않는다.
     
    오히려 삼키지 못하고 게워내었다.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고 어리둥절해 있는 내 눈에 식탁 한쪽에 놓인 쪽지가 보였다.
     
    쪽지를 들어 내용을 보니 늘 보던 응원의 글이 아닌 다른 내용이 있었다.
     
     
    - 식탁에 돈을 놓고가면 내일은 돈의 액수 만큼 그맛을 느낄수 있을거에요 -
     
     
    장사를 하려는 건가?
     
    우렁각시 인줄 알았는데 엄청 고차원적인 식당 홍보였나?
     
    돈의 액수만큼이라는건 뭐야?
     
    경찰에 신고 하는게 좋으려나?
     
    근데 그러면 그 맛있는걸 못먹게 되는거 아니야?
     
    순간적으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차피 결론은 나와있었다.
     
    이제와서 돈좀내고 먹는게 무슨 대수겠는가
     
    이상하게 장사를 하는 장사치라면 까짓거 손님이 되면 그만이다.
     
     
     
     
    그 즉시 밖으로 나가 현금 인출기에서 오십만원을 인출해 식탁위에 놓았다.
     
    이왕 줄거 화끈하게 주지. 한달치 선결제다.
     
    차피 다른음식은 입에대기도 힘든상황
     
    당장 그 맛있는 음식을 못먹으니 좀 감정이 격해진것 같다.
     
    그날은 굶주림과 기대감에 일찍 잠이 들었다.
     
     
     
     
    다음날, 음식은 입에도 대지 못하고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로 하루를 보냈다.
     
    여섯시가 되자마나 상사의 눈치도 완전히 무시하고 칼퇴근을 감행하여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문을 부술듯이 열고 들어가 식탁으로 달려갔다.
     
    식탁에는 음식이 없었다.
     
    흰가루가 든 봉지가 있었을 뿐이었다. 
     
    봉지옆에 있던 쪽지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 내일은 2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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