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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readers_7823
    작성자 : 달곰보살
    추천 : 0
    조회수 : 382
    IP : 113.140.***.118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3/06/24 16:28:12
    http://todayhumor.com/?readers_7823 모바일
    [오유 과거] 산문 - 현대의 과거

    현대의 과거


    득득. 득득. 먹이 갈리는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진다.  

     

    몇 백 년 전 서생들이 공부했던 이곳은 이러한 먹 가는 소리가 가득했던 장소이다. 이곳, 이러한 소리가 울려퍼지던 서안은 예전에는 장안으로 불렸으며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도읍이다. 이제는 몇 십 세기 동안 이어진 먹가는 소리가 멈출 법도 한데, 아직 과거를 향한 열정은 과거에만 있던 것이 아니란 걸 현대의 과거를 준비했던 한 학생이 보여준다.

     

    현대와 어울리지 않는 갓상투를 튼 한 학생이 공부하고 있다. 그가 공부하고 있는 공책 안 내용은 중국어로 가득하다. 그 학생은 이백, 두보, 왕희지, 하지장, 이와 같은 유명한 시인들의 이름을 읆어보며 그들의 시를 공부한다. 그 옛날 중국의 선비들도 이 갓상투를 한 학생과 같이 시와 고문들을 외우며 과거를 준비했을 것이다.

     

    정자세로 앉아 공부하고 있는 이 학생은 유학생이다. 이제 중국으로 유학 온지 3년이 다 되어가는 유학생이다. 이제 곧 고등학교를 졸업할 유학생이다.

     

    갓상투의 학생은 이제는 붙지 못한 그 대학에 아쉬움이 남았는지 너덜너덜해진 공책을 들고는  공부하고 공부했던 고문을 이것저것 읆어본다. 현대의 중국어와는 다르게 읽는 방법도 한자의 뜻도 완벽히 다르지만, 학생이 읽고 있는 그 시 안에 아직 그 옛날의 풍미가 남아 있는 듯하다. 아직 그 옛날의 정서가 남아 있는 듯하다. 아직 그 옛날의 열정이 남아 있는 듯하다.

     

    학생은 눈으로도 입으로도 시를 읽다 창 밖을 바라본다. 그 옛날 푸른 장안의 하늘은 이제 다른 곳으로 가고 없는지 매연만 가득한 서안의 하늘만 있다. 이제는 돌과 철로 세워진 높은 건물과 거무튀튀한 도로밖에 남아 있지 않은 풍경을 보니 학생의 마음도 회색으로 물드는 것 같다.

     

    시간이 흘러 수나라를 지나 한나라가 되고, 다시 시간이 흘러 당나라를 지나 현대까지 왔다. 이제는 과거라는 말을 쓰지 않아 과거의 단어가 되어버렸지만 이러한 제도는 현대까지 남아 과거의 과거가 현대의 과거가 되었다. 이제는 먹을 가는 소리는 들리지 않고 사각사각 연필이 움직이는 소리만 들린다.

     

    무뚝뚝히 공책을 바라보던 학생은 손목 시계를 한 번 홀끗 보더니 아차 하고는 후다닥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난다. 문을 열고 방을 떠나나 싶더니 다시 후다닥 들어와 책가방을 들고는 옆 교실로 이동한다.

     

     “不好意思。呆了。。。“

     

    선생님께 사과를 한 학생은 조용히 지정된 자리에 앉아 수업을 듣는다. 같은 나이의 한 학년 아래의 친구들은 자신과는 다르게 수업을 경청하며 곧 다가오는  미래를 준비한다. 학생 자신 또한 수업을 들으며 잊어버릴 듯한 지식들을 머리 속 잡아둔다. 이제는 고시가 끝나 학생의 태도 흐트러질 법도 하지만 딱히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은 그 학생은 묵묵히 수업을 듣는다.

     

    어영부영 일상을 마친 학생은 교실에 남아 창 밖의 어두컴컴한 밤하늘을 바라본다. 지금 보는 하늘도 과거의 사람이 과거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봤던 하늘과 똑같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자신도 유학생이라 타지에 눌러 앉아 사는 것 보다는 지식을 익혀 금의환향하고 싶으나 그 길이 너무나도 멀어보인다. 학생은 중국에서 공부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현재 이렇게 공부해서 잘 먹고 살 수는 있을지 현실적인 고민을 해보지만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아 생각을 그만 두고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에 있는 가방을 맨다.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 그 학생은 서안의 하늘에서 보기 힘든 밝은 달을 본다. 그래, 지금 보는 달은 그 옛날 당나라에 유학왔던 신라인 최치원이 보던 달일 것이라 확신하고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기숙사 방으로 돌아간다.

     

    어두운 방 안, 의자에 앉은 학생은 스탠드를 켜고는 책을 읽는다. 그 학생의 책 오른 편에는 작은 메모장이 하나 있는데, 거기엔 학생의 꿈이 적혀있다. 그 학생은 상투를 고쳐매곤 다시 책을 읽으며 수첩에 몇 글자 적는다.

     

    사각. 사각. 이제는 연필로 글 쓰는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진다.




    --------------------


    비루한 유학생이 글 하나 올려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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