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생활 12년차, 미국인 남편과 결혼한 지 6년차 여자사람입니다.
저희 집에는 텔레비전이 없습니다.
그래서 뉴스는 각자 컴퓨터로 자기나라 사이트를 보는 정도입니다.
이틀 전 남편이 빙긋이 웃으며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남편: ㅎㅎ 느네 나라 대통령, 꼭두각시라며?
나: 어. 미국에서도 뉴스떴냐?
남편: 응. 근데 나 깜짝 놀랐잖아.
나: 한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남편: 아니. 내가 기사를 먼저 읽고 최순실이란 여자 사진을 나중에 봤거든?
기사 읽으면서 '아... 이 여자는 이렇게 생겼겠다...' 싶은 이미지가 있었는데 사진속 얼굴이 내 머릿속에 떠오른 얼굴 그대로였어.
내가 이제 한국인 얼굴 전문가가 되었나봐.
나: 아... 그래... 장하구나...
남편: 그나저나 우리나라도 장난 아니지만 느네도 대단하다.
나: 그러게. 미국 사람들 반응은 어때?
남편: 댓글에 "몇달 전 김정은이가 한국 대통령을 보고 정신 나간 여자라고 하길래 무슨 저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나 했는데,
그 자식이 말한 게 사실이었어!" 라고 되어있고, 그 대댓글에 "오 마이 갓!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이 거짓이란 말이야?",
"헉... 그럼 산타클로스도 실존하는거야?"
이런 반응이야. ㅋㅋㅋㅋㅋ
나: 그래... 너희에게 즐거움을 주었다니 기쁘구나...
남편: "박근혜는 최순실의 꼭두각시였지만, 최순실은 삼성과 현대의 꼭두각시다"라는 말도 있었어. 나도 동의하는데 넌 어떻게 생각해?
나: 일리있는 얘기지. 최순실은 대기업들이 자기에게 굽신댄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대기업들에게 조종된 거나 마찬가지겠지.
남편: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차피 대기업들이 조종하는 거니까, 앞으로도 이런 상황은 이어지는 거잖아.
(남편은 한국뿐 아니라, 모든 나라의 정치권력은 자본에 의해 조종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정권이 바뀌어서 현재의 야당이 집권하게 되면 재벌을 해체하거나 최소한 규제를 높일 수는 있겠지.
현재 여당이 정권을 이어간다면 더 악화될거고.
남편: 니 생각에 정권이 바뀔 것 같아?
나: 현재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 보면 희망이 있을 거라고 봐.
남편: 난 낙관하기 어렵다고 생각해. 부시도 지지도는 낮았지만 재임했잖아.
나: 부시 지지도가 어느정도였는지 모르겠지만, 한국 대통령은 지지도가 10퍼센트대로 떨어졌고,
미국과 한국은 선거제도도 다르니 비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거야.
남편: 근데 너 이번 대통령 당선되었을 때, 그 전 대통령이 엄청 인기 없어서 정권 바뀔거라고 하지 않았어?
결국 지지자들 마음은 쉽게 바뀌지 않는거 아니야?
장인어른(울 아버지는 골수 새누리당 지지자)도 다음번엔 다른 정당 찍으신대?
나: 내가 지지하는 후보를 찍지는 않으시더라도, 지금 여당 후보자는 안찍으실 걸. 아마 투표를 안하시겠지.
지난 국회의원 선거때도 투표 안하셨거든.
남편: 그래? 그럼 좀 희망이 있을 수도 있겠네.
나: 아직 선거까지 1년 넘게 남아서 그 사이 무슨 일이 터질 지 모른다는 게 문제긴 해. 그래도 희망은 있어.
제가 맨날 트럼프 갖고 놀리던 게 내심 속상했던지, 요 며칠은 제가 무슨 말만 하면
"니가 그렇게 하고 싶은 거야, 아님 누군가가 조종하고 있는거야"라고 놀리네요.
하... 반격 좀 하게 트럼프가 좀 더 쎈 거 하나 터뜨려줬으면 싶기까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