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에 나온 한 구절이 주말 한국을 뒤흔들었던 모양입니다. 새누리당은 이것이 북과의 내통 운운하고 있는데, 글쎄요, 내통이란 말을 듣자마자 머리에 떠오른 건 한나라당 대선 후보였던 이회창 측에서 북에 휴전선 총격을 요청했던 이른바 '총풍 사건' 이었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도 바로 이것을 갖고 새누리당에 반격을 했는데, 아무튼 이 사건의 실체는 김무성이 들고 흔들었던 NLL 문건과 같은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이 사건에 진실이 있다면, 그것은 적반하장으로 묻으려는 사건들입니다. 지금 친박들이 주도하고 있는 새누리당 측은 당연히 이 사안을 통해 수면 아래로 감추고 싶은 것들이 있지요. 그것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아마 시사에 관심있는 이들이라면 분명히 알겠지요. 이른바 우병우 사건과 이 사건을 중심으로 해서 줄줄 엮여 나오는 것들, 한국의 최고 실세 권력이라는 최순실, 그녀의 딸인 정유라, 그리고 백남기 선생의 죽음, 그리고 더 들어가면 세월호의 감춰진 진실, 그리고 최근의 사건으로는 문화인 블랙리스트 사건까지 얼마나 많은 것들을 감추고 싶겠습니까. 대한민국의 1948년 정부수립 이후 권력을 잡았던 세력들은 그들의 권력 기반에 이상 징후가 올 때마다 분단의 현실을 늘 이용해 왔습니다. 이것은 북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박정희가 유신 헌법을 만들어 공포정치를 시작했을 때, 북한도 이른바 사회주의헌법이란 걸 만들어 김일성 독재를 공고히 했습니다. 남과 북의 권력을 가진 자들이 그들의 권력을 영구화하기 위해 저지른 인권에 대한 범죄들은 차마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이런 상황을 넘어서서 남북이 그나마 평화의 기틀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란 희망을 남북한 국민들에게 처음으로 안겨준 것이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이었고, 그 이후 김대중 대통령의 의지를 계승한 참여정부의 노력이었습니다. 남북한간 민족문제를 순탄하게 풀어내는 것은 곧 정치적으로뿐만 아니라, 경제와 국제관계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민족이 스스로 우리의 문제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은 그 때 외교 무대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민주정부 이후에 이명박근혜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 우리는 참 부끄러운 꼴들을 많이 봐야 했습니다. 이명박 정권은 북한에 남북회담을 비밀리에 추진하기 위해 돈을 건넸다가 거절당하는 망신을 당했고,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대놓고 뺨을 맞았으며, 여기에 대해선 아무런 보복조치도 취하지 못했습니다. 박근혜 정권 들어와서는 북한을 고립시키겠다고 개성공단을 폐쇄했으나, 북은 거의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고 중국과 러시아에만 좋은 일을 시켜 줬습니다. 그러면서 죄없는 우리 기업인들만 눈물흘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식으로 남북관계를 망치고 민족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외면했던 정부가 과거 남북한 관계가 좋았을 때 일어난 일, 그것도 사실 관계가 명확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저렇게 난리를 치는 것은 우선은 자기들이 가려야 할 상황을 이걸로 가리겠다는 속내가 있는 것이고, 당연히 두번째는 야권의 인지도 높고 가장 가능성 높은 대통령 후보를 흠집내겠다는 것이지요. 오래 전부터 해 오던 일입니다. 물론 과거와는 달라서, 죽산 조봉암이나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 장준하 선생의 경우처럼 상대방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는 없겠지만, 아마 저들의 속마음은 이런 일이라도 불사하겠다는 걸 겁니다. 요즘 들어 대선 앞두고 긴장 조성 정도가 아닌 국지전 정도의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흉흉한 이야기가 태평양 너머 여기 미국까지 들리는 것은 지금 새누리당으로 대표되는 친일매국세력의 후예들이 그만큼 전전긍긍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그만큼 극단적인 일도 할 수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다는 것의 반증이 되겠지요.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몰상식한 일들 - 예를 들어, 백남기 선생에 대한 서울대 고위 관계자들의 병사 주장이라던지, 선거법 위반 사범 기소에서 김진태 등 친박들에겐 무혐의를 주고 야권의 중진들을 마구잡이로 기소한 것이라던지 - 은 저들이 '무슨 짓'이든지 해서 정권을 갖고 있겠다는 야욕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공격은 당연히 그 '무슨 짓'의 하나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 상황, 시민들이 더욱 정치에 관심 갖고 눈 부릅뜨고 들여다보며 불의에 맞서야 하겠습니다. 이 나라가 박근혜 정권 아래에서 도대체 어디로 가게 될지 걱정됩니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