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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bestofbest_76552
    작성자 : 내공수련
    추천 : 240
    조회수 : 95210
    IP : 183.63.***.47
    댓글 : 18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2/07/11 07:10:00
    원글작성시간 : 2012/07/09 20:13:43
    http://todayhumor.com/?bestofbest_76552 모바일
    전국 꼴통 학교 베스트 10 보고...

    글을 많이 안써봐서 어찌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어찌 마무리 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주절 거려 봅니다.


    8위에 랭크된 신동신 정보 산업 고등학교.


    우리 어머니가 졸업 하신 학교예요. 



    조금 지난 이야기라 기억은 가물 가물 하지만 한 10여년 쯤 전이었을 껍니다. 


    올해 69세이신 어머니는 6.25 전쟁 끝 무렵에 태어나셨지요. 

    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리 만무한 상황에서 어찌어찌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를 나오셨답니다. 


    회사라도 다니셨다면, 아니 사회적으로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다니셨다면 

    더 많은 것을 배우실 수 있으시겠지만, 남편 뒷바라지와 자식들을 거두시느라 

    점점 어머니의 생각속에 갇히게 되었던 가 봅니다. 


    요즘 처럼 아이들 학원 정보에 놀이 정보에 바쁜 전업 주부가 아닌, 

    동네 마실 다니시며 두런 두런 이야기 하시던 세대의 어머니...

    아버지와의 대화에서 점점 골이 깊어지고, 자식들은 저 혼자 큰 줄 알고, 어머니는 답답하다며 대화를 거부했지요. 


    한동안 일상 생활에 치이시던 어머니는 어느날 큰 결심을 하십니다. 

    "못 다한 학업을 마쳐봐야 겠다..."

    "길 가다가 영어로 된 간판 좀 읽어 보면 좋겠다..."

    "풀이가 한 페이지가 넘어가는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어 보고 싶다..."


    마침 다니시던 성당에 "신동신 정보 산업 고등학교" 입학 공고가 붙어 있었다는군요. 

    중학교 2년, 고등학교 2년. 과정을 마치고 고등학교 졸업장을 손에 쥐시는 거죠. 


    처음 중학교 1년은 너무나 즐거워 하시면서 학교를 다니셨어요. 

    알파벳도 배우고, 수학도 배우고, 국어도 다시 배우고, 국사도 배우고...

    컴퓨터를 켜고 끄는 법을 배우시고는 집에서 열번도 넘게 켰다, 껐다를 반복 하셨습니다. 

     

    자식들과 손자들 까지 키우면서 잃어버리셨던 학창시절을 다시 찾으시는 기분이었습니다. 

    하루 하루가 즐겁고, 사는 기분이 난다고 말씀 하셨지요. 


    그런데... 

    학생은 다 똑같나 봅니다.. ㅎㅎ 공부를 해야 하는 양이 늘어나고, 배우는 양이 많아지고, 

    외워야 할 것들이 생기고, 기억 해야 할 것들이 머리속에 가득 차기 시작할때... 

    많이 힘들어 하시더군요. 

    점점 자식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셨고, 한창나이때인 자식들은 어머니가 조금은 귀찮기도 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직접 풀어봐야 하는 수학 문제도 자식들이 풀어주면 그 풀이를 보며 신기해 하셨고, 

    직접 단어를 외워서 문장을 해석해야 하는 영어도 자식들이 해석해 주기를 바라셨죠. 


    설득, 회유, 윽박, 협박... 참.. 그 놈에 중학교 과정이 뭐라고.. 

    하루 걸러 하루씩 집에선 고성이 오갔습니다.

     

    자식 : "아! 쫌! 엄마가 직접 풀어 보라구요!!!"


    어머니 : "이놈 새끼. 기껏 키워 놨더니 엄마한테 소리나 질러?!"


    아버지 : "그러고 소리 지를거면 학교 때려 쳐!!!"


    처음엔 밝기만 하던 가족들 표정이 점점 지쳐갔습니다. 


    중학교 과정을 마치고 졸업때가 되자 어머니는 부끄럽다며 조용히 혼자 졸업식을 마치고 오셨습니다. 

    꽤 많은 친구분들이 조용한 졸업식을 치루셨다고 하더군요. 


    어머니는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많이 고민하셨습니다. 


    '고등학교 과정을 따라갈 수 있을까?' / '중학교도 겨우 마친건데... 주제넘은 바람일까?'


    한참을 고민하던 때 마침 마지막으로 하나남은 자식도 회사를 따라 독립해 나가고, 

    더욱 자신감은 없어졌나 봅니다. 


    사람이 힘들때 역시나 힘이 되는 것은 가족인가 봅니다. 

    매번 학교 때려치라고 소리치시던 아버지도, 

    귀찮게 좀 하지 말라던 자식들도, 

    출가 해서 바쁘다던 자식들도 

    모두 모여서 어머니를 응원 했습니다. 


    "고등학교 가서 공부 한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그냥 친구들 만나서 논다고 생각하세요. "


    "그 좋다던 고등학교 시절인데. 어머니도 한번 경험해 보셔야죠. "


    가족들의 응원에 어머니는 고등학교 진학을 하셨고.. 

    정말 무사히 학교를 졸업 하셨습니다. 


    가끔.. 너무 늦게까지 책 본다고 앉아 계시다가 뇌졸중이 올뻔도 하고, 

    실력 이상의 승부근성으로 쓰러지실 뻔 하기도 했지만.. 

    무사히 고등학교를 졸업 하셨습니다. 


    요즘엔 지나다니다 보면 길거리에 걸려있는 영어 간판을 읽으면서 어깨를 으쓱 으쓱 하시는데. 

    참.. 공부 하시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대학은.. 안타깝게도 온 가족이 말렸습니다... ㅎㅎㅎㅎ)


    신동신이 누군가의 눈에는 꼴통 학교로 보이겠지만, 

    제 눈에는 저희 어머니께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준 최고의 명문 학교라고 기억 되네요. 


    옆 동네에 출장 왔다가 학교 이름을 보니 생각 나서 괜히 주절 거려 봤습니다. 


    여기 까지 읽어 주신분들은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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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7/09 20:15:08  211.21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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