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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77923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27
    조회수 : 2865
    IP : 103.10.***.154
    댓글 : 10개
    등록시간 : 2015/02/28 22:37:50
    http://todayhumor.com/?panic_77923 모바일
    [오컬트학] 무심


    무심

    나는 내가 관심있는 것 외의 것에는 철저히 무심한 사람이다.
    얼마나 무관심한가 하면 카스테라를 먹었는데
    나도 모르게 붙어 있던 종이까지 같이 찢어 먹었다.
    '아 깜빡 잊고 종이 안 벗겼다'라는 걸 깨달았을 땐 이미 삼킨 후였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주차장에 세워둔 차에 타려고 갔더니
    처음 보는, 누가 봐도 좀 전에 누가 차로 받은 듯한 흔적을 발견했을 때도
    대수롭지 않게 그냥 탔다. (차만 달릴 수 있으면 그만이지 뭐)

    그랬던 내가 일전에 귀신이란 걸 난생 처음으로 보았다.
    잠자리에 들었지만 도통 잠이 오지 않아서 새벽 1시 좀 지난 시각에 편의점에 갔는데
    문득 하늘을 올려다봤더니 겨울의 높은 하늘에 별이 가득찬 하늘 (나는 하늘을 좋아한다)을 보며
    우왕 대단하당~ 생각했는데, 그때 전봇대 꼭대기의 약간 옆에 하얀 사람이 떠 있는 게 보였다.
    음? 뭔가 떠있네, 귀신인가? 생각하며 그냥 걸었다.

    그리고 편의점에서 만화책을 서서 읽다가 펩시 콜라랑 고기 만두 두 개를 사서 집에 가기로 했다.
    그 전봇대 쯤 와서 다시 올려다봤더니 아무 것도 없길래 그냥 계속 걸었다.
    그랬는데 50미터 정도 더 간 곳에 있는 집 벽 옆에 하얀 사람이
    쭈욱쭉 늘어났다가 줄어들었다가 하고 있었다.
    나는 '우왕 나 귀신 첨 봐'라는 생각이나 하고 있었다.
    그때 '죽은 사람에게는 공물을 바쳐야 한다'는 게 떠올라서 고기 만두를 벽 아래에 두었다.
    '고기만 둬'라고 농담을 중얼거리고 혼자서 웃겨서 웃었다.
    썰렁했지만 나 혼자 있는데 뭐 어때. 나만 웃기면 되지.

    그리고 집에 돌아왔다.
    나는 '오늘 특별한 체험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집에 도착해서 문득 뒤 돌아봤더니 그 하얀 사람이 뒤따라오고 잇었다.
    우물쩡거리길래 "뭐?"라고 말했다.
    말을 뱉은 후 '근데 말이 통하나?'고 생각했다.
    신경 쓰지 않고 그대로 집에 들어갔는데 내 방 문을 열었더니 이번엔 거기 있었다.
    좀 짜증이 났는데 신경 쓰지 않고 앉아서 고기 만두를 먹었다.
    펩시 콜라도 반 정도 마셨다.
    그 후 그 하얀 것에게 "나 잘래"라고 말하고 불끄고 이불을 덮었다.
    그리고 잤다.

    다음 날 아침엔 평소와 같은 시각에 눈이 떠졌고 회사에 출근했다.
    그 후엔 본 적 없다.

    달의뒷면의 꼬릿말입니다
    원래는 카스테라가 아니라 흑설탕으로 만든 과자인데 한국인으로 쉽게 알 수 있는 게 아니라, 카스테라로 대체하였습니다.

    고기만두도.. 원래는 한국에 있는 고기 호빵으로 했는데 ㅜㅜ 주인공이 말장난을 하는 바람에..
    고기만 둬 라는 걸로 말장난을 못 알아 들으시면 제 번역 실력 부족 탓입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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