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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wedlock_7689
    작성자 : 그린몬스터
    추천 : 19
    조회수 : 2970
    IP : 211.187.***.208
    댓글 : 29개
    등록시간 : 2017/04/03 17:26:49
    http://todayhumor.com/?wedlock_7689 모바일
    지금 남편이 "이남자다!" 하고 생각하게 된 계기.

    안녕하세요.
    저는 덕후에요 (뜬금 덕밍아웃.)
    덕후에 집순이지요. 아주 무거운 덕후는 아니구요.
    그냥 평소 애니보고 만화보고 게임보고 종종 좋아하는 애니나 게임음악 있으면
    콧노래로 부르기위해 검색해보고 흥얼거리는 정도에요.

    어릴적부터 아버지의 교육상... 쉬는날엔 자기 계발적인걸 하지 않으면 한심한 인간 취급을 받았었어요.
    거기에 드센 언니는 제가 게임을 하거나 만화만 보면 오타쿠라고 한심하다고 욕하기도 했었구요..
    엄마는 저랑 같이 만화파여서.. 제가 코난 빌려오고하면 같이보곤 했었지요 ㅋㅋㅋㅋㅋㅋ
    (고딩때까지도 티비틀어서 만화보면 엄마는 걍 쟤 또저런다 하고 말았었구여)

    암튼 드센쪽이 아무래도 언니랑 아빠다보니.. 자연스럽게 커가면서
    만화나 게임은 몰래몰래 하게되었던것 같아요. 쉬는날은 뭔가 공부를 하지 않으면 엄청 제 스스로가 한심해보였구요.

    혼자 자취를 하게되면서 추ㅣ미생활을 어느정도는 당당히 즐길수 있긴 했었지만... 역시나 쉬고나면 폭풍 자괴감이 들었었지요
    그래서 지금의 남편과 연애기간동안 제가 집순이에 만화,게임을 좋아한다는걸 조금 숨겼었어요.
    쉬는날 취미생활을 즐기다가 전화가오면 컴퓨터 소리들 다 끄고 뭐하냐 물어볼때면 공부하고 있었다 한적도 있구요 ㅋㅋㅋㅋㅋㅋ
    절 한심하게 생각할까봐 무서웠거든요...

    그러다가 어느날 애니도 게임도 만화책도 다 재미가 없어진거에요!! (두둥)
    그래서 그냥 침대에서 하루종일 폰 만지작거리면서 자다가 일어나다가 했죠...
    아침에 오늘은 뭘할거냐고 묻는 남친의 말에 "북카페가서 커피한잔 하면서 책읽으려구요~" 라고 하고
    저녁에 또 뭐하냐는 남친의 말에 그냥 솔직하게 대답했어요.
    "너무 피곤해서 그냥 집에서 뒹굴뒹굴했어요~ 이불안에서 폰만지다가 졸다가 하고 있었어요" 라고..

    한심하게 생각할까봐 걱정도 되는 한편.. 거짓말하는것도 그냥 좀 너무 바보같아 보였거든요 ㅋㅋㅋㅋㅋㅋ
    근데 돌아오는 남친의 말이 완전 심쿵이였어요.

    "쉬는날은 집에서 뒹굴거리는게 최고지!!!!!! 최고의 휴식이네!"

    진짜 별거 아닌말인데 ㅋㅋㅋㅋㅋㅋ 뭔가 열심히살아야한다는 묘한 강박감을 갖고있던게 한방에 해제되는 느낌이였어요.

    그래서 안한심하냐고 물어봤더니 뭐가 한심하냐는거에요.
    평소에 열심히 일하고 쉬는날 쉬는게 뭐가 문제냐고. 그렇게 쉬는게 좋으면 쉬는거지. 라고....

    그래서 제가.. "오빠 저 사실은..." 하고 덜컥 덕밍아웃을 했더니 웃더라구요 ㅋㅋㅋㅋㅋ
    "아 그게 숨긴거였어????? 알고있어" 라더니 ㅋㅋㅋㅋㅋㅋㅋ 저보고 "넌 덕후계에서 아직 튜토리얼도 못마친애야 내가봤을때" 라는거에요 ㅋㅋㅋㅋㅋ
    실제로 제 남편이 ㅋㅋㅋ 만화,애니,영화,게임 뭐 이런거 완전 섭렵하고 있거든요...
    "덕후앞에서 새내기가 주름잡네" 막 이러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때 느꼈어요. 이사람과 함께 있으면 내가 변하지 않아도 되구나 라는걸.
    무리해서 날 치장할 필요도 없고, 내가 좋아하는것들을 해도 되는구나.. 하는걸요 ㅎㅎㅎ

    재밌는건 제 남편도 절 보면서 같은생각을 했다더라구요.
    저랑 사귄다고 해서 무리하게 절 위한 시간을 빼는게 아니라, 그냥 자기 시간속에 제가 스며있더라고.
    게임도 좋아하고, 영화도 좋아하고, 친구들 만나는것도 좋아하고, 집돌이고 한데
    보통 연애를 하면 어느것 하나를 포기해야했는데 저와 사귈때는 어느것 하나도 포기하지 않았는데 저랑 연애도 하고있더라는거에요ㅎㅎ

    남편 일 특성상 프리로 하는 일이라 거의 집에 있는데요.
    제가 퇴근하고 오면 같이 저녁먹으면서 한시간-두시간정도 도란도란 이야기하다가 이후로는 각자 할거해요.
    주로 전 제방에 들어가서 애니를 보거나 게임을 하고,
    남편도 방에 들어가서 게임을 하거나, 작업을 하거나, 거실에서 플스를 하거나..

    그러다가 서로 생각나면 서로가 있는 공간에 가서 잠깐 얼굴보고..
    남편이 방에서 게임하다가 화장실가는 소리 들리면 제가 후다닥 나가서 괜히 얼굴한번 마주치고..

    제가 잘때면 남편이 게임or작업하다가 나와서 한번 부등부등 해주고 다시 자기방으로 들어가고
    다른사람들한테 이런말 하면 그냥 다들 잘맞는 사람들끼리 잘 결혼했네 라고 해요 ㅎㅎㅎㅎ

    우리도 종종 하는말이 어느 한명이라도 밖돌이(?) 였다면 엄청 피곤했을거라고 ㅋㅋㅋㅋ

    음.. 어떻게 마무리하죠? ㅋㅋㅋㅋㅋㅋ
    저와 제 남편은 서로를 위해 억지로 변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결혼까지 이어준것 같아요!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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