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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h.reddit.com/r/nosleep/comments/2wtapa/my_churchgoing_doctor_dad_started_acting_weird/
기독교인, 의사 아빠가 기묘한 불빛 이야기를 하며 이상한 행동을 해요.
(읽으시기 전에: 미국에서 church-going 이라고 하면 교회에 다니는 이라는 표현인데 바른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종종 쓰입니다. 종교와는 별로 관계 없어요. 제목에는 길어서 짤랐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뭔가 잘못됐다는 첫 번째 싸인은 그 날에 있었던 것 같아요. 아빠가 이 층에서 큰 소리를 지르던 날. "멍청한 개XX! 쳐다보지 말라고, 개XX야. 하지 말라고!"
언니인 질과 나는 핸드폰에 정신이 팔려 있었고 엄마는 언제나처럼 경제 관련 책을 읽고 있었죠. 우리는 모두 깜짝 놀라서 올려다 봤어요. 위에서는 아빠의 고함이 이어졌어요. 점점 더 거칠어지는 말투로 개를 걷어찬다고.
"엄마, 아빠 누구한테 소리 지르는 거야? 스파키는 여기 있는데." 우리 래브라도를 쓰다듬자 녀석은 내 손을 핥으며 낑낑댔어요. 내가 아는 한 아빠는 이 층에 혼자였어요.
엄마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다시 책으로 눈을 돌렸어요. "네가 있던 곳으로 썩 꺼져, 이 새까맣고 더러운 개XX." 아빠는 계속 소리를 지르고 있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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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담배를 피기 시작했어요. 정말 이상했어요. 한번도 그런 적 없었으니까요. "대학 때 폈었어." 엄마한테 물어봤을 때 그렇게 말해 주더군요.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한 두 대 피기도 해. 걱정하지 말으렴." 무슨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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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수트자켓에 넥타이를 하고 바지 대신에 버뮤다 사각팬티만 입고는 계단에 앉아서 담배를 피는 아빠를 발견했어요.
"아빠... 괜찮아요?" 어쩌면 아빠는 화상 회의라도 했던걸까요? 그럼 바지를 안 입은 것도 이해가 가죠.
아빠는 옆자리를 손으로 톡톡 두드리고는 내 어깨를 감싼 뒤에 담배를 한 모금 길게 들이쉬었어요. 그리고 내게 담배를 건냈어요.
나는 15이에요. 내가 아는 아빠는 엄청 보수적이고, 교회에 다니는, 내게 데이트 허락해 주는 것조차 불편하게 생각하는 상냥한 아빠에요. 의사라는 사실도 잊지 마세요. 의사들은 담배를 피지 않아요. 자식들을 담배 피도록 내버려 두는 것 역시 말이 안되죠. 나는 담배를 받아서 손에 그냥 들었어요. 그리고 정말 어째서 인지 모르게 눈물을 흘렸어요.
"제길. TJ, 미안하다, 진심으로." 아빠는 손수건을 꺼냈어요. 어딜 가든 가상자리가 파란 커다란 면 손수건을 들고 다닌 다면 그 남자는 아빠인 거죠. 아빠는 내 눈물을 닦는 대신에 자신의 눈물을 닦았어요. "TJ, 지난 여행을 기억하니?"
"옐로스톤." 훌쩍이며 웃었어요. "아름다웠어요. 눈으로 뒤덮였었죠. 얼굴에 눈을 잔뜩 덮어 쓴 들소 떼가 돌아다니는 것과, 그 혼자 남은 사슴... 목에 난 상처 때문에 숨쉬기 힘들어 하던 불쌍한 녀석..."
"늑대도 기억나니?"
"굉장했어요, 그렇죠?" 잘 보기 위해선 쌍안경으로 봐야 했어요. 코로 큰 숨을 내 쉬며 검은 털에 묻은 눈을 털어내는 그들은 거의 신비로워 보이기까지 했죠. 나는 몇 천년 전의 석기시대에 사는 것처럼 그들의 사냥하는 모습을 보는 척했었죠.
"빛을 기억하니?" 아빠가 물었어요.
무슨 빛?
"그 밝은 불빛말이야. 그 우리 위에서 비추던 압도적으로 눈부시던 불빛말이야."
"아무 빛도 못 봤는데. 무슨 소리에요?"
아빠는 숨을 멈추고 나를 봤어요. "못 봤어?"
"아빠. 무서워요."
"그럼 개미는? 하얀 개미는?"
"하얀 개미요? 무슨-"
"이거 말이야." 아빠는 자켓 주머니에서 하얀 개미를 꺼냈어요. 그건 임무를 부여받은 것처럼 움직였는데 결국 아빠의 손바닥 위에서 무한대를 그릴 뿐이었어요.
"날 위해..." 아빠가 말했어요. "눈을 감아 주겠니?"
그렇게 했어요.
"뭐가 보이지?"
"아무 것도요. 평소와 같아요. 하얀 눈에 이상한 실같은 게 꿈틀꿈틀 날아다녀요."
"정말이니?" 아빠는 흥분한 것 같았어요. "하얀 눈이라고? 다른 게-"
엄마가 그 때 나타났어요. 엄청 화가 나서요. 그러니까 엄마는 평소에 정말 조용한 편이었거든요. 그런데 내 손에 들린 담배랑 아빠 손에 들린 거미를 보자 마자, 쾅! 폭팔한 거죠. 담배를 떨어트리고 엄마가 아빠한테 소리지르는 걸 뒤로 하고 위 층으로 뛰어 올라가서 숨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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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아빠는 매일 싸우기 시작했어요. 침대 속으로 숨어 들어서 두 분이 싸우는 소리를 들었어요. 부분 부분 들리는 소리는 "...더는 안 돼."
"...가족은 함께 해야 해, 톰. 나는 당신이 어떻게 ... 상관 없어."
"그애에게 사실을 말해줘야해." 아빠가 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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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으러 아래층에 내려갔을 때, 세사람은 테이블에 앉아있었어요. 하얀 카운터 위에 하얀 접시, 그 뒤로 하얀 벽.
질은 울고 있었어요. 그런 언니를 보자 가슴이 아팠어요. 며칠을 운것처럼 눈 밑은 파랗고 까맣게 됐더군요. 언니는 절대 우는 일이 없는 펑크록을 좋아하는 다부진 사람이었죠.
엄마 피부는 너무 창백해서 투명해 보이는 것 같았어요. 엄마는 다음에 일어날 일을 대비하는 것처럼 온몸을 떨며 앉아 있었어요.
아빠는 평안하게 앉아서 담배를 피고 있었고요. 의사라는 사람들은 그런 거에요. 긴급한 상황에서도 차분할 수 있도록 훈련하니까요.
"TJ. 너에게 할 말이 있어." 마침내 엄마가 말했죠. "앉으렴."
"이혼하는 거에요? 그런거죠?" 눈물이 가득차서 말했어요.
"TJ, 아가." 엄마는 망설이면서 말을 이었어요. "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나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가족은 함께 해야한다고 믿어."
이어질 말을 대비하며 고개를 끄덕였죠.
"아빠랑 엄마는 어떻게 하는 게 널 위한 최선인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단다. 나는 계속 함께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지만...결국 아빠가 널 위한 게 이 방법이란 걸 설득했단다. 더이상 이기적이지 않게." 엄마는 숨을 깊게 들이쉈어요.
"TJ, 우리는 네가 나갔으면 한다." 아빠가 말했어요.
네?
"나가." 엄마가 단호하게 말했어요. "넌 우리와 더 이상 같이 있을 수 없어."
"가끔 만날꺼야." 질은 울면서 말했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넌 나가야돼."
"무슨 소리야? 다들 미쳤어? 우린 가족이잖아. 난 가족이랑 있어야 돼!"
"아니. 넌 아니야." 아빠가 말했어요. "너는 좋은 삶을 살아야 돼." 테이블을 치면서. "하얀 개미가 아닌."
밑을 내려다 보고는 깜짝 놀라서 뒷걸음질 쳤어요. 테이블은 하얀 플라스틱이 아니었어요. 그건 멈추지 않고 뱅글뱅글 도는 새하얀 개미가 몇겹씩 쌓인 혼돈의 덩어리였어요. 개미는 나의 가족의 팔을 따라 기어올라가기 시작하더니 목과 얼굴을 천천히 덮었어요.
나는 소리를 지르며 깨어났어요. 우리 차가 도로를 벗어나 떨어진 그곳에서요. 새하얀 눈이 뒤덮힌 옐로스톤. 꽁꽁 얼어붙은 가족들 옆에서요.
의사는 내게 그건 꿈이었을 뿐이라고 말해요. 코마에 빠져서 꾼 꿈에 불과하다고요. 그럴지도 모르죠. 그래도 가족들이 나에게 한 일을 원망해요. 나를 보낸 것 말이에요. 가족과 함께 했을 때 난 행복했고, 다시는 그럴 것같지 않아요. 혼자서는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