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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77563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18
    조회수 : 2559
    IP : 103.10.***.61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5/02/17 16:14:47
    http://todayhumor.com/?panic_77563 모바일
    [오컬트학] 할머니는 귀신을 본다

    할머니는 귀신을 본다

    우리 할머니는 좀 특이한 사람인데, 옛날부터 나한테만
    "이 할미는 귀신을 볼 수 있단다. 행여 남한테는 말하덜 말고"라고 하셨다.
    실제로 내가 귀신을 본 건 아니지만, 할머니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할머니가 귀신을 보게 된 건 자라고 나서 쯤인데, 15살(한국 나이 17살)쯤이었다고 한다.
    원래 후쿠오카에 사셨는데 후쿠오카 대공습이 있고 나서부터 보게 되었다고 한다.
    공습이 끝난 후, 주변을 둘러보니 온통 들판이 타는 풍경만 펼쳐져 있었다.
    할머니의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이제 앞으로 어떻게 사나하고 망연자실 해 있는데,
    큰 상처를 입은 남자를 발견했대.
    다가가 봤지만 도무지 살 것 같은 상처가 아니었대.
    양팔은 날아가고, 뇌는 튀어나와 있는데
    "아파, 아파.. 아빠... 엄마.."하며 울더래.
    할머니가 몸을 잡아보려고 했지만 웬일인지 잡히질 않아. 말을 걸어도 반응도 않고.
    그러다가 할머니도 무서워서 도망쳤대.
    그날부터 할머니는 귀신이 보였다고 했어.
    바깥을 내다보면 온몸에서 피를 흘리며 소리치는 사람,
    불타 문드러진 몸으로 살려달라고 소리치는 사람, 머리가 없는데도 움직이는 사람.
    처음엔 마치 지옥 같았다고 했어.

    공습이 끝나고, 친척 집에 살게 되었는데 여전히 귀신이 보였어.
    하지만 아무에게도 말할 수가 없었지.
    귀신이 보인다고 하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던 시대였으니까.
    할머니는 꽤나 씩씩하던 사람이라, 점점 귀신을 보는 것도 익숙해졌대.
    할머니 말에 의하면 귀신은 모르는 척 하면 걔들도 별로 신경을 안 쓴대나.
    괜시리 다가가는 게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 하시는데,
    처음에 봤던 머리가 날아간 귀신한테 꽤 오랫동안 시달렸나 봐.

    그러던 어느 날, 거리들이 어느 정도 복구되었다 싶을 쯤에
    할머니가 아는 남자 애를 보셨대.
    이웃집에 살던 앤데, 종종 같이 놀아줬다나.
    그런데 분명 죽었던 애였거든.
    양팔이 없는.. 누가 봐도 아플 모습을 하고선
    할머니를 보더니 "누나!!!"하고 큰 소리로 부르더니 빙긋 웃으며 부르더래.
    하지만 귀신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알게 된 할머니는 계속 모르는 척했대.
    그리고 거길 지나갈 때마다 대답도 않는 할머니를 보고 "누나~"하고 계속 부르더래.
    "유령이 보이고 꽤 시간이 흘렀지만, 그 아이는 아직도 거기 있겠지..."
    하고 할머니가 쓸쓸한 듯 말하셨어.

    무서운 대목 같은 건 없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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