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어느 봄날 나는 홀연히 떠나, 우리나라 아파트와 비슷한 구조의 계단식 아파트 4층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첨엔 현지생활에 적응하느라 집에 들어오면 녹초가 되어 씻고 쓰러져 자기 일쑤였는데,
한달 정도 지나니 이제 주변정리가 되며, 집안분위기에도 어느정도 적응이 되어 편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한달이 지나고 또 한달이 지난 후 지인으로부터 부탁을 하나 받게 되었다.
대만에서 온 유학생 하나를 정착하는데 신경 좀 써주라는 거였다.
나 또한 영어가 녹록치 않은 상황이었고, 이제 겨우 필리핀의 내리쬐는 햇살을 겨우 감내하고 적응하고 있던 상황이라 망설였지만,
선배의 아리따운 대만미녀라는 한마디에 망설임은 제쳐두고 그에 응했다.
공항에서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검은생머리를 흩날리며, 검정 원피스아래 무릎위 뽀얀살을 보이며 걸어오는 그녀와 첫인사를 하였다.
전에 흔히 보았던 중국미녀가 아니었다. 첫눈에 반할정도에 아리따운 미모의 그녀와의 첫만남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마침 내가 묵던 아파트 3층에 방이하나 비어있었고 공교롭게도 내집 바로 아래칸이었다.
집을 확인하고 만족하는 그녀는 계약을 했고, 짐정리는 물론 여러가지 잡무까지 함께 도우면서 자연스레 편한 사이가 되었다.
그녀의 영어이름은 헬렌이였다.
3층과 4층을 오가며 친남매처럼 편하게 지냈고, 한참 한류열기가 대만을 강타하기 시작하던 찰나였기 때문에 한국어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한국어를, 나는 중국어를 배우겠다는 핑계로 더욱 자주 오가게 되었다.
영어공부에 올인해도 모자랄 판인데, 남자의 사심은 어쩔 수 없던거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필리핀생활 6개월정도 지났다.
그때까지 특별히 관계의 진척은 없었지만, 친남매처럼 서로 챙겨주고 타국에서 의지가 되는 사이가 되었다.
그런던 어느 날, 미친듯이 장대비가 주변 철판지붕을 내리치던 그런날 늦은 오후였다.
밖이 어둑해지기 직전 전화벨이 울린다.
컴퓨터가 고장이 났다는 통화에, 흔쾌히 반바지하나 주워입고 내려갔다.
지금껏 거실에서만 왕래가 있었지 헬렌의 방은 처음이었다.
웬지 가슴이 두근두근, 숨겨져있던 사심발산을 외치며, 노트북이 놓여있는 책상에 앉아 헬렌의 방을 두리번거리며 망고쥬스 한잔 부탁을 했다.
그리곤 이것저것 만지작 거리며 컴퓨터 상태를 확인을 하던 중, 방문 위에 부적이 붙어있는게 보였다.
이게 뭐지하며 돌아보니 방구석구석 부적이며, 염주같은 물건이 걸려있던 거였다.
덜컥 겁이났다. 이 여자 무당인가? 아니면 이집에 귀신이 있는 건가?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 내렸다.
헬렌이 쥬스를 내미던 찰나 초인종이 울리고 그녀의 학교동기가 방문했다.
안면이 있던 친구 말지였다. 열린문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말지와 인사를 했다.
나 : 안녕~ 오랜만에 보는구나!!
말지 : 오빠 오랜만이에.......
악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미친듯이 비명을 내지르고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은 말지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놀란 나와 헬렌은 바로 눕히고 말지를 흔들어 깨웠다.
다행히 말지는 금방 일어나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말지가 자꾸 헬렌의 방쪽을 가리키며 말문을 열지 못했다.
말지 : 저저저저....기 뭐 있는거 같아...!!
나 : 왜... 뭐 있어?????
말지 : 저기 책상.. 밑에 보이잖아요.. 파란... 눈
나 : 어... 뭐... 아무것도 없는데..
당황한 나는 병원을 보내야하나 핸드폰을 찾던 중 옆에 있던 헬렌을 보았다.
아무말도 없이 그저 멍하니 방안을 쳐다보고 있었다.
커다란 두 눈은 방안 무엇을 보는 듯한 표정으로 책상 아래를 직시하고 있었다.
나 : 헬렌! 헬렌!!
헬렌 : 어.. 어.. 어 왜??
이제 상황파악이 되는지 뒤늦게 친구를 안정시키고 편하게 거실에 눕혀 놓았더니,
친구는 무었에 한 번 더 놀라더니, 몇마디 더하더니 눈을 감고 기절해 버렸다.
나는 놀라 핸드폰을 찾으려는데, 헬렌은 오히려 차분히 괜찮을거라며, 요를 덮어주고 쇼파에 앉아 나를 불렀다.
나 : 이거 도대체 뭔일이야???
헬렌 : ..............
나 : 좀 겁나네.. 이 상황이... 뭐 귀신이라도 있나??
솔직히 귀신을 본적은 없지만,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니 내심 겁을 먹고 있었다.
헬렌 : 오빠.. 할 얘기가 있어요...
저 사실 영안이 조금 틔여서 안 보일것들이 보이고, 영들이 주변에 몰려요...
그런데, 제 주변 사람들이 저를 보고 가끔씩 기절하고, 거품을 물고 쓰러지곤 해요.
귀신이 저를 무섭도록 째려보는 장면을 지인들이 목격을 하고 일어나는 일이에요..
좀 있으면 이 친구도 괜찮을 거예요..
짧은 영어실력으로 이런 얘기를 하는데 첨엔 말도 안 돼 하면서 웃고 넘길려다가 이내 그녀의 울쩍거림에 이게 진심인가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렇게 멍하니 30분정도 있으니 친구가 깨어났다.
말지는 일어나자마자 방을 홀낏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리며 뛰쳐나갈려는걸 헬렌이 괜찮다고, 아무일 없을거라 다짐을 했다.
말지를 진정시키고 그녀는 물한잔 들이키더니,
말지 : 오빠 나한테 인사할때 고개 내밀 때.. 오빠... 목이 쑤욱 길어져 나와...서 무표정으로 쳐다봤어..
나 : ...............
말지 : 저.... 정말이야..!!
그리고 책상 제 다리 밑에서 번뜩이는 뭔가가 당장 뛰쳐 나올 것처럼 쳐다보더라는 거였다.
헬렌 : 괜찮을 거야.. 거기 까지야..
말지 : 그래...
이미 헬렌은 이런상황을 알고 있는 듯한 분위기였다.
도무지 방안으로 들어가 컴퓨터를 만질 용기가 나지 않던 저는 집으로 올라왔다.
귀신이 있는건지, 아님 얘들이 미쳐서 쇼를 하는건지, 장난을 치는건지....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헬렌은 한참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나도 그 날 이후 웬지 꺼림칙해서 헬렌에게 먼저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다.
그러던 어느날 밤 12시가 넘어 잠자리에 들려는데.. 문자 하나가 도착했다.
헬렌 : 오빠.... 잠깐 볼수 있을까.....
나 : .................
문자를 막 확인하고 전화를 할까 고민하던 찰나 초인종이 울렸다.
헬렌이 나를 부르며 문을 급하게 두드렸다.
"쿵쿵쿵....쿵쾅!!"
놀란 나는 문을 열자마자 튀어 들어오는 헬렌을 안고 다독거리며 방 의자에 앉히고, 진정시켰다.
그리고, 이내 괜찮은지 맥주 한잔 하고 싶다는 말에 냉장고에 항상 비치되어 있는 맥주와 약간의 안주거리를 챙겨 방바닥에 앉아 한모금 들이키는데,
순간, 나를 보며 헬렌이 피식 웃었다.
고개를 떨군채 앉아있다가, 내가 고개를 들며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올려보며, 웃었던 거였다.
순간 소름에 눈을 질끔감고 한캔을 다 마셔버리고 캔을 내려놓았다.
헬렌은 아무말도 없이 평온히 tv를 보며 풀린눈으로 맥주를 들이키고 있었다.
그렇게 말없이 한잔 두잔 들이키다가 취기가 올라올 무렵,
그때서야 보이는 헬렌의 희끗한 허벅지가 원피스 아래에서 춤을 추고 있는거였다.
나는 내심 헬렌이 무서웠지만, 어쩔수 없는 남자였다. 그동안 감추고 있던 사심이 폭발하면서,
헬렌의 입술을 덮치고 이내, 가슴을 움켜쥐었다.
헬렌은 특별한반응없이 나를 받아들였다. 격렬한키스와 함께 등을 따라 흐르는 내 손길은 이내 헬렌의 다리를 들어올려 침대에 놓으려는 순간 헬렌의 얼굴을 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차갑게 식어있었다. 고양이눈처럼 큰눈은 저의 눈뒤쪽 어딘가를 보는듯 한데 입꼬리 한쪽은 나를 비웃는듯이 올라가 있는거였다.
순간 침대위에 헬렌을 힘없이 놔버리고, 흐느적거리는 그녀를 보며 뒷걸음질치며 바닥에 앉아 버렸다.
사람의 표정이 아니었다. 몸은 흐느적거리는데 목은 빳빳히 서서 나를 쳐다보는 헬렌의 눈.
나 : 이게 뭐지... 미치겠네...
자꾸 헛것이 보이는데.. 취한것도 아닌데...
혹시, 술김에 잘못봤나 싶어 천천히 일어나 헬렌의 얼굴을 확인해 보았는데, 편안하게 잠들어 있는 모습에
이불을 들어 덮어주고 돌아서려하는데...
순간 내 귀에 들리는 한마디.
"안 돼!!!!!!!!!!!!!"
바로 옆에서 귀에대고 짧고 강하게 들리는 남자목소리였다.
밖에서 들리는 소리인가싶어, 창문밖도 내다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내가 제 정신이 아닌가싶어 연신 남은술을 비우며 놀란가슴을 위로하며 그렇게 잠이 들었다.
그 일 이후, 더이상 헬렌과 다정하게 지낼 수 없게 되었다.
전화가 와도 받지 않고, 아파트에서도 마주치지 않게 시간을 맞춰서 나오곤 했다.
두어달 그렇게 마주치지 않고 별 일 없이 지내던 어느날...
방문을 두드린다. 헬렌이었다.
헬렌 : 오빠 방 좀 볼 수 있어요?
나 : 그... 그래... 왜??
헬렌 : 오빠 방쪽에서 소리가 들려요...
성큼성큼 복도를 따라서 방으로 들어가더니 오른켠에 있는 붙박이장 양문을 확 제껴 열더니..
헬렌 : 오빠.. 여기 모자가 기거중이네요..
나 : 어.. 무... 무슨 소리야...
헬렌 : 여기 필리핀 사람 엄마 아들이 장에 갇혀 벌벌 떨고 있어요...
무표정하게 내뱉는 헬렌의 눈은 똑바로 바라보기가 겁날 정도로 나의 뒤 그 무언가를 쫓는듯 했다.
가슴이 쿵쾅거렸지만... 헬렌을 밀치고 바라본 붙박이장 안에는 이불가지 말고는 특별한게 없었다.
나 : 너 지금 무슨 장난이니??
헬렌 : 오빠는 귀신을 보고싶어도 볼수없는 얼굴상이에요..
귀신이 자유로이 기거하던 이 집에 오빠가 온 후로 장농에 갇혀 지내던 거구요..
나 : 믿기지 않는 소리 그만하고.. 내려가...!!
도대체 알수없는 말을 지껄이는 이 아랫집 여자를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헬렌은 3층으로 향하고 문을 걸어잠근 뒤 나는 방으로 들어가 앉아서, 열린 붙박이장 문을 바라만 볼뿐 차마 닫을 수가 없었다.
그때부터 몰려오는 두려움과 붙박이장속 무언가가 나를 노려보는듯해서 더이상 방안에 그집에 기거할 수가 없었다.
한쪽벽이 전부 창으로 되어있는 거실은 낮에는 멀리 해변까지 보이는 전망이지만,
어두워지면 불빛하나 보이지않는 컴컴한 어둠뿐이었다.
이제 보니, 거실에 앉아 밥을 먹을 때에도 무언가가 쳐다보는 느낌을 가끔씩 받고 했다.
무엇인가가 나를 주시하고 있다. 내 주위를 맴도는 무언가가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반년이 넘는 기간동안 보이지 않았다. 그저 가끔 괜히 소름만 돋을뿐...
평소 무던했던걸까... 침착한 나는 전과 같지 반겨주지 않는 집을 더이상 편하게 드나들 수가 없었다.
붙박이장 사건 이후로 잠은 지인들 집을 전전하며 잤다.
항상 아파트앞을 지나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인지라 집앞을 지나갈때면 4층 베란다쪽에서의 시선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런 생활을 몇 달 더 지속하다가 지친 나는 결국 주변에 다른 주택을 새로 얻어서 짐은 이사 업체에 맡기고 다시는 그집을 방문하지 않았다.
이후, 얼마간 후에 한국에서 사업차 들어온 일행이 있었다.
마침 비어있는 그집에 일행중 한명이 혼자 열쇠를 가지고 집을 확인차 올라갔다.
열쇠를 걸어돌리고, 이내 문을 열었다.
"스스스스스스스슥....슥"
"윽윽윽........윽윽으으응으...................."
그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문을 열자마자 오른켠 베란다쪽에서 복도를 통해 방문을 뚫고, 흐릿한 두 형체가 순식간에 지나간 것이다.
마치 흑백영화 필름을 돌리듯 그렇게 흘러갔다.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숨조차 쉴 수가 없었다. 온몸으로 타고 내려가는 소름만 그의 머리카릭을 세울뿐이었다.
그렇게 두 형체가 사라진 방문만을 바라본채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여자와 어린아이... 분명했다.. 고개를 숙인 채 얼굴을 알아볼순 없었지만 분명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같이온 일행 셋이 기다리다 못해 그의 이름을 부르며 올라온다.
"왜 이렇게 오래걸리는 거야??"
"집은 마음에 들어??"
..............................
멍하니 현관앞에 신발도 벗지 못한 채 서 있는 그의 등을 보고 의아해하는 일행이었다.
"귀.... 귀.... 귀신 봤다..."
그의 눈은 공포에 젖어 눈물만 흘리고 있을 뿐이었다.
무슨 소리야.. 이렇게 날이 좋은데...
얘가 더위를 먹었나 왜 이러는 거야... 식은땀도 흘리고...
일행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듯 했고, 이내 집으로 들어와 거실을 둘러보고, 복도를 거쳐 욕실을 지나 방손잡이를 잡아 돌린다.
거실쪽은 햇볕이 잘들고, 환한 반면에
방문을 여는 순간 유난히 어둡고 그늘이 저있는 집이 거실과 대조적이었다.
일행은 집구조에 만족하면서도, 방안의 눅눅함에 갑자기 조용해졌다.
"우와.... 붙박이장도 있네..."
"이 집 정말 잘 빠졌네..."
그러면서 양문을 확 잡아 당겼다..
"캬아아아아약캬아아아악..!!!!!!!!!!!!!!!!!!"
이 소리에 나머지 일행은 이내 다가와 장안을 들여다 보았다.
여자와 어린아이.... 마치 엄마가 어린아이를 꼭 끌어안고 있는듯 한 형상이었다.
흐릿했지만... 그런 모습이었다.
그들은 그 형체가 서서히 흐릿해질때까지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저 타는 가슴을 움켜쥐고 있을 뿐.....
그들이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멍하니 아파트 1층로비로 내려오는 그들의 눈은 뭔가에 홀린듯 했다.
관리인이 불러도 한참을 말없이 서 있었다.
후에, 한국에 들어와서 들은 얘기로는 오래전 그 집에는 필리핀 여자와 결혼한 일본 사람이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여자에게는 숨겨진 어린 아이가 있었고, 나중에 이를 밝히게 된 여자는 남자가 자신의 아이를 받아줄거라 생각했던것 같다.
그러나, 큰오산이었던 것이다.
남자의 폭행은 시작되었고, 술주정에, 모자는 하루도 편한날을 지낼 수가 없었다.
나날히 늘어가는 폭행에, 여자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고, 아이 또한 이에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급기야는 이들을 집안에 감금하는 일까지 벌어졌고...
몇달이 지나고,
월세가 밀린 그집을 방문한 집주인에 의해 발견되었다.. 주검으로
붙박이장에 엄마가 어린아들을 꼭 껴안고 있는 모습으로 그들은 죽어간 것이다.
한국에 들어온 후 1년 뒤... 그러니까..
이 얘기를 들은게 그집에서 나온지 3년 뒤인데...
얼마나 오싹했는지.... 지금 이글을 쓰는 순간에도 소름이 끼친다.
6개월동안 장문을 열때마다 그들 모자는 나를 쳐다보았을텐데...
지금도 가끔 그와 비슷한 붙박이장이나 장농을 열때면 그때 생각이 난다.
지금생각하니... 존재를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에어컨을 항상 켜놓았지만 눅눅했던 방안... 무언가가 주시하고 있는 느낌... 그리고 방안이 거실에 비해 유난히도 어두웠다는 것....
내가 살던 아파트는 거실겸주방에서 복도를 통해 방으로 들어가는 직사각형 구조였다.
복도옆쪽으로 욕실이 있고, 우리나라 건물에서는 볼수없는 환기구 같은게 1층부터 끝층까지 1평정도 넓이로 이어져 있어서 방음이 거의 되지 않았다.
내가 욕실에 있거나, 거실에 있을때 아랫층에서 들리던 헬렌의 목소리와 그 누군가의 목소리.....................
친구가 자주 오는구나 이런 생각을 했을뿐.......
무던하게도 6개월동안 친구에 대해서 물어본 적이 없었다.
헬렌의 정체는 무었이었을까??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헬렌과는 그 후 한 두번 길에서 마주친 적은 있지만, 말없이 지나쳤을 뿐..
필리핀 떠나기 전날까진 볼 수 없었다.
출국전날, 지인을 통해서 헬렌이 나의 바뀐 연락처를 알고 싶어한다고 했다.
망설였지만, 작별인사는 하고 싶어 전화기를 들었다.
헬렌과 커피한잔마시며 안부를 묻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마치 예전으로 돌아간듯 좋았다.
이 얘기를 하기 전까진....
헬렌 : "그때 사실 밤마다 흐느끼는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나중에 붙박이장쪽에서 소리가 나는걸 알고 문을 열어보니...
붙박이장 위쪽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나는걸 알고 확인하러 갔던거구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사실 헬렌은 신기가 있는 아이였다.
귀신이 들린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헬렌의 눈은 나의 눈 뒤 어딘가를 항상 쫓고 있었다.
직접 귀신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그 때 정황상 내방 붙박이장에 무언가가 있었다.
그리고 헬렌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때 무작정 그녀와 집으로부터 도망치듯 나온이후 별일없이 잘 지냈지만,
가끔, 그녀에게 미안함이 남는다.
그녀와 헤어질때, 그녀가 나의 10년 후를 얘기해 주었다.
2014년 난 그녀가 예언해준 삶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