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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75942
    작성자 : 마배욳
    추천 : 14
    조회수 : 2098
    IP : 112.171.***.48
    댓글 : 7개
    등록시간 : 2015/01/05 19:08:48
    http://todayhumor.com/?panic_75942 모바일
    브금] 마지막 목격자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dxUhq





    웁.웁.웁.

    소리를 지르려해도 가죽장갑을 낀 남자의 손이 내 입을 너무 강하게 막고있다.
    정신이 점점 혼미해진다. 내가 아무리 건장하다고 해도 2명이나 되는 남자를 당해내기엔 역시 무린가 보다.

    이러면 안되는데...




    30분 전.

    나는 연말이라 친구들과 술을 먹고 집으로 가던길,
    남자 2명이 취객의 몸을 뒤지는걸 보았다.

    평소라면 경찰에게 신고하는 정도로 끝났을지 모르지만
    술 기운이라 그랬을까.

    "야! 니들 뭐야!"

    나는 큰 소리를 치며 그들에게 다가갔고,
    그냥 좀 도둑들이라면 내 고함소리와 잠시 후 사람들의 이목을 걱정해 도망갈꺼라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내가 그들에게 다가갔을때 본 것은,
    바닥에 쓰러진 남자의 뒤통수에서 흐르는 피범벅과 당황한 범인들의 눈동자였다.

    나는 그들과 눈을 마주쳤고 그들은 잠시 주춤하는 듯 하더니
    나에게 달려들었다.

    아마 내가 그들의 얼굴을 본게 걱정되었겠지.

    나는 뭔가 크게 잘못되었음을 직감했지만
    술기운에 몸을 가누기도 쉽지 않았고
    그들이 워낙 빠르게 달려 들어 대처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마구잡이로 나를 폭행한 후 골목으로 끌고가기 시작했다.






    다시 30분 후 현재,

    어찌나 두들겨 맞았는지 이제 통증은 느껴지지도 않는다.
    새벽 1시 어두운 골목 안을 누가 들여다 보기라도 할까.

    몸이 추워서 떨리는 것인지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리는 것인지 알수가 없다.

    "야.. 시x 어떻게 하지?"

    "한놈이나 두놈이나 똑같애. 시x. 이 새끼도 그냥 끝내자."

    나는 뭔가를 호소하기 위해 몸을 흔들어 저항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한놈은 내팔을 뒤로 꺾은채 바닥에 눞혀 등뒤에 올라탔으며,
    다른 한명은 내 다리를 붙들고 있었다.

    그때였다. 
    골목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저벅. 저벅. 저벅.

    환한 가르등 아래를 지나가는 한 남자가 보였다.

    "야. 누가 온다. 입 꽉 틀어막어."

    "시x 눈치챈거 아냐?"


    제발. 제발. 한번만 이쪽을 봐주세요. 

    남자는 천천히 눈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남자는 큰 귀마개와 목도리로 몸을 꽁꽁 싸매고 있었다.

    제발. 제발. 제발.




    기적이 일어난 것일까.
    남자는 발을 헛 딛었는지 그만 앞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순식간에 목도리와 귀마개가 휴대폰과 함께 바닥에 떨어졌다.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고함을 질렀다.


    우--웁! 웁!! 웁!! 웁!!


    비록 이상한 웁.웁. 정도의 소리만 들렸겠지만
    골목에서 들리는 이상한 소리라고 의심할만한 소리였다.

    범인들은 나를 더욱 꽉 누르고
    대로변에 있는 남자에게 주목하는 듯 했다.

    앞으로 넘어진 그 남자는 바닥에 떨어진 휴대폰을 확인하는 듯 했다.
    범인들은 더욱 그 남자에게 집중했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그것도 상당히 큰 소리로..

    아마 바닥에 휴대폰이 떨어지며 이어폰 잭이 빠지자 휴대폰 스피커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남자는 바닥에 떨어진 휴대폰을 줍고선 귀에 뭔가를 다시 꼽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 휴대폰에 뭔가를 연결했고 이내 소리는 줄어 들었다.

    "야, 이어폰 끼고 있어나봐."

    "못 들은거 같은데."

    그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몇 번 털고는 무심하게 내 시야에서 멀어져 갔다.


    갑자기 모든게 서럽게 느껴졌다.
    그냥 못 본척하고 지나갈꺼,
    괜한 호승심에....


    내 등을 누르던 범인은 내목을 강하게 조르기 시작했고
    난 점점 의식이 흐려져가는 것을 느꼈다.

    엄마가 보고싶다.
    엄마..






    -----------------------






    내가 다시 눈을 떴을때,
    나는 병원 침대에 누워있었다.

    "괜찮으세요?"

    내 시야에는 건장한 남자 두명과 의사, 그리고 간호사가 서 있었다.

    "진욱씨. 괜찮으세요?"

    "아.. 네. 제가 어떻게 된거죠?"

    "다행이네요. 큰일날뻔 하셨어요."

    "아..."
    난 여전히 정신을 차릴수 없었다.

    "어쩌자고 그렇게 위험한 짓을 하셨어요. 그 놈들 유명한 퍽치기 강도놈들인데."

    "....."


    "그래도 천만 다행입니다. 저희 순찰조가 진욱씨를 발견했기에 망정이지."


    경찰의 말에 따르면 내가 기절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순찰중인 경찰이 골목길 안에 있던 나와 범인을 발견했고
    범인 체포와 동시에 나를 구할수 있었다고 한다.

    퍽치기를 당했던 그 분도 다행스럽게 목숨은 건지셨다고 했다.

    나는 그런 설명을 듣던 도중에 그만 울음이 터지고 말았고,
    형사분들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흐느끼는 내가 진정이되자,
    형사 분들은 몇일 후에 참고인 자격으로 잠시 경찰서에 들러주길 부탁했고
    나는 기꺼이 그러겠다고 했다. 내 목숨을 구해준 사람들인데 참고인 정도야..



    그렇게 몇 일이 지난 후,
    나는 경찰서에 들렀고 바쁜 경찰서 안에서 담당 형사분을 기다리며 의자에 앉아있었다.

    복도에 난 창문에 담당 형사의 모습이 보였고 나는 일어나 형사에게 다가가려 했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범죄 당일 가로등 아래를 지나갔던 남자의 모습이었다.

    '저 사람이 여기 왜..'

    그런 생각을 하던 와중에 형사와 가로등 아래의 남자는 인사를 하고 헤어졌고
    나를 발견한 형사는 이내 나에게로 다가왔다.

    "진욱씨, 오셨네요. 몸은 좀 괜찮으세요?"

    "아..네.. 그런데 저 분은."

    "아.. 저희가 그날 cctv를 확인하다보니 범죄 현장을 지나갔던 사람이 한 분 계시더라구요. 
    그래서 참고인 자격으로 잠시 협조를 부탁 드렸습니다."

    "네... 그런데 저 분은 못 보셨을거에요."

    "네? 그걸 진욱씨가 어떻게.."



    나는 형사님에게 그날 상황을 설명 드렸다.
    몇일이 지나긴 했지만 설명을 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몸이 떨려 고개를 숙인채 바닥을 보며 이야기를 했고,
    이야기를 끝내고 고개를 들었을때 형사님의 얼굴이 이상하게 일그러져 있음을 알수 있었다.

    "저기.. 무슨 문제라도..."

    "하.... 이걸 말씀 드려야 하나.."

    "무슨..."

    "진욱씨, 그날 방금 가신 그 분이 휴대폰을 떨어트리면서 이어폰이 빠진 후에 노래소리가 크게 들렸다고 하셨죠."

    "네. 그리고 귀에 다시 이어폰을 낀 후엔 다시 소리가 줄어들었어요."

    ",,,"


    형사님은 잠시 말을 하지 못하다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저 분은 청각에 문제가 있으신 분이에요. 진욱씨가 보셨던 건 이어폰을 끼는게 아니라 아마 보청기를 다시 귀에...."

    "그럼. 음악소리는요? 그리고 분명 휴대폰에 뭔가를 연결 하는 듯 하니까 음악소리가 줄어들었다구요!

     휴대폰에 이어폰 잭을 연결한 다음에요!"

    "지..진욱씨.. 진정하세요."


    나는 뭔가에 머리를 맞은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럼! 그럼! 저 사람은! 왜 휴대폰에서 그렇게 큰 음악 소리가! 그리고 왜 굳이 보청기를! 음악소리는 왜 다시!!"



    형사님은 내 손을 잡아주며 애써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진욱씨.... 모든 사람이 진욱씨처럼 용감할 수는 없어요."




    나는 온 몸에 힘이 빠져 
    그가 지나간 복도 창문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햇살이 너무 따뜻해보여 오히려 비정상적인 오후였다.




    ⓒ 2014. 마배욳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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