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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data_760150
    작성자 : 하하Ω
    추천 : 11
    조회수 : 978
    IP : 124.53.***.151
    댓글 : 7개
    등록시간 : 2011/03/31 00:55:35
    http://todayhumor.com/?humordata_760150 모바일
    오늘 새벽 2인조 강도에 의해 납치될 뻔 했습니다. (유머아님)
    오늘(3월30일)새벽 4시 40분경 광주에서 서울가는 고속버스를 타기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가벼운 청바지에 흰 운동화를 신고, 약간은 쌀쌀한 새벽공기 때문에 갈색 재킷을 걸치고
    가방을 메었습니다.
    서울가기 전 어제빌린 만화책을 반납함에 넣고 가려고 집에서 300m정도 떨어진 책방으로
    향했습니다. 사람도 차도 거의 없는 새벽길을 걸으니 괜히 기분도 상쾌하고 좋았었죠.
    그런데 봉고차 한대가 제앞쪽에서 정차를 하더군요. 창문을 통해 운전석을 흘긋보니
    피곤해서인지 술을 마셔서인지 약간은 초췌하지만 매서운 인상을 한 아저씨가 운전대 쪽으로
    몸을 기대고 있었습니다.
    제가 예민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보통 쉬어가려고 정차하면 등받이를 뒤쪽으로 눕히고 몸을
    뒤로 누워서 쉬는 경우가 많은데 그 아저씨는 반대라서 쫌 의아해했었습니다.
    뭐.. 딱히 볼일이 있어서 정차했을 수도 있으니 애써 신경쓰지 않으려 노력하며 길을 걸었습니다.
    편의점이 있는 사거리에 도착하고 책방이 있는 왼쪽으로 내려갔습니다. 책을 반납함에 넣고 뒤쪽을
    흘긋 보니 그 봉고차가 이번엔 편의점 앞에 정차해있더군요..
    사실 이때부턴 정말 신경쓰이더군요. 지나가는 사람은 한명도 없고 차도 드문곳에, 특별한 이유없이
    제 뒤를 따라온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래도 택시를 잡아서 터미널로 향하면 괜찮겠다 싶어서
    택시만 기다리는데.. 마음이 불안해서인지 오랫동안이라 느껴질만큼 택시도 오지않더군요.
    그 때 그 봉고차가 천천히 제쪽으로 오는 걸 봤습니다.
    쉬려고 정차한것도 편의점에서 물건을 구입하려고 정차한것도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스친건
    그 때였습니다. 어떤 차량이 새벽길 한적한 도로에서 시속 10km 정도로 주행을 합니까..
    그 때 보이는 건 편의점이었습니다. 저는 일부러 길을 건너고 다시 편의점 쪽으로 걸어 올라갔습니다.
    바로 그 때 길 건너편 봉고차 운전석 창문이 내려가더니 그 매서운 인상의 아저씨가 저에게
    그러더군요.. "야. 이리와봐."...

    혹 글 읽으시는 분들 어릴 적 깡패에게 당해본적 있으십니까? 그 때 보통 애들이 "야 이리와봐."
    이렇게 말하면 도망가질 못하고 바보같이 "왜요." 이러면서 다가갑니다.. 저도 그랬었습니다.
    나중에 생각하니 그냥 도망갔으면 됐을텐데 하는 후회가 되더군요.

    "야. 이리와봐."
    이말을 듣는 순간 예전 오유에서 읽었던 납치될 뻔 했던 글들이 떠올랐습니다.
    오른손에 핸드폰을 꺼내서 전화를 걸 준비를 한 채
    일단 무시하기로 하고 밝은 편의점이 있는 곳까지만 가보자 하고 걸었습니다.
    설마 CCTV까지 있는 편의점까기 올 생각은 안하겠지라고 기대하면서요.
    그런데 갑자기 큰 엔진 소리가 나더니 봉고차를 유턴해서 제 옆까지 오더니 다시
    "야. 이리와보라고." .. 아.. 그말이 지금도 너무 섬짓하네요.
    순간 정말 미친듯이 뛰었습니다. 그놈들이 제발 포기해주길 바라며 힘껏 편의점쪽으로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들리는 엔젠 소리와 제 시야에 봉고차가 들어오더군요.
    게다가 이번엔 옆문이 열리며 정말이지 딱 조폭처럼 생긴 놈이 내리는데.. 이제 잡히면 난
    끝이구나 싶더이다.

    나보다 앞서있는 차를 보고 순간 멈추자 몸이 바닥에 닿을 만큼 미끄러지더군요.
    손으로 바닥을 짚고서 차량 뒤쪽을 지나 다시 길을 건너 편의점 쪽으로 힘껏 뛰었습니다.
    이제 조금만 더가면 편의점입니다. 게다가 감사하게도 택시가 이쪽으로 오고있습니다.
    그 때 제 머리속에 편의점이냐 택시냐 선택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까지 쫓아오는걸보니
    편의점으로 들어가도 무사히 끝날 것 같질 않구나.. 내가 어쩌다 이렇게 독한 놈들을 만났나..
    간만에 일찍 일어난게 잘못한걸까.. 별의별 생각이 다들더군요.
    택시를 큰소리로 세워 타고는 "아저씨 일단 출발해주세요" 이젠 살았구나 하고 생각하는데
    봉고차로 택시앞을 가로막았습니다. 기사님도 매우 당황해했지만
    전 문을 잠그고 제발 열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머리속이 순간 하애지더군요.
    이젠 뭘해야되나 2명이 좌우에서 다가오는데.. 나가서 다시 뛸 수도 없을 것 같고, 차도
    못움직일 상황이고.. 오른손에 움켜쥐고 있던 전화기가 그 때 생각이 났습니다.
    뛰느라 번호 누를 생각을 못했었는데 그제서야 생각이 나더군요. 112를 누르면 되겠지.. 그리고
    경찰이 올 때 까지 조금만 버티면 되겠진 싶었습니다.... 그런데요.... 그게 막상 그렇게
    안되더군요. 2명이 좌우에서 창문두드리는데 그놈들 번갈아 보면서 그놈들이 뭘하나가
    더 신경쓰였습니다. 또 그 때 오른쪽 놈이 손을 안주머니에 넣더군요.. 이젠 칼인가..
    이 놈들은 뭔가.. 이렇게까지 해서 날 잡아가야하나.. 이젠 한번 싸워봐야하나..
    여러 생각이 머리를 망치로 때리는것 같았습니다. 근데 그놈이 안주머니에서 꺼내는 것이
    다행히 칼은 아니고 작은 무전기처럼 생긴 전화기인가.. 무전기인가.. 뭐 그런것이었습니다.
    씨바.. 이새끼들 일행도 있나보다.. 난 오늘 완전 X된거구나.. 눈물이 날 겨를이 있었다면
    눈물이 났을겁니다. 그리고 지갑도 꺼내서 지들이 형사라면서 창문내려보랍니다.
    미친놈들 지갑만 가지고 다니면 형사냐 싶은데 기사님이 창문을 엽니다. 미쳤나봅니다.
    근데 다행이 이놈들이 무력으로 끌어내려고하지는 않고 나와보랍니다.
    안내린다고했습니다. 조폭같이 생긴놈도 신분증 보여주면서 내려보랍니다.
    여기 CCTV 다 설치되어있으니 내려서 제 운동화 검사하잡니다. 매섭게 생긱놈도 내려서
    이야기하잡니다. 순간 아.. 이놈들 진짜 형사인가.. 싶어서 내릴까 했습니다.
    하지만 어찌압니까. 내가 끌려가고 사라져버리면 나중에 범인 잡아도 전 없어져 있을텐데요..
    절대 못믿겠다고 경찰서 가자고 했습니다. 아저씨들 차는 경찰차도 아니지 않냐고 경찰차
    불러달라고 했습니다. 근데 매서운놈이 원래 형사들은 불심검문 하려고 일반차량 쓴답니다.
    어쨌든 경찰차 불러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매서운놈이 경찰차2대지원바란다고 무전기에
    그러더군요.. 그쯤되니 어쩜 이놈들 형사가 맞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매서운놈이 신분증보자더군요. 그 때쯤 되니까 그래도 될 듯 싶어 면허증보여줬더니 조회하고나선
    경찰차2대 지원 취소를 하더군요..
    아..
    정말 그제서야 저도 어느정도 진정되더라구요.
    근데 정말 화가나고 억울한건 지금부터입니다.
    그 매서운 놈이 그러더군요. 가방메고 사람들 안다닐 시간에 아무데도 갈 곳 없는곳으로 걷길래
    의심했답니다. 집이 어디냐길래, 여기 바로옆 아파트다. 여기는 왜왔냐길래, 택시잡으러 나왔다.
    어디갈거냐길래, 고속버스터미널간다. 어디갈거냐, 서울간다.. 아.. 씨바.. 서울은 왜가냐고 묻는데
    진짜 욕나올라그러더군요..볼일있어서간다 그랬더니, 너처럼 무작정 도망가는놈 첨본다고 그러면서
    실실 쪼개면서 차량으로 돌아갔습니다.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오해가 있었다 미안하다.. 뭐 이런말을 듣는 걸 떠나 사실 이놈들이 형사였구나 싶으니 정말
    살 것 같은게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모자를 뒤집어쓰고 마스크를 하고 불빛없는 거리를 걸은것도 아니고,
    제가 있었던 그곳에 범죄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택시잡겠다고 서성이는 것이 전부였는데 의심스러웠다니요.
    그리고 더러운 인상이 와보라고 하면 다가가서 고분고분하는게 정상입니까?
    새벽 4시반 아무도 없는 곳에서 봉고차 한대가 내옆으로 와서 이리와보라고 하면
    무슨일이십니까? 하고 다가가는게 정상입니까?

    게다가 지금까지는 튄 애들은 없었다니..
    지금까지 이런식으로 시민들을 검문해 온건가 싶으니 정말 기가막히더군요..

    그때까지도 떨림과 긴장이 멈추질 않아 일단 그곳을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터미널로 가자고 해서 지금 서울에 와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뭔가 아니다 싶습니다.
    그놈들이 만일 형사가 아니었다면 내가 경찰을 불러서 잡았어야 했구나 싶습니다.
    그리고 그놈들이 형사였다면.. 전 그게 더 화가납니다.. 그랬다면 같이 관할 경찰서에 가서
    이러한 일이 있었는데 이게 정상이냐고, 시민들에게 이런 검문이 옳은 거냐고
    따졌어야 했나 싶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글 읽고 마지막엔 낚였네 하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제 경험을 통해서 오유님들도 정말.. 없어야 겠지만 혹시라도 있을 이런 경우를
    대비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서 긴 글 써봅니다.
    어찌되었든 전화로 신고를 하고 나서 전화기를 끊지않고 유지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두서없고 정신없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지금 사실 정신이 아직 없네요. ㅠ

    p.s. 그리고 혹시 전문가 분 있으면 어떻게 해야 제가 경찰서에 항의할 수 있는지 알려주세요.
    이런 검문은 정말 위험하고 옳지 못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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