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그거 아냐?"
초등학교 때 부터 친구였던 녀석과 진탕 술을 마신 저녁 크리스마스 시즌에 가까워 오는 저녁의 번화가를 걷고 있자니 녀석이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며 말했다.
"뭐?"
"산타클로스에 대한 얘기 말야"
나는 무슨 얼토당토 않는 얘기인가 싶어 눈쌀을 찌푸리며 말했다.
"산타클로스?"
그러자 녀석은 신이나서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산타클로스가 착한아이에게 선물을 준다는건 알고있지?"
무슨 당연한 걸....
"알지, 그리고 산타는 아빠라는것도"
녀석의 얼토당토 않는 소리를 장난 섞인 말로 맞받아 쳐준다.
"아니아니 그런게 아니라, 산타는 말야 선물을 나눠주고 루돌프 사슴이 이끄는 썰매를 타고 다니잖아?"
"근데 그게 뭐"
"사실 그 썰매에는 산타 혼자 타는게 아니란 말이지"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산타는 조수가 있는데 말야 산타는 빨간 옷을 입고 착한 아이에게 선물을 나눠주지만 그 조수는 검은 옷을 입고 나쁜아이에게 벌을 준단 말이지"
"오호~ 그래?"
"근데 이 벌이라는게 재밌는게말야 그 나쁜아이가 평소 저지른 나쁜일에 맞게 벌을 준단말야?
평소에 거짓말을 하는 아이에겐 끔찍한 물건이 들어있는 가짜 선물상자를 주고
평소에 욕을 많이 하는애는 욕을 퍼부어주고
평소에 다른아이를 때렸던 아이는 그 아이가 다른 아이를 때린 만큼 때려주고
평소에 물건을 훔쳤던 아이는 그 아이가 가장 소중히 여긴 물건을 가져가 버린다는 거지"
녀석의 말을 듣고 있자니 산타라는 가공의 인물을 토대로 만든 가공의 이야기지만 왠지 그럴싸하게 들려 뭔가 듣다 보니 나도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오오 꽤나 그럴싸한데?"
"그럴싸 한게 아니라 진짜 존재할지도 몰라 그런 산타"
그럴싸한 얘기에 넘어간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녀석은 희한한 말로 자신의 얘기의 기대도와 흥미를 확 깎아버렸다.
"무슨 개소리야?"
"그도 그럴게 산타가 선물을 주는게 아니라 부모가 선물을 주는것도 사실 산타에게 선물을 받을 만큼 착한아이가 없어서 그런게 아닐까? 반대로 그만큼 나쁜아이도 없어서 검은산타도 없었던게 아닐지"
나는 왠지 손해봤다는 기분으로 잔뜩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요새 꼬마애들이 얼마나 영악한데 네 말대로면 산타는 모르겠지만 그 조수인 검은 산타는 이미 여러번 돌았겠다"
그리고 녀석은 그저 웃으며 조용히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
집안에는 크리스마스 트리나 화려한 불빛 장식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가득했다.
거실에는 거대한 장식용 트리가 반짝반짝 빛나는 고급스런 장식들에 휘감겨 화려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고 벽과 베란다 창문에는 꽤 손이 많이 갈 것 같아 보이는 복잡하고 예쁜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반짝 반짝 빛나고 있었다.
그 쓸데없이 화려한 장식들을 바라보며 겨울방학 중에 영어학원과 예습 복습을 위한 종합학원, 거기다 피아노 학원까지 모든일정을 마친 나는 거실에서 무의미하게 티비의 채널을 돌리고 있었다.
시간은 어느새 저녁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착한어린이라면 이미 잠자리를 위해 씻고 있어야할 시간이겠지만 12월의 강추위속에 늦은 시간까지 학원에있었던 나는 몸을 녹이기 위해 우선 소파에 누워 담요를 덮고 멍하니 늦은 시간까지 부모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집은 소위 좀 잘산다는 집으로 아빠도 항상 바쁘신지 늦은시간에 들어오시고 엄마 또한 이웃에 아줌마들과 여기저기 돌아다니시느라 항상 늦은 시간에 들어오기 일쑤였다.
항상 학원에 다녀오고 나면 일하는 아주머니가 퇴근하기 전에 차려주신 저녁밥을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핸드폰 진동소리에 가방을 열어 핸드폰을 확인하자 아빠는 일때문에 늦는다는 문자와 엄마는 옆집 아줌마와 어디좀 다녀온다는 얘기가 적힌 문자가 들어와 있었다.
문자를 확인하고 가방을 잡고 일어나려는 순간 가방에 기분나쁜게 묻어있는것을 확인하고 눈을 찡그렸다.
"에이 씨"
명품 브랜드인 가방의 금속으로된 메이커 문구에 피가 조금 묻어서 굳어있었던 것이다. 자세히 보니 금속 부분 뿐만 아니라 가방에도 꽤나 피가 묻어있었다.
"아나 그지같은 새끼 찌그러질거면 곱게 찌그질것이지"
나는 잔뜩 화를 내며 집에 있는 수건으로 대충 그부분을 빡빡 문질렀다. 피도 주인을 닮아 끈질긴건지 좀처럼 지워지지 않아 애를 먹긴했지만 어찌어찌 눈에 띄지 않는 정도로 지워지긴 했다.
학원에서 돌아오는길 학교에서 같은반에 있는 찌질이 녀석이 내눈에 띄었고 나는 피곤하기도 하고 기분도 꿀꿀한김에 녀석을 불러 같이 학원을 다니는 친구들과 흠씬 두들겨 패준 것이다.
뭐 초등학교 6학년 정도밖에 안된 아이들이 때려봤자 얼마나 때리겠는가 녀석을 자빠뜨리고 친구들 셋과 함께 발로 차고 주먹으로 몇대 때린정도다.
그런뒤 기분이 좀 풀려서 그냥 가려고 하니 녀석이 억울했는지 사내녀석이 질질짜면서 나에게 덤벼들자 살짝 밀쳤는데 자기가 잘못 튕겨저 나가서 이마가 좀 까졌던 것이다.
피가 좀 났지만 우리는 그 바보같은 모습을 보고 깔깔 웃으며 녀석을 한 번더 때리고 녀석이 내 가방을 잡고 질질짜면서 빌었는데 아마 그때 피가 묻은 모양이다.
뒤에 내 가방을 잡고 물고 늘어지는걸 떨쳐내고 집으로 왔을때를 생각해보니 기분이 다시 나빠져서 가방을 그대로 냅다 집어 던졌다.
뒤돌아서 오는길에 녀석이 세상 떠나가라 울고불고 난리 쳤던것이 생각나니 더더욱 기분이 나빠졌다.
기분을 풀고자 티비에 게임기를 연결하고 정신없이 게임을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나도 모르게 문득 잠에 들었던 모양이다.
게임을 하다 바닥에서 잠이들어서 인지 약간 머리가 띵한 느낌이 들었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시간은 자정을 넘어서 크리스마스가 되어있었다.
나는 씻고 내방에 누워 다시 자기위해 몸을 일으켰다. 게임기는 한동안 입력이 없어서 대기화면으로 전환이 되었는지 검은 화면에 불빛이 왔다갔다 하기만 하고있었다.
나는 생각한대로 씻고 자러들어가기 위해 게임기를 끄고 욕실로 향했다.
그때였다.
베란다에서 찬공기가 들어오는 것이 느껴지며 인기척이 느껴졌다.
목뒤로 마치 뱀이 기어가는듯한 섬뜩한 감각이 지나가며 내몸은 순간 경직되었다.
나는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거실의 불은 꺼져있는 상태라 불빛이라고는 크리스마스 트리와 장식이 내뿜는 은은한 알록달록한 불빛이 전부였다.
어째서인지 베란다문은 조금 열려있었고 그 틈으로 바람이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약간 섬뜩한 느낌도 들었지만 나는 베란다 문을닫기위해 베란다 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내 주먹정도로 열려있던 베란다문을 닫으려 문을 밀자 문이 마치 뭐에 걸린듯 닫히지 않는 것이 느껴졌다.
"뭐야 이거?!"
난 온힘을 다해 문을 닫으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내가 문과 온힘을 다해 낑낑거리며 씨름을 하고있자 열려있는 문틈새로 검은 손같은게 보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애써 무시하고 문을 닫기위해 더욱 힘을 주었지만 문은 닫히기는 커녕 오히려 열리는 것 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내가 다시 문이 열린 틈새쪽을 바라보자 아까와는 다르게 확실한 형태를 가진 검고 커다란 손이 베란다 문을 열고자 밀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뭐, 뭐야!!!!"
나는 덜컥 놀라 소리지르며 베란다 문을 더욱쎄게 필사적으로 밀었지만 마치 곰의 발과도 같은 커다란 손은 더욱더 거세게 문을 천천히 밀고 집안으로 들어오려 하고 있었다.
"히 히익!!!!!"
나는 겁에 질려 베란다 문에서 손을 떼고 집안으로 냅다 뛰쳐들어갔다.
겁에 질려 다리에 힘이 풀린 상태에서 주저앉아 베란다 문을 바라보니 그 검은 형채는 베란다문을 천천히 열어제끼며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곳에는 마치 커다란 곰과 같은 체형의 검은색의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것 같은 남자가 서있었다.
키는 머리가 우리집 천장에 닿을듯하였고 얼굴은 온통 검은 수염에 뒤덮여 있었다.
산타클로스 복장에 하얀 털과 같은 부분을 빼고는 온통 검은색인 남자가 천천히 우리집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겁에 질린 나머지 주저앉아 그 광경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검은 산타클로스 모자를 푹 눌러쓰고 덥수룩한 수염이 얼굴을 가리고 있었던지라 눈빛이나 표정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으나 그것이 왠지 나를 보며 웃고있는 느낌이 들어 나는 더더욱 공포감에 사로잡혔다.
그것은 천천히 나에게 다가 왔고 이윽고 내가 주저앉은 자리 바로 앞까지 들어오고야 말았다.
가까이서 보니 키가 2미터 가까이는 되는 엄청난 거구였다. 그리고 그것은 커다란 손으로 내 어깨를 꽉 움켜잡았다.
"으아아악!!!"
어깨가 부서지는 듯한 고통에 나는 눈을 질끈 감고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차리니 나는 딱딱하고 차가운 바닥에 누워있었다.
온몸은 마치 납덩이를 얹어 놓은듯 무거웠고 바닥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여긴 어디야?!"
주변은 온통 어둠뿐이었다. 창틈으로 세어 나오는 희미한 달빛만이 여기가 집이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게 해주었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니 주변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렴풋이 보이는 것은 줄이 딱딱 맞춰져 있는 수많은 책상과 의자와 사물함으로 보이는 긴 목각 함들이었다.
"학....교?...."
나는 그곳이 학교에서 우리반이었음을 알아보았다.
사물함 위에 게시판에는 학급내의 우수작으로 뽑힌 내 포스터가 걸려있었다.
"어떻게 된거지?"
나는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켰다.
나는 분명 집에 있었고 어떤 남자가 들어와 어깨를 움켜잡힌 고통에 정신을 잃고 쓰려졌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녀석에게 잡혔던 왼쪽 어깨가 욱씬 거렸다.
"아 얏!"
꿈이 아니었다.
무서운 꿈이 아니라 나는 실제로 남자에게 어깨를 잡히고 끌려나왔고 새벽에 학교에 버려져 있는 것이다.
몸이 천근만근이었지만 어떻게든 일어나 몸을 움직인다.
마치 온몸을 두들겨 맞은 듯한 느낌이었지만 이렇게 추운날씨에 여기에 계속있다간 얼어죽을 것만 같았다. 옷차림도 집에서 입었던 가벼운 옷차림이었다. 어떻게든 여기를 탈출해야만 했다.
그렇게 가까스로 문에 다가가 문을 열려고 하자 밖에서 문이 걸어잠겨있는 것인지 문이 열리지 않았다.
"뭐야?! 이거?!"
녀석의 짓이 틀림없었다. 고학년인 6학년이 3층을 쓰기때문에 우리반은 학교의 최상층인 3층에 위치하고 있었다.
아직 초등학생인 나에겐 무지막지하게 높은 곳이었다. 창문으로 탈출은 불가능하다.
'쾅! 쾅!'
"문열어!!!! 문열어!!!!!"
나는 미친듯이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거기 아무도 없어요?! 여기 사람있어요!!! 사람있다고!!!!"
긴박한 상황에서 목이 갈라질 만큼 소리를 질렀지만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제풀에 지쳐 문을 기대고 주저앉아 버렸다.
그러자 언제부터 있었던 것인지 바로 내앞에 그 남자가 서있었다.
"뭐, 뭐야!!!"
남자는 다짜고짜 내 머리를 잡고 일으켜 세워 커다란 손으로 내뺨을 마구 후려치기 시작했다.
뺨을 타고 전기처럼 퍼져나가는 고통과 갑작스런 상황에 대한 당혹감에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저 맞기만 하고 있었다.
한 대,두 대,세 대, 네 대,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얼마나 맞았을까?
입술에 찝찔한 코피의 맛이 느껴지고 입안에서는 쇳내음이 풍기기 시작할 무렵 남자는 피고있던 손을 주먹을 말아쥐고 본격적으로 때리기 시작했다.
한 대,두 대,세 대, 네 대,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성인 남자가 그것도 거구의 엄청난 힘을 가진 사람이 여러번 어린 아이를 때린다면 분명 얼마가지 않아 기절하거나 죽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나는 정신이 또렷하게 남아있었고 때리면 때릴수록 중첩되어 느껴지는 고통과 남자에 대한 공포감 때문에 무기력하게 맞고만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남자는 한참을 때리다가 나를 바닥에 내팽겨 쳤다.
차가운 바닥에 몸이 나동그라 지자 숨이 멎는 듯한 한기가 온몸을 파고들며 나는 온몸에 전기처럼 타고 퍼지는 고통을 느꼈다.
"어흑..."
이제는 완전히 헐어서 피가 철철흐르는 입안의 고통때문에 제대로된 비명조차 지를수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은 또렷하게 살아있어 고통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나는 바닥에 엎드린채 남자를 바라봤다.
남자는 어째서인지 아까와 같은 거구가 아니라 나와 같은 정도의 키와 체격으로 마치 꼬마 요정과 같은 모습으로 내 앞에 서있었다.
한창 맞고 있느라 몰랐었지만 남자는 나를 계속 때릴때도 이 모습이었던 것 같다.
온통 어둠이 드리워져 얼굴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남자의 새하얀 이가 웃는 모양으로 벌어지는 것만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는 남자는 내 얼굴에 침을 뱉고는 내 얼굴을 정면에서 발로 밟아 버렸다.
그리고 끊임없이 온몸을 발로 차기 시작했다.
마치 축구공을 발로 차듯이 남자는 웃는 얼굴로 나를 계속해서 발로 찼다.
한 대,두 대,세 대, 네 대,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숨이 멎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계속해서 한참을 계속 맞았다.
한 대,두 대,세 대, 네 대,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그리고 남자는 두손을 하늘로 높게 뻗었고 남자의 손과 손사이에 검은 그림자가 구름처럼 피어나더니 그것은 가방으로 변하였다.
그리고 그건
"허 흐헌 해(어?! 그거 내!)"
남자는 그 가방으로 나를 힘껏 내리치기 시작했다.
가방은 빈가방이 아닌지 묵직한 느낌으로 계속해서 나에게 고통을 가져다 주었다.
그렇다.
그건 다름 아닌 내가 메고 다니던 내 가방이었다.
한 대,두 대,세 대, 네 대,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한 대,두 대,세 대, 네 대,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구타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계속 되었다.
나는 너무나도 고통스러워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였다.
얼마나 맞았는지 모르겠다.
온몸은 이미 멍투성이고 여기저기서 피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이 모든 상황에서 가장 고통스럽고 공포스러운 것은
정신만은 계속 뚜렷했다는 것이다.
한 대,두 대,세 대, 네 대,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한 대,두 대,세 대, 네 대,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이미 사고는 고통과 공포때문에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제대로된 사고는 이미 할 수가 없었고 너무 고통스러워 입에서는 침이 질질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윽고 남자는 때리는 속도를 점점 늦추더니 때리는 것을 멈추었다.
한동안의 구타가 끝나자 남자는 씨익 웃으며 내 앞으로 다가왔다.
남자는 여전히 초등학생과 같은 크기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남자는 쓰러져서 자신을 올려다 보고 있는 내 앞에 얼굴을 가까이 갖다 댔다.
작은 몸집이 되어도 덥수룩한 털과 푹 눌러쓴 모자때문에 얼굴을 알아보기 힘든 얼굴이었다.
남자는 하얀이를 보이며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쁜아이는 벌이야~"
"나쁜아이는 벌이야~"
그러고는 다시 원래의 거구로 몸이 점점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남자의 몸이 부풀어 오르는 동안에도 남자는 같은말을 계속 해서 되풀이 하고 있었다.
"나쁜아이는 벌이야~"
"나쁜아이는 벌이야~"
"나쁜아이는 벌이야~"
그리고 다시 원래의 크기로 돌아간 그는 내 양어깨를 꽉 움켜쥐었다.
"으아아아아아!!!!!"
나는 엄청난 고통에 비명을 지르고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차리자 나는 집안의 쇼파에 누워있었다.
나는 담요에 덮여져 있었고 집안은 여느때 처럼 따뜻했으며 베란다와 거실에는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불빛은 반짝이고 있었다.
"괜찮니? 민수야?"
고개를 돌리자 엄마가 약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가 껐는지 게임기는 꺼져있는 상태였다.
게임을 하다가 거실에서 바로 잠들었나 보다.
"갑자기 소리를 지르길래 걱정했어"
방금 들어온듯한 엄마가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시간은 새벽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괜찮아요 무서운 꿈을 쫌 꿨어요"
나는 방에 들어가서 자라는 엄마의 말대로 나는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가 따뜻한 침대에 눕자 나는 집으로 돌아온 것을 실감했지만 꿈의 공포가 아직 남아있었고 마치 그 검은 산타클로스가 나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하였다.
어느새 잠이 들었던 것이었을까? 아침이 되자 정말 간 밤의 일은 모두 꿈인것 처럼 느껴졌다.
나는 한번더 주위를 둘러보고 내몸을 이곳저곳 만져보았다.
몸에는 상처같은 것은 없는듯 하였고 얼굴에 고통도 없었다.
거울로 본 얼굴도 상처하나 없이 깨끗했다.
"휴우~ 꿈이었구나"
나는 크리스마스 아침을 만끽하며 무서운 꿈에 대한 기억을 떨치기 위해 욕실로 향했다.
세면대에서 세수를 하고 정신을 차리자 어젯밤의 꿈은 싹 잊어버렸다.
"아얏!"
순간 세수를하고 수건을 집기 위해 팔을 들었을때 어깨가 욱씬 거림을 느꼈다.
"에이 설마...."
난 설마하고 어깨에 손을 가져가자 마치 멍이 든것 처럼 어깨가 욱씬거렸다.
나는 깜짝놀라 급하게 웃통을 벗었다.
그리고 나는 거울 보고 놀라움에 그자리에서 굳어버렸다.
내 어깨에는 마치 커다란 손이 꽉 움켜줘었던 것 과 같은 손모양의 멍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시간이 지나 그 악몽과 같은 크리스마스가 끝나고 겨울방학이 끝나고 학교에 가게 되었다.
그 일이 있은 뒤에 나는 그 검은 산타클로스가 나오는 꿈은 한번도 꾸지 않았다.
잠깐 동안 그 남자가 얘기했던 '나쁜아이는 벌이야' 라는 말이 머릿속에 맴돌아 한동안 애들도 때리지 않고 조용히 지냈지만 그것도 얼마안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학교에가자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들과 학원에 같이 다니면서 계속 봐왔던 친구들 모두 나를 반겨주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하나 둘 자리에 모였고 학교는 방학 이전 처럼 시끌 벅적하게 바뀌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단순한 꿈이 었을거라고 생각한다.
찌질한 애들을 때리고 무시하면서 나도 모르게 죄책감같은게 있었나 보다.
정말 그날과 같은 악몽은 다시는 꾸고 싶지 않다.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개학식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개학식을 시작하기전 선생님은 약간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무겁게 입을 여셨다.
"여러분 참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게 되었어요"
선생을 약간 눈물을 훔치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여러분의 친구 진석이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나는 그 크리스마스 전날 내가 흠씬 때렸던 녀석의 자리를 돌아보았다.
녀석의 자리는 비어있는 채로였다.
"우리모두 우리의 친구가 좋은 곳으로 갈수 있도록 빌어줍시다."
나는 약간 찝찝하고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내 귓가에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쁜아이는 벌이야~"
= = = = = = = = = = = =
시즌 오프된지 꽤된 소재지만 올려봅니다.
원래 옴니버스 장편으로 기획한건데 본인의 귀차니즘과 시즌 오프로 인해서 단편이 되어버렸네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