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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78188
    작성자 : 망고린드
    추천 : 30
    조회수 : 3036
    IP : 220.67.***.36
    댓글 : 9개
    등록시간 : 2015/03/09 23:14:27
    http://todayhumor.com/?panic_78188 모바일
    [단편] 뿌드득 뿌드득
    대학교에 들어가면서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됐다.
    짐을 옮겨주러 온 아버지가 고시텔이냐고 농담을 던질 정도로 좁은 기숙사였지만 난방도 빵빵하고 시설도 좋아서 나름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문제가 있었다면 룸메이트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룸메이트와 내 잠버릇이 문제였다.
    나는 잘 때 이를 가는 버릇이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는 혼자 방을 써왔기에 내 잠버릇이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사실 나는 내가 잘 때 이를 간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다른 사람과 같이 방을 쓰게 되자 그것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더군다나 내 룸메는 조금이라도 큰 소리가 들리면 잠을 설치는, 그런 종류의 사람이었다.
    계속되는 하소연과 신경질. 짜증.
    룸메와의 갈등은 나날이 깊어져 갔고 나는 무슨 방법이 없나 찾아보다가 마우스피스를 끼고 자면 이갈이를 안한다는 말을 듣고 그것을 바로 주문했다.
    평소에는 구두쇠라는 말을 듣는 나지만 룸메에게 미안하기도 했고 이를 가는 버릇 자체가 턱에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기 때문이다.
    드디어 마우스피스가 도착한 날.
    나는 룸메에게 이제 마우스피스가 도착했으니 내가 이를 갈 날과 네가 잠을 설칠 날은 끝났다고 위풍당당하게 선언했고 기대감에 들떠 마우스피스를 끼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불이 켜지더니 누군가 나를 거칠게 흔들어 깨웠다. 
    눈을 뜨고 보니 룸메였다. 
    나는 무슨 일이냐고 묻기 위해 입을 벌렸다.
    그러나 나를 보던 룸메는 갑자기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아무것도 아니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얼버무렸다.
    싱거운 녀석.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잠이 들었다.
     일어나니 룸메는 책상에 앉아 있었다. 
    어젯밤 한숨도 못 잔 듯 눈밑이 퀭했다.
    "...너 어제 마우스피스 끼고 잔 거 맞지?"
    이건 또 무슨 소린지.
    "너 어제 내가 마우스피스 낀 거 봤잖아. 내가 아무리 지랄맞은 잠버릇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자면서 마우스피스를 빼고 끼는게 되냐?"
    저절로 말이 퉁명스러워졌다.
    "......들었단 말이야."
    "뭘."
    "어제, 이 가는 소리....뿌드득뿌드득하고....!"
    순간 장난치나 생각했지만 그러기에는 룸메의 표정이 너무나도 처절했다.
     룸메는 그게 한계였던 듯 얼굴을 손에 파묻고 띄엄띄엄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내용을 정리해보자면 이랬다.
    내가 호언장담을 하고 잠든 날 밤, 룸메도 오늘부터는 조용히 잘 수 있겠다는 기대를 안고 잠자리에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한 삼십분쯤 지나자 뿌드득뿌드득하고 이 가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여느 때보다 더 선명하게, 마치 귓가에 대고 직접 들려주기라도 하는 것 마냥...
    그 순간 룸메의 안에서 뭔가 끊어졌다.
    저 새끼를 죽여야 내가 편하게 자겠구나.
     그 생각밖에 안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책상에 있던 커터칼을 집어들고 불을 켰다고 한다.
    왜 불을 켰냐고 물으니 커터칼을 내 입 속에 박아버릴 생각이었다고 한다.
    룸메는 밤눈이 어두운 편이었으니까.
    그런데 불을 켜자마자 이 가는 소리가 그쳤다고 한다.
    나는 곤히 자고 있었고.
     룸메는 어쩐지 무서워졌다고 한다.
    평소의 나는 불이 켜지거나 꺼지거나 신경도 안 쓰고 일어나기 바로 전까지 이를 갈아제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눈치를 보듯 이 가는 소리가 그친 것이다.
    그래서 룸메는 내가 마우스피스를 꼈는지 안 꼈는지 보려고 나를 깨웠던 것이다.
    "내가 마우스피스를 안 끼고 있었으면 어쩌려고 했어?"
    "아마....아니 확실히 죽였을거야. 그땐 정말 죽일 거라고 생각했어."
    나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내가 죽을 뻔했었다는 사실을 알아서만은 아니었다.
    마우스피스를 끼고 이를 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럼 그 뿌드득 소리는 대체 누가 낸 것일까?
    룸메는 다음 날 방을 옮겼다.
    나는 다음 달 아버지께 말씀드려 자취를 시작했다.
    가끔씩 층간소음으로 세대간에 트러블이 생기거나 살인사건이 났다는 뉴스를 보면서 생각한다.
    분명 진짜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경우가 진짜일까?
    어쩌면 가짜가 그 중에 섞여 있는게 아닐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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