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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09년 4월군번 논산으로 입대한 사내놈임.
종교활동은 종교가 없는 병사들에겐 간식을 제공받을 기회를
종교가 있는 병사들에겐 간식을 위해 신앙을 저버릴 것인가에 대한 번뇌를 제공하는 좋은 제도임.
그 중에서도 훈련병을 포함하여 가장 많은 인원이 있는 논산 훈련소는
종교활동도 남다름.
논산훈련소 종교들은 입구쪽에 몰려있는데 뒤에 출구쪽에 가까이 있는 25연대는 가는 데만 4~50분이 걸리는 거리를 다녔음.
논산훈련소는 일반 신교대와는 다르게 기독교,천주교,불교 이외에 원불교도 있었음.
일단 논산 훈련소의 종교활동에 대해 말하자면,
일요일에 오전, 오후 두 번의 기회가 있음.
주간 행군 이후에 발에 물집이 나서 걸어가기가 힘들어서 한 번 쉬었던 적이 있는데,
그랬더니 청소 등등 귀찮은 걸 너무 시켜서 어지간하면 두 번 다 가려고 했음.
본인은 주로 낮에 원불교, 밤에 기독교를 갔음.
그런데 사실 인기가 많았던 것은 기독교였음.
낮의 종교활동이 밤의 종교활동보다 재미있었기 때문에
원래는 기독교를 갔었는데, 어떠한 계기로 원불교로 갈아타게 됨.
일단 기독교 얘기를 좀 하겠음.
논산 훈련소의 기독교는 사실 거의 콘서트장임.
교회에 모인 모든 훈련병들은 앞에서 노래부르는 아저씨가 마치 여자아이돌님들까진 아니지만
노래 잘하는 남자 가수 정도 되는 양 열광을 하며 무대를 즐김.
노래를 모르니 따라 부를 수는 없고 중간 중간 구호를 외침.
예를 들면
처음 시작할 때는 박자에 맞춰
왼발! 왼발! 왼발! 왼발!을 외치고
네박자 쉬는 타이밍이 오면
각!개!전!투!를 외침.
그리고 논산 훈련소에는 이름표 옆에 5칸이 비어있고, 1주 채울때 마다 한 칸씩 채웠음.
그래서 딱 보면 얘들이 몇주차인지 알 수 있고, 1~5주차까지 다 모여있기 때문에
각개를 뛴 애들과 아닌 애들로 나뉘어 따로 놀고 있음.
여유있는 4,5주차애들은
"우리는 갈게 너희는 각개"를 외치며 나름 짬찌들을 비웃으면,
열폭하는 1~3주차 애들은
"GOP GOP"를 외치며 마음씨 좋게 덕담을 주고 받는 아름다운 곳이었음.
그러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기독교를 갔음.
천주교의 경우는 글쎄
한 번 갔는데 그냥 잤음.
정말 할 사람은 하고 아닌 사람은 자다가 초코파이나 받아가라고 했음.
불교는 한 번도 안감.
여튼 그래서 처음 1주차 시작 전에는 천주교를 가서 실망하고 왔는데
그 다음주에 기독교를 갔는데 너무 좋았던거임.
그래서 원불교를 갔던 애한테 기독교 재밌다고 다음주에 오라고 했더니
글쎄 얘가 씨익 웃으며 그런 말을 했음.
"우리는 피자 먹었는데?"
......
바로 다음주에 원불교를 다같이 몰려갔음.
그 곳은 맙소사.
거의 대학교 대강당 수준의 깔끔함과 냉방시설을 갖춘 곳이었음.
유레카.
초코파이를 주는 다른 곳들과는 다르게
무려!
가나파이를 줬음!
헌혈증을 주면 가나파이를 또 줬음!!
튀게 하고 오는 애들이 있으면 무대에 불러서 인사시킨 다음에 가나파이를 줬음!!!!
그 첫주 이외에는 피자를 준 적이 없어 못 먹었지만..
가나파이라니!!
원불교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하던 그때.....!!!
맙소사.
언빌리버블.
원불교에는 위문공연이 온다는 사실.
그것도
ㅇㅇ여고 댄스동아리
ㅇㅇ대학교 댄스동아리
등등...
여성들이 친히 방문하셔서 섹시한 댄스를 날려주심.
XX염색체의 페로몬에 미친 개처럼 달려드는 훈련병들을 앞에 두고
열심히 춤을 추고 나면 여고생들이 혹은 여대생들이 자기소개를 함.
저 대학은 남자들도 있는 곳이었는데
양심이 있는 남자들이어서 다들 알아서 자기들이 빠져줌.
그런데 솔직히 여기서 지금 생각하면 좀 미안함.
자기소개를 하면 정신나간 훈련병들은 거의 안드로메다로 이성을 보내버림.
평범하게 생긴 여학생들에게도 여성 아이돌님급의 환호성을 보냄.
좀 더 예쁜 여학생들이 나타나면 거의 소녀시대 급의 환호성이 날아감.
심지어 심한 애들은
논산 훈련소에서 식사하기 전에 외치는 구호를 외침.
"이 식사는 우리 부모님의 피땀어린 세금으로 마련한 것이므로 감사히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문제는 어느 그룹을 가던 예쁜 애가 있고, 안 예쁜 애가 있음.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임.
하지만 군인 아저씨의 그 광폭한 눈빛을 이겨내고 열심히 좋은 무대를 보여준 아이들 중
좀 뭐랄까
아무리 굶주린 훈련병이라도
음..
표현이 좀 힘든데
그런 아이들이 있었음.
그 때 우리는 깨달았음.
군인이 치마만 두른다고 좋아하는 건 아니구나.
심지어 미니스커트에 섹시한 춤까지 췄건만...
아니구나.
그것을 먼저 깨달은 아이들은 우선 외침
"까스 까스 까스"
좀 더 나간 애들은
"수류탄 투척"
을 외치며 모두들 냄새나는 왼팔을 앞으로 뻗고 오른손에 무엇인가를 쥐고 던지려는 포즈를 취함.
다시 귀여운 학생이 나오면 환호성을 지름.
그러다 마지막 주였나 5주차 종교활동을 무슨 이유였는지 못갔음.
그리고 그 때는 관현악단인가 와서 클래식을 들려줌.
그 이후로는 그렇게 훈련병들이 광분하는 위문공연이 오지 않고,
훈련병들의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는 위문공연이 온다는 이야기를
나보다 늦게 군대간 친구에게 들음.
결코 우리 때문은 아닐거라 믿고 있음.
끝마무리가 이상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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