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방금전에 가위눌렸는데요
침대에 누워있다 옆을 봤는데 손바닥 안에 다 들어오는 분홍색 옛날 폴더폰이 있었어요
열어봤는데 화면도 안 들어오고 키패드는 있는데 글자도 없고 그래서
걍 와 신기하다; 뭐지 첨 보는 폰인데 왜이렇게 구체적으로 생겼지.. 이러면서 폴더열었다 닫았다 살펴보다가;
바보같이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저 혼자 드라마찍듯이 이게 사연있는 핸드폰이라고 생각하고.. 뭔가 남의걸로 보이는 폰이라 도와줘야겠다는 의무감? 그런거에 고취되서 폰 들고 아무도 없는데 괜히
이거 어디로 갔다드릴까요? 혼잣말 했거든요. 말하는데 말하는거같지도않고 바람새는 느낌이라 두어번 계속.. 가위눌렸을 때 특징인데 목소리가 제대로 안 나옴;
그리고 뒤늦게 갑자기 무서워져서 눈감고 있는데 오른쪽 귓가에서 숨결같은게 점점 느껴지고 어깨를 잡는 느낌이 들면서 뭔가가 말하더라고요. 뭐가 말하긴하는데; 우리 말이 맞는데 뭐라는지 모르겠는 답답함..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말 듣고있는 느낌?
내가 왜 이런걸 물었지 그런 생각도 들고 못 알아들은거 때문에 화낼까봐 무서워서 진짜 비굴하게 '죄송해요, 정말 죄송한데 알아들을 수가 없어요, 글로 써주시면 안될까요?' 이러면서 계속 이 말만 반복하고 질끈 눈감고 눈도 못 뜨고 있는데 갑자기 왼쪽 귓가에서도 똑같이 숨결같은게 느껴지더니 말소리가 들렸어요. 오른쪽은 아직도 뭐라는지도 모르게 웅얼거리고 있는데 왼쪽은 좀 더 선명한 목소리였거든요. 뭐라는지 이거라도 잘 들어보려고 집중하고 있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날선 목소리로 죽어버려 죽어버려 죽어버려 이렇게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점점 선명해져서; 알아듣고 덜컥했는데 가위에서 확 풀려났어요.. 리얼해서 혹시 진짜 핸드폰이 있나 했는데 당연히 없네요 그냥 제 잠만 다 잠..
원래 가위눌림이 잦은데; 다섯시에 눈감은거라 피곤해서 가위눌리는거 없을줄 알았거든요. 걍 졸려서기절한듯이 잘줄알았는데 망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