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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칭 모험가야. 난 다른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장소에, 다른 사람들이 잘 보지 않는 것들을 찾아가는 일을 좋아하지. 난 대도시에서 사는 사람이라서 내가 대부분 하는 일은 도시의 버려진 장소들을 탐험하는 일이야. 그리고 그런 곳들을 사진으로 찍는 거. 내가 레딧에서 보통 활동하는 곳은 /r/abandonedporn이나 /r/urbanexploration같은 곳들이지만, 여기서 거기를 언급하지는 않을게. Nosleep에 글을 쓰기 위해서 계정을 하나 새로 만들었기 때문에, 아마 나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믿어.
아마 내 신조를 nosleep 여러분들도 잘 이해할 거라고 생각해. “더 으스스할수록 더 좋다”는 모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스팟은 버려진 폐 정신병원이나 요양원 같은 곳들이야. 이런 곳들에는 보통 무시무시한 전설 같은 게 따라붙기 마련이니까. 그래도 이런 곳들을 다니면서 한번도 귀신 같은 걸 본 적은 없어. 적어도 저번 주 까지만 해도 난 초자연적인 현상 같은 건 하나도 안 믿었어.
내가 nosleep을 일 년 넘게 눈팅하다가 드디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나 nosleep에 맨날 상주하고 있거든) 저번 주에 여행하다가 이상한 일을 겪어서야.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있어서, 바깥 바람이 좀 쐬고 싶었거든? 그래서 San Francisco에 사는 내 친구네 집에 기분 전환하러 가기로 했어.
내가 사는 해변 도시 (아마 어딘지 대충 눈치 챌 수 있을거야) 에서 거기까지는 고속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12시간 정도 쭉 달려야 돼. 근데 난 혼자 드라이브 하는 걸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계획을 짤 때 바다가 보이는 그런 비포장도로를 거쳐가도록 방향을 잡았어. 조그만 마을들이랑 숲 같은 데가 군데군데 보이는 그런 길들 있잖아. 거기다가 길 가다가 멋있는 오두막집이나 조그마한 레스토랑 같은 데를 발견하면 꼭 들렀어. 그래서 San Francisco까지 가는 내 여정이 엄청나게 길어졌지. 일단 첫 날에는 한 예닐곱 시간 정도 달렸던 거 같애.
해질 때쯤 해서 묵을 곳을 찾았는데, 내 눈에 들어오는 건 텅 빈 도로랑 나무들 뿐이었어. 폰으로 근처에 어디쯤 호텔이 있는지 찾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하기 싫었어. 난 우연을 좋아하거든. 난 그냥 내가 남쪽으로 가고 있다는 것만 확실하면 족했어. 그쪽으로 쭉 가다 보면 언젠가는 문명 도시를 만나게 되어 있었을 테니까.
해가 나무들 사이로 천천히 지고 있을 때쯤 해서는 가볍게 비가 좀 내리고 있었어. 이맘 때쯤 해서는 항상 이런 비가 내리곤 했었지. 난 길에서 잠깐 시선을 떼서 담배에 불을 붙이려고 라이터를 더듬어서 찾았어. 그리고는 밖이 너무 어두워졌다는 걸 깨닫고 헤드라이트를 켰지. 그러고 앞을 보자마자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어.
비 때문에 내 차가 몇 미터 정도 미끄러졌지만 다행히도 콘크리트 벽에 내 차를 꼴아 박기 바로 전에 차를 세울 수 있었어. 뭐 경고판 같은 것도 없었고 “앞에 길이 막혀 있음” 뭐 이런 표시판 같은 것도 전혀 없었어. 그냥 낮은 콘크리트 벽 네 개가 진짜 뜬금없이 서 있었다니까? 그게 차선 두 개를 다 막고 서 있었어. 내가 제 때 보지 않았으면 제대로 정면충돌했을 거라고. 난 시속 70km로 달리고 있는 중이었단 말이야. 난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차를 갖다 박았을까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숨을 골랐어. 아마 그렇게 많지는 않았을 거야. 여기로 오는 두 시간 동안 차는 한 대도 못 봤으니까.
처량하게 찌그러진 통행 금지 표지판에는 숲 사이, 길 오른쪽으로 나 있는 우회 도로를 이용하라고 써 있었어. 아마 그 도로를 타면 다시 고속도로로 돌아가게 돼 있었겠지. 하지만 내 시선은 이미 그 벽 너머에 나 있는 도로로 가 있었는걸. 그 길 위에는 어떤 인공적인 건축물도 보이지 않았고, 내가 지금까지 줄곧 달려왔던 그 도로와 마찬가지로 되게 낡아 보였어.
결정을 내리는 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 천천히, 통행금지 사인을 애써 무시하며 나는 벽 옆에 나 있는 자갈길로 차를 몰았어. 꽤 쉽게 방벽을 돌아서 갈 수 있었지. 한 삼십 분쯤 달렸나? 그래도 건물이라던가 사람 같은 건 하나도 안 보였어.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었고, 나는 조금 불안해하고 있었어. 그래도 그건 내 호기심만 부채질 할 뿐이었어. 이 막힌 길 끝에는 뭐가 있는 걸까?
언덕을 하나 넘으니까 건물 몇 개가 저 멀리 보이더라고. 그리고 길 옆에는 나무로 된 표지판이 있었어. “____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내가 이름을 내 임의대로 안 써 논 게 아니야. 나도 이 마을 이름이 뭔지 궁금하다고.
글씨를 전혀 읽을 수가 없었어. 그 표지판 아래쪽은 까만색 페인트 같은 걸로 칠해져 있었어. 페인트가 아니라 무슨 덩굴식물 같은 거였나? 어두워서 잘 안 보였는데, 하여튼 그 나무 표지판 아래 쪽은 완전 다 긁히고 찢기고 너덜너덜했어. 야생동물이 지나가다가 그렇게 해 놨나봐. 근데 자세히 보니까 사람이 만들어 놓은 것 같은 흔적도 있었어. 그 까만 페인트 위에다가 힘을 줘서 꾹꾹 눌러 쓴 거 같은 거였어. 나는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고 플래시 불빛을 비춰봤어.
“들어와”
이상하지. 그래도 이 정도는 별 거 아니야. 지금까지 흉가 탐험하면서 이거보다 더 한 낙서도 더 많이 봤으니까. 이걸 보니까 내 심장이 흥분돼서 막 뛰었어
나는 마을 안 쪽으로 차를 몰았어. 그러고서 마음 속으로 몇 군데를 점찍어 놨지. 텅텅 비고 어두운 건물들. 특히 경찰서. 창문이 모조리 다 깨진 곳에다가 임시로 판자를 덧대 놓았는데 길바닥에 아직도 유리 조각이 즐비해 있더라고. 집들은 다 문 경첩이 다 부서져 있었고 셔터는 우그러진 채였어. 식료품 가게 입구에는 가로등이 음산한 초록색으로 켜져 있었어. 아파트 창문은 그 표지판에 있던 그 얼룩 같은 까만색으로 다 칠해져 있더라고.
나가고 싶어서 속이 근질근질할 지경이었지만 난 차 밖으로 나가지 않았어. 밖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었고 난 점점 피곤해지고 있었으니까. 거기다 난 혼자였고 이 마을에 대한 아무 정보도 없었어. 그냥 무작정 들어갔다가 안에 누가 있으면 어떡해. 난 플래시 하나 밖에 없었다고.
그게 문제였어. 보통 버려진 장소에 가면 한 오십 년 정도 사람이 안 산 것 같은 기분이 든단 말이야? 문이랑 창문에 덧대어져 있는 판자나 간간이 들어오는 가로등 같은 걸 보면 이 마을은 무슨 바로 어제까지 사람이 살았던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건물들도 비교적 멀쩡해보였고 석조 같은 것들도 전혀 바스라지지 않았고. 적어도 겉으로 보이는 건 그랬어. 어디에나 있는 그 까만 페인트를 제외하고서는 낙서 같은 것도 전혀 없었어. 건물 양식도 꽤 최근 것인 것 같았어.
이게 진짜 버려진 마을일까? 그럴 거라고 생각했던 게 사람은 한 명도 없었으니까. 차들은 다 주차장에서 먼지를 뽀얗게 얹은 채로 서 있었고 가게들도 다 문을 닫았어. 이건 그냥 내 망상인 것 같은데, 그 “들어와” 표지판을 지나고 난 다음부터는 사방에서 누가 날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 표지판에 써 있는 것과는 달리 이곳에서 전혀 환영받지 못하는 느낌이었지. 나 때문에 방해를 받을 사람은 아무도 이곳에 없는데도.
아 그 냄새도 있었어. 좀 희미하기는 했지만 내가 마을에 들어올 때부터 계속 있었던 거야. 오래된 흙 같은 냄새. 왜 지하실 같은 어둡고 축축한 데서 나는 냄새 있지. 곰팡이! 맞아, 곰팡이 냄새였어.
나는 차 속도를 높여서 이 마을을 지나 계속 남쪽으로 가기로 결심했어. 이 근처에 어딘가 머물 곳을 찾은 다음에 아침에 다시 탐험 장비를 갖춰서 여기 와야지. 그 아파트 건물이랑 경찰서 건물이 특히 마음에 들었어. 예전에 경찰서를 가본 적은 한번도 없었거든.
그렇게 생각하면서 마을의 남쪽 끝에 있는 다리를 막 지날 때였어. 건물들을 뒤로 하고 이제 막 숲으로 진입하려는 차였는데, 그 때 누가 다리 밑 개울 쪽으로 내려가고 있는 걸 본 거야. 진짜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줄 알았어. 난 마을에 아무도 없는 줄 알았단 말이야.
난 차를 멈췄지만 점점 어두워지고 있는 통에 그 여자(여자였던듯)를 자세히 살펴보지는 못했어. 그 여자는 진짜 진짜 진짜 말랐었어. 거의 기아 수준? 어두웠지만 그건 확실하게 보였어. 그리고 눈에 띄게 절뚝거리면서 걸어가더라고. 머리가 거의 다 벗겨져서 완전 대머리 같았는데 정수리 부근에만 되게 가는, 막 바스라질 것 같은 갈색 머리카락 몇 뭉치가 붙어 있었어. 근데 되게 길었다? 거의 어깨를 넘어서는 길이였어. 옷은 그냥 몸에 간신히 걸쳐져 있는 수준이었고.
난 그냥 입을 헤 버리고 그 여자를 잠깐 보고만 있다가 그 여자가 사라지고 나서 속력을 높여서 다리를 건넜어. 여자는 내 쪽을 보지는 않았어. 내 차 헤드라이트가 그 여자를 비추고 있었는데도. 저 여자를 도와줘야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했는데, 곧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뒤를 이었어. 나는 혼자인데다가 몸을 보호할 아무런 장비도 갖추지 않은 여자라고. 그리고 저 다리 아래에 누가, 또 뭐가 있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는 노릇이고. 이럴 땐 직감대로 가는 게 현명해.
길을 따라 내려가면서 예의 그 콘크리트 벽을 다시 봤어. 그리고 고속도로로 통하는 또 다른 우회도로가 있었고. 꼭 이 마을을 다른 곳으로부터 고립시키기 위해서 콘크리트 벽을 세운 것 같은 느낌이었어. 왜지?
난 고속도로 근처에 있는 모텔에 짐을 풀었어. 옆에 주유소도 하나 딸려 있더라고. 거기서 밤을 보낸 다음에 다음 날 아침에 다시 거기 가보기로 했지. 난 San Francisco에 있는 내 친구한테 신나서 전화를 걸어서 내가 뭘 발견했는지를 설명해줬어. 그리고 하루 정도 더 늦을 것 같다고도 얘기했어. 그 마을 밖으로 나가고 나니까 불안한 기분이 한결 가시더라고. 그 마을이 겁나 조용하고 으스스한 데다가, 그 여자는 진짜 세상에서 제일 이상해 보였지만 고속도로가 거기서 한 오 미터도 안 떨어져 있다는 걸 안 다음에는 좀 안심이 됐어. 고속도로가 바로 지척이니까 뭐 들락날락 하는 별난 사람들도 많겠지. 마을에 무단으로 살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겠지만, 노숙자들 상대하는 것도 모험의 일부니까, 뭐.
그래서, 난 다시 거기로 가봤어. 거기 간 다음부터는 좀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 아마 다음에 쓸 내용부터 너희들도 알게 될거야. 내가 이걸 다른 데도 아니고 왜 nosleep에 써야 했는지. 이번 글에 쓴 이야기가 별로 재미 없어도 이해해 줘.
나 구글에다가 ‘오레건에 있는 버려진 마을’이라고 쳐봤는데 아무것도 이 마을이랑 일치하는 곳은 없더라고? 이런 장소에 대해서 혹시 알고 있는 사람 있어? 뭔가 버려진 것 같고 곰팡이 냄새가 나는 마을. 내가 이름을 알려줄 수 없는 건 진심 미안하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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