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보고나서 다음 해가 되고
제 생일 2월 말에 맞춰서 사귀었던 남자친구가 생일 선물로 고슴도치를 주었어요.
저는 그때까지 고슴도치를 키울 수는 있는 건지, 살아있는 건지, 가시인지 털인지 아무것도 몰랐어요.
그때 친구가 100kg이라서 0.1톤이라고 '톤'이라고 이름을 지었어요.
저희집은 애완견이나 반려동물을 절대로 키우지 않는 집이었어요.
아버지가 천식이 있으시고 저희 가족 모두 알레르기가 있었구요, 그리고 저희 엄마가 예전에 시골에 사실 때 키우셔서
정 드는 거 무섭다고 절대 안키운다고 하셨었죠. 다시 돌려보내라고..
그래서 저희 집 중에서 가장 끝방, 제일 추운 제 방안에서만 톤이를 리빙박스에 넣고 키우기 시작했어요.
서러웠지만 톤이와 나 둘이서 잘 지내보자 하면서 방안에서 시작했어요.
아직도 기억나네요.
새벽에 컴퓨터를 하고 있는데 톤이가 '끼익'이라면서 소리를 내서
너무 무서운 마음에 잘못들은 건가 하면서도 고슴도치 카페에 처음으로 가입을 했었어요.
그게 잠꼬대라네요. 그래서 정말 허무하면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카페를 한창 드나들었었어요.
그리고 고슴도치 전용 밥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어서
밥을 사려고 병원에 가보니까 이미 어른일 때 와서 길들이기 매우 힘들꺼라고 하셨어요.
처음 봤을 때부터 제 한쪽 손만했거든요.
그리고 몇개월이 지나고 엄마가 조금씩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어느 덧 제가 아니라 엄마가 더 능숙하게 톤이를 맨손으로 잡고 씻겼고,
3년 정도 지나니까 아빠가 톤이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어요.
이제는 엄마가 톤이를 씻기고 나면, 아빠가 드라이기로 살살 톤이를 말려요.
그리고 톤이는 저를 대신해서 저희집에 막둥이가 되었어요.
아.. 이제 더 뭐 어떻게 글을 써야할지 모르겠어요.
제가 이번주 일요일에 국시를 보는데,
그래서 한달 전부터 1월부터 톤이를 보긴 했지만, 도서관을 다니느라도 집에 없어서 그때부터는 톤이 사진이 한장도 없네요.
2014년에 톤이 사진을 찍은 게 없어요.
아니 있는지 지금 기억이 안나요. 가족들 폰으로라도 찍었었는지 모르겠어요.
이미 1년 전부터 톤이가 다리를 절고 자꾸 넘어지기 시작했어요.
변도 항상 누던 자리에 누지 않고, 막 아무대나 싸서 어느 때는 자기 얼굴 앞에 싸놓고 자고 있기도 했어요.
그래서 제가 방에서 나와서 마루에 지나갈 때 리빙박스를 들여다보면
벌러덩 자빠져있는 거예요. 그러면 저는 정말 놀라서 일으켜주고 그랬어요.
근데 그 횟수가 점점 늘면서 이젠 눈을 떼기만 하면 넘어져 있는 정도였어요.
그래서 병원에 데려갔더니 선생님이 그 때로 5년 넘게 산 게 오래 산거라고
늙어서 그런거라고 하셨어요.
이제 준비하라고.
그러고 1년도 더 지났죠.
진짜 행복?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우리 일상이었어요.
그런데 작년 말부터 톤이가 넘어지는 게 심하더니 언제는 한번 너무 오래 넘어져있었는지
넘어진 상태로 하얗게 말간 토를 해놓고 몸이 약간 굳어있더라구요.
그래서 정말 까무라치게 놀라서 일으켜서 씻기고 정말 애지중지 했었어요.
그리고 다시 나았어요. 그냥 놀란 걸로 넘어갔죠.
그리고 일주일 뒤에 보니까 꼬리 쪽,항문 쪽이 빨갛게 헐어서 피가 나 있었어요.
병원에 가니까 늙어서 사람이 치매 걸리는 것처럼, 이제는 똥을 못 가리는 정도가 되어서 똥독?처럼 감염된 거라고 하셨어요.
귀에도 진물이 막나길래
그래서 먹는 약이랑 소독약, 연고도 받아왔어요.
사실 이때 선생님이 약을 아예 안주실라고 했어요.
소용 없다고.
그래도 먹였어요.
그렇게 일주일치 약을 먹이는데 약때문에 맛이 없는지 밥을 안먹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다시 맨밥을 주면 아주 맛있게 먹었어요.
...
...
그런데 이번주 월요일 2/3일 이후부터
아무것도 안먹었어요. 입을 아예 열지를 않아서 물도 못먹였어요. 억지도 담그면 코만 적시고 말았어요.
그래도 날씨가 추워질 때쯤은 항상 하루종일 잠만 잔 적도 있으니까 하루는 두고 봤어요.
그런데 이상해서 수요일에 아침에 병원에 엄마가 데려갔는데
의사선생님이 정말 일주일-열흘 생각하라고 하시면서
평소에는 초음파도 찍어도 소용 없다고 하시던 의사선생님이 초음파도 찍어주고
주사기에 설탕물 먹이라면서 챙겨주셨었요.
톤이가 이미 사람으로 치면 100살이라고 그러셨대요.
돈도 안받으셨대요.
그리고 저는 학교 도서관에서 그 연락을 받고
하루종일 휴대폰을 30분마다 확인하면서 '혹시나 엄마가 문자보내지 않았을까, 문자오면 안되는데' 하면서 있었어요.
그리고 12시 전에 집에오는 길에 마중나온 엄마랑 톤이 낮에 뭐했다,
설탕물 어쩌고 이러면서 왔어요.
그런데 엄마가 '톤이 어떨꺼 같애?' 이러길래 '그냥 있겠지'라고 하면서 집에 들어갔어요.
마루에 톤이 리빙박스가 있었고 들여다봤는데 없는거예요,
안방에 놔뒀대요, 그래서 안방에 가봤더니 이불안에 있어요. 그래서 '아 여기 따듯하겠다~'하면서 보려는데
아빠가 '그 이불이 아니라 저기 옆에 있어'하시면서 '톤이 갔어'라고 하시는데
정말 무릎꿇고 톤이가 그렇게 좋아하던 주황색 수건 앞에서 울었어요.
저는 아직 준비가 안됐어요.
낮에도 엄마랑 막 우스개소리로 '톤아, 누나 공부하게 일요일까지는 아프지도 말고 있어라!'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일주일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이래요. 어떻게 이럴수가 있어요.
톤이를 봤는데 이미 몸이 식어있었고
머리를 완전히 숙이고 몸을 동그랗게 만 상태였어요.
낮에 병원 다녀오고나서 설탕물 먹이고 전기장판 쪽에 따듯하게 해줬는데
4시 넘어서 '끼익끼익끼익'몇번하더니 . 그랬대요.
그리고 털이 바짝 다 서있었는데
엄마가 바로 계속 아래쪽방향으로 쓸어넘겨주면서 쓰다듬었더니,
제가 봤을 때는 마치 자고 있는 것처럼 털이 예쁘게 누워있었어요.
일요일에 어머니가 다니는 절 뒤에 산에 묻으려고
지금은 톤이 항상 자던 통안에 넣어서 베란다에 차갑게 유지하려고 놔뒀어요.
그런데 그냥 자는 거 아닐까요? 겨울잠이요.
제가 심장소리까지는 못듣는데, 병원에 내일이라도 데려가 볼까요?
톤이 따로 어디 안장?그런거 유골? 이런거 하는데 아시는 분 있으신가요?
제사 이런거요.
왜 불행은 한꺼번에 오는지 요즘 정말 힘들었는데
톤이까지 이렇게 되니까
정말 제가 다 죽고싶네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을 잘 썼는지 다시한번 읽어보고 싶지만, 너무 힘드네요. 잘썼는지 모르겠어요. 죄송합니다.
내일도 다시 학교 도서관가야되는데 국시보자고 바로 시험공부하는 게 죄책감이 느껴저서 미칠거같아요.
엄마가 다시는 절대로 다시는 누구도 키우지 말재요.
정말 그랬었어야 했나봐요.
아니 그래도 행복했는데요, 힘드네요.
정확한 태어난 날은 모르지만,
톤이는 제 생일선물로 받은 생명이니까, 저랑 톤이는 쌍둥이라고 같이 태어났다고 생일 똑같다고 하면서 지냈으니까
2월 26일 생일을 2주정도 앞두고 하늘나라로 떠났어요.
2008년 2월 - 2014년 2월. 톤이는 우리와 함께 살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