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밤 10시 30분 서울 신촌 골목가에 위치한 3층짜리 상가건물. ‘스트레스 클리닉’이라는 간판이 보이는 2층으로 올라가 보안장치 버튼을 눌렀다. ‘띠리릭~’ 20대 초반의 직원은 “바로 되니 올라와라”고 했다. 미로 같이 구불구불한 2층 원형계단은 심하게 삐끄덕거렸다. 이곳은 여성이 남성의 자위 행위를 돕는 유사성행위업소 ‘대딸방’이었다.
“오늘 면접 보고 일 시작했어요. 열심히 하면 한 달에 600만원 번대요.” 이모(여·24)씨는 지난주 이 업소에서 10분 거리인 한 웹디자인 회사를 그만뒀다. 작년에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입사한 첫 회사였다. 매달 120만원씩 벌었지만 최근 두 달간 회사가 임금을 체불했다. 이씨는 “호프집 하는 부모가 매달 600만~700만원 벌지만 손 벌리기 싫어 그만뒀다”고 했다. 이씨는 “겨울에 스키장 시즌권, 보드복 등을 구입하기 위해선 돈이 많이 필요하다”며 “최소한 한 달에 400만원은 벌고 싶다. 친구들한테는 숨기고 있지만 나는 떳떳하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에서 성(性)을 사고 파는 일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얼굴·몸매가 좀 되지만 큰 돈이 필요한 여성들, 심지어 고학력자들도 금세 ‘아가씨’로 탈바꿈한다. 전통적인 성매매 집결지는 줄어드는 반면, 단속이 어려운 각종 신종 변형 업소들이 점점 불어나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전통적인 성매매 집결지는 서울시의 재개발 정책, 경찰의 집중 단속 등으로 사라져 왔다. 업소들은 서울을 관통하는 1호선 라인을 따라가는 청량리역, 용산역 등에 주로 배치돼 있다. 각 집결지 마다 30~40개 업소가 존재하지만 장사를 접을 예정이거나 활발한 영업을 벌이고 있는 곳은 몇 곳 없다.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김태원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청량리 588, 용산, 영등포 등 5개 집결지에서 일하는 성매매 종사 여성은 올해 8월 627명뿐이다.
그렇다면 서울시내 신종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은 몇 명이나 될까.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변화순(56) 선임연구원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지난 2007년 ‘전국 성매매여성 실태조사’를 발표하면서 전국에서 일하는 성매매 여성을 27만명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변 선임연구원은 “2년 동안 세상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종잡을 수 없습니다"라고 했다.
▲ 신촌 유사성행위 업소의 구불구불한 원형계단은 시종일관 삐그덕 소리가 났다 변 선임연구원은 “시민단체들은 서울에만 ‘수만 명이다’, ‘100만명이다’ 주장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젠 ‘두렵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고 말했다.
현재 고급 룸살롱인 텐프로, 점오, 클럽 등 ‘2차용’ 업소들이 2호선 역삼·강남·선릉역이 있는 강남권에 집중적으로 들어서 있다. 이외 신림역, 신촌역, 신천역 등엔 대딸방, 스포츠마사지 같은 각종 유사성행위 업소들이 많다. 이를 한 줄로 연결하면 이른바 2호선 ‘아가씨 벨트’가 생긴다. 전통적인 성매매 집결지인 1호선 라인을 둥그렇게 둘러싸고 있는 형태다.
2호선 ‘아가씨 벨트’의 성매매 업소 분포도는 어떻게 될까. 강남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고급 룸살롱은 없고, 안마나 7~8개씩 값싼 유사성행위 업소가 많았다. 신촌 대학가를 관리하는 마포 경찰서 관계자는 “전체 안마업소가 45개, 오피스텔 등 유사성행위 업소가 26개 정도”라며 “방 5~6개짜리 자잘한 룸살롱이 80여개 정도 되지만 성행위가 이뤄지진 않는다”고 했다.
영등포 경찰서 관계자는 “영등포 관내엔 스포츠마사지 8곳, 안마 8곳 정도가 있다”고 했다. 강서 경찰서 관계자도 “관내에 안마 시술소가 20~30곳에 이르고 대딸방 등 변종업소가 100곳 내외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외 신림역, 신천역 등 라인에도 안마업소와 변종업소만 각각 수십 곳씩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가씨 벨트’의 ‘버클’(Buckle), 즉 허리띠의 중심을 잡아주는 곳은 2호선 강남역 주위의 ‘강남권’이었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전체적인 숫자나 흐름을 알려면 아예 경찰서 밖을 떠나 잠복하고 있어도 힘들다”며 “강남은 통제 불가능”이라고 했다.
본지가 강남경찰서에서 입수한 ‘2008·2009 성매매 단속 현황’을 보면 올해 9월까지 82건(안마업소 22건·고급룸살롱 13건·기타 유사성행위업소 47건)을 단속했다. 작년 전체의 47건(안마업소 7건·고급룸살롱 9건·기타 31건)에 비하면 2배 가까운 단속 실적이다. 그러나 기자와 만난 강남의 한 고급 룸살롱 상무 정모(여·27)씨는 “경찰 단속은 발톱에 떼 빼는 수준”이라고 했다.
정씨는 “강남에 텐프로, 점오, 클럽 등이 모두 70개 된다”며 “이중 100억 이상 투자해 만든 룸 50개 이상, 아가씨 100명 이상 업소만 8개다”고 했다. 텐프로는 업소 여성이 테이블당 10만원을 받으면 10%인 1만원을 여성을 관리하는 마담이 가져간다. 이외 ‘점오’는 같은 방식으로 15%, 클럽은 20% 정도다. 업계에서 판단하는 여성의 외모와 매력지수에 따라 ‘몸값’이 정해지는 것이다. 이 같은 룸살롱에선 과거엔 손님과 직접 성관계를 맺는 ‘2차’는 없었지만 최근 불경기 때문에 대부분 2차를 나간다고 했다. 이 같은 업소들은 논현동·압구정·학동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다.
그는 이 3가지 고급 룸살롱 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인 ‘풀쌀롱’(1차와 2차 합쳐 30여 만원 하는 신종 룸살롱)이 1년 반 전부터 20개 정도 생겼다고 했다. 정씨는 “1시간 타임에 술을 그리 많이 먹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어서 작년 7월 장안동에서 단속 당한 아가씨들이 강남 풀쌀롱으로 대거 몰렸다”고 했다.
또 다른 대형 안마 업소 관계자는 “테이블 당 세팅비만 30만~80만원을 호가하는 텐프로등 고급 룸살롱들과 달리, 15만~20만원 사이 안마시술소가 선릉·역삼역 주위에 30~40개 몰려 있다”고 말했다. 또 “2차 없이 룸에서 남성의 자위행위를 돕는 ‘북창동식 하드코어 노래방’도 이곳에 10곳이 몰려 있다”고 말했다.
강남경찰서 윤후의 생활안전과장은 “강남에 한번 들어온 여성들은 단속을 당하거나 업소가 문을 닫아도 돈의 액수·업소 인맥을 고려할 때 타 지역으로 잘 옮기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씨는 “강남의 여성들은 경찰단속 때문에 짧아야 3개월, 길어야 6개월 한 업소에 머문다”며 “강남에서 상대하는 손님의 수준, 벌리는 돈, 그리고 같이 일한 마담이나 상무 간의 ‘네트워크'가 있기 때문에 이곳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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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만 백만명이 넘는 다면 전국적으로 수백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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