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반짝'을 쓰니 의미가 알송달송하군요. '반짝반짝 빛난다' 할 때 쓰는 긍정 어휘인데, 실상은 반짝 빛나고 사그라지는 뉘앙스를 띄니까요. 주책바가지도 원래 의미로만 보면 좋은 말이고, 주책없는 게 문제이죠. 주책이 가득 든 바가지는 주관이 뚜렷하고 판단력이 뛰어난 분을 가리키는 말이죠. 하여간 잡담은 그만하고...
요즘 반기문이 지지율 1위의 고공 행진을 하는 것을 보면, 이러다가 진짜로 반기문이 대통령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분이 계실 겁니다. 저도 내심 그런 걱정을 할 때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그렇지 않지요.
가장 최근의 갤럽 여론조사에서 반기문이 압도적으로 1위 했는데, 그 조사를 구석구석 들여다보면, 호남에서 반기문이 1위를 하였다는 게 나옵니다. 이게 바로 반기문 지지율이 반짝 거품이라는 것을 명징하게 뒷받침하는 근거라 할 수 있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중반 이후, 고건이 대선후보 선호도 1위였습니다. 진보 개혁 진영(여당) 인사이면서 뭔가 당시 대통령에게 각을 세워 보수 언론이나 보수 진영 지지자에게도 호감을 얻는 고건이 제일 나아보인 거지요. 그러나 고건은 대선이 본격화되며 지지율이 추락하자 출마를 포기해야 했습니다.
안철수도 정계 입문 초기에는 지지율이 가히 폭발적이었습니다. 여당인 한나라당 정치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민주당 쪽 출신도 아니고 정치권 밖에서 '새 정치', '벤처 기업인', '컴퓨터 주치의'이라는 스마트한 이미지에 국민들은 열광하였습니다. 당시 박근혜 의원보다 한참 높아서 한때 37%의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막상 야당 쪽 후보로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하자, 한나라당 쪽 지지자들이 대거 빠져나가고 민주당 쪽 지지자들도 야당 정치인 족보가 있는 문재인에게 몰려가버려서 중도에 포기해야 했습니다. 지금 안철수는 그걸 두고 아름다운 양보라고 내세우지만 자기 행보를 미화하는 호도(糊塗)에 불과하죠.
요즘, 반기문의 높은 지지율은 여당 후보로 출마한다는 사실이 부각되지 않아서, 심지어 참여정부 인사 출신 인사니까 괜찮아 보여서 지지하는 것까지 포함되어 있는 거품입니다. 오죽하면 호남에서 지지율 1위를 하겠습니까?
이인제는 신한국당 출신의 YS 계보의 정치인입니다. 근데, 국민의정부 시절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외연 확장을 통한 총선 승리의 전략으로 이인제를 민주당 지도자로 영입하였습니다. 그 후 이인제는 이 여세를 몰아서 여당 대선 후보에 도전하는데, 당적을 달리하여 대선 출마를 시도한 첫 번째 정치인이 됩니다. 당시 이인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후광 (DJ가 영입해왔으니 당연 대선 후보로 지지할 거라는 세간의 인식)과 대통령 직계인 동교동계의 전폭적 지원이라는 자산을 가지고 경선에 뛰어들었는데, 대세론이 어느 정도 형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오랫동안 김대중을 따라다니며 정치를 한 당시 노무현 의원에게 밀렸습니다. 새천년민주당의 당원 및 여당 지지 성향의 국민들은 2년 전에 영입된 YS계의 이인제보다는 그래도 노무현이 더 민주당 사람이고 더 신뢰할 만한 정치 지향성을 가졌다고 봐서 지도부의 간택을 무시하고 비주류이자 아웃사이더인 노무현을 대선 후보로 택했다는 거지요.
이 사례는 반기문에게 앞으로 전개될 경선 흐름을 잘 시사해줍니다. 반기문에게도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영입하려는 여러 노력이 있었음은 다 아실 것이고, 대통령 직계인 친박계가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점도 같습니다. 아울러, 반기문이 참여정부 출신이라서 보수 진영 핵심 지지자들이 코드가 안 맞다며 마뜩찮아하고 있는 현상도 거의 100% 일치합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반기문의 높은 지지율은 여야 어느 편에 서지 않아서 고공 행진을 보인 고건, 정계 입문 초기의 안철수의 높은 지지율과 유사하면서도 그들의 지지율보다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아울러, 상대 진영에서 영입된 정치인인 이인제가 비주류의 진골 정치인에 의해 쉽게 무너진 사례를 보면, 초기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데다가 정치인 경력이 없는 반기문이 여당 대선 후보 경쟁에서 쉽게 나가떨어질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신혜식의 신의한수에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반기문의 지지율이나 대세론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관점에 공감하는 편입니다. 그럼, 반기문을 쓰러뜨리고 여권 대선 후보 자리를 거머쥘 용자가 누구일까요? 제가 새누리당이나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그것은 새누리당 구성원과 지지자들이 선택할 몫이니까 말이죠.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