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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적힌 말로 오늘 할 말을 대신한다. 이상이다."
이례적이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남긴 말의 전부다. 추 대표 뒤에 걸린 대형 걸개에는 "헌법 제1조 2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적혀 있었다.
곧이어 발언권을 넘겨받은 우상호 원내대표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몇 초간 침묵하다가 "갑자기 말씀을 안 하시니까..."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통상 최고위원회의가 열리면 당 대표는 가장 먼저 3,4분 분량의 메시지를 발표한다. 때문에 당 대표의 '한 줄 메시지'는 매우 특별한 경우로 기록됐다.
회의에 참석한 복수의 당 관계자는 이날 추 대표가 심상치 않았다고 전했다. "크게 화를 냈다"는 얘기도 나왔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추 대표의 '버럭'은 두 곳을 향해 있었다. 하나는 박근혜 대통령, 다른 하나는 당 내부다.
복수의 관계자는 이날 회의 분위기가 무거워진 이유로 당내 기류를 꼽았다. 박 대통령이 국회를 향해 공을 넘겼고 일종의 함정을 판 건데, 그 프레임 안에 갇힌 주장들이 당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즉, 야권의 제안을 무시한 박 대통령의 역제안은 논의의 대상도 될 수가 없다는 게 추 대표의 생각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국회에 다녀간 뒤 총리 하마평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권한, 총리의 권한과 관련된 논의가 진행됐다. 심지어 우상호 원내대표는 전날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외치는 대통령의 권한'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이날 비공개회의 직후 추 대표의 '한 줄 메시지'와 관련해 "총리 권한이 어떻게 되니, 2선 후퇴 어디까지 하니 등을 이야기 하니까 헌법과 국민만 보고 가겠다는 의미다"라며 "별별 이야기가 다 나오니 헌법이라는 칼로 딱 (자르려는 것이다)"이라고 설명했다.
한 핵심 관계자는 "추 대표가 비공개회의에서 이러한 점을 지적하며, '국민만 보고 간다. 내 말이 이제 당론이다'라고 말한 뒤 바로 회의를 끝냈다"라며 "그래서 비공개회의도 빨리 끝났고 분위기가 매우 무거웠다"라고 전했다.
박 위원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역시 대통령의 정치는 기가 막힌다"라고 역설적으로 표현하며 "정신을 바짝 가다듬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박 위원장은 자신에게 총리 추천을 요청한다는 야권 인사들이 있다며 한탄하기도 했다. 이날 박 위원장은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자천타천으로 총리 후보들이 10여 명, 그리고 뒤에서 거론되는 사람들까지 거의 20~30명이 거론되고 있다"라며 "이는 대단히 현실을 안이하게 판단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출처 | http://m.ohmynews.com/NWS_Web/Mobile/at_pg.aspx?CNTN_CD=A0002259153#c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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