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신도림역에서 장을 보고 대방동으로 택시를 타고 가다가
손에 짐이 많아서 지갑이 아닌 바지 주머니에 신용카드만 따로 넣어뒀던 모양이에요.
목적지에 도착해서 오천원 미만의 택시비라 지갑에서 체크카드를 꺼내서 결제하고
남자친구 집으로 갔죠. 그때 엠사에 컬투 베란다쇼 하고있더라구요. 아홉시 반 이후였나봐요
평소랑 같이 그 때부터 저녁해먹고 티비보면서 얘기하고 있는데 휴대폰 진동이 십분간격으로 오는겁니당.
저는 첨에 카톡게임 초대나 클로버 카톡이겠거니 하고 그냥 무시했죠.
원래 남자친구랑 있을때 전화가 아닌이상 잘 확인하지 않는 편이기도 하구요.
그러구 나서 남자친구가 화장실갔을때였나? 잠깐 한눈이 팔렸을때 시간도 확인할 겸 폰을 봤더니
문자가 연달아 세 건 와있는 겁니다. 스팸이려나 하고 내용을 확인했더니 왠걸,
신용카드 사용 내역 알림 문자였어요. 저는 열시전부터 남자친구 집이었는데
10:20분부터 10:33분 사이에 사용 내역이었죠. 금액은 1000원과 76000원이었는데 일단 너무 놀라서
카드사에 전화해서 분실신고를 했죠.(손이 다 떨리더라구요) 제 사용내역 이후에 가맹점이름과 전화번호를 상담원께 받아서
재발급 신청과 추후에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안내를 받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황당하기도 하고 남자친구가 평소에도 덜렁대는 저에게 잔소리에 얼이 빠져있는데 문자가 하나 더 오더군요.
분실신고 이후에 어딘지 모르지만 카드를 한 번 더 긁은 겁니다...
10:45분에 '승인거절:도난분실카드' 라는 내용이었죠. 분실신고 된지 모르고 한 번 더 긁었던거 같네요.
물론 잃어버린 제 잘못이 제일 큽니다만, 집이고 학교고 어렸을때 부터 주운 물건은 경찰서에 맡기는게 보통 기본적인 개념 아닌가요..
그런데 그것마저 주워서 쓰다니. 그것도 내용이 슈퍼에서 1000원 노래방에서 76000원이었습니다.
금액을 듣더니 남자친구가 노래방에 술 파는것 같이 산거 같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거기에 노래방 도우미까지 부른것 같았습니다.
카드사에서도 내일 은행에 가서 사고보상처리를 받으라고 하고 시간도 늦었기에 저는 낼 아침 바로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었죠.
그리고 카드사에 알려준대로 슈퍼에 전화해서 cctv 잇는지 확인하니 없다고 하시고 그 시간에 카드로 천원 결제한 분 기억하시냐고
인상착의 말씀해주실수 없냐고 하니까 기억이 안나신다고 했습니다. 그러고 노래방에 전화를 걸었더니 안 받더라구요.
데이트 잘 하다가 기분도 상하고 시무룩해져 잇으니까 남자친구가 잊으라고 위로받으며 집에 왔습니다.
가만히 씻고 tv보는데 또 화가나는거에요. 저도 그런 지갑이나 휴대폰 분실한거 다 주인 찾아드리거나 가까운 경찰서에 맡기는데..
너무 속상하더군요.
잠이 안오더라구요.. 동생들하고 얘기하면서 어린 사람일것이다. 현금도 아니고 신용카드를 쓸 생각을 하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씻고 잘 준비를 하는데 한시 넘어서 카드사 번호로 전화가 오는겁니다. 냉큼 받았죠.
분실카드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셔서 파출소에서 카드사로 문의가 왔다는겁니다. 파출소에 번호 전달받아서 냉큼 전화했더니
두시반까지 경찰서로 와달라는거에요. 동생하고 삼촌하고 택시타고 그 밤에 부랴부랴 갔습니다.
얼굴도 궁금하고 어차피 시간 미뤄도 잠도 안올것같아서요. (동행한 두 분은 백수,프리랜서 입니다..ㅋ)
어찌하다보니 남자친구도 와주었고 좀 일찍 도착한 바람에 아직 파출소에서 조서를 다 쓰지 못한 상태라 대기실에서 조금
기다리라고 하시더라구요. 대기실에서 조금 기다리다보니 두시반 정도 넘어서 경찰차가 들어옵니다.
딱 느낌이 왔어요. 순경분?이 안에 형사당직실에 일단 보고를 하시고 대기실에 있던 저를 찾아서 오셔서
같이 당직실로 들어갔습니다. 그때 잠깐 마주쳤는데 "미안합니다" 하시는거에요. 그냥 목례로 사과 받고 그 분은 유치장으로
저는 담당형사님이 앞에 사건 아직 마무리 안되셨다고 다시 대기실 가서 기다리라 하셔서 연락처 드리고 대기실로 왓어요
나이가 많은 분이시더라구요. 60대. 저희 할머니랑 비슷한 나이대이시기도 하고 그냥 좋게 끝낼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세시 이십분쯤에 드디어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형사님이 피의자와 아는사람입니까? 하면서 카드 잃어버린 경위,
물으시는 말에 사실대로 다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궁금한것들 여쭤봤죠. 일단은 자수하셨다고 합니다. 분실신고 접수 된지 모르고 카드긁었는데
도난카드라 나와서 놀라서 자수하셨다네요. 저는 그래서 이번주주말에 여행가기로 예정된 터라 그럼 카드는 어딨냐고 물었더니
헉.. 하수구에 버리셨답니다. 여기서 또 너무 속상하고 화가나고.. 지금 저는 피해자인데 피의자는 유치장에 자고있고
몇 시간뒤 출근해야하는 저는 여기서 조서 작성하고 카드도 재발급받아야하고, 은행도 가야하는데.. 한숨이 푹푹 나옵니다.
피의자분이 너무 얄미웠어요...
법대로 처리해달라고 하니 금액도 적고 해서 벌금형 정도 받으실거라 말씀하시더군요.
그럼 저분이 사용하신 금액은 어디서 받아야 하냐고 했더니 형사분이 관련 서류 발급해주실테니 은행(카드사)가서처리하시라 해서
알겠습니다 하고 위증 아니라는 지장 다 찍고 서류 받고 사건 종결되면 연락 주시겟다고 해서 알겠다고 수고하셨다고 하고 나왔죠
그게 새벽 네시였습니다. 편의점 들려서 핫바 하나 먹고 집에오니 다섯시 ㅠㅠ 깊이 잘만하니까 출근해야될 시간이 되서
퀭해져서 출근하고 근처에 은행 가서 사고보상신고 접수했습니다. 경찰서랑 똑같이 분실경위 육하원칙에 맞춰서 다 쓰고
카드사로 서류 보내면 보름에서 한달정도 걸린다는 얘기에 알겠다고 하고 사무실에 왔죠.
한 이십분 정도 지났나? 서류 접수됬다는 문자와 함께 전화가 오는겁니다.
카드사인데 원래 전액 보상안되고 금액 자체가 소액이라 그냥 피의자 분께 받아서 처리하시라고..
저는 경찰서에서 들은데로 은행가서 처리하라고 말 듣고 그렇게 한거라고 말했더니 경찰서하고 담당 형사분 번호 알려달라는겁니다.
전화 끊고 해당 경찰서에 전화했더니 담당형사분.. 최소 일요일이나 되서 나오신답니다..ㅠㅠㅠㅠㅠㅠㅠ
휴우- 솔직히 77000원 작은 돈이라면 작은 돈입니다. 일단은 잃어버린 제 잘못이 젤 크구요.
피의자분 나이도 있으시니 그냥 넘길수도 있죠..
그렇지만 카드 하수구에 버린거랑 ㅠㅠㅠㅠ
처음에 긁었던 천원. 이거 카드 되는지 안되는지 실험한거같아서 또 괘씸하고
76000원도 정말 형편이 어려워서 생필품 구매하신거라면 불우이웃에게 성금하는 그런 마음으로
넘어갈수도 있었을거 같아요. 그런데 노래방가서 긁으신거.. 십분간격으로 또 카드 긁은거..
그게 너무 화가 나네요. 제가 피의자에게 이 돈 받는게 맞는거죠? 택시비도 왕복이만원이나 나왔는데..
카드 하수구에 버린것두요.. 이것도 ㅠㅠㅠ 자수하실거면 그냥 주시지.
카드사에서 얘기하는 소액..이라면 소액입니다만..
그 77000원으로 잠도 못자고 제가 받은 스트레스 고사하고라두 제가 왜 남이 노느라 써버린 유흥비를 대신 내야하는지
너무 속상해서 글 써봤어요 ㅠㅠㅠㅠ
만약에 피의자가 그 돈 안주면 어떻게 해요..??ㅠㅠㅠ
두서없고 속상한 글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