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정치관련 글을 거의 쓰지 않습니다. 댓글도 달지 않는 편입니다. 일부 페친이 정치인 팬클럽 페이지에 가입시키면 곧바로 탈퇴합니다. 그렇다고 정치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닙니다. 제가 진행하고 있는 사건의 공론화과정에서 힘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가 사건을 가리지는 않습니다. 국가보안법사건도 여러 건 했습니다. 정치적인 문제에서 한 발짝 벗어나 있는 이유는, 불편한 걸 피하자는 게 아니라 어려운 재심사건 힘 있게 진행하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올해 3월 한 사건을 만났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가 변호한 사건이었습니다. 일명 ‘엄궁동 2인조 강간살인사건’입니다. 아무리 나무랄 데 없는 변호를 했다 해도 재심사건이 되었다는 사실은 당시 변호인에게 민감한 일입니다. 과정이 아닌 결과로 당시 변호를 평가할 수 있고, 이런 점이 오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통상 재심을 준비하면서 당시 변호인에게 연락을 취하지 않습니다. 도움을 받는 자리가 되는 게 아니라 당시 변호의 문제점을 들추는 자리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당시 변호인을 배제하고 공론화할 수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당시 변호의 질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닌데, 자칫 정치적으로 쟁점이 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추석연휴 마지막 날 문재인 전 대표를 만났습니다. 이 분이 어떤 이야기를 할지 궁금했습니다. 기대와 긴장으로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당돌하게도 문 전 대표의 얼굴을 자주 봤습니다. 26년 전 자신이 변호했던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며 눈을 마주치는데... 제가 울컥했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측은지심’이 가득한 얼굴, 사건 내용에 대한 기억도 상당히 구체적이었습니다. 잊지 않고 살았던 것이지요. 정치인으로 지지할지 여부를 떠나, 존경할만한 멋진 변호인이었습니다. 이번 기사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걸 경계합니다. 저는 문 전 대표의 도움을 받아 총선에 출마할 일도 없습니다. 엄궁동 사건의 재심, 올해 말 청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