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글 쓰네요. <div><br></div> <div>거두절미하고, 예전에 부산행 처음 보고 왔을 때 제가 적은 내용은 좀비물이라기보다는 재난 영화의 군상극이라고 평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div> <div><br></div> <div>당시 좀비물은 이미 클리셰적인 부분은 월드워Z를 기점으로 거의 대부분 소모를 해버린 한 물 간 장르였지만, 부산행은 기차안이라는 좁은 공간안에서 좀비에 의한 재난물이라는 새로운 클리셰를 만들어 냈죠.</div> <div><br></div> <div>공포나 액션을 기대하고 가신 분들에게는 감독이 무엇을 얘기 하려는 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죠. 무턱대고 소리나 빽빽 지르는 버스 회사 사장이나 상황 파악 못 하는 야구 부원들의 삽질은 이게 대체 무슨 영화인가 이해 하기가 쉽지 않죠.</div> <div><br></div> <div>하지만 좀비물이 월드워Z을 기점으로 재난 영화 즉 아포칼립스물의 장르 밑으로 재편이 된 상황이라 해외서는 반응이 사뭇 다르게 일어났죠.</div> <div><br></div> <div>물론 신파는 해외서도 호불호가 갈렸지만요. </div> <div><br></div> <div>반도는 이런 부산행의 후속작이자 포스트 아포칼립스 물이죠. </div> <div><br></div> <div>일단 반도의 설정상 오류부터 집고 넘어가죠.</div> <div><br></div> <div>첫째 4년이라는 '너무 긴 시간'을 후속편으로 삼았다는 것이죠. 사실 반도를 처음 봤을 때 느낀 점이 다른 분들은 절대 공감을 못 하시겠지만, 설정이 너무 치밀하다는 점이죠.</div> <div><br></div> <div>재난 상황에서 1시간은 평소의 1년과 맞먹는 일이 일어날 수 있죠. 특히 좀비 아포칼립스의 클리셰의 정석 중 정석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고난은 그저 덮쳐 오기에 개연성을 따지기 보다는 주인공과 주변 인물의 반응이 아포칼립스물의 핵심이죠. 부산행에서 소리 지르는 버스 회사 사장을 생각하시면 됩니다.</div> <div><br></div> <div>첫 장면, 주인공이 구조를 요청하는 가족을 스쳐 지나가고 다시 만났을 때 가족 구성원 중 아버지는 이미 사망하고 3살 즈음으로 보이던 아이는 6-7살 그리고 모르는 여자 아이 하나와 치매를 앓고 있는 늙은 군인의 조합은 매우 함축적으로 반도에서 사람들에게 무수히 많고 많은 일들이 벌어졌음을 보여주는 장면인데.</div> <div><br></div> <div>앞에서 얘기했죠? 너무 시간이 많이 지났다고요. 관객들이 보기에는 이건 또 뭔 소리여? 4년 '밖'에 안 지났는데 사람들이 저 모양이 됐다고? 납득 못 하는 게 당연하죠. 무려 4년'이나' 좀비 소굴에서 살아 남은 사람들이 그 동안 겪은 일은 일반인이 평생 겪은 일보다 많았을 테지만, 그건 감독의 머릿속에서나;;;</div> <div><br></div> <div>그러니 좀비가 주역이 못 되는 것도 당연한 겁니다. 애시당초 좀비 아포칼립스에서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좀비 소굴에서 생존한 사람들의 갈등 구도는 좀비보다 더 한 같은 사람들 간의 갈등이 메인이 되는 것이니 말입니다.</div> <div><br></div> <div>이 부분은 워킹 데드를 참조 해 보시면 아 하고 감이 오는 부분이 있을겁니다. 여기도 후반부로 갈수록 좀비 보다는 사람 간의 갈등이 메인 인데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조차 반도랑 매우 흡사합니다. 아니 애당초 반도가 워킹 데드를 많이 참조한 거겠지만요.</div> <div><br></div> <div>둘째 감정의 농도를 잘 못 잡았다는 것이죠.</div> <div><br></div> <div>부산행의 신파가 짧은 건 부산행이 기차 안에서 감정적인 드라마를 통해 연상호 감독이 얘기하고자 했던 인간을 충분히 보여줬기에 짧았다고 봐야 하죠. 반도라는 작품을 통해서 봤을 때 말이죠.</div> <div><br></div> <div>반도의 캐릭은 닳고 닳아서 더 이상의 얘기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주역인데, 문제는 런닝 타임이 2시간 남짓 밖에 되지 않다는 것이죠. </div> <div><br></div> <div>단적으로 카 체이싱에 너무 많은 공을 들였어요. 이것도 결국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좀비에게 잔뜩 적응한 사람들인데, 후반으로 갈수록 가뜩이나 풍경 같은 좀비가 숫제 필드몹 신세가 되어서 이 부분은 명백히 연상호 감독의 분량 조절 실패죠. </div> <div><br></div> <div>부산행에서 사람 얘기 신나게 하고 더 할 것도 없으니 즙으로 마무리였다면 반도에서는 사람끼리 감정을 부딪힐 일이 없죠. 만나면 좋은 친구 총알 한 방씩 교환하면 그걸로 끝이니까요. </div> <div><br></div> <div>그러니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강동원의 트라우마 극복인데, 다른 방법도 얼마든지 있었는데 그놈의 카 체이싱.</div> <div><br></div> <div>결국 반도에서 욕 먹는 내용을 뜯어보면 결국 극렬한 압축으로 중간에 한 편이 더 있어야 하는데 너무 먼 시점을 후속편으로 삼았기에 벌어졌다 뭐 이렇게 정리되네요.</div> <div><br></div> <div>이 부분만 빼면 개인적으로 부산행보다 더 좋게 봤습니다. 후반 즙짜기만 빼놓고요.</div> <div><br></div> <div>특히 CG 티는 많이 났어도 색감이 참 좋았죠. CG 티를 가릴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더 티가 난 꼴이긴 해도 시종일간 어두운 톤의 색감은 암울한 분위기를 극적으로 상징하는 데 적절했고 설정상으로도 좀비에 적응한 생존자들의 주요 무대이기도 하니 말이죠.</div> <div><br></div> <div>디테일 적으로 따지면 태클 걸 일이 많기는 하지만 뭐 런닝 타임이 워낙 짧으니까요.</div> <div><br></div> <div>아무튼 저는 재밌게 잘 봤고 연상호 감독이 실사 영화 특히 블록버스터에 익숙해지는 게 좋기는 한데. 투자자 분들이 연상호 감독의 작가 주의가 튀어 나오려는 걸 막던지 아니면 본인 스스로 자제를 하든지 해줬음 싶네요.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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