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외가댁은 강원도 산골이었어요. 산아래 밭앞에 있는 할머니 댁에서 아이걸음으로 10~20분 걸을만한 거리에 천이 있었고, (제법 긴 다리가 있을만큼 긴 천이예요) 여름이면 거기서 다슬기도 잡고 물놀이도하고, 겨울에는 아재,아지미들이 끌어주는 (아재, 아지미는 제 외할아버지의 형님의 아들의 자식인데 ...-ㅅ- ...몇촌일까요?) 썰매를 타고 노는 곳이었어요.
어릴적부터 매년 가서 잘 놀다가 제 기억으로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인가? 1학년인가 2학년인가... 2학년이 유력해요.
그날도 여름에 천에서 놀다가 집에 와 있는데 뭔가 속이 울렁거리는거예요. 본능적으로 방에서 마루까지 기어나와서 마루 아래 신발들(ㅜㅜ)위에다가 토하고 그대로 잠들듯 쓰러졌어요. 자다 깨보니 어른들이 걱정하면서 먼 읍내 병원에서 약을 사오셔서 먹이시더라구요. 애가 물놀이 하더니 감기걸린거 같다고. 열이 펄펄 끓으니 그런거같아요.
마침 다음날이 집에 가는 날이라서 그렇게 집에 돌아갔는데 집에가서는 멀쩡했어요. 가는 내내 자기도 했고... (저희 집까지 6~8시간 ㅎㅎ..아주 옛날이예요)
그리고 그 다음해 여름에 다시 갔죠. :) 강원도 시원하잖아요. 음... 그때가 초등학교 2학년이었다는 기억이 강한걸 보니 맞는거 같은데...
그때도 다슬기 잡고 물에서 놀고나서 비슷하게 토하진 않고, 어지럽고 갑자기 열이 확 올라서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어요. 또 약을 먹어야 하나 어째야 하나 있는데 열에 몽롱한 기억속에 지금도 또렷하게 떠오르는게 전 좀 높은 (종아리 정도 높이)의 문턱에 기대있고 (그 방이 좀 시원한 방이라 열내리라고 있었나? 왜 하필 거기있었는지는 기억 안나요.) 외할아버지께서 제 머리를 시골에서 흔히쓰는 은색 쟁반에 서슬 퍼런 칼로 한웅큼 잘라서 가져가시더라구요.
그리고 엄마가 따라가서 보라고 해서 부축받아서 마루에서 봤는데, 어두운곳에서 흰 쌀밥이랑 칼이랑 제 머리카락을 뭐라고 말씀하시면서 저 멀리 던지시더라구요.
그리고 그날밤은 밤새도록 헛것을 봤습니다. 뭘 봤는지는 지금도 기억나는데 어린애 네명이서 청팀 백팀으로 나눠서 커다란 공을 허공에 굴리면서 저한테 와서는 같이 공굴리면서 놀자고. 전 누워있었구요.
그래서 엄마한테 "엄마. 저기 공굴리기 하면서 애들이와. 같이 놀재."하면서 손을 허공에 뻗으니까 엄마가 그 손을 잡아 내리면서.
"괜찮아 자면 되." 라고 하고나서 얼마 후 잠들었어요. 다음날 아침 일어나니 열이 싹 내리고 몸 상태도 괜찮아 졌어요. 앓은뒤라 기력은 없었지만...
그리고 그 다음해 한번 작게 앓고 (그냥 약간 몸살정도였어요.)
그 뒤로는 한번도 앓은 적이 없었어요. 천에서 놀아도.
커서 어머니한테 예전에 그런 일이 있었는데 기억하세요? 하면서 그게 뭐였냐. 하니까. 그걸 기억하냐면서...
자연물에도 어느정도 귀신이 깃든다네요. 자연의 영같은게 아니라 그냥 붙어있는건가봐요.
그게 엄마 어릴적부터 한번씩 사람 장난친다고?? 몸에 붙어서 엄마 어릴적에도 잘 놀다가 낮에 쉰다고 바위에서 자고 집에가면 애가 그렇게 심하게 앓고 그런 일이 있었대요.
외할아버지께서 이것저것 잘 아시고 사주도 배우시고 침도 잘 놓으시고 약도 만드시는건 알았는데 그런쪽도 어느정도 아셨나봐요.
그래서 신 떠나라고 달랜거라고... 칼이랑 쟁반은 아침 일찍 통틀녁에 혼자 나가서 거둬오신거라더라구요.
그런데 그것과 관련이 있을지 몰라도, 제가 사주카페에 갔을때, 전 영적인것과 전!혀! 연관이 없다란 말을 들었었거든요. 왠지 그때 할아버지가 민간 주술적인걸로 절 지켜주셔서 인거 같고 해서 왠지 기분 좋더라구요.
그리고 완전 까맣게 잊고 살다가...
외할아버지께서 병환으로 앓다가 돌아가셨어요. 단순 느낌탓일지 모르겠는데 그 순간 뭔가 깨지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불현듯 그때일이 와락 하고 떠오르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