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염원과는 달리 박근혜 대통령은 나타나지 않았다.
7일 오전에 TV에 생중계된 정부의 메르스 대응 발표에는 총리대행인 최경환 부총리가 나섰다. 창궐중인 전염병과 일대 전쟁을 치르고 있는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다독이는 자리에 정작 대통령은 없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기본 임무”라고 설파했던 박 대통령이기에 더욱 의아스럽다. 왜일까?
1. 이날 발표의 성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날 최 대행의 발표와 문형표 복지부 장관의 뒤이은 기자회견의 내용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메르스 관련 정보의 투명한 공개, 메르스 대응에서 지자체 역할 강화가 그것이다.
두 가지 모두 정부가 이전까지 극구 거부했던 사안들이다.
최 대행은 이를 ‘방향선회’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상 ‘항복선언’으로 들린다. 이 때문인지 최 대행의 기자회견에서는 기자 5명의 질문만 받고 서둘러 끝내려는 정부측 태도를 문제삼는 기자들까지 생겨났다.
그동안 정부의 메르스 대응에 대해 여론은 엄동설한에 비견될 정도로 싸늘했다. 눈만 뜨면 메르스 확진 환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국민 불안은 가중되는데도 정부는 뒷북 대응과 비밀주의로 일관해왔다.
때문에 비밀주의를 벗고 지자체와 역할 분담을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이날 발표는 한마디로 개과천선이다.
대통령으로선 이 항복선언의 자리에 나서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2. 이날 발표가 자기부정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했는지 모른다.
이날 최 대행은 메르스 관련한 '의료기관 명단 비공개'라는 기존 입장을 뒤집은 이유로 지난 3일자 대통령의 지시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거꾸로 이야기하면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는 나흘이 지나도록 이행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날 박 대통령이 나섰다면 대통령의 영이 서지 않은, 따라서 자신을 부정해야하는 기막힌 현실 앞에 마주해야 하는 불편한 자리가 됐을 것이다.
3. 메르스 사태로 곤두박질치고 있는 자신의 지지율과의 데자뷰를 피하기 위한 전략이었을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의 최신 지지율은 메르스 사태 타격으로 34%로 주저앉았다.
지난 5일 박 대통령이 국립의료원을 방문한 장면을 찍은 사진에 네티즌들이 가상 제목 달기를 하고 있는 것만 봐도 민심을 알 수 있다.
4. 그 연장선상에서 메르스 사태 이후 여론의 강한 지지를 얻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대비되는 것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연일 TV앞에 나서 정부의 지지부진한 메르스 대응을 비판해온 박 시장은 메르스 서울 방어선이 뚫린 이후 최전선에서 메르스 대응에 진두지휘를 해오고 있던 참이다.
특히 박 시장은 11일로 예정된 그의 유럽순방일정도 일찌감치 취소한 상태였다.
5. 오는 14일로 예정된 그녀의 미국 순방과도 관련 있어 보인다.
최근 메르스 사태에도 불구하고 외유에 나섰거나 나설 예정인 고위층이 누구인지 고발하는 기사가 관심을 끈적 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7일 현재까지 미국방문 일정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조차 박 대통령이 국가 비상시기인 만큼 해외여행은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번에 미국에 못가면 올해 안에 더는 일정을 잡기 어렵고, 내년으로 넘어가면 미국이 대선 국면으로 들어가 통상적으로 정상회담을 하지 않는다”며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자연스럽게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메르스 국면에서 또 다른 이슈가 돼 버렸다.
만약 이날 박 대통령이 기자들 앞에 섰다면 이에 대한 대답을 준비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박 대통령이 기자들과 질문 응답을 즐거워하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기에 처해 있을 때 대통령이 나서지 않는다면 그 것은 대통령의 기본 임무에도 위배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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