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간부들은 마치 당연한 대가라는 듯 적십자사로부터 헌혈 로비 명목의 특혜성 금품을 별도로 받고 있었습니다.
그 액수가 드러난 것만 수억 원에 달하는데, 적십자에 낸 국민 회비가 이렇게 줄줄 세고 있었습니다.
최근 5년간, 군 간부들이 장병 헌혈을 대가로 적십자사로부터 받아 챙긴 로비 물품 목록입니다.
외식상품권, 영화관람권에 가죽 팔찌, 카드지갑 등 장병들에게 돌아가야 할 헌혈 기념품들을
'리베이트'처럼 별도로 제공 받아왔습니다.
군 간부들에게나 필요한 골프공을 주고받은 경우도 수십 건에 달합니다.
물품 목록엔 군부대명과 품목, 단가 등만 나왔지 군 간부 누가 얼마 치를 받았고,
어디에 썼는지 전혀 알 수 없게 돼 있습니다.
이 같은 사실이 공개되자, 적십자사는 기준 없는 부적절한 물품 제공 등 잘못이 있었다며 개선안 마련을 약속했습니다.
앞서 지난 2004년에도 군은 장병 헌혈을 대가로 부적절한 접대나 지원을 받다 들통나서
"부당한 금품은 받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군과 적십자사 간의 부적절한 물품을 주고받는 나쁜 관행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아
전반적인 관리·감독 기능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지난 4월 초, 육군 20사단 신병 교육대 측은 군 장병 헌혈을 대가로 대한적십자사에
손전등 500개를 협찬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에 적십자사는 즉각 손전등 500개, 175만 원어치를 주문한 뒤,
부랴부랴 헌혈 차량까지 동원해 담당 군 간부에게 전달했습니다.
적십자사 내부 규정상,
헌혈 기념품은 국민 회비로 사들인 것인 만큼 남용되지 않도록 헌혈자 개인에게 직접 전달하게 돼 있습니다.
이처럼 군 간부 한 명에게 기념품 수백 개를 모조리 넘긴 건 명백한 규정 위반입니다.
게다가 실제 헌혈 참여 인원은 270여 명, 결국, 손전등 230개가량은 과잉 지원된 셈입니다.
더 큰 문제는 군의 무리한 '갑의 횡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적십자사는 장부조작도 서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서류상으로 해당 부대에는 손전등 100개를 준 것으로 기록하고,
나머지 400개는 보험사나 각급 학교, 심지어 수도방위사령부 등 다른 군부대에 골고루 나눠준 것처럼 위조했습니다.
이 같은 사실은 적십자사 내부 감사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감사 사실을 통보받은 군은 과잉 지원을 받은 손전등 200여 개를 적십자사에 도로 반납해야 했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헌혈량 가운데 군이 차지하는 비중은 15% 정도로 없어선 안 될 중요한 혈액원이지만
군 장병들의 자발적 헌혈을 놓고 군 간부는 흥정하듯 '갑의 횡포'를 부리고 적십자사는 회계자료까지 조작했습니다.
사실상 돈을 주고 피를 사는 '매혈 행위'를 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