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연초부터 구설에 올랐다. 전동식 파워스티어링(MDPS) 무상교체가 화근이다. MDPS 논란을 잠재우려다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무상교체 논란은 ‘안티 현대차’ 정서로 확산될 조짐이다. 특히 일각에선 현대차-행정 당국의 유찰설까지 제기하는 상황이다. 차주 등 소비자 여론이 비등한 데는 MDPS 논란을 초기에 진화하지 못한 탓이다. 더구나 무상교체 내용이 ‘속빈 강정’에 불과해 비판여론에 더욱 불을 지폈다. 현대·기아차 MDPS 결함에 현대모비스 부품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본지 단독보도(2016년 2월19일자 2면 참조)가 나간 이후 차주들 사이에서 우려와 걱정,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현대·기아차 차량에는 현대모비스와 만도가 납품한 MDPS가 탑재된다. 차주들은 자신의 차량에 현대모비스가 만든 MDPS 탑재 여부를 확인하려면 서비스센터를 직접 방문해 차량 검사를 받아야 한다. 업체 잘못 때문에 차주들은 바쁜 와중에 개인적인 시간을 별도로 내야만 하는 상황이다. 기아차 서비스센터에 무상교체 여부를 문의했다는 2010년식 포르테 차주 최모씨는 "서비스센터에 문의한 결과 대상 차종으로 판명 났지만, 서비스센터를 방문할 틈이 없어 불안하기만 하다"며 "차량을 뜯어볼 수도 없고 참으로 답답하다"고 말했다. 2007년식 현대차 아반떼(HD)를 보유한 조모씨는 "결함 원인을 제공한 쪽은 업체인데, 왜 내가 바쁜 시간을 할애해 가면서 부품 교체를 받아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현대차는 예기치 않은 상황이 벌어지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무상교체로 MDPS 논란을 잠재우려다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혹을 떼려다 오히려 혹을 붙인 꼴이다. 업체가 무상교체 발표 직전에 본지는 국토교통부가 현대차 MDPS를 2년간 조사해 왔다는 내용을 단독보도(2016년 1월26일)로 내보냈고, 해당 차주들은 이에 심각한 걱정과 반발을 적극 드러내 비판여론이 빠른 속도로 조성되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안티 현대차’ 여론을 차단하기 위해서인지 돌연 무상교체를 발표했다. 무상교체 공지가 나오자마자 차주들의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설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인 3일 무상교체를 알리고, 더구나 현대차 자사 블로그에 올린 공지에는 정작 중요한 내용이 빠졌기 때문이다. "2014년 1월 이전 생산된 일부 차종에서 조향장치 내부 부품(플렉시블 커플링) 마모에 따른 소음 발생으로 아반떼, 쏘나타 등 8개 차종에 해당 부품을 무상교체한다"고 밝혔으나 여기에는 소음이 발생하지 않은 경우 굳이 교체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 여부가 분명치 않다. 전제가 ‘소음으로 불편을 겪고 계신 고객’으로 한정한 결과다. 그 바람에 차주들 원성이 높아졌다. 같은 부품이라면 언제든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한 것이다.
특히 사비를 들여 결함 부품을 교체한 차주들의 반발이 크다. 현행법상 업체가 무상교체를 실시할 경우 사비로 수리를 받은 차주는 환불 등 조치를 받을 수 없다. 이 점이 리콜과 다른 대목이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업체 입장에서 생각하느냐,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느냐에서 오는 간극인데, 무상교체는 자동차 업계의 오랜 관행과 같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현대차가 내놓은 무상교체는 국토부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에 앞서 꼼수를 부린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형국이다.
심지어 일각에선 현대차-행정 당국의 유착을 의심하는 목소리마저 제기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대차와 유착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현대차 MDPS에 대한 여론이 심상치 않기 때문에 업체 측을 압박해 나가는 등 강경하고 적극적인 대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기아차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일부 직영서비스센터를 중심으로 MDPS 무상교체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지만, 웬일인지 기아차 홍보팀 관계자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