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군게 여러분. 진작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너무 늦은 것 같아 미안합니다. 사실 여러번 글을 쓰다 지웠습니다. 이번에는 글을 꼭 올릴 수 있길 바랍니다.
먼저 고맙습니다. 20대 초 어리고 여린 나이에, 하고 싶은 것도 해야할것도 많은 귀한 시간들을 나라에 헌납해준 것 정말 고맙습니다. 당신들의 희생이 나라를 지탱한다는 것 너무 자주 잊었던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
왜 시게와 군게가 이렇게 됐을까 가만 생각해보았습니다. 대략 세가지 정도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첫번째는 의심과 상처입니다. 오유를 하던, 엠팍을 하던 포탈 뉴스를 보던 우리는 그 안에 정원이, 혹은 작전 세력은 없는가 늘 의심합니다. 그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니까요. 우린 늘 의심합니다. 일종의 병이지요. 의심병. 네. 병에 걸려있습니다. 여기에 또 우리는, 특히 문지지자들은 아주 오랜 시간 두들겨 맞아왔고 그만큼 상처가 큽니다. 상처가 많은 사람은 예민해집니다. 작은 자극에도 크게 반응하죠. 군게의 문캠의 공약과 일부 의원들에 대한 집단적 이의제기는 아마 상처를 건듦과 동시에 병을 발동하게하는 일이 아니였나합니다.
두번째는 남성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유가 남초 커뮤니티이다보니 남성성이 엄청 강하지요. 논리와 이성이 강점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외부 커뮤니티에서 우리를 보며 선비라고 말하는 것만 봐도 ...... 유연성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군게 여러분이 이야기하는 부당함에 대해 공감이 먼저 됐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2030 남성들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선행되었다면 어땠을까요. 시게의 논리를 정리하면 '너희 말고도 다 억울하고 힘들다. 일단 큰 그림 보고 움직이고 나중에 정리하자'였던 것 같습니다. 행군은 계속 되어야한다는 건가요.
세번째는 세대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저번에 어느 분이 잘 정리해주셨던 것 같습니다.
이 세가지가 최악의 시너지를 낸 것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뭐 영업하려는거냐? 그런건 아닙니다. 아니. 사실 한 표가 간절합니다. 레드준표가 당선되면 정말 이 나라 떠야하나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니까요. 2012년의 악몽이 자꾸 떠올라서 미칠 것 같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오늘 제가 이렇게 어줍게나마 글을 쓰는건 좀 다른 이유입니다. 왜 정권이 바뀌길 바라나 생각해봅니다. 전 우리 민족이 참 큰 어둠 속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오래된 어둠이요. 일제강점기부터 계속 된 어둠 속에서 살다 잠시 빛을 보았지요. 길지 않았지만 강렬했던 빛을 잊지 못하고 다시 찾고 있다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내 옆 사람이 빛을 잃는다면 그건 또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깨어있는 시민이라면 내 옆에 넘어져 다친 시민 부축하는 것이 먼저 아니겠습니까.
군게 여러분. 정권이 바뀌던 안 바뀌던 여러분의 분노와 아픔을 기억하겠습니다. 그리고 군대 문제와 더불어 역차별 문제를 해결하도록 함께 힘쓰고 싶습니다. 당신들이 또 다른 어둠 속에 있지 않고 함께 하고 싶습니다.
군게와 시게 문제에 대해 늦었지만 이야기하고 싶었고, 군게를 이해하고 함께 해나가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아마 자고 일어나자마자 이 글 생각하며 이불킥할 것 같지만, 여러분께 미안하다고, 고맙다고, 그리고 위로하고 싶고 함께 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