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상 남들이 쓰는 글을 읽기만 하는 독자였는데, 이번만큼은 나도 여기에 글을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내게 정말이지 말도 안되게 소름끼치는 일이 일어났는데, 대체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뭐라도 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여기서나마 조언을 듣고자 이렇게 글을 쓴다.
나는 아주 오래된 건물의 작은 스튜디오형 아파트에 혼자서 살고 있다.
여기에 산 지는 약 2년정도 되었는데, 비록 공간은 좁지만 나는 매우 만족하고 있다.
다운타운에 위치해 있다는 점은 환상적이고, 빈티지한 분위기도 내겐 딱이니 말이다.
몇달 전, 누군가가 내 옆집으로 이사를 왔다.
옆집은 내가 이 아파트에 살기 시작한 이후부터 거의 비어 있었기 때문에, 새 이웃이 만들어내는 소음에 적응하기까지는 꽤 노력이 필요했다.
특히 내 침대는 옆집과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기 때문에, 침대에 누워 있을 때면 티비소리며 낮은 목소리며, 무슨 소리든 고스란히 들을 수 있었다.
대개의 경우, 이는 그다지 거슬리지는 않았다. 이웃집 역시도 이쪽의 생활소음을 들으며 살고있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한 가지, 내 신경을 정말 거스르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망치질 소리였다.
옆집이 처음 이사왔을 때, 나는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새 집에 이사를 와서 누구나 원하는 것은 당연 그곳을 '내 집'이라는 기분이 들게 만드는 것이니만큼,
예전에 살던 집에서 가져온 그림과 액자나 포스터를 곳곳에 걸고 장식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말이다.
새 이웃은 간혹 밤 늦은 시각에 망치질을 하기도 했지만, 나는 그저 그가 특이한 시간에 일을 하는군, 이라고만 생각하고 넘겼다.
어쨌거나, 새집 정리가 대강 끝내는 대로 잠잠해질 것이었기 때문이다. 새집 정리가 길어봤자 얼마나 길겠어?
불행하게도, 내 생각과는 달리 새 이웃의 집 정리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듯했다.
옆집이 이사온지 두 달이 지나도록, 나는 여전히 밤낮으로 끊임없는 망치질 소리를 들어야 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아마 대체 왜 내가 아직까지도 이웃에게 찾아가 항의하지 않았는지 궁금해 하겠지만,
사실 나는 누군가와 정면으로 대립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성격인 데다가 꽤 잠을 깊게 자는 편이라
내게 그 소음은 그저 생활공해 외엔 별것 아니었던 것이다.
사소한 것을 가지고 새로 이사온 이웃과 적이 되고 싶진 않았으니, 나는 그저 적당히 내버려두었다.....
어제 아침까지는 말이다.
새벽 다섯시 반쯤, 나는 또다시 망치질 소리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새벽 1시나 2시라면 또 모를까, 새벽 다섯시 반에?
이쯤 되고보니 그만 옆집을 찾아가 항의를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파자마 위에 스웨터를 걸쳐입고 비틀비틀 복도로 걸어나가 이웃집 문을 두드렸다.
몇 초 후, 격자무늬의 파자마 바지를 걸친 남자가 문을 열었다. 어두운 머리색을 한 그는 꽤 앳되어보였다.
잠시간 그를 쳐다보면서, 나는 혼란스러워졌다. 내가 그를 막 깊은 잠에서 깨운 것이 분명해 보였던 것이다.
"무슨 일이죠?" 그가 물었다.
어쨌든간에 나는 그에게 소음에 관해 물어보기로 마음먹었다.
"번거롭게 해서 미안합니다만," 내가 말했다.
"망치질 같은거 하지 않았나요? 전 옆집 사는 사람인데요, 그 소리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거든요."
"망치질이요?" 그가 되물었다.
"아뇨....전 그게 당신일 줄 알았는데요. 가구 사업이라든가 뭐 그런거라도 하고있나 했죠. 전 어젯밤 내내 잠만 잤는데요."
"아, 그렇군요...음, 귀찮게 해서 미안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그렇다, 나는 매우 상냥하게 굴었다)
"당신도요."
이웃이 문을 닫고 들어가고 나서 나는 다시 내 아파트로 돌아왔다. 여전히 나는 그 끊임없이 쿵쿵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시점에서, 내가 다시 잠을 청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이번에 나는 내 귀를 우리 집의 반대쪽 벽에 대어보았다. 어쩌면 내가 소음이 들리는 방향을 잘못 판단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벽에선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저 들려오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커피 한 잔을 끓여 소파에 앉았다.
쿵, 쿵, 쿵.
그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 때였다.
나는 소파에서 펄쩍 뛰어올라 소파를 벽 쪽으로 치우고 바닥에 귀를 가져다 대었다. 유레카!
드디어 이 멍청한 망치소리를 멈출 수 있겠구만!
나는 곧장 우리집 아래층의 집으로 향했다.
망치질 소리같은 건 더 이상 들리지 않았지만, 문이 살짝 열려있었다.
문에 노크하며 "저기요?" 하고 부르자 문이 살며시 조금 더 열렸다.
"저기요?" 하고 다시금 집주인을 부르면서, 나는 집 안으로 한발짝 들어섰다.
아파트는 텅 빈 것처럼 보였는데, 집 안에 있는 것이라고는 침대 하나, 의자 하나와 사다리 하나가 전부였다.
나는 이 집주인이 대체 지금까지 무엇을 망치질 해왔는지를 비로소 볼 수 있었는데,
집 안 천장이 온통 사진들로 뒤덮여 있었던 것이다.
흥미로운 인테리어 취향이로구만, 나는 아파트를 빠져나오기 위해 돌아서면서 생각했다.
내 머리 바로 위에 붙어있던 사진 하나가 내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그 때였다.
나는 그 사진을 보자마자 혼란에 빠졌고, 이내 그 감정은 급격히 공포심으로 바뀌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내 얼굴이었다. 그 사진은 내가 몇달 전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해둔 것이었다.
주변의 다른 사진들을 훑어보고, 나는 그것들이 전부 내 사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찍었던 모든 셀카며, 각종 SNS에 업로드된 내가 태그된 사진들이 이 집에 붙어 있었다.
그렇지 않은 사진들도 있었는데, 내가 식료품을 사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찍힌 사진이라던가,
내 직장에서 테이블에 서빙하던 중에 찍힌 사진이라던가, 초등학생 시절의 사진들, 심지어는 가족 휴가 스냅사진까지,
나에 관한 사진들 전부가 이 낯선 사람의 아파트 천장에 붙어있었다.
나는 할 수 있는 한 황급히 그 빌어먹을 아파트를 빠져나왔다.
윗층으로 올라와 다시 내 집으로 돌아왔을 때, 어릴 적의 내 사진 하나가 현관문 틈 아래 틈새에 끼워져 있었다.
정말이지 난 이제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경찰에 전화해야 할까?
경찰에 전화해선 대체 그들에게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무언가 행동에 옮기기 전에, 일단 아랫집에 누가 살고있는지부터 알아내야 할까?
나는 완전히 겁에 질려있는 상태다.
내가 이렇게나 겁을 집어먹은 이유가 다름아닌 내 발 바로 아래에 살고있는 누군가 때문이라는 걸 아는 이상,
어떤 조언이든간에 정말로 감사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