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손선희 기자] '천황폐하 만세 삼창'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이정호 한국환경정책ㆍ평가연구원(KEI)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장이 '정직 2개월' 처분을 받았다.
26일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한국환경정책ㆍ평가연구원(KEI)은 전날 이 같은 처분 결과를 담은 공문을 국조실에 전달했다. 이는 지난달 29일 국조실이 KEI 측에 이 센터장 중징계를 요구한 데 대한 답변격이다. '중앙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자체감사기준(감사원 규칙)' 제28조에 따라 KEI는 처분 요구서를 받은지 30일 이내에 징계의결 결과를 국조실에 보고해야 했다.
국조실 관계자는 "우리가 요구한 중징계에는 파면 혹은 정직이 포함되는데, KEI는 여기서 2개월의 정직 처분을 이 센터장에게 내린 것"이라며 "향후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는지 등을 면밀히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이 센터장 감싸기에 급급했던 박광국 KEI 원장을 어떻게 징계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국조실은 밝혔다. 국조실은 KEI에 이 센터장 중징계를 요구한 날 박 원장에 대한 징계 요구도 결정했다. 박 원장 징계는 국조실 산하기관으로 KEI를 포함한 정부출연 연구기관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경제ㆍ인문사회연구회(경인사)가 맡았다. 징계의결 결과 보고 기한은 오는 29일까지다.
앞서 국조실은 한 달여에 걸친 특정감사를 거쳐 이 센터장의 천황폐하 만세 삼창을 비롯한 각종 친일 발언 등 비위 정황을 사실로 확인했다. 당시 국조실은 "KEI 직원 등을 대상으로 심도 있게 감사를 벌인 결과 천황폐하 만세 삼창을 비롯해 '일본은 어머니의 나라' 등 문제가 된 (이 센터장의) 친일 발언이 실재(實在)했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그 외 정황들에 대한 개연성도 상당히 높아 중징계 사안으로 판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의 경우 KEI가 사건 초기 내부 직원 입막음을 위해 유ㆍ무형의 압력을 행사한 배경이 됐다고 국조실은 판단했다. 국조실은 "박 원장이 관리ㆍ감독 책임이 있는 조직 수장으로서 초기 조사에 철저하지 못했고 오히려 수습하려고만 한 부분이 있었다"며 "그가 신속하게, 제대로 조사했다면 진실이 일찌감치 드러날 수 있었다.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국조실이 특정감사에 착수한 시점은 해당 사건이 아시아경제를 통해 처음 보도된지 이틀 뒤인 6월25일이다. 당시 KEI와 경인사가 허술한 자체조사 결과를 내놓자 국조실은 곧바로 법무감사담당관을 파견해 대대적 감사를 벌였다. 국가공무원법 제63조는 '공무원은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그 품위가 손상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어 제78조는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그 체면 또는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한 때에는 징계 의결을 요구해야 하고, 그 징계 의결의 결과에 따라 징계 처분을 내려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한편 아시아경제는 KEI에 이 센터장 징계 수위를 정직 2개월로 결정한 배경과 관련한 전화통화를 요청했으나, KEI 측은 "현재 통화가 어렵다. 일단 서면 질의서를 제출해 달라"며 즉답을 피했다. 서면 질의에 대한 답변에선 "국조실 처분 요구에 의거해 외부 위원 4명을 포함한 총 7명으로 구성된 징계위원회 결정에 따라 징계 처분을 했다"고 짤막하게 알려왔다. KEI는 지난 국조실 특정감사 기간 홈페이지에선 "이번 사건의 진상이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그 결과에 따라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충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